노벨

신해종 게임 리뷰 - 절규하는 메아리

by 습작 posted Mar 12,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버젼 완성작


  ※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Tehyang Entertainment에 아방스 우수게임 제작자이신 신해종님께서 작성하셨던 글입니다. 해당 카페의 폐쇄로인해 좋은 게임들에 대한 소개 게시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신해종님의 허락을 맡고 이곳에 게시합니다.


  ※ 리뷰 원제 : 신해종 게임 리뷰 (7) 절규하는 메아리



01.jpg

 

1. 모방을 할 수 없다

 

  일본 비주얼 노벨계에 용기사07이라는 일류 라이터가 있습니다. 그의 작품인 쓰르라미 울 적에는 큰 인기몰이를 하며 노벨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역사에 남았을 지언정 하나의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도 그렇다시피 쓰르라미 울 적에는 기존 호러 미스터리와는 다른 구조주의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방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배경에서 전혀 다른 사건이 전개되면서 다른 버젼에서 그것이 하나로 이어진다든지. 전기적 요소를 철저히 현실 요소로 위장하고 플레이어를 속인다든지. 용기사07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다면 더럽게 욕 먹고 매장당할 일입니다. 그 만큼 파격적인 작품이었고 그 파격적인 시도를 먼저 해서 용기사07만의 색깔로 자리 잡을 수 있었지요. 미술로 따지자면 피카소, 영화로 따지자면 타란티노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마추어 계에서 용감하게 용기사07을 모방한 작품이 나옵니다. 이번에 리뷰할 절규하는 메아리가 그것이지요. 저는 이 게임을 처음 봤을 때 겉보기가 아무리 쓰르라미 울 적에와 비슷하다해도 대단히 반겼습니다. 어쩌면 쓰르라미 울 적에가 정체되어 있는 천재의 작품이 아닌 하나의 유행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죠.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창작자로서는 창작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거든요. 분명 상상도 못해볼 재밌는 작품들이 나올 토대가 될 것입니다.

 

  물론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메뉴 화면에서부터 모방작이라는 티가 너무 났거든요.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선입견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아마추어 작품이라 필력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닌데 플레이어에게 선입견까지 심어주면 그 결과는 뻔한 일입니다. 제작자분도 쓰르라미 울 적에와 너무 닮았다는 비판에 지치셨는지 블로그에 기본 디자인부터 갈아 엎겠다고 선언하셨더군요. 일단 후속편을 계속 만들고 계신 것 같은데 부디 작품을 완성하시길 기대해봅니다. 완성도야 어찌 됐든 이런 시도는 개인적으로 환영이니까요.

 

 

02.jpg

 

2. 재능이 엿보이는 이야기

 

  디자인뿐 만 아니라 음악까지 닮았지만 스토리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캐릭터 조형이 일본 모에물보다는 한국 정서에 잘 맞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꿈이 없다는 뜻도 되지만 프로 작품도 아닌데 굳이 억지를 부릴 필요는 없죠.

 

  제가 제작자분이 재능이 뛰어나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점이 있는데 미스터리 배치입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짧은데 많은 미스터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세세한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예상을 반하게 하더군요. 예를 들면 혼령의 저주편에서 선배가 비명을 지른 후의 전개에선 이야기의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보통은 세세한 부분에선 상투적으로 쓰기 마련인데 말이죠.

 

 

3. 호러는 적어도 돼. 호러는.

 

  그러나 아마 이 작품이 제작자분의 처녀작인지 문제점 역시 많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너무 짧습니다. 특히 악령의 숲이나 그 해답편은 허무할 정도였습니다. 아니 단편의 묘미란 것도 있는데 이게 왜 단점이 되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제 답은 마에다 준입니다. 그리고 이건 쓰르라미 울 적에가 왜 기존 호러 미스터리의 성공 법칙에서 벗어나고도 큰 인기를 끌었는지의 답도 됩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는 마에다 준 식의 작법을 응용한 작품입니다. 마에다 준 식의 작법이 뭐냐. 바로 길고 긴 일상 묘사입니다. 이게 꼭 마에다 준 식이라는 건 아닌데 비주얼 노벨에서는 마에다 준의 방식이 맞습니다. 일상을 일부러 긴 시간 묘사해 플레이어가 일상에 애착을 갖도록 만들죠. 그리고 그 일상을 터닝포인트에서 비틀어버려 플레이어의 감정을 쥐어 짭니다. 마에다 준은 이런 방식으로 카논이나 에어에서 플레이어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고 일류 라이터로서 성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의 엔젤 비트에선 큰 반향을 못 얻은 거죠. 아무튼 쓰르라미 울 적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의 재미는 캐릭터도 즐겁고 플레이어도 즐거운 일상이 뭉게지는 것에 있습니다. 이 뭉게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플레이어는 머리를 짜내며 게임에 몰입합니다. 하지만 무정하게도 일상은 완전히 파괴되고 등장인물은 몰살당합니다. 플레이어는 눈물을 흘리며 다음 에피소드를 찾습니다. 이게 한 7번 반복되니 플레이어의 주된 욕망은 '미스터리 해결'이 아니라 '해피 엔딩'이 되버립니다. 그렇게 8번째에야 비로소 철저히 해피엔딩으로 끝내니 진상이 아무리 판타지여도 플레이어는 주된 욕망이 해소되어 박수를 치게 되는 거지요. 장르만 다를 뿐이지 이건 마에다 준 식 방법입니다. 물론 그 방법을 호러 미스터리에 응용한 용기사07 역시 천재적이지요. 

 

  여기까지 말했다면 이 절규하는 메아리의 문제점을 아시겠죠. 절규하는 메아리는 이 일상 표현이 부족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감정을 쥐어 짜는 호러가 아닌 단순한 괴담 노벨이 되버립니다. 이 단점을 고치는 방법, 이게 또 무안할 정도로 간단한데 그냥 일상 장면의 양을 늘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  아니 물론 양만 늘리는 게 아니라 일상도 재밌게 만들고 쓰르라미처럼 캐릭터간의 갈등도 만들어야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지만 그 점은 이 제작자 분이라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03.jpg

 

4. 마치며 

 

  그 외에 자잘한 오타 같은 것이 눈에 밟혔지만 전체적으론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귀신 그림의 난무는 피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주얼 노벨은 그림도 중요하지만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림, 소리, 글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귀신 그림도 무서운 법이죠.

 

  게임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 작법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었으니 아쉬움은 없습니다. 지금 제작자 분이 만들고 계신 가면무도회 편도 꼭 플레이 해보고 싶군요.

 

  * 제작자 블로그 : http://soskr.egloos.com/

  * 해답편 참극의 복수 : http://www.mediafire.com/?kyixphm5ddrxr67

     (해답편만 블로그에 없더군요. 일단 메파에서 찾았기에 링크 올려봅니다.)

Who's 습작

profile

* 게임소재 자료실 관리자 (2012.04.17 ~ ) / 게임리뷰 게시판 관리자 (2012.08.23 ~ )
* 개인 블로그 : https://eternalworld.tistory.com
└ RPG Maker VX/Ace 메뉴 편집기 등 배포
* 리뷰 블로그 : https://etude87.tistory.com
└ RPG Maker 시리즈 한글패치 정리, 쯔꾸르 시리즈 이용 규약 등 소개
* 프리 게임 한글화 DB : https://freegame.tistory.com
└ 한글화된 해외 무료 게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