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산문짓기 강의

by 맛난호빵 posted Apr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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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쓸데없이 바쁘고 쓸데없이 한가한 악몽입니다. 
오늘은 몇몇 동생들의 보챔과 능력의 부족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징징거림을 무시하는 그들의 매정한 마음과 차가운 가슴과 따가운 눈빛 등등...아무튼 쓸데없는 여러가지 이유 덕분에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불만 있으면 담배도 있습니다. 
물론 담배는 피우지 않습니다. 

문학이란 말을 들으면 다들 떠올리는 가장 큰 두가지 분류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산문. 
운문. 

오늘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산문에 대한 것이고, 이는 비단 소설쓰기 뿐만이 아니라 희곡, 시나리오, 수필, 투명 드래곤, 야설에 이르는 수많은 산문들에 대한 지침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야설은 적당히 쓰세요. 머리카락만 빨리 자랍니다. 

1. 산문쓰기? 

일단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운문보다는 산문이 쓰기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말못하는 사람은 요점을 정리할 수는 없지만 횡설수설 장광대설을 늘어놓기는 쉽기 때문이죠. 운문은 요점의 문학이고 비유와 은유의 문학이지만, 산문은 늘어놓기의 문학이고 말하기의 문학입니다. 한쪽은 감추는 것이 목적이고, 한쪽은 펼쳐놓는 것이 목적인 문학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초보 글쟁이분들은 산문보다 운문이 더 쓰기 쉽다고 산문징징이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반대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운문은 짧으니 대충 아무렇게나 몇단어만 쓰면 되고, 산문은 기니까 써야될 것이 많으니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거죠.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한자리 숫자 덧셈문제 20문제가 미분적분 2문제보다 더 어렵다고 말할 분들입니다. 

어? 더 어려운가? 

운문이 짧게 아무거나 대충 써서 되는 문학이 아니듯이, 산문 역시 아무 단어나 늘여쓰고 질질 끌어서 쓰다가 혼자 지쳐서 잉잉된다고 될 문학도 아니며, 그렇게 잉잉댈만큼 어려운 문학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세가지입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얼마나 명확하게 알고 있느냐, 
주제를 누구라도 가슴 속으로 공감하게 할만한 능력이 있느냐, 
그 글을 써내려 갈 지구력을 가지고 있느냐. 

첫번째부터 이야기해볼게요. 주제는 운문과 산문을 넘어 문학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 중 하나입니다. 
주제는 의식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자신이 가진 의식, 사상, 관점, 그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비단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쓰지 않더라도(김진명 작가님은 이런 생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 비판받는 작가지요), 자신이 평소에 하는 생각이나 무의식을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주제를 잘 표현하는 글이 됩니다. 

[예시 1] 
퍽! 콰광! 
"큭, 이런 젠장!" 니하스는 짧게 신음을 외치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니하스가 있던 자리의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검격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게 아니었어. 젠장할!' 
자그로의 검술은 극한의 쾌와 초식의 변형을 위주로 한 검술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니하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하고 펼쳐내는 자그로의 초식은 도저히 눈으로 따라갈 수도, 기감으로 확인할 수도 없을만큼 빠르고 변화무쌍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쾌와 변의 극한. 그 짧은 순간에 수도 없이, 그리고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만큼 적절한 힘으로 패여진 검격들을 보며 니하스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어깨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허벅지에도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렇게 열심히 피했는데 벌써 두군데나 베이다니.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베어달라는 뜻인가?" 
그런 니하스의 고민 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하며 자그로가 다시 니하스에게 달려들었다. 

[예시2] 
왜 이런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거지? 
피가 터져나오는 어깨의 상처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서는 니하스의 눈에는 자그로의 검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굳이 상념에 젖어있지 않더라도 자그로의 검술이라면 그의 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니하스에게 그런 것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왜 싸워야 하지? 
니하스의 눈은 자그로에게 고정되어있었지만 그것은 자그로의 검로를 눈으로 따라가기 위함이 아니었다. 위협적이고 날카로운 검로를 피하는 것은 몸에게 맡겨둔 채, 니하스의 시선과 정신은 오직 자그로의 얼굴에만 집중되어있었다. 12년 동안 곁에서 빠짐없이 봐온 얼굴, 상대를 정했을 때는 망설임을 가지지 않는 기사의 얼굴이다. 니하스의 감정은 허무에서 슬픔, 그리고 분노로 번져갔다. 
퍽! 콰광! 
"큭, 이런 젠장!" 앙다물려있던 니하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만큼 천변만화하는 자그로의 쾌검에 대한 당혹감과도, 어깨가 찢어지고 허벅지가 베이는 아픔과도 관계없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나? 베어달라는 뜻인가?" 
저 무심한 얼굴. 이전에 그들의 관계가 무엇이었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베어나가는 저 얼굴. 동료로 있을 때는 더 없이 듬직한 얼굴이었지만, 적이 된 지금은...적? 적이라고? 


같은 장면에 같은 대사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많이 다른 것 같지요? 
이런 부분들도 주제의 한 갈래입니다. 
뭐 대단히 거창한게 아니란 건 아시겠죠? 
꼭 자연보호를 위한 소설 따위를 쓸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두번째로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에 대한 건데요. 

이 부분은 사실 이 글 이후에 다룰 소설 쓰기에 접어들어서 더 자세하게 쓸 예정입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글쓰기의 기초 중 하나는 "붕뜨게 쓰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시1] 
"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가 딱딱 마주쳤다. 무섭다. 
"야 그럼 어떻게든 해야되는 거 아냐?" 
"잠시만 기다려봐. 일단 도망을 쳐야지." 
현준이가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휴 다행이군. 도망갈 수 있겠다. 안심이 됐다. 
"크와아아아앙!" 
"젠장 벌써 따라잡혔나?!" 
"야...이거 발동이 안돼!" 
"뭐라고?!" 
우린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예시2] 
"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사라진 예언의 돌을 되찾기 위해 가디언들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현준이의 말을 들은 일행 모두는 공포에 떨어야했다. 나 역시 공포에 떨며 외쳤다. 
"야 그럼 어떻게든 해야되는 거 아냐?" 
"잠시만 기다려봐. 일단 도망을 쳐야지." 
그렇게 말하며 현준이가 품에서 꺼내든 건 텔레포트 스크롤이었다. 자식 언제 저런 걸 다 들고 다녔지? 이젠 살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심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크와아아아아아앙!" 
"젠장 벌써 따라잡혔나?!" 내가 다급하게 외치며 현준이를 바라보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텔레포트 스크롤에 마력을 부어넣었다. 그런데 녀석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 
"야...이거 발동이 안돼!" 
"뭐라고?!" 
이곳 전체가 마법 봉인이 되어있었나?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예시3] 
"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느긋하게 있을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군. 
예언의 돌은 이 사원 전체를 지키는 거대한 에너지였고, 동시에 이곳의 모든 생명체와 가디언을 유지시켜주는 힘이기도 했다. 그런 것을 빼들고 나가려고 했으니 가디언들의 분노가 우리에게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 돌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순순히 헌납해줄 수는 없는게 우리 입장이란 뜻이지. 
"야 그럼 어떻게든 해야되는 거 아냐?" 
물론 이 질문은 대답이 준비된 녀석에게 하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봐. 일단 도망을 쳐야지." 
준비된 대답을 가진 녀석답게 현준이는 느긋한 모습으로 텔레포트 스크롤을 품에서 꺼내들었다. 저럴 줄 알았다니까. 그 때 받았던 현상금을 녀석만이 쓰지 않는 것을 보고 무언가 사두었으리란 예상은 하고 있었고, 녀석은 필요없는 물건을 사는 성격이 아니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앙!" 
"젠장, 벌써 따라잡혔나?!"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시군. 가디언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듯 그들의 괴성은 점차 가까워졌고, 나는 현준이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탈출할 시간이다. 현준이도 알았다는듯 마주 고개를 끄덕여보이더니, 스크롤에 천천히 마력을 부어넣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뭐? 당황했다고? 
"야...이거 발동이 안돼!" 
"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나는 현준이 녀석에게 따질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적어도 내 바로 옆에서 끔찍한 숨소리가 들리기 전에는 그랬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가디언의 모습을 확인하기가 두려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젠 어떡해야하지? 


글만 길어진 거 아니에요? 라는 태클을 받을 수 있어 설명하자면, 예시1은 지나친 묘사와 서사과정의 생략 때문에 공감이 불가능했고, 예시2는 필요한 묘사와 필요한 서사는 모두 갖추었지만 해당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급박한 감정과 그 감정이 형성되게 된 요인, 주인공들 서로간에 가진 유대감이나 감정 등등을 독자들에게 공감시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부분이 생략된 글입니다. 

즉 필요한 부분들만 써주더라도 글은 길어지는 셈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나중에 퇴고할 때는, 쓸 때는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읽어보면 쓸데없는 부분들을 지워가면서 다시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세번째로, 지구력. 
이건 말할 것도 없지요. 긴 글을 쓰는데는 체력적인 지구력과 정신적인 지구력 모두가 필요합니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럼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이번 파트에서 다 했으니 다음 파트에선 

안뜬 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퍼온 겁니다.

이분 레알 글 잘쓰시는데 문학계의 불의를 보시면 못참는 성격이죠. 부러워 뒤지겠네요.

그건그렇고 이런건 대체 어디다 쓰죠?! 해서 자게에 썻습다.


출처: http://www.intothemap.com/gnu/bbs/board.php?bo_table=novels&wr_id=38481&sca=&sfl=mb_id,1&stx=wjddls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