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작 후보? [소설] 리뷰 - 좋은 게임과 나쁜 사족
총 플레이타임 : 5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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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시작부터 주인공 크리스의 상당히 충격적인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엄청난 충격이 초반 2시간 동안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요소 중 하나인 것 같군요.
크리스의 성격이 참 재미있습니다.
게임 시작 때 미칠듯한 냉소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조금 지나면 식인꽃을 보며 "이야 식인꽃~ 식인꽃~" 하면서 천진난만해지고
술 아이템을 먹으면 "어억~ 좋다" 하면서 개그스런 면도 보여줍니다.
마치 싸이코패스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더욱 흥미를 돋군 것입니다.
그에 비해 레이번은 굉장히 평범한 남자입니다.
이 게임은 크리스 외에는 주인공이나 용병들이 그다지 성격을 어필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캐릭터중심이 아닌, 철저히 사건중심으로 진행될 게임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시나리오에서「메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뱀파이어와 만날 때와, 마지막 무너진 성에서의 이야기 뿐입니다.
게임 속에서 딱 2번만 존재하는「메인 사건」으로 6시간이란 플레이타임이 나왔습니다.
플레이타임상으로는 두 사건 합쳐서 딱 5분 정도이며,
나머지는 그저 크리스가 소설가 레이번을 만나 소설의 소재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것 뿐입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을 만약 전투없이 재구성한다고 하면, 길어도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게임이 탄생합니다.
마치「질소칩」같습니다
게임의 결말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고요. 그게 엔딩인 줄조차 몰랐습니다.
긍정적인 충격이 아니라, 부정적인 충격입니다.
인간과 몬스터간의 갈등을 되새기며 뭔가 의미를 찾으려 노력해봐도, 정말로 아무 의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엔딩으로 인해 엔딩 이전까지 8.0점을 부여할 계획이었던 프레젠테이션 점수를
6.5점으로 낮추게 되었습니다. 이건 너무합니다. 정말 너무합니다.
오픈엔딩이라고 해도 오픈엔딩 나름이지, 이런 식의 엔딩을 원할 사람은 열에 한 명도 안 될겁니다.
이 게임은 정확히 [기]→[승]→[전] 까지만 있습니다.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결]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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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무려 6시간 가까이 걸리며 끝까지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밸런싱이 정말 잘 이뤄져있기 때문입니다.
알만툴 게임 중에서 턴제RPG가 전투만으로 흡인력을 가진 게임은 거의 만나보질 못했는데,
이 게임이 그렇습니다.
전투밸런스 외에도 높은 캐릭터 성장방향의 자유도,
제작자분께서 이번 작품의 주목표로 삼은듯한 "단 하나의 쓸모없는 스킬도 없도록" 하는 밸런싱,
미련을 못 버리게 하는 경제밸런스와「아이템상자」등, 스토리 말고도 즐거운 게 많습니다.
이 게임에서 고용하게 되는 용병은 잉여가 아닌, 매우 중요한 동반자이며,
누가 스쿼드에 참가중이냐에 따라 고유의 아이템을 얻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누굴 고용할 지 즐거운 고민이 생깁니다.
「칭호」도 시스템 게임에 잔재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지, 여러 용병들이 존재하지만...「제프」가 혼자 너무 강합니다.
렙15에「다이스어택」을 배우고 나면, 그 때부터는 제프에게 아무런 템을 안 사줘도 사기적인 캐릭터가 되며,
제프는 열쇠없이 닫힌 상자도 딸 수 있습니다.
매우 높은 기본민첩성으로 전투시 순서도 제일 빨리 돌아오기 때문에,
스쿼드에 제프가 있으면 제일 강한 적이 손도 쓰기 전에 먼저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제프를 고용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게이머가 난이도를 선별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강한 용병이 특별한 만남의 조건이 없이 고용이 가능하다면
고용에 들어가는 돈이라도 1,000원이 아니라 10,000원이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프는 [소설]의 밸런싱의 최대의 아쉬움입니다.
스킬북 보는 게 너무 불편하다거나, 용병을 해고하려면 반드시「고용했던 마을」에 가야만 해고할 수 있는 것,
제작자 상점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 나중엔 일반상점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 등
자잘한 문제점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해칠 정도의 것들은 아니며, 괄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미니맵이 존재하고, 던젼을 반복하지 않도록 입구로 데려다주고,
또한 어떤 스킬이 어떤 능력치에 의해 영향력이 좌우되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등
게이머를 배려하는 부분이 오히려 더욱 만족스러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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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툴 평균수준을 상회하는 수준높은 밸런싱 외에는,
딱히 이 게임만의 특색이라고 할 건 없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자유도 높은 성장이 주는 재미가 큽니다.
단지 전투와 성장으로 쌓아온 그 재미가 엔딩을 보는 순간 뇌속에서 모두 사라져버리며
감동은 감동이 아니고, 게이머는 지난 6시간의 노고를 스스로 보상받을 길을 찾기 위해
공백을 공백으로 채우려 애써야만 하는 씁쓸함이 만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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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다 끝내고나서야 엔딩이 3가지란 걸 알게 됐는데
전 지극히 「일반 게이머」적인 플레이를 했으며, 제가 원하는 동료만 고용했습니다.
모든 동료를 고용해봐야만 소위 말하는「진엔딩」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게임 안에서 그것에 대한 힌트도 하나 없을 뿐더러
그건「일반게이머」가 아니라 이 게임의「매니아」가 되도록 강요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기존용병 해고하고 뉴비용병 렙1부터 다시 키우는 열정은
이 게임의「매니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매니아」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엔딩을 볼 수 없다는 것은「일반게이머」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애써 준비한 고용의 자유로움을 스토리 요소로써 해치고 있는 것입니다.
플레이타임이라도 짧으면 이해를 할텐데,
이 게임은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엔딩보는데만 무려 6시간이나 걸렸으며
뉴비들 키우려면 또 몇 시간이 걸릴지 두렵기만 합니다.
제가 [소설]의「진엔딩」을 과연 보게될 지, 아니면 평생 보지 않을지는 지금으로썬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의문입니다. 이게 대체 왠「사족」인지.
왜 평범하게 끝낼 수 있는 게임에 쓸데없는 변수를 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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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6.5
그래픽 8
사운드 8.5
게임플레이 8.5
지속성 8.5
총점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