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칠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은, 밖에 나와보니 어쩐지 더 춥게 느껴졌다. 오늘은 왜이리 별시리도 추운 건지. 시험은 2교시에 마쳤지만 기쁘지 않다.
이젠 겨울 중순이 다 되었건만, 어째서인지 아직까지도 볼품없이 누렇게 바랜 이파리들이 저리 도르르르르 이리 두르르르르 나뒹굴고 있었다. 파삭- 하는 단말마와 함께 허리가 분질러졌다.
첫째장은 분명히 쉬웠다. 삼각함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쉬워서 그놈의 건방스러움이 또 튀어 나와서는 나긋나긋 여유롭게 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모든 사건은 시작했을 터였다. 반전은 셋 째 바닥부터 였다. 본격적으로 경우의 수며 순열 조합이라는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망할 것들은, 어찌나 시간을 먹어대던지. 아, 생각하기도 싫다. 5개나 틀리다니.
19문제였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다. 부족해서! 배점이 개당 5점씩인데, 그래서 5개나 틀렸다. 간단하게 계산해봐서 35… 아니지, 그럼 65점인데? 4개 틀리면 80점인데? 오오에-. 이십 오구나. 75점.
다른 아이들도 이렇냐면, 아이다! 우리 반은 좀 못하는 편이니까는 3개 틀린 애가 두명. 가장 잘하는 반 중에 하나인 10반에 백 점짜리, 그 밑엔 90점대짜리. 각 반에 5개 미만으로 틀린 애가 2명씩 있다고 쳤을 때 이과반에 12명. 근 마흔 명씩 교실에 있다 치고 계산을 하면 240명에 3프로니까, 6명 남짓이 1등급인가? 4프로였나? 4프로면 8명. 아, 4프로인갑다. 어쨌거나 1등급은 저 산 너머로, 슝!
중간고사땐 몇 등 이었더라? 그래도 그땐 1등급 권이었는데, 에라잇.
수업시간에 한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입버릇처럼 언제나 수업시간에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던 내가, 방심했다! 수업을 반쯤 흘리고 있었다니. 내가 미쳤구나! 미쳤어!
이과생이 수학 2등급이라…. 당장 어머니께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학원 샘한테는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하아-.
날씨가 참 지랄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