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잘 아는 사람 이야기인데요.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기대하지 않고 프로그래머 입사 지원을 했는데 면접 오라고 해서 (이 사람이 스펙은 좀 되거든요) 갔더니 프로그래머 말고 게임 기획 쪽 일을 해볼 생각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프로그래머가 될지, 아니면 당장 할 수 있는 게임 기획 실무를 익힐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일단 연봉은 기획자 쪽이 처음에는 더 적지만 경력상의 성공보수는 기획자 쪽이 더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봉은 비슷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겁니다.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기획자가 되면 프로그래머를 따로 두게 되는데,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을 안게 됩니다. 게임이 실패하면 기획자는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받아주는 회사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보다는,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그래밍은 거의 전적으로 프로그래머에 의존하게 됩니다.
반면 프로그래머가 되면, 게임이 실패해도 다른 회사로 갈 수 있고, 따로 프로그래머를 둘 필요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은 개인적인 시간에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신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개인적인 시간이 넉넉할 것이라고는 보장 못합니다.
기획자가 되면 운좋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서 잘 팔리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에 기획자의 선수생명이 걸려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보다는 대부분의 경우가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안전한 방향으로 제작이 흘러가게 될 것이고, 또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으면 개인적인 시간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데, 기간이 적게는 6개월, 포트폴리오 작업 기간까지 합치면 1년까지도 계산해 넣어야 합니다. 프로그래머로 공부를 먼저 시작한 후 1년 후에 아니다 싶으면 기획자로 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획자는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프로그래머는 1년 후에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올려놓고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네이버에서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검토도 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