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로 올라오자 기다렸다는듯이 물은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건물 안이 순수한 콘크리트 더미였기 때문에 불이 옮는등의 사고는 없었다.
"아아. 어쩌다 보니 실패했어."
"꺅! 내 책!"
미양에게 말을 하자마자 멀리서 소녀의 비명이 들려왔다. 책을 태운 것 같았다. 불길이 사그라드는 속도를 보니 소녀가 스펠을 지운 것 같았다. 우린 건물을 내려와 책을 감싸 안은 소녀에게 다가갔다.
"자, 빨리 처리해 하늘바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어린애를……. 청소년 보호법에 의거하면 절대로 해서는 안돼."
"그딴거 없으니까 저질러버려! 이렇게!"
미양이 소녀의 복부에 발차기를 내질렀다. 쓰러트린건지, 스펠북이 요란하게 울렸다. 레벨 2를 축하한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스펠을 얻었다는 내용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소녀의 스펠 북을 빼앗은 미양은 소녀의 책을 들춰보았다. 나도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TheEK. 레벨 15라……."
"분해……. 이대로는 분해서 못 있겠어!"
소녀는 다시 일어서더니, 잿더미로 변하기 시작한 스펠 북을 껴안고는 무작정 주문을 외워대기 시작했다.
"너 설마, 금기를 쓸 생각은 아니겠지?"
"히히히히! 왜, 쓰면 문제라도 있어?"
"멈춰, 그걸 쓰면 최소 활정(활동정지 7일의 줄임말)이야!"
"상관 없어. 내 자존심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미양은 내 손을 잡더니 소녀에게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냅다 달렸다. 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어두운 색깔의 폭발이 온 동네를 휩쓸면서 그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폭발의 파장에 휩쓸려 부웅 떴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아오! 아픈거. 괜찮아?"
"나야 뭐. 남정네다 보니. 그보다 금기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보면 알아. 언젠가 우리도 써야할 지 몰라."
TheEK. 그 소녀는 멀쩡하게 변한 스펠 북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다만 스펠 북의 색은 예전과 같은 연분홍 빛깔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붉군."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짓이니까. 한낱 게임에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는거지 뭐."
"피해! 게시글 나이프다!"
우린 소녀의 주위에서 난사되는 나이프들을 피하기 위해 근처에 위치한 가로수로 몸을 피했다. 난 스펠 북을 열어 내 새로운 스펠을 확인했다.
-화책-
-자신의 스펠 북에 불을 붙인다. 단 불타거나 하진 않으며, 불을 붙인 동안에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지속 시간 30초-
데미지 같은 건 적혀 있지 않았다. 난 책을 덮고는 주문을 외웠다.
"공식 = 알아봤는데 너무 어려워!"
"그게 주문이냐?!"
미양이 딴지를 걸었으나 무시했다. 스펠 북에 불이 붙었지만 어떻게 만질 수가 있었다. 난 책을 잡고 냅다 소녀에게 던졌다.
"커헉! 뭐야 이 돌덩어리는?!"
소녀는 이마에 책을 맞더니 나이프를 쏘는 속도를 더욱 강화시켰다. 괜히 맞췄어…….
"그거 말고 엠씨스퀘어 광고나 좀 해 봐!"
"금기를 걸었는데 조금 더 활약할 수 있도록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죽게 생겼는데 어디서 분량 타령이야!"
생각보다 현실적인 그녀의 말에 난 자동으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불타올라라 책이여! 이 이콜 엠씨스퀘어!"
소녀의 책이 내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 주문에 응답했다. 책이 한 번 더 불타기 시작했고,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책이 불타기도 전에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았다.
"뭐, 뭐야?!"
우린 숨어있던 나무에서 벗어나 검게 불탄 소녀에게로 다가가보았다. 이 벼락이 '활정'같았다.
"영정(영구 활동 정지의 줄임말)을 맞고 말았군……. 으, 소름돋아. 빨리 가자!"
"아, 알았어."
우린 언제 그랬냐는듯, 강좌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벨이 어느새 4가 됬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