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종 게임 리뷰 - 나름의 맹세 : 에스페란사

 

  에스페란사는 작년 9월, 아방스의 달표범 님이 제작한 중편 RPG 게임입니다. 당시 RPG VX 툴로 만들어진 게임 중 보기 드문 대작으로 화제가 되었고, 아방스에서는 우수게임으로 선정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RPG VX 툴 초기 대작으로써 이 게임을 살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필자는 총 10시간을 투자해 게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이제 그 감상을 적을까 합니다.

 

 

  VX 초기에 나온 작품 답게 특별한 시각적 즐거움은 없는 편입니다. 칩셋, 캐릭터셋, 배틀셋 대부분이 기본셋이거나 초창기 소재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조금만 게임 창작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많이 본 것들이라 할까요.

 

  그러나 그러한 심심함을 이 게임은 과감한 연출로 극복해 갑니다. 낮은 턱에선 점프할 수 있고 거대한 보스 캐릭터가 등장하고 자동 이벤트 전투, 현란한 연속기 등. 흥미로운 연출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픽은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불 수 있습니다.

 

  맵배치도 흥미롭습니다. 적당히 비논리적인 맵배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사운드 배치 역시 적절합니다만 귀에 감아 붙는 음악은 없습니다. BGM부터 효과음까지 사운드는 평범합니다.

 

 

  에스페란사는 흥미로운 시스템이 많은 게임입니다. 요즘 유행인 사이드뷰 액티브 배틀 (사이드뷰 실시간 턴 전투) 부터 마법검 조합, 스킬 상승, 용기의 문장을 이용한 레어아이템 구입, 몬스터 도감 등. 시스템 덕분에 게임 초기엔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이 다양한 시스템들이 유명무실해집니다. 마법검의 다양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스킬 상승은 반복 패턴으로 왜 있는건지 모를 것으로 바뀝니다. 계속되는 던젼 탐색, 전투의 반복은 각종 퍼즐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꼭 만들다가 만 것 같은 시스템이라 할까요. '마무리를 잘 했다면 완벽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말로 대기업 회장님 딸인 에스페란사가 표류를 당하게 됩니다. 에스페란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함께 표류한 경호원 죠반니를 데리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 와중에 대륙을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합니다. 일명 퀘스트 형식이라 불리는 심부름씩 스토리 진행에 소소한 반전으로 흥미륻 돋우는 진행입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완결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에스페란사의 오빠인 하이엔의 이야기는 난데없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건의 근원이 되는 '그것'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없이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요.

 

 

  각각의 캐릭터는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그것만으로도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게임이 짧아서 그런지 각 캐릭터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서브 플롯이 허술합니다. 이는 캐릭터에 대한 주목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각각의 매력을 희석화 합니다.

 

  메인 플롯도 어렵지만 캐릭터 보여주기가 훨씬 어렵다는 법칙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캐릭터에 약함)

 

 

 

  적당한 때에 바뀌는 전투 음악, 다양한 패턴의 보스 등 흥미를 높여주는 요소는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RPG 피로도를 낮춰주는 다양한 패턴의 이벤트와 게임 구조의 변화가 부재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을도 실질적으론 1개 밖에 없는 처지라 모험의 맛이 떨어집니다. 다양한 세계의 상호작용 역시 RPG의 즐거움 중 하나인데 아쉬움이 큽니다. 하다못해 마을 사람들에게 개성과 생활을 부여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반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많은 스킬은 이 게임 최대 장점입니다. 겹치지 않고 각각의 역할을 완수하는 스킬들에서는 설정에서부터 연출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스킬 선택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

 

 

 

  이건 이 게임의 최대 단점입니다. 아무리 0.99b 버젼이라고 하지만 일단은 완성한 게임인데 기본적인 베타테스트에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자잘한 버그는 넘길 만 하지만 아예 게임 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버그가 몇 개 있습니다. 특히 진엔딩 루트의 버그는 플레이어를 벙 찌게 만듭니다. 패치가 빨리 이뤄지면 괜찮은데 제작자 님은 1년이 지난 아직까지 패치를 내놓으신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하실 분은 절대로 중간에 수수께끼 방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게임 내에서 가라고 해도 가서는 안 됩니다.

 

 

 

  전체적으로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게임입니다. (꼭 필자 같은.....)

  그래도 초기 RPG VX 툴 창작계 역사를 쓴 게임임은 사실입니다. 다른 RPG VX 게임을  해보기 전에 한 번쯤 플레이 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본 게임은 아방스 우수게임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추신 !! : 최근 달표범님이 패치를 제작하셨습니다. 아울러 외전 게임 발표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