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크랙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by 훈덕 posted Feb 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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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게에 글은 잘 안쓰지만

요즘 크랙에 대한 말이 많은것같아서 제 생각을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아방스는 어린 분들이 많고 

좀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고

몇몇분들의 글을 보건데 일종의 사명감까지 불타고 계신듯하여 과연 제 글이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를 기분나쁘게 하거나 자존심 상하게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게 절대 아니란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1.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일단 이것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에 정식발매되지않고 불법으로 한글화 개조된 RPG툴"을 사용하시고 계실겁니다.

자기가 만든 자료에 대한 저작권이란걸 그렇게 철저하게 생각하신다면 남이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도 동등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자료실에 애써 모으거나 만든 자료를 올리시는 분들이나, 그것을 너그럽게 모두와 공유하시는 분들은 자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게 하나도 아깝지 않아서 그렇게 행동하시는걸까요?

아방스에서 배포하는 RPG메이커 툴을 가지고 이곳에서 활동한다는 자체가 소위 카피 레프트와 공유정신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것은 아닐런지요.

거기다 자료실에 아방스님 스스로 크랙툴을 공유하시고 계시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의향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셨죠.

이것이 아방스라는 사이트의 지향성을 어느정도 말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2. 크랙 방지의 필요성?


저도 학창시절엔 그림을 좀 끄적였습니다만

요즘은 프로중에서 정말 그림 잘 그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서 그림 그렸다는 얘기도 못꺼냅니다.

요새는 그런 분들의 예술작품 수준의 그림들이 웹상에 널려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극히 아마추어 수준의 기본 자체가 안된 일러스트를 그려놓고 "불펌방지"마크를 수십개 박아놓거나 하는걸 보면 솔직히 실소가 나옵니다.

물론 그 심정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죠. 

자기가 땀과 노력을 기울인 제작품에 대해서는 일종의 애정이 생겨서 더 멋지고 예뻐보이죠.

하지만 약간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고 덤덤한 심정이 되었을때) 다시 그것을 돌아보면 의외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발언은 해도 될지 솔직히 조심스럽습니다만 

크랙으로 아방스에 올라오는 많은 초보 제작자분들의 게임을 뜯어서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소스보다

몇수십, 백배는 훌륭한 자료들이 무료로 웹상에 널려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찾는것과 변형해서 이용하는것도 어느정도 노력과 지식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진짜 멋진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에 저작권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 소스는 왠만해선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남의 소스 가져다 사용하는 사람들이요? 장담컨데 게임 만들다가 중간에 99.999% 그냥 포기합니다.



3. 공유와 상호 발전


요즘은 프로그램이 하도 거대화되어 폐쇄적인 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에게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함께 개선, 개발해나가는 구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구글이나 리눅스 등이 이에 해당하죠.

영화 감독들도 거장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있을것이고

그림이든 게임이든 뭐든 세상 어떤 종류의 창작자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상호간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법이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VX툴을 제일 잘 만지시는것같은 에반모시기 제작자님의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여기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궁금해서 뜯어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탁 치며 감탄하기도 하고 하면서 메이커 툴의 활용법 등을 빠르게 많이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게임에서 소스나 대사나 뭐 이런걸 그대로 가져다 제 게임에 사용하거나 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툴 배우는, 교육적 목적으로는 가장 빠른 방법이 이거죠.

다른 좋은 게임을 접해보지 않고 자기 혼자서만 메이커툴을 파봤자 이벤트 활용법도 알기 힘들고 궁금한것에 대한 해답도 찾기 힘들고 한계가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악의적인 도용을 하지 않는 이상 크랙툴 자체의 사용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사실, 막을 수도 없지만요(귀찮아서 포기하게 할 수는 있지만).



......여하튼 글이 더이상 길어지기 전에 이쯤 줄이렵니다.

제 의도가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