릐윈이라 한 남자는 얼빠진 모습으로 서있는 페이드 뒤로 돌아가 두 손을 묶었다. 손목을 꽉 조이는 느낌이 나고서야 페이브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온 몸을 흔들며 저항했다.
"이, 이보시오, 이보시오! 경찰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아앍아앍앍"
"허허, 그럼 살인자가 사람 죽였다고 순순히 자백하나? 저항하지 말고 쉽게쉽게 따라와."
"그럼 사람 안 죽인 사람이 안 죽였다 하지 죽였다 하겠소? 날 좀 풀어주시오!"
"잔말말고 따라와!"
퍽-. 페이브의 시야가 새카매지더니, 이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그 자리엔 검은 어둠만이 남아있었다.
온 몸을 옴짝 달싹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저 어딘가에서 눈을 강렬하게 때리는 저 어두운 촉수의 등은 뭐란 말인가? 페이브의 머릿속은 갖가지의 가정과 추측으로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결국 그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못한 채, 그는 이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질문을 했다.
"여기가, 어디요?"
"아, 안심하시오. 여긴 제국 수사대 취조실입니다."
차아암으로 안심되는 모양새를 하고, 어째서인지 검붉은 빛으로 탈색된 몽둥이를 든 이가 페이브의 앞에 있었다. 페이브는 아까전 자신이 겪어야 했던 어이 없는 그 일을 기억해 내며, 온 몸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삐꺽삐꺽 의자를 흔들자 날아오는 것은 몽둥이었다. 퍼억- 하는 신명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가고, 눈 앞에는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그의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세요. 여기는 취조실입니다. 당신이 저항할 권리는 없어요."
"크윽-. 뭐요?"
그의 반응에 수사대 사람은 페이브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몽둥이를 어깨 위로 들었다. 그 모습에 페이브는 온 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처억 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쪽에 가까운 팔 뼈에 뜨거운 고통이 흘렀다.
"어이구, 어이구, 컼컼. 경찰양반! 난 여기 오래 있을 수 없소! 전화기, 전화기좀 주시오!"
"이보세요! 여긴 지금 취조실입니다. 전화는 없어요. 당신, 감방에 있다가 깨어나질 못해서 이리로 왔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뭐라구요? 전화가 없다구? 아니, 그보다도 조금전에 뭐라 그랬노. 여기가 취조실이라고? 내가 범죄자라, 그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여긴 그 악명 높기로 유명한 제국 수사대의 취조실이죠."
그러고는 다시 전의 그 막대를 치들었다. 슈우웅 파악! 짜릿한 감각이 허리에서부터 퍼져 머리, 반댓쪽 허리까지 다다르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페이브는 온 몸을 비틀면서, 자신이 잘 못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어째서인지 포기보다 먼저 제시카, 그녀의 얼굴이 먼저 떠올라 버린 사실에 쓴 웃음을 지었다. 제시카는 이 곳에 올 수 있을리가-. 없다.
"아이구, 아이구-. 제가, 제가 잘못했소!"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것 같군요."
아까부터 얼굴에서 매양 미소가 떠나지 않던 수사대의 사람은 기분이 좀 더 나아진듯, 산뜻하게 살짝 튕겨 페이브에게 등을 보였다. 그리고는 책상에 놓인 종이쪼가리를 들고는 그에게로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