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동자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페이브의 모습이 보였다.
"아, 아냐! 이건 말이지•••"
"실망이야."
휙 돌아서는 그. 그녀는 그에게로 손을 뻗어보지만, 손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아냐! 아니란 말이야!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줘! 페이브!"
임은 갔습니다. 삐걱삐걱 울부짖는 마루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임을 애써 붙잡아 두려는 바람의 손조차 뿌리친 채. 임은 가버렸습니다. 임이 가고 남은 자리엔, 임이 있었습니다. 임은 임을 그리워하며, 외치었지만, 힘없는 메아리만이 임에게 답해주었습니다.
"흑."
제시카는 애써 두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그녀의 눈가는 습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도카니 서 있던 그녀는 마침내 결정을 내린 듯 비장한 표정으로 현관을 향했다.
'페이브, 그를 찾고 말겠어. 그리고 그 오해를 풀고, 그를 내게로 되찾아오고 말거야.'
이내, 집 안의 고깃덩어리만이 고요히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