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춤추는 소리가 보인다.
흘러가는 시간은 무심하게 그곳을 관통한다.
고립된 방. 그 방 안에서 김에로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심장이 떨렸다.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불안감들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그의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김레도... 어디 가 버린 거지?'
문이 바깥에서부터 잠겨 있고,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의 세상이었다.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된 세계였다. 이 공간에서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생각나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방은 한 남자의 친구가 가진 방이 되기에 충분한 요건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컴퓨터. 침대. 책상. 의자. 책장. 그 안에 깔끔히 정리된 수를 헤아리기 힘든 책들. 쓰레기통에 버려져 굳어진 휴지.
모든 것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그가 속해있는 공간은 별세계의 그것만도 같았다.
아니,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찰칵.
문고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별세계의 방은 이 세계의 방이 되었다. 모든 것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가 속해있는 공간은
그가 숨쉬는 증거가 되었다.
정신이 번쩍 든 김에로는 한 템포 느려진 반사신경으로 고개를 들어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생기가 돌아온 방과 대조되는 이질적인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한번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안녕, 네가 에로야?"
소름 끼치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농염하고 달콤하여 마치 온몸을 훑고 지나간 기분을 느꼈다.
김에로는 전신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맛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그녀의 눈빛이 에로를 꿰뚫을 듯 쳐다보았다.
실제로 그는 머리부터 손 끝, 발 끝, 심지어는 그의 내장과 정신까지 꿰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나체가 된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그 이질적이고 고혹적인 눈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눈망울은 그의 온몸과 달라붙기라도 할 듯 촉촉하였다.
그리고 그도 모르는 새 그녀는 그녀의 새하얀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레도 누나. 브랙. 편하게 말 놓고."
그녀는 아담한 그녀의 입술을 고혹적으로 움직이며 속삭이듯 말하였다.
그녀는 내가 앉아 있는 침대의 옆자리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그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듯한 흔한 행위마저 에로의 정신을 까마득한 곳에 두게 하였다.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도 않았건만 그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 기분을 떨쳐내며 애써 물었다.
"아...네...아니, 응. 누나.. 근데..그..그.. 옷이라도.."
그의 말대로, 레도의 누나 브랙은 방금 몸을 씻고 나온 듯 베스 타올 한 장만을 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온몸은 유리같이 매끄럽고 빛났다. 그리고 특히 그녀의 허벅지.
실오라기 한 장 걸쳐져있지 않은 그녀의 다리는 놀랍도록 매끈하고 하얬다. 눈을 뗄 수 없었다.
"뭘. 동생 친군데.."
"그...그래도....."
에로는 그의 우뚝 솟아있는 바지춤을 가르키려다가, 뒷일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기에 그 행위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녀의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내 생각까지 뽑아내는 듯 농염한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아항! 뭘, 사춘기 남자애라면 당연한 거지."
그 말에 에로는 바지춤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환부가 미치도록 뜨겁고 아팠다.
당장이라도 입고 있던 청바지를 벗어내고 존슨의 고통을 해방시켜주고 싶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벗기만.
평소 패션 센스를 뽐내려고 입는 그 스키니 진은 지금 그를 잡아줴는 옥쇄가 되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것을 벗었다간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죄이다. 사형을 받아 마땅한 큰 죄.
배스 타올 한 장 걸치고 나온 그녀를 생각해보면 그건 모순이었지만,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꼈다.
"고통스럽니...?"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전신에서 울렸다. 그 말은 마치 마법에 걸려 있다.
그의 온몸이 활화산에 던져진 듯 뜨거웠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정신이 새하얗다.
그는 끝내 균형을 잃고 침대에 푹 쓰러졌다.
"훗..."
그녀는 조소를 머금은 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고싶다는 듯 그 얼굴을 드리밀며 그녀도 같이 몸을 눕혔다.
"누...누나.. 대체 왜.."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그는 새삼스러운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눈부신 미인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나는 이상의 여성상이었다. 그는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였다. 그 와중에 그녀는 입술을 드리밀었다.
"츄릅.. 쩝.."
그녀는 나의 모든 환부를 알고 있다는 듯 입술을 핥아 왔다. 그리고 급소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에로는 자각 없이 입을 벌렸다.
그러자 서로의 타액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미 둘은 하나였다.
입술은 두 개이자 하나였다.
혓바닥은 두 개이자 하나였다. 마치 꽈리를 튼 뱀처럼 서로를 노려보다가, 나무를 감싸며 올라가는 뱀처럼 서로의 혀가 섞였다.
그들의 타액은 그들이 느끼는 쾌락을 증명해 주듯 침대 위와 서로의 몸을 홍건하게 적셨다.
"누...누나.."
"쉿."
그녀는 검지로 입을 막는 제스쳐를 취한 후 그 손으로 그녀의 배스 타올의 매듭을 풀어 가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를 조여오던 족쇄의 끈을 풀고 있었다.
천쪼가리 위로 손이 닿았을 뿐이건만, 그의 남근은 그 무엇의 기세도 두렵지 아니한 듯 불끈댔다.
그는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을 느끼며 대답이라도 하듯 배스 타올이 사라진 그녀의 봉긋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처음 만져보는 가슴의 촉감은 젤리와 마시멜로를 섞어논 듯 하였다.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정상에는 봉긋한 돌기 같은 것이 나 있었다. 그것을 조금 심술궂게 꼬집었다.
"하앙..!"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그 교성은 나의 이성을 좀더 먼곳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이성이 멀어진 것에 대한 반응은 확실하였다.
그의 다른쪽 손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하체로 향하였다.
이미 족쇄가 풀리고 그녀의 손에 어루만져지던 그의 육봉은 활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운 액체를 내뿜었다.
"흐아악!"
하나가 된 뱀은 몸을 풀었다. 끈적한 타액이 묻어나온다.
의식이 아득해졌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엄청난 사정감이었다. 온몸의 감각이 사라졌다.
그와 대조되게 그의 육봉은 별개의 생명체라도 되듯 전혀 감각과 생기를 잃지 않고 더욱 강하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내뿜은 액체는 나와 그녀의 몸을 적신 걸로도 모자라 침대와 이불까지 끈적한 액체로 액화시켰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는 그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세는 그들의 감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구.."
그녀는 그 말을 뱉으며 온통 땀범벅이 된 그녀의 몸을 힘겹게 이끌어 에로의 몸을 눕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그녀의 남근을 보며 그녀는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허리를 내린다.
"흐아앙..!"
기쁨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에로는 방금 느꼈던 사정감과 비슷한 쾌락을 느끼며 표정을 찡그렸다
그 솔직한 반응에 살짝 미소짓던 그녀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다시한번 고립되었다.
그곳은 고립된 세상이다. 그곳엔 에로와 부랙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정적이었다. 마치 생기를 잃은 듯 채도가 없는 세상이었다.
채도가 사라지자 명도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명도가 사라지자 공간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는 단지 그와 그녀만이 달콤한 교성을 내뱉으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춤을 추고 있었다. 남자를 기쁘게 하는 춤. 그 춤을 온몸으로 느끼는 에로는 상상도 못할 쾌락을 느낀다.
너무나도 강한 쾌락의 감도에 그는 다시한번 전신의 감각을 잃었다.
그러자 그마저 없어진다.
그녀는 농염하고 질퍽하게 허리를 돌린다.
그녀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곳에는 그들의 신음과 물 비슷한 것이 철퍽거리는 소리.
살들이 부딪히며 찰싹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그 소리들은 하나의 음악이 되었다.
질퍽. 철썩. 하아앙..!
하아..!
살들이 달라붙는다. 찰싹.
으아아..!
애액이 홍수라도 난 기세로 사방에 튀긴다.
시간축조차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그 공간에서 언제 사정됬는지 모를 정액.
그 정액은 그들의 온몸을 적셨다
비릿한 냄세가 난다.
그러자 그 냄세조차 음악이 됬다.
하아앙..!
달콤한 꿀과도 같은 그녀의 교성.
하아..! 하아..!
온몸에 달라붙는 듯한 그녀의 거칠어진 숨소리.
희대의 명곡이 연주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음악에 몸을 맡기며 쾌락에 몸을 내던졌다.
그러자 그녀마저 없어졌다.
그와 그녀가 사라진 공간엔 오직 두 육체가 하나가 된 체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배제당한 채 오직 육체의 쾌락만을 쫓는 두 육체만이 있는 공간.
아앙..!
그녀의 육체가 내뿜는 신음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
하아!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만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그와 그녀의 허리돌림이 빨라진다.
음악의 템포가 빨라진다. 음악의 피치가 올라간다.
"아...아아앙...아아!!"
그녀의 너무나도 여려서 만지면 부숴질 것만 같은 새하얀 몸은 이미 몸이 아니라 액체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액체가 된 것 같았다.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액체는 이미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를 돌린다.
좀 더 빨리.
좀 더 강하게.
좀 더 격렬하게..!
그러자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휜다.
채도와 명도를 잃고 새까매진 공간은 명도를 찾는다.
그러자 공간은 새하얘졌다.
"으아...아..아아..하아아아앙...!!"
그녀는 잔뜩 쾌락에 취하여 있는 힘껏 신음을 내뱉어낸다.
그러자 에로의 육봉을 조이고 있던 고깃덩어리는 세상을 압사시킬듯한 기세로 육봉을 조여 왔다.
그의 세상도 하얘졌다. 그의 세상을 탁한 백탁의 액체로 물들인다.
"하아... 하아.... "
쾌락의 여운을 남기는 듯 꿀 같은 교성을 내뱉는다.
그들의 세상이 명도를 찾았다.
공간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만든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째깍. 째깍.
그 방에서 시곗바늘이 춤추고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것은 무의미했다.
방은 에로와 부랙에 의해 고립되었다. 사람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그 방은 그 역할을 할 수 없었기에 고립당했다.
그리고 그 방에서 레도만이 망연자실하게 물에 빨아서 말리지 않은듯 홍건하게 젖어있는 침대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