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업계에 있어서 현금거래라는 존재와 주제는 항상 ‘논란’이라는 단어를 쌍둥이 형제처럼 달고 다닌다. 게임을 하면서 현금이 오가는 것.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민감하고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온라인 게임업계의 역사가 이제 10년을 훌쩍 넘긴 것으로 셈이 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논란 속에서도 가장 자극적이고 또 시민사회 등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바로 온라인 게임의 현금거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행성과 과몰입, 게임이라는 존재에 가장 좋지 않은 모든 어두운 부분들과 연관 지어지는 현금거래는 단연 게임업계에 있어서 ‘위험’이라는 램프의 점열등을 깜빡거리게 만들 수 있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 현금거래는 업계에서 사행성을 조장하고 과몰입을 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암적인 존재로만 여겨지고 있을까? 정말로 그렇다면 업계에서 현금거래라는 요소는 반드시 퇴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여전히 아이템 중개 거래 사이트들을 통해 업계에서 개인 간 현금거래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막대한 수준의 현금거래 시장이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구성되고 또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민감하고도 자극적인 논란을 낳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민감한 사안인 현금거래라는 논란은 ‘나쁜 것’인지,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것’인지 아무런 결정도 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게임업계는 현금거래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일까. 왜 흑백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일까.
사실 한 해에 현금거래가 논란이 되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게임이 오르내리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 논란과 과몰입 논란이 나올 때 마다 현금거래에 대한 위험성과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업계 내외를 둘러싸고 꾸준히 나오는 고정 레파토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현금거래 논란은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긴다. 시작은 디아블로3라는 희대의 주목을 받고 있는 타이틀이 유저들의 개인 간 현금거래를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경매장 시스템을 탑재할 것이며, 우려와 논란을 낳기에 충분한 국내 시장에서도 강행을 할 의지를 내비치면서 애써 외면해 두었던 현금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온라인 게임업계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현금거래에 대한 이야기와 찬반양론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겼으니. 바로 아이템 중개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IMI가 중국산 게임을 들여오며 게임 내 아이템의 현금화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유저가 원하면 언제든 유저들의 아이템을 게임사가 되사는 시스템을 채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른바 리워드 결제 시스템이라고 명명된 이 시스템은 물론 아직까지는 IMI의 새로운 중국 수입산 게임이 될 명품 온라인에 적용된 상황은 아니지만,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 발표가 난 뒤 곧바로 이런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현금거래에 찬성하며 양성화를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아이템 현금거래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1조 5000억 원 수준이고, 천문학적인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 이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업계 발전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인 간 거래의 경우 법으로 불법이라고 지정한 것도 아니고 자유경제주의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만큼 업자가 아닌 이상의 개이 간 거래는 분명히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측의 입장도 명백하다. 개인 간 거래라고는 하지만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양은 이른바 소위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판매되는 아이템과 게임머니들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작업장과 연관된 불안정하고 피해가 갈 만한 부분들은 분명 규제 대상인 만큼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현금거래는 섣불리 양성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팽팽한 주장 속에 상당히 ‘애매한’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게임업체들이다. ‘현금거래가 활발한 게임일수록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라는 사실은 쉬쉬하지만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국내 업계의 ‘성공 방정식’중 하나다. 만약 현금거래가 양성화 된다면 게임업체들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디아블로3의 사례와 같이 개인 간 현금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시스템이나 편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중개료를 게임사의 수익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행성과 과몰입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게임사들은 ‘반대하고’있는 입장임에는 다름이 없다. 게임사들 입장에서 섣불리 현금거래를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선다는 것도 여론 때문에 쉽지가 않다. 양성화가 된다면 좋지만, 지금 당장은 반대를 하고 있는 입장. 현금거래 논란이 나오고 있는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업계 입장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확실히 결정지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는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의 주장이 틀린 것은 없는 만큼(현금거래로 말미암아 게임업계의 이미지가 다운되는 것도, 그리고 사행성과 과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익적인 부분과 규모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무턱대고 찬동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현금거래 시장은 계속해서 논란만 부르며 아무런 결정도 짓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과 자극적인 언급만 오가고 있다.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등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의원은 현금거래가 업계 혼란을 가중하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를 불법화 할 것인지 합법화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방위에서 정부 관계 기관을 압박하고 있지만 부처들도 애매한 현 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정인 것이 사실이다.
현금거래 양성화 논란이 ‘종지부’가 찍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런 준비와 입장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현금거래 시장 양성화 움직임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금거래 경매장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물론, 양성화에 대한 논의를 심도 깊고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이대로 방치했을 경우 국내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현금 경매장 시스템을 답습할 것이다.
상황은 더 이상 단순히 ‘~~해야만 한다’로만 그치지 말아야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의 현금거래에 대한 논란이 인기와 수익을 쫓는 국내 업체들에 무분별하게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과도하게 심화되어 있는 국내 시장에서 업체들이 인기와 수익을 위해 현금 경매장 등의 시스템 탑재를 시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 사실. 업계는 게임 내 현금 경매장이 도입되면 게임 아이템에 대한 환전과 알선행위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악몽과도 같은 이름인 바다이야기는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받은 합법적인 게임기였지만 진짜 화폐로 환전해주는 변질된 경품용 상품권은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주범으로 변질됐다.
현금거래 논란이 업계 역사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불편한 진실로 남아 있는 이유는 그 동안 단발적이고 근시안적인 논쟁만 되풀이 되어 왔을 뿐 이와 같은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과 양성화에 대한 방안 등은 아무것도 마련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항상 단발적으로, 그리고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자극적이고 무의미한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애매한’현금거래 논란을 종식시킬 ‘종결자’는 언제 나타나게 될까. 섣불러서도 안 되는 현금거래 논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논쟁을 지켜보는 이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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