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그녀와 함께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녀가 내게 물어온다.
"오빠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내일? 무슨 날인데?"
나의 대답에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해온다.
"몰라!"
왠지 모르게 갑자기 화가 난 것 같다.
"왜 그래... 갑자기..?"
"..." 아무런 말 없이 나란히 걷기만 한다.
내일이 무슨 날 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11월 11일...
오전 11시
그녀가 내게 문자를 해온다.
[오빠 어젠 미안했어]
나는 주섬주섬 답장을 써준다.
[괜찮아]
답장과 동시에 또 한건의 문자가 온다.
[오늘 밤 10시에 만날 수 있어?]
이번에는 빠르게 답장을 보내본다.
[미안.. 일이 늦게 끝날꺼 같아.]
그러자 이번에도 답장이 온다.
[에...? 오늘 같은 날에도 일 하는거야?]
[작업량이 많이 밀렸다네?..]
나의 답장에 이번에도 답장이 오지만 나는 그녀의 표정을 금세 알것 같았다.
[알았어..]
밤 10시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전화가 온다.
- 아직도 일해?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다.
"응.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될꺼 같네?"
- 그렇구나.. 일 하는데 방해해서 미안~
정말 내가 미안해지는 목소리다.
"미안하긴.. 내가 더 미안하지.."
정말이다.
"아 나 그만 가볼께"
-응..
뚝. 끊긴 전화..
밤 10시 55분.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다.
단단히 삐져있을 그녀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긴다.
[오늘 못 만나서 정말 미안해.. 내일도 일이 있어서 만나진 못할꺼같아.]
평소 같으면 벌써 답장이 오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오질 않는다.
57분, 58분, 59분
11시...
핸드폰이 진동이 울린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축하해~ 어제 오늘 빼빼로데이 기억 못하는것 같아서 많이 삐져있었는데
힘들게 일하는 오빠 모습 생각나서 화 풀었어. 내일도 일 한다니 어쩔수 없지.]
길고 긴 장문의 문자.
나는 답장할 힘도 없이 핸드폰을 내려두고 잠을 청하려 하지만
핸드폰이 다시 요동친다.
그녀다.
[내일도.. 화이팅!..]
밤 11시 11분..
11이 5번 들어가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달콤한 빼빼로 보다 더 달콤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그녀와의 달콤한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이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