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정말 거대한 기계. 왠만한 중형차에 필적하는 크기의 게임기. 그 중형차에 필적하는 크기의 게임기 중, 사용자가 사용가능한 공간은 고작해야 1/4정도. 가히 이 시대의 최고의 기술들만 모였다 자부할 수 있는, 이것이야 말로 미래의 대한민국의 모습.
아마도 생각이 제대로 틀어 박혀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나처럼 이런생각을 할 것이다. 가상현실이지만, 게임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완벽한 가상현실이 아니다.
내가 이 녀석을 처음만난것은,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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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친구의 어깨를 잡고는, 집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역시 부잣집이라 그런지, 넓었다. 그러나, 그 넓은 공간을 넓다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들이 집안에 들어있었다. 하나 하나 세려면 천년 만년이고 집안에 틀혀 박혀 있어야 할 듯 했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하여튼, 일단 내방으로 들어와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놈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 방의 절반을 차지하는 요상하게 생긴 직사각형 모양의 쇠덩어리였다. 정말 거대, 그 자체였다. 왠만한 중형차에 필적할 만한 크기였다.
"이 볍같은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고철덩어리는 뭐냐?"
내말이 하도 어의가 없는지 한참을 웃어대던 내 친구란 놈은 내 어깨에 손을 대더니, 말했다.
"넌 요즘 TV도 안보냐?"
뭐지. 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은.
"어. 요즘 엄마가 못보게 하거든. 둘째 치고 저건 도데체 뭔데?"
내 대답 직후, 한줄기의 한숨이 뿜어져 나오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는 나의 눈을 쳐다보면서 말을 시작했다.
"저건말이지. 무려 약 4000만원짜리 고철덩어리란다. 왠만 한 사람들은 저 볍같은 고철덩어리를 가질 엄두도 못내지."
"오오…. 그래? 그럼 그 고철덩어리는 뭐할때 쓰는데?"
마치 친구의 얼굴은 갑자기 10년은 늙은듯, 폭삭 늙어 버렸다. 그리곤 역시나 고개를 좌우로 여러번 흔들더니, 쉼호흡을 하고는, 다시 나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니, 단순히 쳐다보았다기 보다는, 뭔가를 내눈에 발사하고 있는듯 했다.
"그래. 저 고철덩어리는 말이지, 가상현실게임을 할 때 쓰는 거란다."
"가상현실?"
내 얼굴에 "오오! 멋진데!" 라는 빛이 지나갔는듯, 그놈의 얼굴엔 자랑스러운 빛이 감돌았다. 마치 돌에게 100년동안 가르쳐서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나 할까나?
"근데, 너 수능은?"
나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듯, 잠시 눈을 굴리더니, 친절한 답변을 해주었다.
"어차피 뭐 나야 빽이 있으니까."
빈부격차를 심각하게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부모 잘 만나서….
"자, 그럼 되었고, 이제 한번 테스트 해볼까나?"
친구의 말에 나는 눈을 반짝였고, 그는 알수 없는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음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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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