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나 62점 맞았어!!"
"잘했어. 자, 이제 과거사나 들려줄까."
"첫사랑 얘기 해줘! 첫사랑!"
"으..으잌..."
"첫to the사랑!!"
"알았어. 근데 조금 암울해."
"괜찮아!"
"내 첫사랑은 조금 웃긴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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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의 과거 - 첫사랑]
"헤이 이은랑! 수학숙제 했냐?"
"읰. 안했음!"
"미친놈.. 수학교사 지망생 앞에서 그러면 못 써!!"
"니가 물어봤잖아, 윤개화!!"
"아 참. 그렇구나."
"여튼, 교실가서 도와줄테니까 후딱해!!"
윤개화. 그 애가 내 첫사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시골에서 전학와서는 당돌하게
'제군들 안녕! 윤개화라네! 잘 부탁한다!'
라고 한 마디 던졌다.
그날 이후부터 친구로 지냈고,
수능생의 힘든 환경,
선생들의 무관심과 폭력.
그 모든것을 수다 하나로 견뎌냈다.
그리고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사범대의 합격 결과가 나오던 날.
3개월동안 준비해뒀던 계획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그리고 떠나보내고서야 깨달았다.
그애가 내 첫사랑이었노라고.
사실 그날은 그애의 생일이었다.
선물해주려고 금은방 하는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겨우 오르골을 만들었다.
그애가 좋아하는 금색이랑 빨간색으로 만든다고 비싸다는 금이랑 루비를 미친듯 써서 세공했다.
아버지한테 얻어맞아가면서 만들었다.
다 만들고 선물해주려고 할 때,
그날 그애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애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재수를 했다.
사범대에 합격하던 그날.
난 개화를 묻은 강에다가 소리쳤다.
"야!! 바보 윤개화!!! 내가 너 대신 수학선생 돼 준다!!! 거기서 잘 놀고 있다가 나 가면 꼭 인사해라!!!"
그리고 그 날. 오르골을 팔아넘겼다.
8년 후, 죽어버리고.
10년 후. 왠 당돌한 녀석을 만났다.
그놈과 똑같은.
[회상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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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도, 개화라는 그사람도.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그러게 말이다."
"더 안들려줄꺼야?"
"70점으로 올려오면 더 들려줄께."
"..치사하긴."
"치사한게 아니야!!"
"헹. 째째하긴."
"안 째째하다니까!"
선생을 놀려주긴 했지만,
개화라는 여자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 해도 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