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의 시나리오 작법이라 하면 00~04년대 일본 RPG의 시나리오 작법을 고스란히 배껴서 가르치고 있고, 이러한 시나리오 작법은 RPG만들기로 재현하는데 한계가(캐릭터칩이라던지) 있어 활용해먹기엔 영 글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한 한달에 걸쳐서 일본쪽 시나리오 작법, 영문 RPG시나리오 작법 원서 등등을 도서관등에서 독파해 RPG만들기 시리즈로써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게 이 글입니다. 그런고로 굉장히 주관적이고 기존 나와 있는 작법책과 상반되는 표현이 많습니다만, 시간을 내서 시나리오나 플롯에 대한 작법을 배울 짬은 안되지만 깊이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 번쯤 읽어보셔서 해는 안될겁니다.
1. 시나리오의 역할
서론은 관두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갑시다. RPG의 시나리오에 관해서라면 국가에 따라 가치관이 많이 갈리는데, 서양의 RPG세계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배경'이고, 일본의 세계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야기'입니다. 예컨데 이런 식이죠. '용을 잡는건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에(목표) 용을 잡는 상황을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넣기 위한(시나리오) 배경을 만든다'가 서양이라면, '용을 잡지 않으면 히로인이 죽어버리기 때문에(시나리오) 용을 잡는 상황이 나온다(목표)'가 일본식입니다.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데, 일단 게임 자체의 재미로써 따지자면 숙련된 시나리오 라이터가 아닌 이상 서양식으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재밌는건 당연합니다. 말 그대로 재미를 극적으로 추구하며 그 극적인 상황이 과장된 상황이 아님을 합리적으로 나타내주는게 서양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식 시나리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엔 좋지만, 사실상 이야기의 결말로써(히로인이 모든 병을 이겨내고 살아난다)의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지 게임 자체의 재미는 상황을 극적으로 추구한 서양식 시나리오보다 떨어지겠죠. 다만 일본은 파판7 시절까진 저런 스타일의 시나리오를 고수하다가 비주얼 노벨의 급격한 발달로 대부분 이야기의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시나리오 라이터는 미연시를 만들러 가버리게 됩니다. 확실히 글로써 감동을 주는 부류는 알피지보단 그쪽이 더 강할테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JRPG의 특징 하면 캐릭터 위주의 시나리오가 주축이며, 무엇보다 일본 RPG로써 영향력이 있는 드퀘나 파판, 테일즈 시리즈가 저런 전형적 JRPG의 시나리오 구성을 유지하는한 상황-목표 형태의 일본 시나리오 뼈대는 꽤나 오래 갈겁니다. 사족으로 한국에선 아직도 파판7 이전의 도트게임에서나 쓸법한 시나리오 작법이나 삼류 온라인게임용 배경 짜맞추기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_-;2. 시나리오의 작법서양식의 경우부터 설명합시다. 서양식 RPG시나리오의 전반적 특징은 위에서 설명했습니다. 즉, 서양식 시나리오를 작성할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계관 작성, 그 이후로 그 세계관에 맞는 레벨디자인입니다. 용이 666마리 있어 그 용들을 다 잡아야 하는 세계관을 설정해놨다면, 그 용 666마리를 차례대로 잡게 해주는 스테이지를 구상하는게 레벨디자인, 그 상황을 이야기로써 연결시켜주는게 시나리오입니다. 일본식의 경우는 세계관을 만들고, 소설을 쓰면 됩니다. 네, 소설입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을 만들고, 결말로 향해갑니다. 모든게 완성되면 그 소설을 게임 속으로 옮기면 끝입니다. 대부분의 쯔꾸르 유저들이 일본식의 시나리오 작법을 사용해 플롯을 짜는데 솔직히 쯔꾸르에서 JRPG식 시나리오를 짜실거라면 그냥 바실리어트 받으셔서 판타지 비주얼 노벨을 만드시거나 그냥 소설을 연재하는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 -; 그만큼 작품성과 게임성을 동시에 조율하는게 장난이 아니게 힘들며, 애초에 쯔꾸르라는 툴로 라이터가 쓴 소설을 완벽하게 옮겨낸다는것부터가 불가능합니다. 만월이 차오른 밤에 땀을 흘리며 대치하는 주인공과 라이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을 뽑아 몸을 부딛히는 그 모습이 쯔꾸르로 들어가면 그냥 조그만 도트 두 조각이 어두는 초원에서 서로 부닥치는걸로 끝납니다. 일러스트를 쓰면 되지! 라면 그 일러스트 가지고 그냥 비주얼 노벨을 만듭시다(...) 여튼간에 JRPG식 시나리오 작법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제작 툴이 쯔꾸르인 이상 작법에 대해선 일본식을 따라 갈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작법에 대해선'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쯔꾸르가 꽤나 특수한 툴이라 연출로 넘어가면 서양식, 어떨땐 일본식으로 갈아타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바로 설명하죠.3. 시나리오의 연출
서양쪽의 시나리오는 주로 '사건'을 위주로, 일본의 시나리오는 '캐릭터'를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특징입니다. 예컨데 아래와 같다고 할 수 있죠.
일본 RPG(이하 JRPG)의 경우: 랄프가 집을 나서자 하늘이 붉게 물들어있고, 마을 주민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 중 랄프의 친구가 마을 사람들의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랄프에게 마왕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린다.딱 봐도 RPG만들기로 구현하기엔 일본의 시나리오 스타일이 유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이것 저것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필요한게 많은데다 쯔꾸르의 그래픽적 한계로써는 서양식의 장점인 몰입감을 최대한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그마한 도트의 세계에서 거주민의 눈으로 상황을 설명해줄 누군가(조언자)가 꼭 필요한데, 이건 전형적인 일본식 연출법입니다. 젤다나 파판을 생각해보세요. 반면 서양식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스스로 상황을 이해시키고 혼자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쯔꾸르로 만들 수 있는 자유도라는게 한계가 있는 편이라.. 황량한 벌판에 던져놓고 목표를 주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느끼고 기껏 짜놓은 시나리오는 허공에 날아가게 되는거죠. 결국 몰입을 위한 시나리오의 연출에선 쉬지 않고 플레이어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유리합니다. 즉, 위에서 서양식의 시나리오를 짜 놨다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강제로 진행시켜버리는것은 다시말해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던져주는겁니다(이를 롤러코스터식 레벨디자인이라고 하는가봅니다). 어느 정도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녹아들때까진 약간의 자유도를 희생하더라도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선 서양쪽에서도 많이 엇갈리는 편입니다. 예로 라프 코스터와 같은 디렉터쪽의 의견에선 지나친 자유도는 불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고, 아예 TRPG의 확장된 개념으로써 RPG를 해석하는 클래식 시나리오 라이터(어쩌면 GM의 연장선)들은 완벽한 자유도만이 게임이 갖춰야 할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뭐, 쯔꾸르로 후자는 분명 무리가 있으니 별 수 없이 전자를 따라야 하긴 합니다만 참고하시라고..
뭔가 이것저것 쓰고 싶었는데 갑자기 써내려가다보니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잘라내고 잘라내고 했더니 이것만 남았네요(...) 결론은 시나리오를 구상할때 소설을 쓰신 후 게임제작에 들어가는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로 THE END
1. 시나리오의 역할
서론은 관두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갑시다. RPG의 시나리오에 관해서라면 국가에 따라 가치관이 많이 갈리는데, 서양의 RPG세계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배경'이고, 일본의 세계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야기'입니다. 예컨데 이런 식이죠. '용을 잡는건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에(목표) 용을 잡는 상황을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넣기 위한(시나리오) 배경을 만든다'가 서양이라면, '용을 잡지 않으면 히로인이 죽어버리기 때문에(시나리오) 용을 잡는 상황이 나온다(목표)'가 일본식입니다.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데, 일단 게임 자체의 재미로써 따지자면 숙련된 시나리오 라이터가 아닌 이상 서양식으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재밌는건 당연합니다. 말 그대로 재미를 극적으로 추구하며 그 극적인 상황이 과장된 상황이 아님을 합리적으로 나타내주는게 서양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식 시나리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엔 좋지만, 사실상 이야기의 결말로써(히로인이 모든 병을 이겨내고 살아난다)의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지 게임 자체의 재미는 상황을 극적으로 추구한 서양식 시나리오보다 떨어지겠죠. 다만 일본은 파판7 시절까진 저런 스타일의 시나리오를 고수하다가 비주얼 노벨의 급격한 발달로 대부분 이야기의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시나리오 라이터는 미연시를 만들러 가버리게 됩니다. 확실히 글로써 감동을 주는 부류는 알피지보단 그쪽이 더 강할테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JRPG의 특징 하면 캐릭터 위주의 시나리오가 주축이며, 무엇보다 일본 RPG로써 영향력이 있는 드퀘나 파판, 테일즈 시리즈가 저런 전형적 JRPG의 시나리오 구성을 유지하는한 상황-목표 형태의 일본 시나리오 뼈대는 꽤나 오래 갈겁니다. 사족으로 한국에선 아직도 파판7 이전의 도트게임에서나 쓸법한 시나리오 작법이나 삼류 온라인게임용 배경 짜맞추기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_-;2. 시나리오의 작법서양식의 경우부터 설명합시다. 서양식 RPG시나리오의 전반적 특징은 위에서 설명했습니다. 즉, 서양식 시나리오를 작성할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계관 작성, 그 이후로 그 세계관에 맞는 레벨디자인입니다. 용이 666마리 있어 그 용들을 다 잡아야 하는 세계관을 설정해놨다면, 그 용 666마리를 차례대로 잡게 해주는 스테이지를 구상하는게 레벨디자인, 그 상황을 이야기로써 연결시켜주는게 시나리오입니다. 일본식의 경우는 세계관을 만들고, 소설을 쓰면 됩니다. 네, 소설입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을 만들고, 결말로 향해갑니다. 모든게 완성되면 그 소설을 게임 속으로 옮기면 끝입니다. 대부분의 쯔꾸르 유저들이 일본식의 시나리오 작법을 사용해 플롯을 짜는데 솔직히 쯔꾸르에서 JRPG식 시나리오를 짜실거라면 그냥 바실리어트 받으셔서 판타지 비주얼 노벨을 만드시거나 그냥 소설을 연재하는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 -; 그만큼 작품성과 게임성을 동시에 조율하는게 장난이 아니게 힘들며, 애초에 쯔꾸르라는 툴로 라이터가 쓴 소설을 완벽하게 옮겨낸다는것부터가 불가능합니다. 만월이 차오른 밤에 땀을 흘리며 대치하는 주인공과 라이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을 뽑아 몸을 부딛히는 그 모습이 쯔꾸르로 들어가면 그냥 조그만 도트 두 조각이 어두는 초원에서 서로 부닥치는걸로 끝납니다. 일러스트를 쓰면 되지! 라면 그 일러스트 가지고 그냥 비주얼 노벨을 만듭시다(...) 여튼간에 JRPG식 시나리오 작법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제작 툴이 쯔꾸르인 이상 작법에 대해선 일본식을 따라 갈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작법에 대해선'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쯔꾸르가 꽤나 특수한 툴이라 연출로 넘어가면 서양식, 어떨땐 일본식으로 갈아타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바로 설명하죠.3. 시나리오의 연출
서양쪽의 시나리오는 주로 '사건'을 위주로, 일본의 시나리오는 '캐릭터'를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특징입니다. 예컨데 아래와 같다고 할 수 있죠.
일본 RPG(이하 JRPG)의 경우: 랄프가 집을 나서자 하늘이 붉게 물들어있고, 마을 주민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 중 랄프의 친구가 마을 사람들의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랄프에게 마왕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린다.딱 봐도 RPG만들기로 구현하기엔 일본의 시나리오 스타일이 유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이것 저것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필요한게 많은데다 쯔꾸르의 그래픽적 한계로써는 서양식의 장점인 몰입감을 최대한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그마한 도트의 세계에서 거주민의 눈으로 상황을 설명해줄 누군가(조언자)가 꼭 필요한데, 이건 전형적인 일본식 연출법입니다. 젤다나 파판을 생각해보세요. 반면 서양식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스스로 상황을 이해시키고 혼자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쯔꾸르로 만들 수 있는 자유도라는게 한계가 있는 편이라.. 황량한 벌판에 던져놓고 목표를 주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느끼고 기껏 짜놓은 시나리오는 허공에 날아가게 되는거죠. 결국 몰입을 위한 시나리오의 연출에선 쉬지 않고 플레이어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유리합니다. 즉, 위에서 서양식의 시나리오를 짜 놨다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강제로 진행시켜버리는것은 다시말해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던져주는겁니다(이를 롤러코스터식 레벨디자인이라고 하는가봅니다). 어느 정도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녹아들때까진 약간의 자유도를 희생하더라도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선 서양쪽에서도 많이 엇갈리는 편입니다. 예로 라프 코스터와 같은 디렉터쪽의 의견에선 지나친 자유도는 불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고, 아예 TRPG의 확장된 개념으로써 RPG를 해석하는 클래식 시나리오 라이터(어쩌면 GM의 연장선)들은 완벽한 자유도만이 게임이 갖춰야 할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뭐, 쯔꾸르로 후자는 분명 무리가 있으니 별 수 없이 전자를 따라야 하긴 합니다만 참고하시라고..
뭔가 이것저것 쓰고 싶었는데 갑자기 써내려가다보니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잘라내고 잘라내고 했더니 이것만 남았네요(...) 결론은 시나리오를 구상할때 소설을 쓰신 후 게임제작에 들어가는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로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