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의 증상
정신분열증 증상은 사고, 언어, 감정, 행동, 지각, 의욕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런 다양한 증상들은 환자마다 다르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한 환자에서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다음은 정신분열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⑴ 망상
망상이란 사실과는 다른 생각을 실제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은 일반인들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논리적 대화나 설득, 과학적인 근거 제시에도 교정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환자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수긍이 갈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간혹 망상이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만 잘못되어 있고 그 후의 전개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연결되어 있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것이 망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정신분열증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망상으로는 피해망상, 관계망상, 과대망상, 조종(피조종)망상, 신체망상 등이 있다.
환자에 따라 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보통 여러 망상을 복합적으로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떤 망상은 환청 경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도 하다.
1) 피해망상
누군가가 나에게 해를 입히려 하고 내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려 하며 심지어는 ‘나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경찰이 나를 쫓고 있다”,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음식에 독을 넣었다”는 식이다.
환자는 자신이 그러한 취급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러한 피해망상을 부정하려고 노력하나,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면서 결국 현실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망상 때문에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고발하는 등의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2) 관계망상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 사건들이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미 없는 행동이 이들에겐 모두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암시’하고 있다고 여겨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방송의 내용이 나를 빗대어 이야기한다”, TV에서 어느 유명가수의 공연장면을 보고
“나에게 사랑한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느끼거나, “가로등의 불이 갑자기 꺼진 이유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관계망상 역시 타인들과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한다.
27세의 한 여자 환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웃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자꾸 수군거린다”고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신이 가까이 가면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주 이웃사람들과 말다툼을 벌였으며, 급기야는 폭행까지 했다.
56세 남자환자는 자신의 입원실이 312호였다.
그는 주위로부터 이전 입원환자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3월 12일 나는 죽는다”는
관계망상에 빠져 우울 증세를 보인 적이 있다.
3) 과대망상
실제보다 자신이 아주 위대한 인물이거나, 혹은 특수한 초능력이나 영적인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이 증상을 보일 때에는 함부로 돈을 쓰거나 자꾸 일을 벌려 경제적․법적인 문제를 야기시킨다.
대개는 병전 성격이 열등감과 패배감이 심하던 사람이 발병하면 보상 차원에서 이런 망상을 흔히 보인다.
22세 된 여자 환자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자신이 하느님의 아내라고 주장한다.
그 환자는 항상 “너는 내 아내야”라는 소리를 항상 듣고 있으며 그것은 하느님의 소리가 틀림없기 때문에 자신은 하느님의 아내라는 것이다.
4) 조종망상
조종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무엇인가 또는 누군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것에 저항할 만한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TV나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리를 신이나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주입’시키는 것으로 생각하며
이에 대해 소극적인 저항을 해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에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이 그러한 조종을 거부할 경우,
커다란 피해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8세의 한 환자를 예로 들면 그는 거리의 신호등 색깔이 자신에게 어떤 경고를 하고 있다고 느껴
만약 빨간 신호등을 우연히 보았을 때는 어떤 경우라도 바로 집에 들어와 꼼짝 않고 지낸다.
또한 길거리에 튀어나온 돌멩이가 있으면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어떤 환자는 다른 사람이 텔레파시나 무전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자신의 머리 속에 계속 집어넣는다는 망상,
혹은 TV를 보고 있으면 TV가 자신의 몸 안에서 기를 뺏어 가버려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망상 등의 괴이한 사고를 보이기도 한다.
5) 신체망상
자신의 신체 어느 부위가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믿거나 혹은 자신의 몸에 큰 이상이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체망상은 보통 관계망상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신체 이상이 타인과의 접촉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도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과 악수를 했는데 그 후로 손에 물집이 생기고 간지럽다”거나 “다른 사람이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을 보니
내 얼굴이 이상하게 생긴 것이 틀림없다.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혹은 “내장이 썩어들어간다”는 생각 등이 이에 해당한다.
⑵ 환청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의 말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증상이 환청이다.
그 내용은 대부분 간섭하거나, 비웃거나, 욕하거나, 명령하는 내용으로 환자에게 불쾌감을 주지만,
매우 드물게 충고나 칭찬 같은 즐거워하는 내용도 있다.
물론 정신분열증에서는 환청 외에도 헛것이 보인다거나[환시],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환후],
음식이나 음료수의 맛이 이상하다거나[환미], 피부의 촉감이 이상하다는[환촉]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으나,
환청을 제외한 지각장애의 경우는 정신분열증보다 오히려 뇌 손상을 받은 환자에게 더 잘 나타난다.
정상인도 아주 피곤한 상태로 막 잠이 들거나 깨려는 순간이나 약물이나 술로 인해 헛것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환청의 유형은 잠이 들지도 않았고 술이나 다른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며,
이 상태는 장기간 지속된다.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환청이 나타나면 환자는 무척 당황해하고 심한 경우 공포에 질리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거나, 종교적 도움을 구하거나, 심령과학에 매달리면서 나름대로 왜 자신에게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발버둥친다. 그래서 자신이 수긍할 만한 그럴 듯한 논리를 만들어 환청으로 인한 자신의 불안감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한다.
환자는 환청이 실제로는 자신의 내적 갈망이나 생각이 소리로 들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고 믿으며 따라서 점차로 현실감을 잃어가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즉 환청의 내용과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까닭 없이 실실 웃거나 울고, 상대편의 말을 즉시 알아듣지 못하거나 갑자기 난폭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환청은 정신분열증에서 가장 흔한 지각장애이다. 환자가 방안에 혼자 있을 때 그는 목소리만 존재하는 누군가와 말한다.
그는 그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가라’고 외치기도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이 환자들에게는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환자들은 실제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⑶ 사고진행의 장애
사고나 언어의 논리적 연관이나 연상이 안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기 자신의 논리와 법칙에 따라 생각한다.
사고과정이 논리적 연결을 잃거나 토막토막으로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말은 계속하지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적절한 정보는 거의 전달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말의 핵심’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적으로 ‘사고 연상의 해이(Lossening of Association)’라고 하며 정신분열증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이다.
사고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말이 뒤죽박죽이 되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으며,
비유적인 단어마저 섞이게 되면 더욱 난해해진다.
예를 들어,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한 환자가 ‘비둘기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집단이다’라는 점에 대해서 이상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적그리스도에 대해 한마디하지요. 이것은 우주에서 가장 완전한 집단이에요. 그리스도와 시간은 동격이예요. 부활이 안 되지요. ……”
15분이나 그의 말을 들었지만 필자는 왜 비둘기들이 우주에서 가장 완전한 집단인지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⑷ 정서적 둔마
정서적 둔마란 정서의 폭의 현저한 감소를 뜻한다.
즉, 환자들에게서 눈 여겨 볼 만한 정서적 반응이나 표현이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한 경우 어떤 상황이나 자극에도 얼굴 표정은 마치 인형처럼 무표정하고 꿈적하지 않아
흡사 감정이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 자신의 위생, 옷차림, 식사, 배변, 주위 어느 것에도 무관심하여 이에 대한 감정 반응을 전혀 하지 않아
이 세상과는 전혀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서적 둔마는 일종의 속임수이다.
환자들은 겉보기에는 어떤 소식에도 전혀 꿈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속마음은 아주 정서적이며 단지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때로는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감정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정 변화를 나타내지 않으며 심지어는 미소를 짓는 경우도 있다.
⑸ 자아 경계의 상실
우리가 독립된 개체라는 인식을 힘들게 하는 증상이다. 의사들은 이를 두고 ‘자아 경계의 상실’이라고 한다.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자아감이 희박해진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 때로는 꽃도 되고 마음내키면 하늘을 나는 새가 될 수도 있다.
만약 환자 자신이 “사슴이 되어 들판을 뛰어다닌다”고 말한다면 그는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⑹ 자발성 장애
직업을 가질 기회가 드문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자발성에 문제점을 나타낸다.
그들은 외부세계나 그 안에서의 자기 진로에 관해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환자의 자발성 장애를
증상의 일부라기보다는 성취 동기의 부족이나 성격적 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발성 장애는 흔히 가족이나 일반인들이 병의 한 증상으로 보지 않고
본래 갖고 있는 기질이나 성격으로 오해하는 증상의 하나이다.
⑺ 외부세계와의 단절
환자들은 자기 방에 하루종일 앉아 무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아무도 찾지 않으며,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심해져 자폐증의 경지에 이르면 환자들은 거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아무런 시도도 하려 하지 않는다.
이 역시 자발성 장애처럼 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나 타인에 대한 거부라는 오해를 자주 불러일으킨다.
⑻ 움직임의 감소
이 증상의 환자들은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여러 시간 한 자리에 못박고 미동 없이 앉아 있기도 한다.
간혹 입 주위가 떨린다든지 또는 안면 운동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보통 항정신성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약물 투여를 받지 않은 환자에게서도 이런 증상을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증상은 널리 알려진 현상들이다. 이 밖에도 흔하진 않지만
어린애 같은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퇴행 행위를 추가로 들 수 있다. 퇴행을 보이는 환자들은 친구들을 회피하고,
일을 소홀히 하며 의존적이다. 심한 경우 목욕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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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온 곳 : http://www.hwabyung.com/board/mboard/mboard.asp?board_id=schizophrenia_01&group_name=admin&idx_num=2&page=1&category=&search=&b_cat=0&order_c=idx_num&bt_step=0&order_da=desc
줄바꿈 / 글꼴 - 정도만 편집했습니다.
읽어볼만 하고, 읽어내리는 동안 저 스스로가 조금 찔리는 것도 있네요. 워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