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설정놀음 끝판왕...)
문서 구분마다 ▩를 넣었으니 Ctrl + F 로 ▩를 찾아보시면 편할겁니다.
▩
제 1장 피난
지난 줄거리
넬라탈 대륙의 중앙부에서 라스발바르는 다스다라의 전폭적인 교육 지원으로 곧 세계 제일의 강대 부족이 된다. 다스다라 기원전 2년 마침내 중앙의 다른 대부분의 부족들을 자신들의 힘 아래에 두게 된 라스발바르 부족은 대 멸망 이후로는 최초의 국가를 선포하게 되는데. 이는 곧 다스다라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스다라력으로 2년, <세계의 벽>에서 아도림들이 대대적으로 넬라탈을 침공하기 시작한 2차 아도림 대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다스다라에는 내전 중인 탓에 다스다라는 라스발바르의 확장을 막을 수 없게 된다. 2차 아도림 대전쟁 말기에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던 다스다라는 거대해진 라스발바르의 확장을 막기 위해 동쪽 라마스 반도, 북쪽 켈반 반도 등에 대항국이 세워지는 것을 돕는다.
이제는 완전히 독립하게 된 라스발바르는 그 후 약 200년간 어떠한 외세의 영향 없이 스스로의 부흥을 일궈낸다. 그러나 불완전한 배움은 고인 물을 만드는 법, 라스발바르의 귀족들은 점차 평민과의 거리를 두려 하고, 단지 지배방식의 차이였던 귀족과 평민은 점점 종족 수준의 사회적 차이를 만들게 되는데.
한편 라스발바르의 귀족들은 나날히 성장해가는 자신들의 국가를 자신들의 모태가 되었던 다스다라와 견주기 시작하고, 이는 곧 다스다라 정복이라는 사업에까지 확장된다. 280년,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한 다스다라가 기습적으로 인근 국경지대 협곡에 거대한 라스발바르 장벽을 세우기 시작 하였으나 이는 라스발바르의 정복욕을 꺾기에는 부족하였는지, 283년 급기야 라스발바르에 형식적으로나마 파견된 다스다라의 관리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는 곧 국교의 단절을 의미하였으며 라스발바르-다스다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미 전쟁 준비를 해 놓았던 라스발바르는 283년 50만 대군을 이끌고 다스다라 동북부 지역을 침공하기 시작하였다. 라스발바르군은 그러나 다스다라의 수성 전략과 치밀한 보급로 봉쇄 작전에 의해 결국 군량이 바닥나 291년 후퇴하였다. 294년 라스발바르 장벽이 드디어 완공되었다. 295년, 라스발바르는 더욱 치밀한 준비를 하여 150만 대군에, 이전보다 3 배 가량의 보급품을 싣고 다스다라 침공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라스발바르군은 이내 이전과는 다르게 라스발바르 장벽에 막혔고, 이곳에서 5년 넘게 장벽 곳곳의 침입을 시도하였으나 번번히 실패하고는 패퇴하였다.
라스발바르의 다스다라 침공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150만명이 모두 직업군이던 라스발바르는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이러한 손실은 곧 귀족들의 횡포를 만들어 농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였다. 1차 침공이 실패하고 2차 침공을 준비하던 도중, 이미 수많은 반란군이 생긴 라스발바르는 300년, 라스발바르가 패퇴하며 군대를 해산할 때, 동시에 수많은 성과 귀족들이 반란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살해당했다. 직업군인들은 귀족들을 위해 싸우는 것 보다, 가족들과 함께 싸우길 원했고, 이는 곧 라스발바르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였다.
약 5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혁명군의 주축이 된 자는 305년, 다스다라 고대어로 ‘푸른 태양’, 혹은 큰 태양을 뜻하는 <부세파라>라는 신생 통일국을 선포하였으며, 과거 라스발바르 시절 라스발바르 부족 출신이 지배층이던 것을, 각 지역 부족들의 권력자를 그대로 지배층으로 삼게 되는 큰 권력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부세파라가 세워지고, 그들의 정서적 일치를 위하여 황제는 신생 세이딘 천신교를 국교로 선포하였다.
라스발바르의 정권이 붕괴한 이후로도 혁명 시기 중 혁명군의 손을 든 라스발바르 출신 귀족들은 큰 피해 없이 그대로 부와 권력을 얻을 수 있었다 고 믿었다. 그리고 다스다라 력 310, 부세파라력 5년, ……
▩
전 세계 지도
▩
"태자, 이곳입니다."
"흠..."
태자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는 동료군 '하락 덤'의 보고를 듣고 직접 자칼 국경수비대와 함께 '세계의 벽' 깊은 곳까지 시찰에 나섰다. 여전히 이곳은 기분 나쁜 곳이었다. 게다가 어디 가까이에 까마귀떼라도 있는 것인지 음침한 합창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는 하락 덤이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 보았다. 과연 하락 덤의 보고대로 몬스트로 '족'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몬스트로 '족'이라 하면, 보통 사오십 마리가 부족을 이루어 그들 부족을 영위하며 이따금씩 자칼 마을로 넘어와 자칼의 국민들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던 녀석들이 아니던가, 그동안 우리 도깨비들은 몬스트로들을 국가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어떠한 예술조차 없는 하등한 종족이라 여겨 왔는데, 그런 놈들이 식량을 모으고 예술 활동을 한다?'
사실, 말이 그렇지 도깨비인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가 말하는 예술 활동이란 무예를 일컫는 말이다. 게다가, 몬스트로들이 도깨비의 놀잇감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몬스트로들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도깨비들, 그들 중 가장 나약한 자라도, 키가 보통 인간의 1.5배를 넘기며 덩치 또한 그만큼 크고, 무예가 예술의 전부인 줄 알며, 가장 강하고 용맹하고 유쾌한 자가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그들로서는 몬스트로들이 놀잇감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인간에겐 매우 버거운 상대이다.
산등성이 위에서 바라본 몬스트로들 중에서는 식량을 모으는 것들 이외에도 전투훈련을 받는 자도 보였다.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가 그런 그들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때, 한 수색군이 소리쳤다. 그는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 저기를 보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르고, 험준하기로 소문난 '세계의 벽'에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거대한 평지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놀랄 거리였지만,(그리고 하락 덤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몆 개월 전만 해도 강이 흐르는 산중이었다는 것에도 놀랄 거리가 있지만), 지금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가 놀라는 이유는 그런 사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까마귀 소리. 하지만 그것은 까마귀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천만의 몬스트로들의 기분 나쁜 발성음이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가 있는 산에 몇번이고 부딫혀 나는 매아리가 겹쳐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것도 평야를 가득 매울 정도의 몬스트로들이 전투 훈련을 받으며 내는 소리였다.
로젠타로 프라토는 이제 이 상황이 심산찮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몬스트로 '족'은 이제 더이상 단순한 부족이 아니었다. 이제는 몬스트로군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전쟁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는 그들이 하는 '예술'을 자세히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이미 오합지졸의 칼놀림이 아니었다. 태자인 그가 반할 정도로 현란한 '예술'이었다.
그때,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태자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화살인 것을 알아챘다. 화살은 정확하게 태자의 복부위에 꽂혔다. 하지만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겨우 화살 하나에 끄떡이는 것은 도깨비의 기질에 맞지 않았다.
"태자, 발각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 나도 안다. 그보다는 하락 덤,"
"예, 태자"
"나와 함께 어디로 가야겠다."
"어디를 말씀입니까?"
"이건 예삿일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
"예"
"도움을 구해야 겠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당장,"
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는 자기 복부에 꽃힌 화살을 으그러트리며 말했다.
"화이트홀스로 간다"
그리고 태자-로젠타로 헤드브래이커는 수비대장에게 일렀다.
"보고는 네게 맡긴다. 그리고 뒤처리도"
"명 받았습니다!"
국경수비대 일원은 각자 자신들의 둔기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몬스트로들이 쫒아오고 있는데 두렵지 않느냐고? 그들의 입가에 서린 웃음을 본다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하며, 유쾌한 도깨비들이니까.
그리고 태자와 하락 덤은 축제에서 빠져 약간의 씁슬함을 느꼈다.
시아라- 말달리자(중요한 생각)- 시아라를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사람.
화이트 홀스 - 입성- 로젠타로 프라토의 고뇌(말듣고)- 궁- 내전상황
나는 시아라. 본명은 아라 시석이다. 성은 아라씨, 이름은 시석. 과학기술이 절정인 세상에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곳에 왔다. 이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 생애의 단순한 사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던 것 같다. 넬라탈에 KARI시설로 친구와 함께 떨어진 나는, 비록 사고를 당했지만 KARI사람들의 친근한 보살핌으로, 곧 다시 집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그렇게 숨기던 의문의 힘을 우연히 발견한 뒤론, 상황이 달라졌다. 문호영, 그 사람은 내게 나노 로봇이 담겨 있는 주사를 강제로 투약 했다. 그러자, 그렇게 친근해 보이던 사람들이. 그렇게 친하게 대해 주던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나를 죽일 기세로 덤벼들기 시작한 것이다. 가까스로 그들로부터 탈출한 겁에 질린 나는 몇일간 쉬지 않고 정처 없이 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거리를 죽지도 않고 뛰어온 것이다.
그리고 내 생명의 불꽃이 머지 않았음을 확인한 순간, 나의 스승, 글리다가 나를 거두어 지극 정성으로 간호해 주었다. 내가 아는 한, 현자의 가장 가까운 사람인 글리다는 내게 마법이란 새로운 학문을 가르쳐 주었다. KARI사람들이 그토록 숨기던 힘이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나노 로봇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는 마법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비록 스승님의 마법으로 내 정신의 분열은 막을 수 있었지만 나노 로봇은 철저히 과학의 세계, KARI사람들을 제외한 넬라탈 대륙에선 그 학문의 일인자인 내가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스승님은 현명하게도 그것을 미리 아시곤 나를 베탈 학교로 보내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동료들과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가장 처음으로 사귄 에트나. 다스다라 남부 베탈 지원학생의 리더 유록, 에거든을 구해 준 관아발 남부 영지 감찰사 아그하 이샬. 베탈 학교의 과거 학장이었으며, 현제 학장이 되기도 한 천문학자중의 천문학자, 에거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보호를 약소한 숲의 주민들. 진화에 실패한 사람들. 운아크라이헤스. 합성 생명체. 또는... 넬라줄.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며, 나는 말을 좀더 격하게 몰기 시작했다. 말의 숨이 찬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따금 그런 말에게 마법을 걸어 고통을 덜어 주었다. 물론 이런 짓이 말에겐 어떤 피해로 돌아올지 잘 알고 있지만. 역시 친구들을 생각하니 그런 고민은 싹 달아났다.
"말아. 미안하다. 이름없는 말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경위는 베탈 학교에서 비밀의 방에서 익숙한 글자를 본 뒤로 부터이다. 도데체 내가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낮선 세상에서 그토록 익숙한 글자를 보게 되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비밀의 방에는 이런 글자가 큼지막하게 보이고 있었다.
[구조 신호 송출]
나는 이것이 곧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겨우 베탈 '학교' 따위에 임베디드 기술 '씩이나' 적용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 마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다칠세라, 말의 속노를 늦췄다. 그러나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비켜서고 그것은 곳 내가 지나가기 위해 비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빠르게 두어명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마을을 가로질러 달리는 것이었다.
"스콜라스 시티 전령..."
깃대에 꼭대기에 뫼 산(山)자 비슷하게 생긴 마크는 그들이 내가 방금 떠나온 스콜라스 시티에서 달려나간 것을 알러주고 있었다.
"도데체 무슨 일이 생겼길레..."
'괴물'들이 스콜라스 시티에 내려오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지역 배치 상 그럴 순 없다. 괴물들은 세계의 벽 근처에서만 출몰하기 때문에 센트라 몬토 산맥 북동쪽 끝단에 위치한 스콜라스 시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실은 나를 더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큰 일이 아니라면 전령이 저렇게 다급하게 화이트 홀스 쪽으로 달릴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화이트홀스. 이곳은 과거의 영광 못지 않게 번성한 대도시. 얼마 전만 해도 축제의 때였던 이유로 시끌벅적 했지만, 지금의 소리는 그때와 사뭇 다른 시끌벅적함이었다.
"주상 전하 듭시오!"
바로 오백년 만의 왕의 귀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보통 왕이라 함은, 대신들과 머리를 싸매며 서로 치고 받고 쌓이는 스트레스로 평균 수명이 40대가 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한 국가. 한 나라, 한 종족만은 예외로 그렇지 않았다. 다스다라의 왕 로젠타로 프라토가 그 경우이다.
굳이 이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 덕에 찾아오는 국가적 특수성 때문인데, 키나즈인인 로젠타로 프라토는 종족 특성상 변심을 하지 않는 항상 검소한 성격이 삶이 시작된 이례로 끝까지 지속되어 죽고 싶을때까지 지속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오는 그의 삶 자체는 엄청 지루해 보일지 모르더라도, 일단, 왕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단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라를 돌봄과 동시에 주변 신하 관리를 뛰어나게 잘 하는 편이어서 다스다라라는 나라는 넬라탈 대륙의 국가들 중에 뇌물이 잘 먹히지 않는 나라임과 동시에 외난은 있을지언정 몰락이 없는 유일한 나라로서 벌써 1200년 간 지속되었고, 로젠타로 프라토는 2대째 500년 동안 나라를 잘 이끌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견고한 나라를 크게 뒤흔들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이를테면 '부세파라'의 침략 이었다. 부세파라라는 나라는 사실 다스다라에 따지자면 신생국이긴 하지만 나름 욕심을 가지고 넬라탈 중원을 야금 야금 정복시켜 결국 넬라탈 대륙의 43%를 차지함과 동시에 다스다라 서남쪽 국경인 센트라 몬토 산맥에 이르기까지 영토를 확장시킨 강대국이다.
그런 강대국의 침략으로 크게 뒤흔들리다니, 다스다라는 과연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논리는 시기상 적절치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은 부세파라가 정복사업을 마친지 딱 10년 된 날이었고, 아무리 그 나라가 다시 내구력을 키운다 하더라도 나름 강국인 다스다라 영토의 1/3을 부세파라에게 넘기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세파라의 침략'은 부세파라군이 개입한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바라보면 그저 다스다라의 내부 분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스다라 정부에서는 '부세파라의 침략', 정부 측 국민에게는 '반란', 반란군에게는 '종교혁명' 부세파라 교황 밎 종교계에서는 '자유의 투쟁', 부세파라 정부에서는 '비밀스런 침략'으로 불리고 있다.
부세파라는 다스다라를 쉽게 수복하기 위해 한가지 묘안을 짜 냈다.
다스다라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법. 바로, 국민을 둘로 분열시키는 것이었다.
부세파라 왕은 서둘러 신흥 종교를 일으켰다. 그리고 전도사들에게는 마법을 수련토록 하였다. 전도사들은 전도할 때 마다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었고 그 마법에 걸린 사람은 맹목적인 믿음과 함께 전도사들이 사용한 마법과 같은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종교로 가장한 마법은 널리 널리 퍼졌고, 왕은 서둘러 스스로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그 거짓된 종교는 넬라탈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되어 다스다라 동부와 남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그 종교를 국교로 삼기에 이르렀다.
부세파라의 왕이기도 한 교황의 말 한마디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으라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다행히 비교적 그런 속샘을 빨리 알아챈 로젠타로 프라토는 국민들에게 마법에 대항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물론, 이런 일이 절대로 쉬운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의 마법천문학교 '베탈'의 도움으로 국민의 1/3이 마법에 걸리기 전에 대항할 힘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거짓 종교에 깊이 빠져버린 국민 1/3, 정확히는 다스다라 서부 국민들은 부세파라 왕의 말이라면 지옥이라도 빠질 태세가 되어 버렸고, 부세파라 왕은 그런 국민들에게 '로젠타로 프라토의 오랜 독재를 벗어나, 자기 스스로 통치할 왕이 될 권리가 있다'며 서부 국민들을 들추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스스로 들고 일어나, 오랫동안 평화롭게 자신들을 다스려 주던 다스다라 정부를 항해 칼을 뽑아 들었고, 교황, 부세파라의 왕으로 부터 '하사'받은 다스다라 공국이란 이름을 내걸고, 이 오랜 내전의 시작을 지방 관리들의 수급으로서 알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기네 국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로젠타로 프라토는 슬금슬금 전장에서 뒤로 빠지기 시작했고, 반란군과 정부간 전선은 점점 동쪽으로 전진해, 결국 리버펠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다. 리버펠 강은 세계의 벽에서 흘러나와 롱 웰 장벽 북쪽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다 센트라 몬토 산맥이 북에서 서북으로 꺽이는 구간에 위치한 스콜라스 시티 중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북으로 흘러 나가는 강이기 때문에 지리적으론 북 다스다라의 동서를 경계짓는 강이었다.
즉, 리버펠 전선이 형성된 시점에서 반란군과 정부군은 어느 쪽이 우세라 할 것 없이 팽팽한 대치를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이런 때에, 결국 다스다라의 수도였던 스콜라스 시티는 비록 서쪽뿐이지만, 반란군의 면전에 위치하게 되었고, 지리적 위치상의 위험으로 로젠타로 프라토는 그의 아버지이자 초대 왕이었던 그란다 프라토에 의해 스콜라스 시티로 천도해 오기 이전, 원래 수도로서 이용되었던 화이트홀스를 임시 수도로 지정하고, 약 500년만에 대신들을 이끌고 귀환한 것이다.
▩
시아라는 스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속으로 말했다.
'분노의 마나를 방출한다. 분개하라'
사내는 어딘가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강대한 힘이 자신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사내들은 이 알 수 없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힘이 마법사의 그 고유한 단련법에 증폭되어 자신들의 목숨줄을 압박해오는 것에 살고 싶다는 생명의 본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뭐지? 뭐... 뭐야?'
사내들은 어리둥절하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온 몸이 굳어버린 것을 느꼈다.
에거든은 비록 이 분노의 마나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내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분노의 파동을 느꼈다. 그리곤 천문학자의 힘으로 이것이 시아라에게서 나온 힘임을 알아차렸다.
'강렬하다! 비록 강력하진 않지만 순수할 정도로 깨끗하게 단련된 분노의 마나는 내가 두려울 정도로 강렬하구나!'
에거든은 일종의 감동까지 느꼈다. 사람의 마음 속에 쉽게 침투 할 수 없는 신뢰의 마나를 시아라가 일전에 이 방에 퍼트렸을 때만 해도 잘 느낄 수 없었던 시아라의 순수한 단련법이, 이번에는 마음 속 깊이 심연의 심장까지 상쳐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침투하는 분노의 마나가 흐르자 그것이 온 영혼으로 느껴졌다. 순수하기가 마치 한빙선 남쪽 끝 차디찬 설원 위에 벌거벗은 체로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분노의 마나는 그가 도깨비땅 북쪽 끝 나카이 어벨 위에 쟉열하는 태양과 함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도 천문학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지만 말이다.
'스승님의 두 번쩨 가르침. 분노를 다스리는 법.'
시아라는 방금 표출한 분노를 어느 정도 갈무리했다. 비록 심장 속에 들끓고 있던 마나를 끄집어 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대로라면 그저 다른 이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뿐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스승님의 가르침대로라면 분노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마나. 무의식적으로도 단련되어 있는 마나라 하셨다.'
시아라는 스승 글리다가 한 말을 기억했다.
"분노는 모든 인간들, 즉, 키나즈, 나즈하락, 사람, 그리고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천연의 마나이다. 분노의 마나는 처음은 자신의 마음에 분함이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한꺼번에 노함으로 바뀔 때 발생되는 마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에 발생할 수 있는 분노의 마나는 마음 속 분의 양에 따라 제한적이고, 또한 네가 단련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어느 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노는 네 정신을 흩트러트리게 되고 오히려 너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분개'라고 한다."
그는 이어서 마나의 흐름은 개개의 사건이 아닌 종합적인 사건에 의한 하나의 현상의 일종이라 하였다. 분노로 치가 떨려 평소 자신이 내지 못했던 힘을 낼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마나 사용의 예라 할 수 있었다. 단지 일반인과 달리 마법사들은 이 과정을 단련을 통해 자신의 의지로 일부 조절해 효과를 극대화시키거나 최소화 시킬수 있는 것이다 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 방금 내가 '분개'하여 모은 마나로 최대한 강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충분한 시간 내에 모두를 처치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
같은 마나라면 당연, 효과가 작으면 마나가 덜 닳고, 효과가 클 수록 마나가 많이 닳는 법, 따라서 이것을 조절하는 것 또한 마법사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비록 힘을 갖추고 있으나, 마법사는 원래 '학자'란 사실을..."
시아라는 글리다가 한 말을 뒤로 하고 천천히 청년 병을 가격하려 했던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사내는 방금 분개의 효과로 인해 온 몸이 굳어버린 상태였다. 비록 자신보다 체구가 작고 그다지 힘이 강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발걸음과 분위기 만큼으로도 사내를 두려움에 빠트리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도데체 시아라의 어떤 면을 보고 자신이 이토록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내는 이런 결론에 다다르기에 이르렀다.
'설마... 법학자? 크억?!'
결론을 내리기 무섭게, 사내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강한 타격을 입었다. 시아라는 사내의 명치에 정확하게 무릎을 올려찍었고 이어서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얼굴을 가격했다. 이것은 무릎차기와 주먹질 단 두번으로 매우 절제된 행동이었지만, 바닥을 뒹굴고 있는 사내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준 행동이었다.
이어서 남은 사내들이 달려들자 곧 시아라는 어떠한 기술 없이, 단지 분노의 마나만을 이용하여 사내들을 때려눕혔다. 기술은 없었지만 단지 힘만으로 가능했다. 이또한 분노로 단련된 육체의 힘이 강해서 가능했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쓰러져 고통에 쌓인 신음이 방 안을 돌게 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은 저마다 시아라를 보고 경외감에 빠졌다. 다만 에거든은 그런 시아라의 강한 모습을 씁슬하게 지켜보았다.
'우리도 저런 힘이 있었다면...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고 살지 않았을 텐데...'
실제로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하늘이 막힌 후로 크게 힘을 내지 못했다. 별을 보지 못하는 천문학자란 그저 몽상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들의 분야인 '이해하는 법'의 범위가 땅으로 제한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자가 '이해'해도 '예언'은 하지 못하는 점이 여기에 있다. 지금도 하늘을 보면 낮에는 두 태양 부세파라와 부파라가 하늘을 막고 있었고 밤에는 수없이 많이 흘러다니는 은가루들 때문에 별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에거든은 자신이 수술 중이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수술에 임했다.
"이런... 쯧!"
에거든이 혀를 차는 소리에 시아라는 무슨 일인가 하여 다가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큰일이야, 수술 중이라 두피를 열어 두었는데, 이놈들이"그러면서 기절한 사내를 발로 찼다"들어오면서 먼지가 많이 묻었어... 이렇게 두면 좋지 않은 것들이 몸 안에 들어와 큰 화를 입을 수 있는데....약이 필요해... 약이... 푸른 곰팡이에서 추출한 약인데..."
"페니실린...?"
"뭐라고?"
시아라가 무심코 뱉은 말에 에거든은 너무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고대의 약을 어떻게 이 사람이 알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자.. 자네 어떻게 그 약의 이름을..."
시아라는 에거든이 너무 놀라는 것을 보고 자신이 뭔가 실수한 건 가 했다. 또한 자신이 살던 세계랑 완전 다른 이곳에서 페니실린이란 말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도 놀랐다.
'역시... 이 세계는 뭔가 이상해... 분명히 나는 다른 세계로 온 게 맞아... 마법이나 처음 듣는 나라들은 그걸 증명해 주고 있어, 연구소 사람들도 이곳이 단순히 우주 저편에 있는 행성이 아니라 우주 자체가 다른 곳이라 했는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러나 이렇게 놀람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도 먼지가 청년 병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그래.. 맞아 그거... 그런데 혹시 자네 내가 식당에 있을 때 같이 있던 늙은이 보았는가?"
"네 봤습니다."
"나랑 친한 약제상인데, 그에게 페니실린이 있네. 앙그반이란 사람인데, 그한테 가서 파란약좀 달라고 하게."
"예?"
"블라필로론(blua pilolon파란약-에스페란토-주)말일세, 그렇게 하면 알아 들을 거야. 그 사람 아마 지금까지 술짓을 하고 있을 테니 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네"
"예, 알겠습니다."
시아라가 본 청년 병의 머리뼈는 아주 작은 부위가 깨져 조각이 살을 뚫고 있었다. 다행이 크게 난 상처는 아니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에거든은 시아라를 보낸 뒤 청년 갑과 을에게 쓰러진 사내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시켰다. 그리고 그는 당장 필요한 수술을 시작했다.
시아라는 밤 길을 걷던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역시 이 하늘은 내가 보기엔 뭔가 기분이 나쁘다..."
하늘은 여전히 빛나는 은가루가 대기에 흩날리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의해 찬란하던 별빛은 가려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이곳 넬라탈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연구소에 있었던 시아라는 저것이 무엇의 잔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주쓰래기..."
우주쓰래기들이 잘개 부딫혀 수백만이던 것이 수천만, 수억, 수조 개로 잘게 조각나 버린 것이 이 상황이었다. 때문에 하늘은 갈수록 탁해지고 쓰래기는 은빛 강을 이뤄 본래 은하를 뒤덮게 되었다. 이 세계이서 더이상 별빛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태양빛을 반사해 내는 빛이나 쓰래기가 서로 부딫혀 내는 불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문득 시아라는 이곳의 본래 하늘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겠지... 물론 지금도 완전히 다른 풍경이지만'
시아라는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하며 어느세 에거든이 알려준 길대로 앙그반의 약재상에 도착했다.
"계세요?"
"어이쿠, 잠시만 기다리쇼"
분명 대답은 바로 했지만 보이는 나무문 뒤에선 여러가지 기구둘이 부딫히고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식당에서 본 덩치 큰 뚱뚱한 모습이 상상되었다.
몆번의 '잔깜만 기다리쇼' 소리를 들은 뒤 문이 한번 쾅 부딫히는(아마도 앙그반이 부딫힌 것이다.)소리가 들린 후 그제야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앙그반은 문을 아주 살짝 연 채로 말했다.
"원하는게 뭐요?"
그의 목소리는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감지하지 못했겠지만, 이런 일에 훈련을 받은 시아라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블라필로론을 구할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빨리 말입니다."
"블라... 아, 아하! 그래.. 그렇지. 자 잠깐만 기다리게나"
앙그반은 혀를 꼬는 실수를 했다. 그리고선 다급하게 문을 쾅 닫으려는 찰나, 다시 문을 열고서 (물론 작게) 물었다.
"설마.. 혹시... 에거든이 보냈나? 에거든이 그 청년들을 치료하려는 것이야? 그렇다면 할 수 없네. 그 청년이 직접 와서 약을 사 가야 한단 말일세"
시아라는 앙그반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왜 이렇게 소극적이고 비 협조적인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앙그반이란 작자도 천문학자인가? 아니다. 이제는 슬슬 눈치 빠른 사람을 모든지 천문학자라 치부하기에는 천문학자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혹시 누가 미리 알려준 것일까? 하지만 누가?
"무슨 소리십니까? 그분이 보내서 온 것은 맟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네, 이건 직접 그 사람이 와야 내가 파는 것이고..."
"지금 그 사람이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라면 제가 당장 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블라필로론을 가져가는게 더 빠를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급한 실정에 약을 주지 않으려는 앙그반을 보고 시아라는 남아있던 약간의 '분노의 마나'를 방출하며 강하게 말했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어조였다. 하지만 앙그반은 그래도 버티고 있었다.
"그... 그래도 환자가 직접 오지 않으면 약의 섬세한 종류를 모르기.."
"항생제에 섬세한 종류를 알아서 뭐합니까"
"...큭"
앙그반도 더이상 버티는건 한계였는지 다리를 떠는 듯 문이 요동치고 있었다. 시아라는 그런 앙그반을 보고 어르신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분노의 마나의 방출을 멈추었다.
방출을 멈추자 앙그반은 마나의 압박이 갑자기 사라지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주저앉아 버렸다.
"블라필로론은... 탁자 위에..."
과연 약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마치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방 안은 이것저것 뒤섞어 어질러져 있었고, 방금 깨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술병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시아라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블라필로론을 들고 나왔다.
"약, 감사합니다. 약값은 나중에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아라는 그대로 문을 지나 나가려 했다. 그때, 시아라의 발목을 붙잡는 앙그반이 있었다.
"?"
"가 가면... 죽어... 가지 말게"
"!"
이미 여러 단서를 얻었고 마법사의 예리한 눈빛으로 앙그반의 행동을 주시해온 터였다. 그리고 이제 앙그반의 말로 한가지 확실해진 사실이 있었다. 앙그반은 협박당한 것이었다.
때문에 에거든의 친구이기도 한 앙그반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은 시아라는 이도저도 못하는 고미에 빠졌다.
"자네.. 혹시 마법학자인가?"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앙그반은 좌우를 둘러보아 누가 없는지 살폈다. "잠시 집 안으로 들어와주게. 시간을 잠시 내 달란 말일세"
"하지만 환자가..."
"재발..."
에거든은 거의 애원조로 말했기에 시아라는 그의 부탁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비록 한시가 바쁜 실정이지만 정작 이렇게 부탁하니, 거절하기 어러운 것이다. 결국 시아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니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라고 앙그반에게 재촉했다.
앙그반은 문을 세게 닫았다. 그리고 집 안에서조차 좌우를 확인하며 누가 없는지 살펴보았다.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그리곤 이제야 안전하다고 확신했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갑자기 시아라의 멱살을 잡으며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잘 듣게, 나는 지금 협박당하고 있어. 내 목숨이 위험하단 말일세. 자네는 이걸 신고해야만 해... 그렇지만 난 그게 누군지 말 할 수 없단 말이야. 지금 이게 알려지는 순간 나는 살해당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래! 잠시만..."
그는 허겁지겁 벽장 서랍을 열어 무언가 찾기 시작했다. 몇 번은
#인물대비. 한국과 일본을 의인화. 한국은 온고지신으로 자손을 가르친 반면 일본은 과거를 감추고 스스로 잘난 줄 알게 공부시킴. 한국은 과거와 미래를 알지만 일본은 자신들만의 자만감인지 자긍심인지 모를 것을 키움. 과거를 부정한체 살아감
▩
이녹키라[inok-era]
나즈하락들의 기원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손상되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추측을 했을 때 그들은 사라진 동쪽 반도 –서쪽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펜도럼[pen-doram] (pandora, 판도라)’대륙- 에 살고 있던 ‘키나즈[Ki-Nas]’족들과 관련이 있었다는 결과가 나온다{그 자료의 한 예로, 나즈하락(Nas-Harhak)과 키나즈(Ki-Nas)에서 나즈(Nas)는 키나즈어로 ‘우리’ 라는 것을 뜻한다}. 키나즈족들은 우리의 나즈하락들처럼 정신파 에너지를 다룰 줄 알았는데, 고대 자료로 비교해 보았을 때 나즈하락보다 최소 수백배는 더욱 강했다. 고대에 우리 ‘사람(Human)’들과 그들 키나즈족들의 교류가 매우 활발했던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그들과 혼인을 맺는 사내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난 아이들은 특이하게도 ‘키나즈족의 전유물이었던’ 정신파 에너지를 다룰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나즈하락의 기원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후략)
-여려가지 기원 시리즈 중, 나즈하락의 기원 권, 서문, 12쪽- 이비스 지음
제 1장, 서문:남자 나즈하락의 출현
광휘는 벌써 몇 번째인지 불안한 얼굴로 창호지를 뚫고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방문 앞을 서성거리다가, 이내 방문 옆에 연결된 누상으로 나왔다. 광휘는 쟉파라의 푸른 구체가 찬란하게 빛나는 맑은 밤, 산통 소리가 들리는 가을하늘 아래에서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아이는 아직이던가”
그러자 그의 뒤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옵니다.”
광휘는 뒷짐을 지다가 다시 풀어 들란대에 손을 얹기도 하고, 또 누상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다가 몇 번이고 한숨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후우....... 이번에는 꼭 여아(女兒)이어야 할 터인데.......”
“너무 심려치 말아 주십시오, 이번에는 꼭 나즈하락의 피를 타고 난 아이가 날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단정할수 있느냐”
“서쪽나라 사람들이 셈하는 방법으로 결론을 내어보았습니다. 그들은 이 셈법으로 여러 가지 확률을 구하던데, 퍽 잘 들어맞더군요”
“이건 서국(西國)인들의 숫자 놀음이 아니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군, 이번에 여아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 꼴도 보기 싫은 정(鄭)씨(氏) 놈들과 같은 꼴이 될 테니 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가주께서 이렇듯 분발 하시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요”
그때, 광휘는 남쪽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유성우를 보았다.
노인은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유성우가 내리는 밤에 보는 아이라,....... 기구한 운명을 탈 지도.......”
그런데 광휘가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을 찡그러 트리며 노인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입 다물지 못할까, 만약 자네가 내가 같은 나이에 있었다면 자네 목은 땅과의 진한 사랑을 나누었을지도 모르네, 물론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죄송합니다”
“그런 것은 다 천인이 생각해낸 미신일 뿐이다. 양인은 양인답게 행동해야지”
“예”
“가을하늘이라, 추워지기 시작하는구나, 이만 들어가자”
하며, 광휘는 판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였다. 평화로운 풍경에 걸맞지 않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리한 아해(兒孩)의 골골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노인과 광휘는 놀라며, 아까 광휘가 그토록 애타게 서성거리던 방으로 바람처럼 달려갔다.
“오오, 부인, 수고하셨소”
10평 남짓한 넓은 방 한켠에는 두 사람이 족히 누울 수 있는 침대와, 그 위로 천장에서부터의 한 쌍의 무명줄이 보였다. 광휘는 부인의 머리 위에서 걸치적거리는 무명줄을 치워서 노인에게 건내며 부인을 격려해주었다.
“그래, 아이는 어찌 되었소?”
할매는 이 근방에서 출산에 대한 지식이 가장 풍부하여, 예정일을 앞둔 산모마다 부르지 못해 안달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 사람이었다. 광휘도 처음에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부르지 못할 뻔 했으나, 기별이 예상일을 훨씬 넘게 되어서 할매가 시간이 남을 때 겨우겨우 부를수 있는 처지가 되었던 귀하신 몸이었다.
“하!, 고놈 참 기가 세서, 보통 걸리는 시간보다 오래 끌었소. 건강한 사내아이오, 참 복도 많으셔. 이놈이 크면 장차 세상을 호령할 지도 모를 놈일세, 히히히!”
할매는 그리 기쁜 듯이 말하였으나 광휘는 침중한 마음이 되었다.
그의 나이 이제 51세, 그가 장가온 부인의 가문이 정계에 진출한 지 어언 1600년. 이 나라와 일생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가문은 사실 따뜻한 북쪽 지방에서 살다가 자크림[zhakrim](zhakrim)들의 공격이 심해져서 이 추운 남쪽으로 이주한 이주민들 중 하나였기에 가문에 입지는 매우 적었으며, 정계에 진출할 의도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2대 국왕 아사일이 국토를 순례하던 중 가문 사람 여자의 대다수가 나즈하락인 것을 발견하여, 지난 50년간 혼란스러웠던 때문에 국내에 나즈하락들의 수가 부족해진 것을 이유로 간청하고, 여러 가지 권력 도구로 회유, 또는 협박을 가하여 이 정계에 진출하게 만들었다. 가문의 남자들이야 나즈하락도 아니고, 특별한 정치능력도 없었지만, 나즈하락들을 등지고서 정계에 진출할수 있게 되어서, 이 가문은 곧 나라의 튼튼한 두 기둥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나즈하락들로부터 얻는 특수성은 이제 얼마 가지 않아서 없어질 지도 몰랐다.
2대 국왕은 가문의 크기가 12촌을 넘는 거대가문인 것을 염두해 두고 나즈하락의 피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명목으로 가문 내 6촌 외 혼인(같은 가문 내에서, 6촌 이상인 사람들 끼리만 혼인을 시키는 것, ;대한민국 법에 의하면 8촌 내 까지 혼인불가, 일본은 3촌, 프랑스는 4촌이다. 필자주) 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당시 국왕의 의도와는 달리, 나즈하락의 출생률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심지어는 기형아가 출생되기도 하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 4대 국왕 아사금은 이 미련한 짓을 그만두었으며, 이 가문의 나즈하락에게 다른, 나즈하락의 혈통이 있는 가문의 남자들과 혼인을 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나즈하락의 출생률은 끊임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1600년간 남자의 대가 수십번씩 바뀌고 광휘에 대에 이르러선, 나즈하락은커녕 여아(女兒)조차 보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때부터 1000년이 지난 후로는 가장 많았던 가문의 제 1대 나즈하락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나즈하락이 이제는 얼마 없는 상황이다.
비록, 이번 아이가 나즈하락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 보지도 않았지만, 남자가 나즈하락의 피를 타고난 기록은 거의 없었으며, 있다고 해도 벌써 3만년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광휘는 그런 사소한 희망을 믿지 않았다.
“그렇.......소?, 하하........하아...”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아이에게 배꼽이 없수다........”
광휘는 놀라며 할매에게 재차 질문하였다.
“아니, 배꼽이 없다니요?”
“내 이런 아이는 처음 보는데,...... 게다가 귀도 좀 긴 것 같고. 여자 아이라면 귀가 머리카락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가끔 보았지만, 배꼽이 없는 아이는 처음 보았수, 배꼽이란 태아가 애미의 뱃속에 있을 적에 영양분을 얻는 탯줄이 있었던 자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죽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기세가 강하다니, 이것은 필시 길조일지도 모르오, 영웅이 태어난다던가”
광휘는 매우 놀랐다. 배꼽이 있고 없는건 상관을 하지 않더라도, 귀가 길다는 이야기는 그에게 매우 큰 희망을 가질수 있게 하였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나즈하락의 피를 타고난 아이들 모두가 일반 사람들의 귀보다 최소 1.5배 이상 컸기 때문이였다.
“아, 아이를... 아이를 보여 주시오”
“아이라면 부인께서 데리고 있잖수?”
“아, 아 이런 내 정신좀 보소”
광휘는 어서 부인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살펴보려고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런대 광휘가 자리에 앉자마자 부인이 기쁜 소식을 알려 주었다.
“나즈하락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광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입이 떡 벌어진 체로 방에 있던 사람들을 한번씩 쳐다보다가 다시 부인을 보고는 그제야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방에 있던 모든 이들도 같이 웃었다.
“아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히히!, 여간 좋아하시는게 아니녀 그려!”
“역시 제 생에 마지막 남편으로 삼은 당신이에요, 해내실줄 알았어요”
“아니오, 부인이야말로 수고하셨소”
“경축드립니다. 하하, 드디어 100년만에 세상에서 나즈하락의 피를 탄 아이가 태어났군요”
“게다가 기록에만 있었던 남자 나즈하락이에요, 그것도 배꼽이 없어도 될 정도로 강한,”
“배꼽과 강한 것이 연관이 있나?”
“그래요, 제 할머님이 저에게 전해주시길, 원래 정신파가 어느 정도 이상 강하다면, 그 아이는 탯줄이 필요가 없어져서 배꼽이 없게 된데요”
“이히히!, 그려, 내가 뭐랫수, 귀가 긴거랑 배꼽이랑 나즈하락이랑 무슨 상관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기가 센 놈이라니까”
“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 축제를 여세, 축제를! 이런 기분 좋은 날에는 축제를 열어야지! 하하하 풍악을 올려라!”
에헤야 뒤야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우리 대감 환갑 전에, 마님이 아를 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나즈하락이요, 사내 대장부이라!
백년해로 누리기도 전에 피가 끊기는 듯 하다,
이리 한을 풀어버렸으니, 이젠 뭘로 앓나아!
에헤야 뒤야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이이히!, 이히!, 아아하!, 아하!
“것 참 노래 한번 신명나게 부르네!”
“자!, 여기 우리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감님이 납시셨네!” “와아아아!”
“허허허, 자, 다들 많이 들게나. 오늘은 경축일이니 말이야”
“예히!, 대감님”
“허허, 참, 그 대감님이란 소리좀 그만 하래도” “예히!, 대감님!”
“허허, 참”
99칸 집에 어울리는 넓은 인공 호숫가 정좌 주변에는 좌우로 길죽한 탁자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집안의 하인들과 집안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섞여서 축제를 치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들 앞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장기자랑도 하고 있었고, 그들과 장단을 ㅤㅁㅏㅊ춰서 박자를 맞추는 사람도 있었다. 술판도 벌어졌으며, 가족중 나즈하락인 사람이 불을 밝히고, 그 아래에서 호수에 조약돌을 던져, 누가 가장 많이 튕기느냐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원래는 다음 날부터 백일간 아이가 돌을 맞이할때까지 대문에 금줄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마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태어난지 100일이 되고 나서야 축제를 벌이는 일이 잦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광휘가 기분이 좋아, 100일을 참지 못하고 가내 사람들 끼리만이라도 축제를 맛본 것이었다. 광휘는 평소 아랫것들의 관계가 좋았고, 또한 100년만에 새로 태어난 나즈하락이어서인지 모두들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자, 우리 대감님과 가주님과의 백년해로(百年偕)를 이루고, 가주님의 천수무강(千壽無疆)을 위하며!” “위하여!”
“그리고, 오늘 세상에 나신 작은 대감님의 만수무강(萬壽無疆)을 위하여!”
“위하여!”
쟉파라가 부세파라와 부파라의 강렬한 빛에 가려, 더 이상 밤하늘에서 찾아볼수 없게 되는 9월 무렵,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아님에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비단 소매 사이사이에 목화솜을 채워넣기 시작한다. 잦은 태풍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기와와 지붕기둥을 잇는 끈을 정비하느라 집집마다 지붕이 헐려 있었고, 마을마다 망치 소리가 끊임없었다.
광휘네 집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망치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기와도 들려 있지 않았다. 대신 그러한 풍경은 지글거리는 지전 소리와 펄럭이는 차양천막이 대신하고 있었다.
활짝 열려있는 솟을대문에는 어느새인가 치워져버린 금줄이 있었고, 대문 앞으로는 임시 천막 아래 서기(書記)가 앉아있었다.
“국무대리 아라뫼라고 하네”
“어서 오십시오, 찾아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상회 회주 송가온이라 하오”
“초대에 응하여 감사합니다”
줄지어 들어오는 수십명의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서기의 붓은 하얀 종이 위에서 날렵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사실 광휘의 집에 초대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축하하러 왔거나, 또는 빌어먹기 위해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몰린 턱에 서기관은 벌써 몇시간쩨 자리를 뜨지 못하고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옆집사는 최무식이요”라던가, “남주에서 빌어먹고사는 아뮈뫼요”같은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릴 수 있었다. 어쩌다가는 “성밖 남산에서 도축질을 하는 개새끼라 합니다”라는 소리도 들리기도 했으나, 주인어른께선 ‘이곳에 찾아온 모든 사람을 내치지 마세요, 좋은 날이잖아요’라 하였으니, 서기는 그저 열불을 삭이며 ‘칫, 역적노무새끼들이 사람이긴 사람이던가’라 불평을 할 뿐이었다.
하긴 법전에도 ‘대역죄는 3대가 천인등록(賤人登錄)이요, 인권박탈(人權剝奪)형이니 그리 하여라’ 라고 적혀 있으니 오죽했겠으랴.
“정(鄭)씨(氏)가문 가주, 정세영”
“어서오십시....... 예?”
그런데 그때,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서기는 순간 정신이 멍 해졌다. 대립 관계인 그쪽 가문에서 이 아라 씨(氏)가문으로 사람을, 그것도 가주가 직접, 아라씨의 새로 태어난 나즈하락의 돌을 축하하러 온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세영이 다시 자신의 가문과 이름을 거론하자, 그제야 서기관은 방문록에 그녀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뭐하는가?, 정씨 가문 가주, 정세영이라 하지 않았느냐, 귀머거리라도 되었는가?”
“예?, 아, 예, 찾아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세영을 끝으로, 더 이상 손님이 오질 않자 서기관은 방문록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중얼거렸다.
“허, 참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런지... 수행 인원도 없고... 재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텐데, 광휘님께 보고해야겠다.”
광휘는 여간 찜찜한게 아니었다. 가문의 대를 잇고 힘을 길러 줄수 있는 후계자인 나스하락의 피를 타고난 아이가 처음 돌을 맞는 그런 좋은 날이지만, 정씨 가문이 이것을 축하러 왔다고 서기가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절대 좋은 소식을 아닐 터인데도 이것을 축하하러 온 것이 도데체 무슨 속샘일까 예상되지 못했다. 누상복도를 따라 걷던 광휘가 노인에게 물었다.
“아래장(--長), 도데체 무슨 속샘인 것 같소?”
노인은 짙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로서는 가문의 대를 잇는 후대 나즈하락이 태어난 것이 좋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을텐데, 그것을 축하하는 자리에 일부러, 그것도 가주가 직접 온 것이 결코 좋은 뜻으로 온 건 아닌 듯 싶습니다.”
“시비를 걸러 온 것이겠지........ ”
광휘는 어느세 다가온 중문 앞에서 잠시 멈추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당이 훤히 보이는 복도 사이로 9월의 선선한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끼이익’
“허허, 아사관대감, 이제야 오는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이십니다. 서 스승님”
광휘가 중문을 열고 정자전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그를 반겨주었다. 호숫가 쪽으로 임시 아궁이에 불이 때워져 가마솥 안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났었고, 차일고리에 연결된 기름 천막이 펄럭이는 아래 사람들은, 임시 탁자 주변에서 각자 대화를 하다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초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인데, 아마 정세영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어서 식(式)을 시작하죠.”
“그려무나”
광휘는 초대한 자들과 ‘복잔 돌리기’라는 식을 행하기 위해서 정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복잔 돌리기란 어떤 경사에 대해 축하할 사람끼리 모여앉아 잔을 돌리며 한소리 하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던 초대된 자들이 인공호수에 걸쳐서있는 정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인은 이제 겨우 생후 100일이 된 아이를 안고서 정자 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계단 중간쯤에 서 있던 광휘와 서로 눈이 마주친 부인은 눈웃음을 지어 서로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초대된’ 서 스승님이 정자 위로 올라오지 않는 것을 느낀 광휘는 서 스승님이 있는 천막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스승님, 어찌 올라오지 않으시는 겁니까?”
“나는 이미 다른 어떤 자와 자리를 바꾸었네,”
“어떤....... 자요?”
그때, 정자 위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송 상회 회주 송가온이었다.
“거 참, 대감이 오기 전에 좀 소란이 있었소, 자세한 것은 올라오면 말해줄 테니, 우선은 그냥 이리로 오시오”
“소란?”
서 스승이 말했다.
“그냥 좀 사소한 소란일세, 별거 아니니 그냥 올라라가게나”
“아니, 무슨 소란이길래 스승님을 초대된 자리에서 내칩니까?, 자세히 말해 주시죠”
위에서 송가온도 다시 말했다.
“일단 올라오라니까”
“정말 별것 아닐세, 그리고 이건 그냥 내 의지로 자리를 바꾼 것일세”
“.......알겠습니다.”
광휘는 다시 위로 올라가 이미 사람들이 다 자리를 잡은 탁자 가장 끝 부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광휘의 오른쪽에는 송가온이 앉았다. 그런데 초대된 사람들을 둘러보던 중 광휘는 어떤 자를 보고서 놀랐다. 부인이 일어나서 환영사를 진행하는 사이 광휘는 송가온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 그 ‘어떤 자’란 사람이 정씨 가문 가주 정세영이었습니까?”
송가온이 대답하였다.
“사실은 자네가 없었을 때, 저년이 헛소동을 좀 부렸다네, 자네가 가장 잘 알다시피, 자네는 이번 돌ㅤㅁㅏㅊ이 축제에서 양인천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문을 열었지 않았나?”
“예, 부인이 그랬습니다만,”
“그런데 정세영이 이곳에 와서는, 자신은 ‘저런 천인들과는 더러워서 한시라도 같이 있지 못하겠다’ 라고 떠들며 정자 위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지, 우린 하도 참 기가막혀서, 어디 초대되지도 않은 주제에, 남에 집에 와서 행패야?, 그런데 자네 축일(祝日)에 난동 이 잃어나는 모습을 보기 싫으신 서 스승님이 자진해서 자리를 바꿔준다 해서 겨우겨우 진정시킨 거라네”
광휘는 그 말을 들으니 매우 화가 났다. 그러나 본디 이 축제의 원칙인 ‘이곳에 찾아온 모든 사람을 내치지 마세요, 좋은 날이잖아요’라는 부인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화를 참아야 했다.
광휘와 송가온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느세인가 부인의 축사(祝辭)가 끝나고 벌써 복잔 돌리기가 시작 되고 있었다.
“국무대리 아라뫼, 아이의 용맹을 위하여” 하곤 잔을 쭉 들이키고,
“송상회 회주, 송가온, 아이의 부(富)를 위하여” 하곤 잔을 쭉 들이키고,
“너울가문 장남 너울라온, 아이의 학식을 위하여” 하곤 간을 쭉 들이키는 복잔 돌리기에서는 용맹, 부, 학식, 정계진출, 성공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이의 미래 성공을 위하여”
“아이와 가문을 위하여”
“아이의 영광을 위하여”
그러는 사이에 잔은 벌써 마지막 끝에 앉은 정씨 가문 가주 정세영에게 돌아왔다. 잔에 술을 가득 따라서 그녀에게 주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그 아이와...”
정세영은 술잔을 천천히 들어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술을 다 마셔버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적잖이 놀라거나, 화가 나려고 했다. 그녀는 채 끝나지 않은 말을 이었다.
“우리 정씨 가문의 아이가 잘 자라기를”
광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정세영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보시오!, 지금 그것이 무슨 뜻이오!”
주변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고함을 질러댔다.
“지금 그것이 무슨 뜻으로 말한 것이오!”
“남의 축일에 와서 행패를 부리더니 이젠 실언을 하는 게요!”
정세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진정하시죠, 사실은 저희 가문에서도 몇 달전, 태기가 오른 여인이 있었지요, 그리고 아이의 안전을 위하여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비밀에 부쳤다가 아이가 100일이 되는 날 말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주번 사람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래서, 그 기일이 딱 아사가문의 축일과 같기라도 한단 말힌가!”
“그렇게 되었지요, 마침 100돌 축제를 열고 싶긴 한데, 사람들이 많이 오질 않더군요?, 이제 보니 이쪽에서도 축제를 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에라도 와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것입니다”
“거짓말!,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쪽에선 아무런 소식도 들을수 없었소!” 국무대신 아라뫼였다.
“훗,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고요?”
그녀의 반박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아라뫼였다. 정세영은 천천히 걸어 부인과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난동을 부린 것은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런 천한 자들과 같이 있어야만 했던 저의 심정도 이해하셨으면 하지요”
그녀는 사랑스런 눈으로 허리를 숙여 부인의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자고 있던 아이의 이마를 만지려 들었다.
“아이가 참으로 다솜스럽군요, 눈은 마치 미리내마냥 초롱초롱 빛나고, 볼에는 볼우물이 질 것만 같이 앙증맞군요, 마치....... 데려가서 키우고 싶을 만큼....... Khaydarin[카다린](정신 집중)......”
그때, 갑자기 정세영의 눈빚이 요기스러워 지면서 주변이 요동치고 대지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인은 순식간에 아이의 이마에 닿은 정세영의 손목을 잡아채며 말했다.
“rim-Na zhakKhay inokrim beru,
rim-Na zhakKhay ki ku-Maberu”
[림 나 쟈케이 이녹크림 쿠 베루,
림 나 쟈케이 키 쿠 마-베루]
(네놈의 더러운 정신으로 아이를 만졌으니,
네놈의 더러운 정신으로는 아이를 더 이상 만지지 못한다)
말, 아니,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말하는 동한 주변은 모두 그녀가 중심이 된 것만 같았고, 세상은 그녀의 기분이라도 투영하는 듯 크게 요동치는 듯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인의 목소리마냥 쩌렁쩌렁했고, 거부할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나즈하락의 권능, 아니, 나즈하락이란 단어의 본래 뜻인 ‘우리들의 힘’이란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큭!”
아이와 닿았던 손가락에 심한 고통을 느낀 정세영은 신음성을 내지르며 뒤로 몇걸음 주춤거렸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일어난 부인이 그녀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광휘도 정세영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럴 거면 당장 나가시오!, 1살도 안된 아이에게 능력을 사용하다니, 이는 필시 살해용의(殺害用意)요, 법정행(法廷行)이라!”
주변 상황도 난리가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보며 고함을 치거나, 대놓고 욕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세영은 아까의 고통을 어디로 갔는지 금방 태연한 표정을 짓고는 대꾸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흥, 1살 이하의 아이에게 권능을 사용하면 위험할수도 있다는 것은 몰랏지, 나는 그저 아이에게 미래를 약속하며 선물의 의미로 보호능력을 부여하려 했던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어”
“큭”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뻔뻔한 태도의 눈이 뒤집힐 세라 때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채면과 법(法)은 고사하고, 그녀의 가문의 세력 때문에 차마 그러하진 못했다. 대신 그녀와 대등한 지위인 광휘가 법(法) 때문에 때리지는 못하더라도 그녀에게 고하였다.
“당장 이 집을 나가시오!”
“안그래도 그럴 작정입니다, 이제 보니 거리만 멀리 떨어졌을 뿐 천한 자들의 냄새는 이곳까지 퍼지는 군요, 계속해서 있으라고 해도 못하겠어요”
“저년을!”
정세연은 그대로 휙 돌아 정자 아래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정자 위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그저 화를 삭일 뿐이었다.
그런데, 광휘는 정자 아래쪽 서 스승님과, 아까 자신과 같이 들어왔던 아래장(--長)이 서로 눈짓을 하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이쿠우!!”
순간 두 하인이 호숫가 쪽 차일고리와 기름천막이 연결된 끈을 발로 강하게 치면서 넘어졌....... 아니 어떻게 봐도 그냥 ‘시늉’이었지만. 하여튼 그러는 순간 서 스승은 재빨리 아궁이에 장작 하나를 뽑아 기름천막에 불을 붙여버렸다.
‘어어, 저 기름천막 되게 비싼건데’라고 생각하는 것이 들리긴 했지만 일단 넘어가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어선지 불붙은 기름천막은 위로 빙 돌아서 그대로 그 앞을 걸어가던 정세영을 덮쳤다.
“꺄아악!”
놀란 정세영은 위에 덮친 기름 천막을 허우적 저리며 빠져 나오고 그녀의 옷에 불이 붙은 것을 알고는 허둥대며 옷에 붙은 불을 손으로 쳐서 끄려고 하였다. 그때, 어느새 대야에 물을 가득 채워온 아래장이 그녀에게 부었다. 푸화악!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정세영은 아래장을 노려보았다.
“으읏, 이깟 불 따위 내가 끌 수 있는걸 모르나?”
그러나 아래장은
“이런!, 나즈하락들은 능력을 사용해서 이런 불 따위 순식간에 끌 수 있다는 것을 몰랐군요!, 소인은 그저 가주께서 위험해 보여 재빨리 소화하려 했던 것일 뿐인데 말이죠”
광휘가 서 스승을 바라보자 그 눈길을 의식한 서 스승이 광휘에게 윙크를 했다. 그는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쳐 주었다.
정세영은
“이익!, 어디 그 비웃음이 내일까지 가나 보자”
하며, 분을 참으며 쪽문으로 나갈 뿐이었다.
“흠!”
“그 꼴에 꼴이라고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말이 아니로군, 큭큭. 서 선생,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 국문학장(國文學長), 분을 참지 못하고 국가분열이 모의될 뻔 했소”
“푸하핫, 역시 서 스승님이시로군”
“속이 다 시원 하다!”
“서 스승님, 아주 재치 있으십니다요”
“이봐, 뿐만 아니라 아랫것들도 칭찬해야지”
그제야 사람들은 쌓인 분을 정 스승에 의해 어느 정도 해소하였다. 정 스승은 자신이 보아도 웃겼는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웃고 있었다. 천막 아래 있던 모든 사람들도 웃기 시작하자 정자가 부셔질 듯했다.
“쿡쿡....... 쿡,,. 크하하....... 하하, 아하하하하!”
그러자 아라뫼가 크게 웃고,
“아하하하하하!”
따라 송가온이 웃고,
“으하하하하, 으하하!”
하며,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골칫거리가 사라지니 마음이 즐거워 지는구나!, 앙금도 사라지고, 복잔 돌리기도 끝났으니, 이제 만찬을 즐기면 되겠군”
누군가 이리 말하자, 저 아래쪽에서도 기분전환하자는 듯 기분 나쁘지 않은 불평이 들려왔다.
“아, 거 참. 누구누구 때문에 빌어먹는것두 늦어졌소이다. 기분도 나빠졌는데, 이거 좀 더 빌어먹어야 하겠수?”
광휘는 웃으며, 하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고로 하오, 음식은 다 되었는가?”
하니, 하인이.
“아따, 복잔도 참으로 길엇수다!, 이제 그 상년도 나갔으니 어디 한번 좀 실컷 먹기 시작합시다이!”
하인이 성급하게 벌써 솥뚜껑을 잡을랑 하려니, 광휘가 말렸다. 그는
“잠시만, 아직일세, 아직 복잔은 1잔이 남아 있지 않은가? 만찬은 그 후에 하도록 하지”
하며,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정자에서 내려가 서 스승에게 그 잔을 바쳤다.
“스승님, 마지막 복잔입니다.”
“허허, 그래. 내 한잔 하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서 스승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모인 대부분에게서 존경받는 스승인 서 스승, 그가 하는 복자는 무언가 특별하지 않을까.......
“도산 서원 원장 서기주, 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라온날 풍각쟁이 이야기가 빠지면 안되겠제?
풍악을 올리거라 풍각쟁이야!
라온날이지 않더냐!
아이가 100일을 깨고 드디어 누리게 되었지 않느냐!
라온날 아이 이야기도 빠지면 안되겠제?
해찬솔마냥 갈매빛 띄게 생생하이 그래 되려무나 아이야!
가욋길을 따라 가지 말고 온새미로 가온누리라!
하여, 아이 이름은 가온길, 아사온길이 되는그랴!
라온날 가신 이야기도 빠지면 안되겠제?
아이를 클때까지만 돋가이 키우라,
따악!, 그때까지만 돋가이 키우라!
그랴 아이가 흰두루마냥 굳세게 큰단다!
라온날 국수 이야기도 빠지면 안되겠제?
서리서리 국수가 개미로구나!
멱부리 뎅강 삶아 개미로구나!
아따, 이것이 참말로 잔칫국수이제!
참으로 랍다!, 라온 날이다!
“그것 참, 저놈의 즉흥 노래는 항상 신명난다니께?”
“그러게....... 아, 맞다. 불!, 야!, 기름 천막에 불 꺼!”
“아 맞다!”
“아, 야!, 그거 비싼거야!, 홀라당 다 타기 전에 끄지 않으면 우리가 갚아야 된단 말이다!”
“아뜨뜨뜨!”
이런,..... 깜빡하고 불을 미쳐 끄지 못한 하인들이 그제야 허둥지둥 거죽신발로 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날, 사람들은 정세영이 나간 후로 기분을 빨리 풀어버리고 기쁘게 먹고 마시기 시작하였다. 나즈하락의 예견대로 비가 오기 시작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긴 했지만 그날 있었던 사람들은 귀천 가리지 않고 집안의 아들의 100돌을 축하하며, 또, 광휘는 그들에게 아낌없이 배푸며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 주었다. 기쁜 날이며,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정세영이 아이에게 사용한 능력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광휘는 이것을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 채, 그렇게 먹고 마시기 바빴다. 아!, 안타깝도다. 곧 찬란해질 햇별이 한순간의 실수로 그만 구름에 가려지려고 하는구나.
“......감님!, 대......!” ‘으으윽, 머리야.......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님!, 대감......!”
‘으음?, 누가 날 부르나?’
“대감님!”
“으, 으음?, 뭐야?”
광휘는 흔들리는 자신의 몸과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느끼고는 부스스 눈을 떠보았다. 숙취인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것을 느꼈다.
“으음, 무슨 일인가?, 이 야밤에”
아래장(--長)은 매우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괴한들이 가옥으로 쳐들어와 호위무사(護衛武士)들을 따돌리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즈하락의 아이가 가문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극명했다. 나라에 있어서 나즈하락이란 것은 곧 힘이었기 때문에 나즈하락이 있는 가문은 정계에서 매우 좋은 대접을 받는다. 때문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납치해 자신의 가문의 아이로 둔갑시키는 일이 빈번했는데, 아래장은 그것을 염두해 두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뭐, 뭐라고! 부인과 아이는 비밀 장소에 숨겨놓았는가?”
“예,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광휘는 설마 이 나라에서 가장 강대한 가문을 대놓고 공격할리는 없다고 생각한 자신의 안일한 태도를 책망하고, 공격한 대상에게 분노를 했다.
“....... 어떤 놈들인지 잡아내서 밝혀라!, 감히 이 아라가문을 농락하다니. 세상 무서움을 보여주어야 겠다.”
“예!”
“게섯거라!”
호위장(護衛長)은 야밤에 집으로 침입한 수십의 괴한을 쫓고 있었다. 괴한들은 재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호위무사들을 따돌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무리들 중 몇이 따로 떨어져 나와 한번에 한명씩 호위무사들을 상대하는 식으로 시간을 버는 사이 안채, 행랑채, 사랑채의 문이 몇 번은 열린 것 같았다. 농락 당하시피 한 호위장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해졌다. 목궁(木弓)으로 몇발을 쏴 보았지만 어둠과 빗발 속에서 표적을 ㅤㅁㅏㅊ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괴한 사이에는 나즈하락도 몇 명 끼어 있었는지 가끔 저쪽에서 날아오는 푸른색 불꽃도 보였다.
“가주님은 이미 도련님과 비밀장소로 피하셨으니 저들이 찾을 것은 이제 없다. 우리는 그저 한놈만 잡으면 된다!”
“예!,”
추격전은 담과 담을 넘어서 이제, 낯에 잔치가 열렸던 인공호수가 있는 정자까지 오게 되었다. 이쯤 되니 괴한들도 힘이 빠졌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어느 곳으로 달리지는 않았다. 호위무사들은 그들도 이제 도망가기만 해서 힘이 빠져서 마지막 결전을 하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헉,...... 헉....... 이제 도망갈 마음은 사라진 것인가,...... 하장!”
“예!”
“중문과 대문등 이곳에 통하는 모든 문을 봉쇄해라”
어둠속에서 흐믈거리는 괴한들은 횟불 근처에 오자 주황색 빛을 받으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야아아!”
그들은 호위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리며 기합을 외쳤다. 그들의 도망치기 실력을 보건대, 대충 훈련을 받은 모습은 아니었다. 호위무사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기합을 외쳤다.
“하앗!”
그들은 서로 맞붙기 시작했다. 그곳은 금세 청명한 검의 비명 소리와 파육음으로 휩쌓였다.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 흩날리고 있어서 그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사이, 멀찍이 두 나즈하락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호위무사들과 괴한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고 있었다.
호위장은 격렬한 솜씨로 적들을 하나씩 배어나가고 있었다. 쟉파라가 없는 어두운 밤. 별빛조차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오직 어둠만이 그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푹, 푹.
무위 실력은 이쪽이 우수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괴한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대 그때 쯤, 번쩍!
부슬비가 내리던 하늘에 밝은 번개가 치는 순간 호위장(護衛長)은 기이한 장면을 보았다. 수 명의 괴한들이 접전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나즈하락!’
그는 전투 중에 나즈하락이 한번도 공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급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횟불을 집어던져 주위를 어둡게 해서 쟉파라의 푸른빛과 별빛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바로 자신의 등에 매어진 각궁(角弓)을 뽑아서 왼손으로 줌통을 쥐어 출전피로 가늠을 하고 오른팔로 시위를 잡아당기며 목표를 주시한다. 번쩍!, 예상치 못한 번개가 한번 더 쳤다. 시야가 흐려진 사이 아래장은 그들이 있을 곳을 가늠해 본다. 1초, 2초....... 푸슝!. 유엽전(화살)은 좁은 포물선을 그리며 일직선으로 대상의 심장을 관통하였고, 급소를 공격당한 한명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오로지 감으로만 쏜 화살. 그러나 호위장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나즈하락 한명은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무동(無動)자세로 그 ‘무언가‘를 계속 하였다. 호위장은 다시 유엽전을 옆구리에서 뽑아내 장전을 하였다. 다른 한놈. 목표가 된 나즈하락을 느낌으로 주시하며 1초, 2초....... 그러나 이번에는 푸슝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작!
각궁(角弓), 소의 뿔과 힘줄을 사용해 민어(民魚)의 부레를 사용해 만든 부레풀 접착제로 단단히 굳힌 아사달 아니, 세계 최고의 궁(弓). 그러나 그 활에도 크나큰 약점이 있었으니, 습기 많은 비오는 날이면 부레풀이 녹아 활을 사용하면 부러지기 십상인 것이다.
“큭!”
부러진 활이 튕겨서 자신의 가슴에 ㅤㅁㅏㅊ자, 그는 신음성을 터트렸다. 놈은 아직도 살아 있는 채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급박하게 만들었는가?, 군사 훈련의 기초 중 기초, 부레풀을 이용한 합성궁(合成弓)은 습기가 높은 날이면 부러지기 쉬워서 쓰면 안된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다급한 마음에 부하가 들고 있던 목궁(木弓)을 쓰지 않고 자신의 각궁(角弓)을 사용했던 것일까?
그때, 전투를 마치고 괴한 중 한놈을 생포한 부하들중 하나가 호위장에게 재빨리 목궁을 건냈다. 호위장(護衛長)은 다시 유엽전(柳葉箭)을 목궁(木弓)에 장전(裝塡)해 목표(目標)를 향해 사격(射擊)했다.
푸숭! 팍!
유엽전이 목표를 관통해 담장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관통해?’
자신이 무엇을 쏜 것인지는 잘 모른다. 자신의 감이 맞다면 그것은 곧 대상을 관통할 것이고, 담장에 박히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각궁이 아니었다. 성능이 그보다 약한 목궁. 대상을 관통할 만한 위력은 갖지 못한다. ‘내 감이 틀렸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호위장은 다시 화살을 장전한다. 그때, 번쩍!
번개가 한번 더 치는 순간 그들은 놀랐다. 시채가 한 구 놓여 있었다. 같이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없었다.
“아귀!, 가보자!”
호위장의 명령에 사람들은 모두 그쪽으로 이동하였다. 시체 한 구, 역시나 사람들은 없었다.
“제길!”
호위장은 욕설을 퍼부었다.
‘가주님과 도련님이 위험하다. 이곳은 비밀장소와 연결된 곳, 그들은 필시 그곳으로 갔을 것이 분명해! 그러나 이곳은 나즈하락이 있어야만 들어 갈 수 있는 곳, 광휘님을 불러야 된다’
호위장이 그렇게 다급하던 이유는 바로 이곳이 비밀장소와 연결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맨 땅에 아무런 표식도 없는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나즈하락들은 특정 능력을 사용해 비밀장소로 이동할수 있다.
“뭐, 뭐라고!”
“면목없습니다.”
광휘는 호위장에 보고에 놀랐다. 가내(家內)에서도 비밀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으며, 하물며 정체를 알수 없는 괴한들이 비밀장소를 알고 있을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듯이 단번에 그곳을 찾아낸 것이었다.
“설마 가문 사람들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면 더 가까운 입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곳까지 갔겠습니까?, 설사 저희들을 따돌리느라 일부러 그곳까지 간다 해도, 따돌리면서 잃은 병력을 본다면 차라리 그 인원으로 나즈하락을 엄호하면서 가까운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알았다. 아무튼 일단 비밀장소의 입구를 알고 있는 나즈하락중 아무나 한명 깨워서 입구로 데려 와라, 빨리!”
비밀장소가 비밀인 이유는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것에 있으므로 광휘는 그 수를 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나즈하락을 깨우도록 지시했다.
“예!”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호위무사들이 쓰러져 갔다. 수는 괴한들이 5배는 넘는 상태. 승산이 없었다.
“크윽!, 가주님을 보호하라!”
5평 남짓의 지하실, 그리고 그곳과 연결된 복도에서 괴한들이 호위무사들을 쓰러트리면서 점점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호위무사 쪽에서 푸른 섬광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괴한 셋을 폭사시켜버렸다.
“가주님!”
호위무사들은 어느새 뒤에서 다가온 부인을 보고 놀랐다.
“가주님, 이곳은 위험합니다! 이자들은 저희가 처리할 것이니 피해 계시죠!”
“아닙니다. 저도 명색이 나즈하락인데 뒤에서 숨을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가주라면 그래서야 안되지요. 그리고 여러분은 아무래도 저의 도움이 절실하신 것 같습니다만, 아닙니까?”
호위무사들은 뭐랄까, 무사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창피감?, 그것이 팔리는 느낌이 들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인은 아까의 그 푸른 섬광을 생성해 괴한들에게 던졌다. 말이 ‘생성해서 던졌다 이지, 사실은 그저 가만히 서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다가 뜬것이다. 하지만 그 ’눈깜빡‘의 위력은 엄청났다. 푸른 섬광은 빠르게 날아가 움찔하는 괴한들에게 다가가자마자 터져서 그 주변에 있던 다섯을 한순간에 쓰러트린 것이었다. 이제는 수적 차이도 겨우 2배가 조금 넘을 뿐이다.
“아아악!”
“잰장!”
“으아악!”
“아악!”
“크윽!”
괴한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산개하면서 이쪽으로 돌진하지는 않았다. 이상한 것이 그렇게 한다면 수도 적은 호위무사들을 배어나가면서 부인을 잡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텐데도 그러게 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금 밀집 대형을 이룬 것이었다.
부인은 다시한번 그 ‘눈깜빡’을 시전했다. 푸른 섬광이 생기고 치지직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아까보단 위력이 강한 섬광이다.
‘이걸로 끝이다!’
그러나 호위무사들의 생각은 실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빠르게 날아가던 섬광은 이번에도 그들 가까이에서 터졌지만 그들 중간에 보라색의 투명한 막이 가로막아서 괴한들이 무사했던 것이었다.
“아니?”
호위무사들은 순간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가 부인의 흘려 말하는 듯 한 설명으로 제정신을 되찾았다.
“윽, 저쪽에도 나즈하락이 있는 것 같군요, 단순히 가문의 나즈하락을 등지고 출세하려는 한량(閑良)같은 자들은 아니군요”
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한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부인이 푸른 섬광을 몇 번 더 쏘아 보았지만 이번에도 그 투명한 막에 막혀서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괴한들은 호위무사들과 접전을 시작했다.
부인은 재빨리 이 투명한 막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Al'a Vaiadak ki vazil de Na
[알 아 베아닥, 키 바질 데 나]
(결계는 나에게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그 결계를 부수는 순간 저쪽에서 푸른색 섬광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서 오히려 자신이 다시 결계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섬광은 부인이 날렸던 것과는 달리 길쭉한 화살모양이었는데 그것은 부인이 만든 결계에 박혀버렸다.
“!”
부인은 그것을 보고는 전속력으로 그것의 반대쪽으로 달렸다.
‘저런 형태는 필시 결계의 일부를 뚫고 결계 반대쪽으로 터지는 형태!, 위험하다!’
펑!
“아윽!”
그러나 폭발에 비해 도망친 거리가 적었는지 그 폭발은 부인을 앞으로 고꾸라지게 한 후로도 몇 번은 더 구르게 하였다. 구르면서 돌기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부인은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눈을 스르륵 감아버렸다.
“부인.......!, 장모님!, 어서 응급치료를!”
.......
“부인..., 부인!, 허업!”
광휘는 갑자기 눈을 뜨며 멱살을 잡고 공격하려는 부인을 진정시켰다.
“부인!, 정신이 드시오?”
“헉.......헉......., 아이는?”
“.......사라졌소, 크윽!”
광휘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부인의 입에서 이가 깍이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랑채 위에서 광휘가 질문을 한다.
“누가 보냈느냐”
마당 위의 의자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호위장”
“예,....... 주리를 틀어라!”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아사가문에서 근 백년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이다.
“그만”
“다시 한번 묻겠다. 누가 보냈느냐”
“......”
광휘 옆의 아래장이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차라리 권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부인”
부인은 포로에게 다가가 주문을 외었다.
ore’beru
[올 베루]
(마음을 만진다)
그러자 포로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넋이 나간 사람마냥 축 늘어져 버렸다. 부인이 말한다.
“누가 보냈지?”
그러자 신기하게도 굳게 닫혔던 그의 입이 단번에 열렸다.
“정....... 세열”
“그년이군”
“쳐죽일년!”
광휘는 호위장에게 당장 무사들을 재정비하고 이동할 채비를 갖추라고 지시하였다. 부인도 포로에게 걸린 능력을 풀고 광휘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 부인의 능력으로 인해 멍해졌던 얼굴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포로가 큭큭큭 하고 웃었다.
“큭큭큭”
“응?”
능력에서 벗어난 포로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자 광휘는 짜증나져서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그 능력을 쓴 후로는 원래 다 저러오?”
“......아니요”
포로는 더 강하게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크하하하하!”
“호위장, 당장 저 주둥아리를 뽑아버리든 어떻게 하게”
호위장이 칼을 꺼내 들고 포로에게 다가가자 포로는 웃는 것을 멈추고 말을 했다.
“잠깐만, 잠깐.......”
“멈춰보게”
호위장이 포로의 말을 무시하고 칼을 높이 치켜들자 광휘는 그를 제지시켰다. 포로가 말했다.
“큭큭....... 그 능력... 분명 타인의 의식으로 침투해서 명령을 내리는 능력인가?”
부인이 대답했다.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똑같은 사람에게 2번 이상 침투당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알려져 있고 말이야...”
“.......그렇다만”
“그런데 이거 어쩌지?, 아이는 정씨 가문 본당에는 없을텐데?”
‘아차!’
광휘와 부인은 가슴이 덜컹 했다. 부인이 사용한 능력은 시전자가 피전자에게 단한번의 명령을 내리는 능력, 하지만 시전자가 피전자에게 명령을 내린 후로는 피전자가 시전자에 대한 의식에 면역이 생겨서 더 이상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큭큭큭큭, 아이는 어디 있느냐라고 묻지 않고, 누가 보냈느냐라고 묻다니, 크하하하하! 멍청하군!, 보아하니 나 말고 다른 포로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이놈이!”
“크억!”
호위장은 자신의 발이 더러워 졌다고 느끼고는 발을 털었다.
“이런, 실수다....... 그만 분에 못이겨.......”
광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가주님!”
부인은 그만 혼절하고 말ㅤㅎㅏㅆ다.
“네년의 아이는 어디있느냐”
광휘는 물었다. 정씨 가문의 아이는 날조된 사실이 분명하기에, 혹시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허황된 마음에 찔러라도 보려고 물었다.
“이런?, 우리 아이는 안타깝게도 방금전에 도둑맞았는데 어쩌죠?”
큭, 광휘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확실히, 정씨 가문에서 아이를 훔쳐간 것이 분명했다. 광휘는 정세열의 뻔뻔한 거짓말에 하마터면 자신의 주먹이 더러워질 뻔 했다. 심증(心證)은 확실, 인증(人證)도 확실, 그러나 물증(物證)이 없음. 물증이 주체가 되는 이 법치국가(法治國家)에서 한낱 보조증거(補助證據)에 지나지 않은 두 증거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인증과 심증이 동시에 같은 사람을 지목한 선례가 3번 이상 있을 경우에는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이번이 겨우 두 번째이다. ‘겨우!‘ 광휘는 ‘망할 이놈의 법!’이라 분통을 터트리고는 자신의 마차로 돌아가며 말했다.
“정세열, 네년의 교활한 꾀는 전하께 많은 도움이 되겠군”
“칭찬 감사합니다.”
“허나, 나라에는 도움은커녕 안에서부터 썩을 호박 같은 존재야”
“.......”
“아사가문을 습격한 네년의 아이들은 법정에서 돌려주도록 하지”
광휘가 마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할 때 정세열이 말했다.
“그거 아시나요?, 당신이나 폐하나 일반 하등한 평민들은 기껏 살아봤자 10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무슨 상관이지?”
“아아, 우리의 아이는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을 누비게 될까요?”
광휘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칼을 뽑아들고 정세열에게 달려가려 하자 호위장이 그를 말렸다.
“.......!, 죽여버리겠어!”
“대감님!, 진정하시죠!, 이러면 법정에서 불리해집니다!”
“큭!”
광휘는 마차 문을 강하게 닫고는 앉은 상태로 자신의 깍지낀 손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내가 죽은 이후에 우리 아이가 저년의 꼭두각시마냥 되어 있는 꼴은 못본다. 절대!”
광휘는 그 자세로 호위장에게 말했다.
“호위장”
“예”
“그리고 아래장”
“예”
“지금부터 한가지 명령을 내리겠다. 아니, 이건 부탁이다.”
“말씀하십시오”
광휘는 마차 안에서 마주 앉아 있던 호위장에게 무릅을 꿇으며 ‘부탁’했다.
“친구여, 우리의 아이를 찾아다오”
“거꺼이 수락하지”
광휘는 이번에는 무릅을 돌려 아래장을 향하게 하고는 부탁했다.
“우리의 아이를 찾아주게나, 10년이 걸려도 상관없네,”
“알겠습니다. 꼭 찾아오겠습니다.”
솨아아.......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서늘한 소리를 내었다.
“가주님, 이제 들어가지요. 빗줄기가 거셉니다.”
“그러지.......”
정세영이 대청마루 위로 이어진 돌계단을 밟으려 할 때 뒤쪽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가주님”
“왜?”
“아이가 나즈하락 치고는 특이하게도 사내아이였는데, 백성들 속에서 너무 티가 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계집아이처럼 여장한 채로 키우면 되지”
“하지만 다 크면요? 그때도 계집으로 키우는 것은 무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때도 무리가 아니게 되도록 ‘사내’를 잘라야지, ‘싹둑’”
“하,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 귀한 나즈하락의 씨는 버리는 겁니까?”
“버리다니, 그 아까운 것을, 게다가 사내아이의 씨를, 그것은 나중에라도 고칠 수 있어, 힘들더라도 말이야”
하녀(下女)는 생각했다.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이 사람은 너무 소름끼친다고.
1장
아사달의 세력은 서북쪽의 높은산맥에서 언덕산맥을 거쳐서 남동쪽의 큰산맥까지에 이른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이 나라도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인데, 서남쪽으로 갈수록 건조해져서 땅은 척박해지고 농경에는 적합하지 않아 거주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이 나라는 크기만 크지 실제로 사용되는 땅은 적은, 약소국에 불과하다. 이들 민족은 특이하게도 활을 매우 잘 쓰며 그에 따라 활도 타 여느 국가보다 매우 잘 발달되어있다. 특히 흑각궁(黑角弓)이란 활은 지금까지 알려진 나라의 활 중 가장 멀리 날아간다. 나라 중심에 있는 언덕산맥을 따라서 만리장성(萬里長城)이 건설되어 있는데, 이 장성(長城)은 아직까진 명확한 용도를 알 수 없다. 높이는 산성처럼 산의 비탈면을 이용해서 쌓은 고작 3~4m의 장성이지만, 이것을 건설한 아사달의 저력이 느껴진다. 수도는 동북쪽 반도와 대륙 사이를 긋는 대하(大河) 남쪽 방면에 있으며 수도의 이름은 조선(朝鮮)이라 한다. 지역은 크게 언덕산맥 동쪽은 생도(生道), 서쪽은 (死道)라고 한다. 생과 사로 나뉘는 이유는 동쪽에는 비교적 비옥한 평야와 깨끗한 강물이 흘러 사람 살기에 적당하지만 서쪽은 높은산맥에 의한 높새바람으로 매우 건조해서 강물이 적은데다가 그나마 흐르는 강줄기는 자크림들의 본거지를 거쳐서인지, 그 물에 닿은 땅은 다시는 생명을 품을 수가 없을 정도의 더러운 물이 흐른다. 그래서 동쪽 강의 본류 이름은 ‘청류(淸流)’이고, 서쪽 강의 본류 이름은 ‘오류(汚流)‘라 불린다.
지리를 비교적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지도가 나왔을 때, 특이한 사실이 한가지 드러났는데, 이 나라의 동북쪽 끝과 중심 사이에 거대한 원형 모양의 평원이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높은산맥과 큰산맥이 이 원형 평원의 끝자락을 돌아 절벽을 이루고 있다. 이 원형 평원의 이름은 셀라탈다(Shel'na-Tal'da)[셸나 탈다] 평원이라고 불리는데 셀라탈다 평원의 어원에 대해서는 키나즈어라는 것 이외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아사달의 군인들의 갑옷은 신묘해서 그들 조차도 서로에게 화살을 쏘더라도 그 갑옷을 완전히 뚫지 못한다고 한다. 외관상으로는 단순한 비늘철갑일 뿐, 기타 다른 나라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향간에서는 그들이 갑옷을 만드는 공정에 나즈하락들이 꼭 있다는 것을 보아, 나즈하락들이 그 갑옷에 무언가를 했다고 보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방법이란게 도대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주변 국가의 간단 견문, 맹덕휘 지음 1장
하나이라(hana-era)
벌씨(氏)는 이곳 벌교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 사람들이 모두 한 가정을 이룬 것은 아니고, 각 가문마다 자신들의 집의 이름을 본따 서로를 구분짓는다. 가문이라고 하니 무언가 거창하고 잘 사는 깁안처럼 보이지만 사실 벌교는 시골 농촌마을에 불과하다. 강이 만나고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가 4만평방리에 걸친 셀라탈다 북쪽 평원 한가운데에 놓여진 곳, 벌교. 이렇게 놓고 보니 경작률이 높아 무언가 사람들이 많고 잘 사는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아니고, 벌교 사람들이 사용하는 벌교내 바로 앞에는 오류강이 흘러 벌교에 속한 대부분의 평야가 못 쓰는 땅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 사람들이 흥부가 ㅤㅉㅣㅅ어진 버선을 꿰매 입고, 터진 망건을 여며 머리에 쓰고, 부러진 갓을 고쳐 쓰듯이 가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 또한 아니었다.
“여보, 쌀이 벌써 다 떨어졌어요”
“아이씨, 돈이 없으니 망건을 여며야 하겠구만”
하지만, 향간에서 들리는 이런 소리는 도데체 무엇인가?, ㅤㅉㅣㅅ어질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던 소리는 어디로 간 것인가?
“에라이, 망할놈의 비!, 오려면 곱게 물이나 좀 뿌릴 것이지 오류강을 범람시켜?, 애라이!”
사람들은 처음 이곳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모두들 기뻐하며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기까지 했다. 이곳은 원래 비가 드믈고 건조한 기후에다가 그나마 있는 물도 반은 오류강이라 오죽했으면 이틀째 오고 있는 빗속에서 마을 잔치를 열었겠으랴.
그러나 그런 기쁜 마음도 잠시, 비가 오는 내내 불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오류강이 비가 그치자 마자 점점 불어나더니 이내 범람해서 벌교내의 북쪽 땅들을 초토화 시켜 버렸다. 이제와 알고 보니, 그 삼일간 내렸던 비는 벌교 뿐만 아니라, 동북쪽 수도부터 시작해서 남서쪽 자크림 감시탑까지 아사달 전체에 걸쳐서 내렸다고 한다. 기상 조사 역사간 가장 많은 지역에 걸쳐서 가장 많은 양의 물을 뿌린 이 비는 서남쪽 오류강의 수원지의 물을 불게 하여 평지가 지속되는 셀라탈다 북쪽 평야에서야 범람을 하게 된 것이었다.
오류강의 범람된 물은 셀라탈다 북쪽 경계인 높은절벽 에서부터 벌교내까지 셀라탈다 북쪽 평원 일대가 침범되었는데 오류강의 물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17년간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않았다.
2장 :팔려가는 아이
“야!, 고자새끼!”
상효는 누군가의 어깨를 툭 쳤다. 18세 치고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소녀는 움찔 하며 말했다.
“내, 내가 왜 고자야!”
상효는 피식 비웃으며 주변 아이들을 한번씩 바라보며 말했다.
“피식, 너 원래 남자라며?”
소녀는 자기보다 어려도 한참 어린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분이 났지만 눈대중으로 보더라도 자기보다 키가 머리 하나가 더 크고 덩치는 거의 2배에 달하는 상효에게 감히 대들 수가 없었다. 소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 그러면 어쩔 껀데!”
이것이 그나마 소녀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역효과였는지 상효와 아이들은 그저 웃었다.
“꼴에 남자래 킥킥”
“야, 너 엄마한테 가서 남잔지 여잔지 알아오면 안되냐? 큭큭”
“야야, 쟨 엄마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내냐?”
“아, ㅤㅁㅏㅊ다 킥킥, 깜빡하고 있었네”
“으히히힉!”
소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런 소녀의 발악은 오히려 괴롭힘을 부추길 뿐이었다.
“이익!, 너네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푸”
“푸훗!, 푸히히히!”
“이러고도 사람이ㅤㄴㅒㅤ, 이러고도 크ㅤㅋㅡㅋ”
소녀는 소녀답지 못하게 주먹을 꽉 줘고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상효를 노려보았다.
“이얏!”
상효와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노려보았다. 상효는 붉어진 자신의 빰을 매만져 보았다. 소녀는 자신이 먼져 쳐 놓고는 지레 겁이 났는지 더 이상 때리지도 못하고 굳은 몸으로 상효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게”
상효는 소녀의 머리를 손바닥을 세게 쳤다. 소녀는 그런 상효에게 달려들어서 양 팔을 풍차 돌리듯이 엇갈려 휘둘러 상효를 가격했다. 이른바 초딩싸움.......
상효가 소녀의 얼굴을 세게 치자 소녀는 땅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소녀가 다시 일어나 달려들어도 몇 번이고 같은 상황이었다.
“감히, 누굴 때려?”
상효는 넘어진 소녀를 발로 짓밟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어딘가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상효와 아이들은 모두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거기 뭐하는 짓이야!”
샹효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칫, 오늘은 조금 아쉽군, 잘있어라 당나귀 귀(耳)”
어디선가 달려온 그 남자는 쓰러져 있던 소녀를 일부축해 주었다.
“괜찮아?, 내 저놈들을 그냥......”
소녀가 그 남자에 품에 안겨 울기 시작하자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소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소녀가 말했다.
“왜, 어째서 난 다름 사람들과 다른 거지?”
남자는 아무런 위로도 해줄 수가 없었는지 묵묵부답이었다.
“왜 나는 너희들과는 달리 이리도 작고, 이리도 어리고,...... 그런 거지? 너희들은 벌써 이렇게 컸는데, 나는 저주 받았어”
“저주받았다니, 그건 아니지”
“아니면 뭐야!, 이렇게 나보다 어린놈들에게서도 무시당하고 사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봐, 이렇게 예쁜 얼굴이 있는데, 크면 아마 너에게 청혼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걸?”
“뭐?, 청혼? 누구, 남자가? 아니면 여자가?, 도대체 누가?”
“.......”
“이런 여자같은 얼굴, 남자한테는 전혀 필요 없어, 차라리 태어날 것이면 남자다운 모습이 좋지. 이게 뭐야!”
소녀가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으려고 하자 남자가 그것을 막았다.
“그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추하게 태어난 사람들보다는 낫잖아? 내 얼굴을 보라고!”
“.......”
“.......피식”
소녀는 얼결에 피식 웃어버렸다. 자기 자신 보고 추하다는 사람은 아마 이사람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소녀는 다시 표정 관리를 해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 했다.
“음, 흠!,......”
“아무튼, 더 이상 자기 얼굴을 탓하지는 말라고.”
“미안해”
“.......”
“이렇게 도와줬는데 오히려 화를 내다니, 내가 미쳤나봐”
“괜찮아”
“그리고, 고마워”
남자는 소녀의 고마워란 말에 뭐라 답할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항상 이런 일에는 서툴렀는지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잠깐 현아!”
소녀가 남자를 등지고 반쯤 휘어진 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남자가 소녀를 불렀다.
“?”
“주막에 들르자”
“주막에는 왜?”
“.......몰라서 물어?”
“그래도.......”
“너 어차피 지금 이대로 들어간 다면 너희 숙부님들에게 또 맞을것 아냐? 저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그냥 들어가게? 주막 들려서 옷 깨끗하게 하고 지게도 고친 뒤에 돌아가자고, 빨리”
“.......응”
▩
나는 그가 갑자기 말만 하고 가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당황하지도 못하고 그를 보내줘 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일단 숲길과 왼쪽의 깊은 계곡을 따라서 북동쪽으로 달렸는데. 계속 그렇게 달리다 보니 이윽고 두 광원 중 하나가 산에 가려지면서 세상은 순식간에 온통 붉은빛이 되어서 곧 해가 완전히 짐을 알려왔다. 나는 그렇게 얼마동안 더 달리니, 5m깊이의 절벽이 있는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는 한때, 세라피스가 북쪽의 젤로스 마을을 점령하기 이전에는 왕래가 잦았었던, 이제는 완전히 낡아버린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에델론드와 젤로스 사이로 놓여진 길 중 가장 가까운 길에 있는 다리였는데, 젤로스 마을이 점령당한 이후로 이곳을 통해서 자주 두거족이 침입해 왔기 때문에 이곳에는 항상 경비병을 배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전 있었던 에델론드 침공 때 같이 습격을 받았는지, 오직 반쯤 파괴된 벽돌로 지어진 경비 초소만이 황량하게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미 하늘에 두 빛이 거두어지고 푸르게 빛나는 달(말이 ‘달’이지 사실은 내가 딛고 있는 이 행성만하다. 아마 푸르게 보인 이유는 저 행성에도 바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이 얼굴을 내민 것을 보고는 일단 오늘은 이곳에서 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세라피스와 두거족의 침입으로 많이 어수선해진 요즘에서 불침번도 없이 혼자 밖에서 야영하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마 길라스도 이 초소를 염두해 두고 미련없이 나와 해어진 것일 거라고 믿었다.
“콜록, 콜록”
용케도 부서지지 않은 문을 열고서 들어가니 아직 상하지 않은 음식들과 잘 정비된 무기들(칼과 활)이 보였다. 부서진 창문 사이로는 달빛과 함께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먼지가 자욱한건 아니었지만, 약간의 추위 때문인지 기침이 났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모포를 찾아서 저 부서진 구멍을 덮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포나 큰 천을 찾아서 초소 안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포는 장롱같이 생인 곳에서 찾을수 있었다. 그 다음에 나는 그 모포를 고정시킬 못 같은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한참을 뒤적거린 후에야 그것이 이 초소 안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 모포를 구멍난 곳에 대충 걸친 뒤, 못 대신 칼로 그것을 고정시켰다.(아, 절대 못처럼 박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냥 나는 칼 끝을 땅에 박은 뒤 모포에 기대어 놨을 뿐이다.)
모든 잘 준비가 끝나자 나는 나의 배낭에서 나의 모포를 찾아서 그것을 덮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모닥불을 피울 정도로 춥진 않았으니, 그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푸른 하늘, 계곡 협곡 사이에 마치 한 마리 백조가 산에 기대어 누워있는 듯한 아름다운 신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햐얀 옷을 입고 있는 아라의 모습이 보였다.
“아라......, 아라야?”
아라는 대답 없이 싱긋 웃기만 하였다. 나는 아라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와 함께 주위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핏빛의 태양만이 산 위에 남아서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아름다웠던 신전은 어느새인가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아아아아아아악!”
푸슉,
그때, 어디선가 푸슉 하는 파육음과 함께, 아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라의 이름을 외쳤다.
“아라야!!”
그리고 나는 세라피스를 노려보았다.
“세라피스!!!”
세라피스....... 나는 아라의 배를 갈라놓은 세라피스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세라피스!!!!, 으아아아!!.......”
“.......아아아아아!”
“헉......, 헉”
갑자기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의 빛이 눈앞에 보였다. 나는 그 빛을 가리자, 그것이 햇살에 비쳐서 번쩍이는 칼집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놓아두었던 배낭이 보였다.
꿈을 꾼 모양이다......, 아마 그때부터였나....... 계속 이런 꿈만 꾸는 것 같았다.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신가요?”
“으아아!, 깜짝이야!”
나는 정말로 놀라서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 바람에 내가 자는 사이에 초소 안, 그러니까 내가 자고 있던 바로 옆자리에서 나를 놀라게 했던 그 의문의 목소리의 주인공도 같이 놀라버린 듯 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갈색의 긴 머릿결을 가지고 있는 여자 나스였다.
“아, 저기....... 안녕하세요?”
“으악!, 안녕하세요가 아닙니다!, 남녀칠석 부동석 몰라요? 아아니, 이게 아니지(칠석 아닌데) 도데체 언제?, 아니, 잠깐........”
으아아아악, 나 진짜 제대로 당황했나보다, 자꾸 이상한 말이 튀어나와, 나는 간신히 해야 할 말을 머리를 쥐어짜내듯이 생각해내면서 말했다.
“아, 저....... 누구세요?”
아니!, 생각을 해봐라! 친구랑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머리 거인족을 만나더니, 갑자기 친구가 나를 떠나버리고, 또 구멍뚫린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일어나보니까 내 옆에 여자가 있어!, 무슨 말을 해야 돼?
....... 아무튼 그 여자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 는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 저는 핀드리엘이라고 합니다. 줄여서 리엘이라고 부르지요, 사실 전 누구를 만나러 에델론드로 가는 길인데 혼자 가는 길이라 잠시 초소의 숙소를 이용하려 했어요, 평소에는 항상 불침번이 계셔서 허락 받기 편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불침번이 안계시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아, 이분 나를 경비아저씨로 착각했나보구나.......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아무튼 나도 친절하게 나의 신분을 설명해 주었다.
“사실 전 이곳 경비병이 아닙니다. 저도 테미스에 볼 일이 있어서 그리고 가는 도중에 이 초소를 이용한 것이지요”
그러자 그녀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하지만 이곳은 24시간 상시 에델론드의 경비병이 경비를 보는 곳인데요? 다들 어디로 간 것이지요?, 역시 에델론드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나는 차근 차근 에델론드에 일어난 일을 말해 주었다. 그러자 핀드리엘은 또 한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혹시 그럼 에델리아님은 어떻게,......”
“다행히 에델리아 님은 살아 계십니다. 전투 때 약간 타격을 받으셨지만, 몇일 전에 깨어나셧거든요.......”
“정말입니까?, 아아....... 사실 전 저희 마을인 템프라리(templari; 칼라니어로 ‘정의’)마을에 녹인족의 공격이 심해짐과 함께, 강 건너편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에델론드와 테미스로 지원 요청을 하려고 파견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에델론드가 공격받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심한 허탈감을 느꼈지요, 그러나 다행이 에델리아님은 무사하시다니 불행 중 다행이로군요”
나는 핀드리엘의 소리를 듣고 하마터면 펄쩍 위로 뛰어오를 뻔 했다. 테미스의 지원 요청을 하다니, 만약 지금 시점에서 테미스의 병력이 빠져나간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아마 그녀의 마을의 녹인족 침입은 세라피스의 계락일 것이다. 나는 ‘재발’ 하는 심정으로 핀드리엘에게 물었다.
“테미스요?, 테미스에 얼마나 지원 요청을 하셨는데요?”
“1만 정도요, 녹인족들의 규모가 상당히 많아서 그랬지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아아, 이것 참....... 제대로 당했군, 1만 정도면, 테미스 주력병력의 80%가 빠져나간 것이다. 다행이 수성 전용으로 훈련된 병력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대로라면 반격은 하지도 못해보고 오직 수성만을 해야만 한다.
“그거 심각하군요, 계략이었다니, 테미스로 진격......, 젤로스가 본진이라”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걸어왔던 길라스라는 친구가 에델론드로 가서 그 사실을 알리고 다른 마을에 지원을 요쳥하러 저와 해어졌지요, 테미스로는 제가 가기로 한것이고요”
그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은 다시 제 마을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게 우선이로군요, 저 근데........ 그, 저는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차차, 내 소개를 안했구나
“아, 제 이름은 일단 샤인입니다. 사실 제 이름은 발음하기가 조금 어려워서 이곳 방식으로 조금 바꾼 것이지요”
어?, 이분 또 왜이렇게 놀라시나?
“예?, 혹시 다른 대륙에서 오셨습니까?”
아아, 그거로구나, 이곳 바다는 상당히 사나워서 대륙간 이동이 수천만년동안 없었다고 했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발전이 거의 없던 것도 신기하지만 말이야.......
“음, 조금 먼 땅에서 왔지요....... 아마 이 땅을 밟은 사람은 저 뿐일 겁니다.”
뭐, 뭐야 갑자기 왜이렇게 나를 뜯어봐? 그녀는 내 귀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헤에, 신기하네요 아까부터 궁금했지만 이렇게 귀도 둥그스름하게 생긴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건가요?”
“예에, 뭐, 하하. 그런데 이제 좀.......”
“아, 이런, 죄송해요, 궁금한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그런데 어느새 부파라(적광(赤光); 붉은 태양)까지 하늘에 떠버렸군요, 이제 출발하셔야겠어요, 제 마을은 이 테리아길에서 한참 떨어져 있어서, 젤로스 마을을 우회하는 다음 다리가 있는 마을까지밖에 동행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혹시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당신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실수 없나요?”
“예, 혹시 다음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그리 하지요”
우리는 각자의 짐을 싸서 다시 다음 마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나를 따라올 것인지(마법으로도 속력을 낼 수 있다. 물론 아주 어렵지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바로 나스하락이었던 것이다. 나스하락이 무엇이냐고?, 그들은 활도 잘 쏘고 칼도 잘 다룬다. 그리고 달리기도 엄청 빠르며, 또한 시력도 좋다.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조금 어려운데, 그들은 기습 공격대원(레인져) 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정규군대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기준이고, 이들의 기준으로는 나스하락은 일단 ‘나스족의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으로 보아 아마도 그들의 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의 기준으로는 기습 공격대원, 또는 졍규군대라고 표현했는지에 대해 해명하지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그들이 침입해 오기 전에는 이곳은 참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말이죠. 세라피스를 없애기 전까지는 평화를 보기 힘들어 졌어요”
그녀는 다리 위를 지키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그 전까지만 해도 싸우는 이 없이 잘 살아왔는데 말이에요, 도대체 세라피스는 우리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를 죽인건 우리가 아닌데도 말이죠”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놀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그런데, 세라피스는, 언제적 나스입니까?”
“예?, 언제 사람이냐니요?, 아! 다른 곳에서 오셧다고 했으니 모르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녀는 다시 다리쪽 병사들과 마을 주면을 보며 말했다.
“세라피스는, 사실 저희들이 태어나기도 전, 수천만년 전에 있었던 드래곤의 이름입니다.”
“드래곤이요?, 그 용 말씀하시는 건가요? 상상속 동물인,”
“아니에요, 상상속이 아닙니다. 물론 우리 대륙이 본 대륙과 떨어져 나올 때부터 드래곤을 만난 적이 없다고 기록되어 왔지만, 확실한건 실제하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용과 드래곤은 다른 개체입니다.”
“다른 개체요?”
“용은 이 세계를 수호하는 사신수 중 하나인 청룡과, 그리고 세계 곳곳 어디엔가 잠들어있는 신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드래곤과는 다른 의미지요”
“그렇군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세라피스가 드래곤이였다니, 그런데 왜 지금은 나스의 모습이죠?”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건 세라피스는 이미 영광의 시대 말, 저주의 시대 시작때 죽었습니다”
“예?, 죽었다니요? 죽었는데 도데체 왜 지금은 살아있는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록에는 동방에서 날아온 청룡 하나가 세라피스 육체를 죽였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알수가 없군요........ 아무튼, 이제 저희는 해어져야 할 것 같네요”
“예, 그럼 저는 마을로 돌아가 그 사실을 알리고 군대를 회군시키겠습니다. 쌍극의 기품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팔괘의 원리가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지요”
그녀는 다리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에게 인사를 하고는, 강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세상은 부파라(적광(赤光); 붉은 태양)만의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이 마을부터는 달려서 하루거리인 50km마다 마을이 하나씩 나오게 될 것이다. 즉 야영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는 일단 먼저 근처 여관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길의 갈림길에 있어서 통행량이 많았던 마을이니만큼 여관이 많을 것 같았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 다리에서 얼마 떠나지 않아서 운드 라라 이라(Und lara era : 평안한 시대) 라는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여관의 열려 있는 담장 문을 지나쳐서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그 규모에 비해 그닥 없었지만, 그래도 마당의 의자고와 탁상에는 10명 정도가 앉아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핀드리엘이나 에델론드같은 곳으로 가려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양쪽으로는 하늘이 뚫려 있는 마당이었고, 본 건물에서 담장의 입구까지는 일직선으로 강렬한 햇살을 가려주던 벽이 없는 건물이 있었다. 드디어 본 건물 앞까지 도착하자, 그제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관원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는 다소곳이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말했다.
“운드 여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운드 라라 이라 여관을 줄여서 운드 여관이라고 하는가 보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허, 이건 절대 내 필력이 딸러서 무엇을 원하십니까라고 한 것이 아니다, 사람같았으면 저녁식사를 하시겠습니까?, 방은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라고 물어왔겠지만 이들은 사람이 아니다. ‘나스’다. 확실히 구분해줘야 한다.}
“오늘밤동안 제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방 하나와 따뜻한 목욕물, 그리고 식사는 불루빅과 물 조금이면 됩니다. 식사는 방에서 하지요”
그녀는 다시 머리를 살짝 숙이고 알겠다는 표현을 했다.
“알겠습니다. 징표는 두장이면 충분합니다.”
“에델론드의 신전 254와 신전 345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방은 안으로 들어가시면 이르이엘이 안내해 주실 겁니다.”
이들의 돈의 개념은 매우 특이하다. 이것은 철저히 신뢰관계에 의해서 이행되는 체계인데, 그들은 우선 돈을 돈이라고 하지 않고 징표라고 한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내가 이것을 샀다. 고로 얼마얼마의 값어치를 내가 가지고 있다.’ 라는 것을 손에 쥐어지는 ‘돈’이란 것으로 증명하는데 비해서, 이들은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징표로(물론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에델론드의 신전 254라는 징표는 에델론드에 있는 신전에 새겨진 500개의 징표 중 254라는 이름을 가진 징표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한다. 즉,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나는 돈을 내는 대신, 내가 알고 있던 징표를 판매자에게 말만 하면 된다. 그러면 판매자는 그 징표를 사용할수 있게 되고, 나는 말한 징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마치 돈을 준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 도난당할 우려도 없고,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마음에 거짓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적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없는 징표도 만들어서 사용할수 있고, 또한 자신의 소유가 아닌 징표도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들 나스족들은 마음에 거짓이 없고, 또한 물질적인 소유옥 또한 태어날때부터 거의 없는 종족들이기 때문에 이런 편리한 방법이 지속될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사람들도 이들 나스가 사용하는 방법을 쓴다. 물론 그 ‘징표’의 관리자를 마음에 한 톨 욕심과 거짓이 없는 ‘컴퓨터’ 가 대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2개의 징표를 그녀에게 주었다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르이엘이라고 예상되는 사람이 내가 쓸 방을 안내해 주었다. 아마 아까 말하던 사람이 마법사의 의지전달 능력으로 나의 주문을 전달한 것 같았다. (참고로 나스족들은 크게 나스하락의 자질과 마법사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그들의 정신력이 애초부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을의 전경이 훤히 보이는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이곳은 에델론드와 다르게 지붕이 검은색 기와로 되어 있어서 붉은 하늘에 검정 기와는 내가 보기에 퍽 아름다웠던 것 같았다. 마당 아래에서는 만찬을 즐기도 있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bu ki perarim ash 붉은 빛 사람이란 뜻이지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Bu ash ki bu 붉은 뜻은 붉어서이고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Perarim ash ki pera 빛 사람은 빛나서이지
ma atum ash-ki ma-Shal'na 다른 뜻은 존재하지 않아,
Ki Na Shal bupera 내 존재는 부파라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Ki Narim Na-beru Dumpera 사람들은 나를 덤파라라고도 해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Dum ash ki dum 덤은 죽음이란 뜻이고
Ki Na shal Bupera 내 이름은 부파라
Pera ash ki pera 파라‘는 빛나다는 뜻이지
ma atum ash-ki ma-Shal'na 다른 뜻은 존재하지 않아,
Ki Na Shal bupera 내 존재는 부파라
문학적 재능이 없는 나에게는 참으로 실없는 내용으로 들렸지만, 그래도 선율만큼은 듣기가 좋았다. 노래가 들리는 중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방 탁자에는 불루빅이 놓여져 있었다. 나는 창틀에 기대었던 몸을 돌려서 점심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불루빅이란 식물은 그냥 보기에는 한해살이 잡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것은 최소 10년이 넘은 ‘나무’이다. 모든 식물중에 유일하게 정신파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식물로서, 자신의 형태를 결정지을 수 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모양으로 자라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것은 거대한 나무가 되고, 어떤 것은 잔디처럼 작게 자라고, 또 어떤 것은 지금처럼, 그저 잡초로만 보이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나 나스하락들은 이것을 다른 일반 식물과 구분 할 수 없다. 아마 제각기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자신의 정신파를 이용해서 그것을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불루빅 채집은 마법사들만이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식사와 같이 온 목욕물에 몸을 뉘였다. 목욕을 마치고는 배낭의 옷을 갈아입고 잠에 들었다. 하루종일 달려와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들었다.
“떠나겠습니다”
“예?”
에델리아님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사실 제가 원하던 신호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소리이지요,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진 못하겠습니다. 측정 거리를 좀 더 늘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쪽의 그 대륙까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안됩니다!, 그곳은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벌써 수천만년전 이야기입니다. 벌써 그들이 멸종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벌써 인간들이 배를 타고 이 펜도럼 대륙을 발견했겠지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 하지만 그래도 저는 가야 합니다. 가야만 아라를 구하고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그렇다면 우선 테미스로 가세요, 우리들은 옛 것을 복원하기를 좋아해서 어쩌면 수천만년전 자료가 남아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 남쪽의 대륙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류라던지, 지형이라던지 말이죠. 테미스까지 가는데에는....... 길라스가 동행해 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아침을 먹고 바로 다음 마을을 향해서 또다시 달렸다. 카다림(말과 비슷한 동물, 말은 발가락이 없지만 이 카다림은 두 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는 말보다 더 잘 달림)을 타려면 카다림이 있는 셸나-카라마을까지는 달려가야만 한다. 주변에는 빨리 지나가는 풀숲 사이로 놀란 동물들이 나를 피하는 것이 살짝살짝씩 보였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벌써 부파라가 뜨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얗다 못해 푸른 빛을 띄던 세상은 창백했던 사람이 혈색이 돌아오는 것처럼 한순간에 환해졌다. 한두개 남았던 별들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슬슬 온도도 높아지기 시작해, 나의 양 볼을 세차게 때리던 쐬기바람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동쪽에는 붉게 타오르는 하나의 태양과, 희푸르게 찬 빛을 발산하는 또다른 태양, 그리고 서쪽에는 이 행성과 쌍성인 또 다른 행성이 하늘에 크게 걸려있는 모습은 언제나 보아도 참 멋있는 풍경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즐길 여유가 되지 않았다.
다시 반나절이 지나고, 서쪽에 오직 부파라만이 남아 세상을 붉게 비추고 있을 때, 나는 어김없이 다음 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나스하락의 발걸음 덕에 숨차거나 그런 것은 없었지만, 몸에 땀은 매우 심하게 났기 때문에 마을 여관에서 다시 목욕을 하였다. 이 마을은 강들이 합쳐지면서 수량이 많아졌지만 산악지형에서 갑자기 완만한 평지로 접어들면서 계곡의 깊이가 낮아지고, 강의 폭이 갑자기 넓어져서 생긴 선상지 안쪽, 그러니까 산악지형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보통, 사람같았으면 저 평지쪽에서 마을이 생길것일 테지만, 나스들은 옛것을 복원하기를 좋아해서, 벌써 수천만년전에는 평지였던 그 마을을 계속 복원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때문에 대륙이 북쪽으로 계속 올라오는 힘 때문에 위아래로 눌려서 융기한 이 산지 위에 그러한 마을이 있는 것이다.
선상지 겉에서 용천 물들은 남쪽을 가로지르는 산맥에서 흘러온 또 다름 물줄기와 합쳐져서 북쪽으로 굽어 흐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물이 매우 많아져서 작은 배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선상지 꼭대기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땐 이미 부파라마저 완전히 져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선상지 아래쪽 물이 용천된 부분과, 합쳐지는 부분에 배를 실어다 나르는 선착장으로 예상되는 건물들과 마을들이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음날 부세파라(푸른 빛)가 뜨고 다시 출발하며 보았을 때, 역시 내 예상대로 그 선착장에서 작은 배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선상지는 밭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이 마을은, 선상지를 사이에 두고 선상지 위쪽과 아래쪽마을로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나는 그 두 마을이 하나의 마을인줄 알고 지나칠뻔 하였으나, 다행히 그 아래쪽 마을 선착장에 셸나-카라(Shal'na-khar)마을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드디어 달리기를 멈추고, 그곳 마구간(원문은 운드 카다림(Und Kadorrim)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내가 내 소설을 번역하였다.)을 찿아보았다. 역시나 마구간은 선착장 근처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원하십니까?”
마구간 안에는 말들이 그 큰 마구간 부지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쪽 벽은 아예 뚤려있어서 마을 밖 평지가 보였다. 말을 방목한 수준인 것이다, 아무튼, 구유 앞에 앉아 있던 긴 바지를 입고 있는 그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카다림 한 마리를 구합니다. 가장 빠른 놈으로요”
“가장 빠른 놈이라....... 옳지, 이녀석을 데려가세요. 징표는 10장이면 됩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아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카다림 한놈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아마 의지전달 마법을 사용했겠지, 마법사인 듯 하다.)
“에델론드 신전.......”
나는 징표의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뒤적거렸다. 내가 나스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부러워한 것이, 이들은 자기가 기억하려고 하는 것들은 절대 까먹지 않고 한번에 다 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기억하려고 하지 않은 것은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말이다.
“아, 여기있다. 에델론드 신탑 464번이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 카다림이란 동물은 전채적으로는 말과 매우 유사했다. 그러나 크기는 말보다 약간 작아보였고, 발에는 두 개의 발가락이 나와 있었다. 그 카다림은 새로운 주인을 보자 기쁜 듯이 푸레질을 하며 내가 앉기 편하라고 다리까지 접으며 앉아 주었다. 이 또한 지구의 말과 다른 점이었다. 만약 말이 이랬다면, 사람들은 ‘어딘가 병이라도 걸렸나?‘ 했을 것이다.
나는 그 카다림을 타고서 강을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왼쪽 강에는 간간히 작은 배들이 보였고, 오른쪽에는 드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간간히 빽빽한 숲과, 바닥에 눕혀진 방패 위에 종을 올려다 놓은 것처럼 불쑥 솟아오른 산들이 보였다.
▩
이 외에도
다스다라와 18가문이라는 책과
동방5왕국에 대한 이야기랑
곧 제작될 아투마이 반도에 대한 이야기 및 설정
...등등 많은데. 많네요. 저도 여기 넣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을 줄은....
컨퀘스트 링크: http://avangs.info/store_game/1492723
기획판 링크: http://avangs.info/idea/149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