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누설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원래 월말에 쓰고자 했는데 리뷰를 약속하고 계속 미룰 수는 없어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지금 쓰고자 합니다. 하얀문! 문이 하얗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 아름다운 게임은 갓 창설한듯 보이는 제작팀인 '팀 SET'가 만들었습니다. 이 제작팀의 첫작품인 하얀문. 직접 플레이 해본 경험으로써 말하자면 꽤 첫작품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수작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한 가정집에서 부모없이 머무르는 남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시작할때 아기자기한 동화풍으로 스토리를 암시해준 것이 꽤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스토리는 동화와 거리가 먼, 아주 심오하지만요.
간단한 조작키. 그런데 이 조작키는 보통 알만툴 게임하면 누구나 다 아는 방식이죠. X는 세이브가 아니라 메뉴를 여는 창으로 기억하는데 메뉴라고 정정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게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게 안경을 쓴 남성입니다. 이 남성이 주인공이고, 정체불명이라는게 어울릴 정도로 관련 정보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물론 후반부에 간접적으로 밝혀지죠. 이 게임이 공포 게임인지 아닌지 약간 오싹한 기분을 주는게 이렇게 어두운 방에서 시계침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고 아무도 없고 주인공 혼자 돌아다니면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게임은 공포 게임은 아니죠.
주인공을 조작해서 방에 있는 물체들과 접촉할 수 있습니다. 문서들과 접촉하면 이런 글귀가 뜨는데, 보통 이것을 복선이라고 하죠. 그리고 게임은 이 복선과 100% 맞아 떨어집니다. 인간복제는 비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인간을 복제한다. 그러면 복제된 인간의 인격은 어떻게 될까요? 후후후...
음침한 어두운 분위기에서 일기장 페이지를 하나둘 씩 읽으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밑에 보이는 저 고전풍의 문양, 과거를 암시하는 아주 좋은 연출이죠. 즉, 이 게임의 진행방식은 일기장을 읽으면서 과거의 사건을 하나둘 씩 접하는 구조입니다.
주인공인 마리아. 아주 당돌하고도 아름다운 소녀입니다. 이 소녀, 이제 나이 먹으면서 온갖 마음고생을 다 할겁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과거를 넘나드면서 마리아와...
마리아의 오빠인 피에르의 기억들을 탐사합니다. 이것을 회상 장면을 지칭하는 flashback이라는 용어로 설명 가능하죠. 아무튼 이 둘이 과거의 등장인물들인 마리아와 피에르 남매입니다.
주인공은 이 남매의 기억을 탐사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둘 씩 알아가게 됩니다. 전체적인 진행과정은 직접 플레이 해보셔서 아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일기장이 진행 될 수록 마리아는 피에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고 사춘기 소녀의 발광(?)도 벌이지만 결국 남매들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죠. 단지 부모가 있는 남매냐 없는 남매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남매의 관계는 돈독하고 서로 신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신뢰는 과연 이어질까요?
가족 사진. 이곳에 마리아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가 이것을 발견합니다. 아직 사춘기 + 죽음의 공포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어린 소녀.
사진을 확 찢어버리고 부모에 대한 원망을 합니다. 왜 그녀를 버려두고 떠났을까. 왜 오빠인 피에르가 일을 다 맡아 하고 있을까. 그런 걱정과 함께 원망심은 커져갑니다. 하지만 피에르는 그런 마리아가 안정할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허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듯이 보였습니다. 부모가 죽은 이유, 그리고 피에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 후반부에 제대로 밝혀집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진행이 될수록 흥미를 유발하고, 과거의 과거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피에르의 방. 주인공조차도 아직까지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들어가면 게임 오버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피에르에게 벌어졌던 걸까요?
마리아가 무섭다고 하네요. 저 역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피에르가 무섭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피에르는 마리아를 남겨두고 어딘가로 떠나게 됩니다. 일하러 가는거죠 뭐 별일 있나요. 마리아는 혼자 남겨지고, 집에서 머물면서 피에르가 되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일기장을 읽는 방식이 아닌 주인공이 일기장 밖 세계에서 무언가를 해야합니다.
반짝이는 물체들을 조사하고 (각각 독백이 있음) 다시 일기장 확인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 한 물체가 이 게임종료를 시키는 주인공의 방과 가까워서 계속 모으다가 그만 세이브도 못 한채 게임을 꺼버렸습니다. 물론 다시 했습니다. 다만 게임 설계를 할때 일기장 파트가 끝날때 마다 자동세이브를 넣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세이브창이 뜨는거죠. 그러면 게임 스토리에 집중하면서도 세이브도 꼬박꼬박 할 수 있습니다.
집에는 닫혀진 방들이 있고, 이 방들을 열기 위해선 싸돌아 다니면서 열쇠를 찾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 방의 열쇠는 없습니다. 오직 과거로 통하는 일기장을 통해 가야만 하죠. 그 말은 곧 이 방은 훗날 폐쇄됬다는 뜻이겠죠?
DVD방 안에는 성숙해진 마리아가 있습니다. 표정상태를 보아하니 피에르를 기다리다 지쳐서 원망하고 있는 것 같군요. 맨날 원망만 하면 힘든 인생이죠. 후후후 그나저나 피에르가 없이 마리아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을까요? 학교는 꼬박꼬박 다니는지, 비행 청소년은 설마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피에르가 보조금을 보내주는 것처럼 보이던데 여성 혼자 살기에는 요즘같은 각박한 현실에 무리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뭐 게임이니 다 가능하죠!
여기서 좀 헤맸는데 마리아와 대화하기 위해선 무언가를 찾아서 다시 갖다 줘야했습니다. 제작진 분께서 답변을 해서 다행히 완수했습니다.
갖다 줘도 마리아는 웁니다. 오빠가 그렇게 그리운가 봅니다. 저라면 집이라도 팔고 시내 오피스텔로 이사해서 피에르와 같이 살겠네요. 넓은 집 안에서 혼자 외롭게 어떻게 삽니까. 외로움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집은 부모님의 유산이니, 쉽게 팔 수는 없겠죠.
이런 마리아에게, 아주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피에르가 나타난거죠. 허나 이 피에르, 마스크를 쓰고 약간 상태가 이상합니다. 예전의 피에르가 아닌, 피에르를 모방한 생명체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복제인간에 대한 복선. 그리고 피에르의 비밀들. 여기서 바로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아직 모르네요. 시간날때 추리소설이라도 읽고 자랐으면 좋았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사 한번 못 하는 수상한 피에르를 마리아는 철떡같이 믿고 있네요. 요즘같은 험난한 세상에는 좀 조심해야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나 마리아는 아주 순수한 소녀 그 자체(입고 있는 옷부터 하얀색)라서,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의 힐링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피아노 소리는 훗날 이 수상한 피에르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어렸을때도 친 피아노, 나이 먹은 뒤 친 피아노. 똑같은 피아노 연주고, 시사하는 것도 확실합니다. 마리아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같이 순수성을 유지한 고결한 존재라는 뜻이죠. 그 순수한 아름다움... 마음이 안 뒤흔들어지는게 이상할 정도군요.
피아노는 참 아름다운 악기입니다. 어렸을때 피아노 연주를 좀 했는데 피아노만큼 감성을 자아내는 악기는 바이올린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들이... 음... 글이 삼천포로 빠질 것 같으니 악기 찬양은 여기서 그만.
이제 게임은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습니다. 일기장은 다 읽었고, 이제 마리아의 상태를 확인하러 갑니다. 마리아는 과연 어떻게 됬을까요? 과거와 현재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마리아와 피에르의 방. 이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마지막 상태는 멘탈 붕괴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이제 수상한 피에르와 대면할 차례입니다. 주인공은 이 수상한 피에르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이 수상한 피에르, 과연 어떤 자일까요?
거대한 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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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누가 복제인간을 이렇게 만듭니까. 멀쩡한 입은 왜 찢었을까요. 피에르의 정신상태 이럴줄 알았습니다. 태연한 얼굴로 음침한 짓을 해대니 그의 동생 마리아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마리아 죽으면 시체를 건져내서라도 개조해서 옆에 둘것 같네요. 위험한 놈입니다.
이 복제인간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피에르는 알까요? 아주 나쁜 놈입니다. 생명을 경시하는군요. 이 복제 피에르는 마리아의 순수성에 감복을 받아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합니다.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마리아를 이 복제 피에르는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갈팡지팡하고 있군요.
이제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허나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리아의 순수성을 강요하고 하얀문이라는 제목을 고려해보아 진엔딩이 어느 방향일지는 잘 알고 있을겁니다. 잘못된 의무에서 벗어나,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을 기반으로 한 재화합이 그 방향입니다.
마리아의 곁에 남으라고 하면, 복제 피에르는 마리아에게 향하고 쿨하게 사라집니다. 이제 주인공은, 피에르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피에르의 과거. 그는 대체 어떤 과거를 겪었을까요? 그의 비밀 일기장에서 그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들. 자세한건 직접 플레이하셔서 감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단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운전은 아주 조심히 해야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순식간에 모든것을 잃으면 순수성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남매의 아버지는 운전하다가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친 피에르가 이송된 병원에서는 첩첩산중으로 어머니 역시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고 마리아가 태어났다는 전보를 받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이 모든것을 알게 된 피에르. 동생인 마리아를 지키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사고로 인한 육체적인 병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병은 피에르의 마음을 좀먹게 하고, 건강에도 위협을 줍니다. 허나 그는 마리아를 생각해서라도 이 모습을 절대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의 순수성을 위해서죠. 그 결과 나중에 갈날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뒤 그녀를 떠나게 됩니다. 마치 개와 마찬가지죠. 개 역시도 죽음이 다가오면 자신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리기 않기 위해 멀리 떠나 명을 거두고 스스로를 잊혀지게 만드려고 합니다. 외로운 늑대와 같죠.
그런데 마리아가 그 나이 먹도록 피에르의 방에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게 약간 미스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때 호기심이 왕성했을 것인데... 들어가려고 하다가 피에르에게 저지당하고 피에르가 갑자기 성질이 뻗쳐 폭언을 하려다가 '마는' 장면도 넣었다면 인물 설계에 더욱 확실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제 사소한 소견입니다.
피에르는 자신이 죽어서라도 마리아를 실망시키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마리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꾸렸습니다. 허나 이 위험한 계획, 결국 마리아와 복제품 둘다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겁니다. 마리아를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해서 내린 결단이고 좀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차라리 마리아에게 모든 진실을 알린 뒤 그녀를 성숙하게 만들게 하는게 낫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상은 알아야할게 많고, 그만큼 인간의 본질을 진화시키는 정보들이 아주 많거든요.
마리아가 소녀일때 웃은 모습. 이것이 엔딩 전 마지막 장면입니다. 해맑게 웃는 마리아. 그리고 안타까운 비극과 현실.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눈물콧물 다 흘릴겁니다.
허나, 순수성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변해가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의 쓴맛들. 어린 소녀의 순수성이 이어갈 수 있는 해맑은 미래는 과연 우리들에게 찾아올까요? 저는 회의적인 입장이군요. 그렇지만, 희망의 끈은 버려서는 안 되겠죠?
후일담은 없습니다. 병상에서 깨어난 마리아가 복제 피에르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지, 둘은 결국 어떻게 될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뭐 잘먹고 잘 살겠죠. 오히려 마리아가 혹독한 현실을 직시하고 눈매도 매우 날카롭게 변한 여의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후속작 만들어주신다면 이렇게 만들어주시길...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크흠.
그리고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빨간 머리, 사무복장을 입음. 그리고 불투명한 모습. 그리고 복제 피에르와 자연스러운 대화. 쉽게 유추가 가능합니다. 허나 귀신이라면 복제 피에르와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지 궁금하네요. 심령술도 배웠나 봅니다. 허나 피에르는 아닙니다. 피에르에게도 형이 있었죠.
대망의 엔딩. 스탭롤을 생각보다 잘 만들어서 놀랐습니다. 연출과 디자인 쪽에는 확실히 소질이 있군요. 그러면 차기작도 당연히 기대가 되겠죠.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하얀색. 그리고 그 하얀색의 문. 그 문을 닫을지, 혹은 열을지. 많은 고찰을 하게끔 만든 작품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아주 명확해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끄러운 전개와 감동적인 스토리가 뚜렷하지만, 약간 매끄롭지 못 한 게임플레이 진행방식을 차기작에 보강하면 언제든지 훌륭한 작품을 만드실 수 있을겁니다. 만드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