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만들기 툴이라고도 불리며 그만큼 RPG 게임 제작에 특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런데 의외로 체감상이지만 RPG 게임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어져 간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사실 만들다보니 알 것도 같더군요. 우선 타장르 대비 너~무 신경 쓸 것이 많아요.

캐릭터마다 전투 스타일 짜내랴, 몬스터 만들어내랴, 아이템 작성하랴, 스킬 만드랴, 전투 밸러스 맞추랴 등등...

그래서인지 RPG 게임들을 볼 때마다 

'아, 대체 이 엔딩까지의 길을 제로에서부터 개척하기 위해 얼마나 장대할 정도의 인고로 가득찬 시간을 쏟아부었을까!!' 하며 

가슴에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기분을 느낍니다. (물론 타장르 게임에도요.)

그러니 이번엔 이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채 즐겁게 플레이했었던 쯔꾸르 RPG 게임에 대해 회상해봅니다.

뭐, 말 안해도 대부분 짐작하셨으리라 봅니다.

한국 알만툴 RPG 게임의 정점에서 군림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이죠.

프로 제작자가 만드신 게임답게 딱히 단점을 꼬집기 힘들더군요. 

입 닫는걸 잊을 정도로 쉴새 없이 폭소하게 했던 개그와 패러디들, 개성적인 캐릭터와 전략적인 전투 등.

맵 퍼즐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통 RPG 게임의 교과서답다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게임 제작자가 게임 개입을 뛰어넘어 전투까지 참여함으로 게임 패러다임의 변화를 얼핏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3부부터 갑자기 가파르진 난이도에 허덕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레벨 노가다했던 기억이 나네요.

안타깝게도 제작자분께서 황급히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는 작품이지만 초반의 몰입도는 굉장했습니다.

고전 게임다운 정석적인 스토리가 책 사이에 끼워놓은 낙엽 책갈피처럼 정겹던 불러오는 향수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막는 방법을 찾아라같은 개그섞인 아기자기한 이벤트의 매력을 이때 깨달았습죠.

동생놈과 저는 부커T를 좋아했기 때문에 등장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한 우애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발컨이냐며 서로 짜증내며 레슬링을 했었죠. ...네 초크슬램은 겁나 아팠다, 이 자식아!!!)

제게 맵배치의 예술성과 NPC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던 게임입니다. 

마을마다 특색이 있고, 이곳에서 사람이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동감이 있었죠.

무엇보다도 소설같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진국이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쉽게 질려 엔딩을 보지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인 제가, 정서를 자극하는 비극적이고도 진지한 스토리에 집중하여 

단숨에 클리어했던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죠.

판타지 로케이션 시리즈는 2,3만 플레이해봤는데 모두 재미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정석 판타지에 가까운 2가 취향이었지만.

3은 통맵을 통한 맵배치의 응용과 가능성을 배울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요건 가장 최근에 플레이했던 작품이에요.

일본 제작자가 만들었으며 쯔꾸르 동인게임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을 보여주었던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주인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토리도, 인물들과의 관계도, 물론 그에 따른 대화들도 하나하나 변합니다.

꼼꼼하고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뻗어나가는 이 수많은 분기들을 어떻게 일일이 만들어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올 따름입니다.

각 던전 장소마다 로프를 사용하느냐 고대글귀를 해석해보느냐 등 여러 모션을 취할 수 있어 

마치 주인공에 빙의해 직접 탐험을 하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힌트를 찾아내어 그 전략에 맞게 보스와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과 직접 파티편성이 가능한 많은 등장인물들의 탐험스킬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게임 제작자는 진정 천재란 말인가!?' 라는 말이 절로 나옴과 동시에 한없이 작아지는 저를 멀거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씁쓸함은 덤이었습니다.

흐음~ 적고보니 전부 옛날 게임들이네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쉽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만 찾게되어서인지, 아니면 공포나 추리, 노벨 게임의 범람에 상대적으로 적은 RPG 게임을 고를 확률이 낮아서인지... 

그 게임의 바다 속에서 여러분들이 건져내었던 쯔꾸르 RPG 게임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혹시 생각나신다면 슬쩍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