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복고바람이 거세질 때에는

by 카일러스 posted Mar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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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에 흔들리고 고뇌하는 개인들이 많아졌다는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언뜻 요새 인디게임 트랜드가 단테나 95시절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지금의 흐름에 지쳤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본격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2010년대부터 <응답하라>, <국제시장> 같은 복고풍 내지 추억팔이 트랜드가 떠오른 것처럼, 대규모 대자본 게임들과 온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캐쥬얼 게임에 지친 유저들이 과거 소규모 그룹 단위로 만들던 초기형태의 RPG나 어드벤처에 대한 향수를 느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런 현상은 <응답하라>나 <국제시장>이 보여진 바와 같이,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테마성 보다는  유저들이 자신들이 보낸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깔려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자본과 자원이 편중되고, 그 격차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보수화, 일률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우리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떤 욕구불만 내지 상실감같은 것을 느끼고 있지 않나 합니다. 본래 강한 실험적 시도는 번영과 중흥의 가치가 드높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고, 당대 성공의 공식에 강하게 집착하는 작품들이 쏟아진다면 그만큼 새로운 것을 하기가 위험한 무기력과 불안감이 짓누르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분위기를 미루어 이런 복고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는 비단 게임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계에서의 트랜드도 그러한 방향으로 지속될 것 같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미생>처럼 더이상 나아질 기미가 없는 현실을 연민을 통해 자조하거나, 그나마 그 안에서 이루어질 것 같은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미시적인 세계들을 다룬 이야기들이 큰 공감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대중매체에서 당연한 클리셰이자, 왕도 코스나 다름없었던 연애도 낭만적인 것보다는 하고 싶지만 이루어지기 어려운 허들로 그려지는 것처럼..


제가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복고와 향수의 트랜드가 대세가 되었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래라는 하류로 물살을 더하지 못하는 상류의 물은 그저 안이한 그들만의 터전밖에 못 만들기 때문입니다. 본래 개인들은 외부세계의 대세적 흐름과 이를 통한 주관적 경험에 대단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저점 고착되어가는 대세를 돌려세우는 것도 개인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저항에 있기도 합니다.


과거로 희귀하려는 욕구를 깊게 통찰하면, 그 안에는 가장 열정적이고 건강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하는 '부활'의 의지가 잠들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