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스 칼럼


직관성은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유도가 없는 게임은 아쉬운 게임이지만

직관성이 없는 게임은 끔찍한 게임이 됩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직관성은 다른 제작자분인

라만차 님이 생각한 직관성과는 다른 쪽입니다.

만차님의 직관성은 플레이어의 밸런스 측면이었고,

저는 게임의 디자인 측면에서 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시각에 가장 의존하는 생물이므로,

직관성은 당연하게도 시각을 통해 표현됩니다.

 

직관성이 높은 게임일수록

플레이어가 개발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돌발적이고 오류 가득한 상황을 만들어 낼

확률이 적어지는 것이죠.

 

포탈2의 경우 유심히 보지 않으면 플레이어가 알아채기 힘든 직관성이 있습니다.

플레이하며 포탈을 쏘게 되는 중요한 단서인 부분은

항상 일반 타일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밸브의 경우 플레이어가 특정 맵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분석하는 데에 꽤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프라이프2 : 로스트 코스트 이후의 게임부터 확인할 수 있는

개발자 코멘터리에서 이런 고민들을 볼 수 있죠.

 

어떤 맵에서는 갑자기 조용한 분위기와 함께

탁 트인 공간을 줌으로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해당 지역에서의 전투가 다가옴을 암시하고,

 

스위치를 끄는 부분이었던 것을

플레이어의 파괴본능을 충족시킴으로 인해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스위치를 끄는 대신 스위치를 파괴할 수도 있게 바꾸는 등,

플레이어의 머리 위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합니다.

 

직관성은 암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오픈월드 게임을 하는데 플레이어가 강을 발견했다고 칩시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3가지 경우를 예상하게 됩니다.

 

1. 수영 기능이 있을 것이다.

2. 들어가면 죽을 것이다.

3.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1번일 경우, 플레이어가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수영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스토리라인상 수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간을 만듦으로서

튜토리얼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소개하거나,

강 위에 여러 오브젝트가 돌아다님으로서

'안전한 곳이다' 라는 인식을 주어야 합니다.

 

개간된 강과 같이 도보와의 높낮이가 확연히 다르고,

강의 깊이가 지나치게 깊어보이게 하는 식으로

2번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빠지면 죽을 물임에도 물 위에 요트가 떠 다닌다거나,

뉴욕시를 무대로 한 게임인데 유난히 자유의 여신상이 디테일이 있어보인다던가...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고 무작정 물에 뛰어들겠죠.


그러나 2번은 불친절한 시스템이므로 과거에 사라진 지 오래인 시스템입니다.

 

3번은 2번과도 같습니다.

단지 게임오버를 보는 것을 싫어하는 플레이어를 배려하기 위해

애초에 물로의 접근을 막는 것입니다.

요즘은 2번보다 사용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1번 아닐까요?

프로그래머 죽어나는 소리


프시케를 만들 때에 플레이어의 동선을

일부러 게임의 의도대로 유도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실패했지만

환자가 플레이어의 앞을 지나가더니

환자가 들어간 아래의 방에서 소리가 났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었죠.

 

당시에는 플레이어가 궁금함을 느낄 것이라 보았고,

때문에 아래의 방을 먼저 들어갈 것이라는 의도로 만든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아랑곳않고 게임을 진행하곤 했죠.

실패한 직관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시케의 메뉴는 괜찮은 직관성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콘 자체는 최대한 해당 기능을 상징할 만한 아이콘을 사용했고,

메뉴 방식도 윈도우의 Alt+Tab을 참고해서 생소하지 않게 했죠.

물론 불편하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기본메뉴를 안만져 봐서 그런 불평을 하는 걸 거에요, 아마.

 

플레이어가 지나온 길을 다시 뒤돌아오지 못하도록 구역 자체를

막는 방법도 사용했죠. 이제는 별로 쓰고싶지 않은 기능입니다.

원래 철창은 소스테이지의 느낌보다는 그저 환자간의 격리를 한다는 설정이었지만

게임 내에서 나오는 갖가지 버그유발을 방지하기 위해

데빌메이크라이에서 배운 대로 철창의 역할을

영역 구분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이때의 실패를 기반으로 삼아,

모르페우스에서는 전반적으로 정적인 맵에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이 있는 오브젝트를 넣어 보았습니다.

플레이어는 필히 그 오브젝트를 조사할 것이고,

그러면 그 오브젝트가 저장 오브젝트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어느정도 성공했습니다.

 

요로코롬에서는 아예 대놓고 직관성을 내세웠습니다.

마우스를 사용하게 했고, 모든 메뉴와 기능을 게임 전반부에 배치했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공개한 것입니다.

튜토리얼은 Running Cat의 튜토리얼을 참고했습니다.

간결하고 인식하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픽쳐 두 장만으로 해결했죠.


이번 인터페이스의 시도는 성공했는지 아직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다마고치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한 게임인지라

다들 플레이방법을 알고 있어서일까요,

인터페이스가 편하고 불편하고에 대한 의견은

잘 받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엄청 불편해서

말할 가치가 없었던 걸지도...

 

공포게임 아웃라스트의 연출 역시,

공포게임이라면 비단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매우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귀신이 튀어나와줘야 할 곳에서는 튀어나와 주고,

휠체어에 홀로 앉아있는 환자는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덮칠거라는 메세지를

은근하게 던져주죠.


물론 저는 무서워서 시작하자마자 껐습니다...

 

퀘스트 라인을 할당할 때에도 직관성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이 퀘스트를 받은 뒤에,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길을 잃거나 한눈을 팔지 않도록 보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저같은 경우에는 지독한 길치인지라,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항상 헤매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곤 합니다.

 

라만차 님은 블로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시로 들며

'해당 스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친절하고 직관적인가에 대해 보셨다면,

저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맵 디자인과 오브젝트 요소,

아이템과 스킬의 아이콘, HUD와 인터페이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직관성을 더 중시해서 바라보았습니다.

 ㅁ

개인적으로는 인터페이스가 친절할 수록

해당 스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이유가 줄어드니까...

(스킬의 범위를 설명에서는 숫자로 적어주지만 캐릭터 주위에 보여주는 원이나 사거리 등의

인터페이스로 보여주는 것이 더 직관적인 이유다.)

 

게임플레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직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인 요소라는 것이 워낙 넓은 범위에서

게임을 아우르고 있다보니 두서없고 영양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무언가 나름대로 배운 것들을

모두 담아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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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profile
    습작 2014.11.14 01:28
    레벨디자인은 참 어렵죠.
  • profile
    2014.12.14 09:52
    '직관성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아채기란 불가능하다.'
    라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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