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쳐

Venya Review

by 습작 posted Oct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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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젼 완성작

※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 원본 글 주소 : http://etude87.tistory.com/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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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enya


   Venya(베냐)는 도너디당v(박준용)님께서 2014년도에 RPG Maker XP로 제작한 게임입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하염없이 도망쳐온 베냐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그녀가 잃어버린 6가지 마음의 조각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지닌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일견 아름다운 그래픽이 돋보이는 게임으로 아방스에 추천작 투표에 올라와 투표가 종료되었기에 이번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리뷰는 1.2 버전으로 작성되었으며 하다보니 너무 스포일링되는 부분이 많아 별도의 접기태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가볍게 뒤로가기를 눌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 Download : http://avangs.info/1374981


2. 아름다운 그래픽과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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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에 대해서 까, 까방권 드리겠습니다. )


  처음 정보가 공개되었을때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지닌 게임입니다. 사운드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배경음부터 효과음까지 적재적소에 잘 쓰였습니다. 과거 아방스 추천작으로 운영자 선정방식을 통해서 아방스님께서 선정하셨던 "별조각 이야기" 이후로 가장 시청각적인 만족감을 충족시켜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개인이 그것도 처녀작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은근 자주 보이는 패턴이라 혹여나 이것도 졸업작품인가 의심이 들정도입니다. 이 퀄리티로 후속작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현학적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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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임에서 가장 불만족스런 부분입니다. 뜯어보면 상당히 단순한 스토리입니다만, 게임내 어느 한 곳에서도 이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에 대해서 불분명한 해석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고, 끝까지 플레이를 했지만 개운치 않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각종 설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긴 합니다만, 이것만 가지고는 전달력이 부족합니다. 일단 말하는 동물부터 시작해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계의 설정이 이곳이 현실과 다른 비현실적인 장소이기에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그 세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조차도 알 수 없기에 게임내에서 말하는 사실들을 그냥 단순한 세계관 설정으로 듣고 넘겨야 할지 아니면 은밀한 비유의 기법인지도 가늠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답답하게 굴 것이었으면 차라리 대놓고 말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작가가 작품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것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데 있어서 그 자신의 말이 문화폭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충분히 다 전달했으니 그것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개개인에게 달려있는 것이지요. 단한줄의 설명도 달려있지 않은 그림이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학적이라는 것은 그 이전의 문제입니다. 작가가 작품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니 이를 보고도 느낄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감상이 아니라 여러 해석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을 보고도 다들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한 것 역시 사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NPC 들을 통해 여러 의미 있어 보이고 교훈적인 것들을 표현하려 한 부분이 보이나 게임 내에서 크게 기능하지 않습니다. 되려 회수되지 않는 괜한 떡밥처럼 설정만 쌓인채 그대로 종료되니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감동이 적습니다. 애써 억지로 끼워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지만 불완전한 이해를 기반으로는 제대로된 감상이 나오지 않으니 있어보이는 작품이 될지언정 감동적인 작품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실 매우 아쉽습니다. 방황하며 자기안에 갇혀버린 소녀와 이를 부축해 다시 달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버린 소중한 것들 그리고 연꽃을 타고 다시 새로운 생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다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작품이니 돌려말하는 부분을 줄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작자의 사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발생할 논란을 수습하려면 그거라도 있는편이 나아 보입니다.


4. True or 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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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임의 엔딩은 단 두개입니다. False Ending과 True Ending이 있는데 그중 False Ending은 베냐의 사건만 해결하면 되지만 True Ending은 그 주면 인물과 관련된 모든 보조 사건들을 해결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True Ending의 조건을 달성하면 False Ending 이후에 추가내용이 덧붙여집니다.


  그런데 True Ending을 진정 True Ending이라 부르고 False Ending을 진정 False Ending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이 게임에서 메인 시나리오는 False Ending이 종료되는 시점에 함께 끝이납니다. True Ending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메인 시나리오가 아닌 보조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이는 메인 시나리오의 변동에는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False Ending이라 하지만 거짓이 아니고 True Ending이라 하지만 딱히 중요치 않은 것입니다.


  일전에 이니그마 리뷰(http://etude87.tistory.com/84) 에서 "사실상 기대했던 분기는 이보다 앞에 있었는데 모두 종료되어버린 후여서 이거나 저거나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보니 보고도 시큰둥한 느낌입니다."라며 "저와는 다소 맞지 않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선택이 가져오는 분기가 가장 중요한 사건에는 어떠한 변수로도 작용하지 않고 추가 시나리오에만 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개 방식이었다면 차라리 False Ending을 본 다음 타이틀로 넘기지 말고 True Ending을 찾아 볼 수 있도록 추가 진행을 기다려 주는 것이 나았습니다. 그런식으로 전개하더라도 해석상으로 하등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괜스레 둘로 나눈 것은 상당히 불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5. 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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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전체를 통틀어 바울리는 단 한번 위 장소에서 밀기 액션을 사용합니다. 바울리 뿐만 아니라 사실 게임내 어느 캐릭터도 밀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없으며, 그 자신조차 저곳 이외에서는 어디서도 사용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밀기를 할 수 있다고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 세상에 밀기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저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배경같은 조그마한 틈이 그림자처럼 자리잡아 있기 때문에 이를 보고 다가가 우연찮게 살짝 건드려 주기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밀기가 가져다주는 놀라움과 새로운 장소 발견에 대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 게임의 맵은 광대하게 넓고, 방은 너무 많으며, 조사 가능한 오브젝트가 널려있는데다가 게임 진행의 동선은 비교적 자유롭기에 산재하고 있는 그 많은 책장과 저 책장의 차이를 알 수 없었으며 그 옆에 자리잡은 저 작은 친구에게 관심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찾기 위해서 쉬지 않고 돌아다녔으나 근 한시간 가량을 헤메기만 하였고 결국 찾다 지쳐서 자존심을 굽히고 타인의 플레이 영상을 찾아 해답을 구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헤메게 된 것이 100% 게임의 탓만은 아닙니다. 제 플레이 스타일이 생각보다 꼼꼼하지 못 하고, 사람이 한 번 헤메기 시작하면 그 해답을 찾다가 되려 더 많이 헤메기 마련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해서 직접 여기에 대놓고 화살표를 그려달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해당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장치(사전에 걸리적 거리는 오브젝트를 배치해 자연스럽게 건드리면서 이뤄지는 밀기에 대한 학습 또는 다른 캐릭터의 시연이 있거나 밀기 가능한 오브젝트들에게 특정 색상을 부여하는 등의 공통요소를 추가한다거나 작은 틈에서 쥐나 바퀴벌래가 오가는 애니메이션을 넣어 관심을 끌거나 하는 등등)가 있었다면 이러한 헤멤이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때 게임 기획자들 블로그에서 레벨디자인을 잘 설명한 영상으로 이슈가 되었던 해외 유명 유투버 이고랩터의 "속편 대결 : 메가맨 vs 메가맨 X(http://f-planet.tk/4682388)" 영상에 이러한 것이 잘 나와있습니다. 게임 타이틀에서 시작하면 모아쏘기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지요.


6. 미니게임식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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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 내용과 크게 상관 없지만 타이머가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풍선타기 )


  사실 앞서 언급한 밀기 액션을 제외하고도 전반적인 구성이 불친절한 편입니다. 자유로운 플레이 동선과 방대한 맵, 부족한 힌트와 안내까지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부분(물론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입니다만 사용처를 짐작할 수 없는 도구는 이 게임만의 독특한 그러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시험 문제를 예로 들자면 모든 문제에는 지문이 먼저 있고, 선택지가 따라옵니다. 지문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여기에 보기가 따라 붙기도 하지요. 이것이 어드벤쳐 게임에서는 문제상황(지문)과 도구 및 행위(선택지)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 힌트(보기)가 따라 붙기도 하지요. 화장실이 잠궈져 있는데 일단 안방은 열려있고, 그럼 우리는 안방에서 열쇠를 찾아 화장실을 여는 그런 진행이지요.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도구(선택지)를 먼저 획득하고 힌트(보기)가 적은 상태로 문제상황(지문)을 찾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문제상황(지문)이 등장하기까지 지니고 있는 도구(선택지)는 그 사용처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일단 길을 가다가 꽃잎을 얻었는데 용도는 모르겠으나 일단 4개까지 모으는 것 같고, 그래서 계속 모으고 돌아다니다보니 꽃잎을 받아가는 소녀가 존재하는 그런 진행입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남게 되어 많은 퍼즐적 요소를 삽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머리쓴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됩니다. 머리를 별로 쓰지 않아도 되기에 단순하고 쉬운 게임이며 이 게임을 하면서 어렵다고 하면 사뭇 이해가 가지 않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길을 찾아 헤메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길을 찾지 못해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 바울리와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궂은 일은 다 해내었지만, 정작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진행하는 것이 태반인 터라 무언가를 해결했다는 성취감 보다는 어떻게 잘 지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감사해하는 베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게임 배포 게시물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고지되어있던 퍼즐들은 여타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요소이다보니 크게 무리없이 클리어 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7. 소소한 버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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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를 무시하는 목소리. )


  유독 이 캐릭터만 대화창이 바뀌지 않습니다. 무언가 의미가 있는걸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그냥 버그로 사료됩니다. 칙칙한 검정보다 핑크가 좋았는데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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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을 수 없는 마이아게나의 일지. )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마이아게나의 일지 1번이 이곳에도 중복되게 존재합니다. 아무래도 4번을 만들때 1번 이벤트를 복사해서 사용하고선 지우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때문에 '왜 마지막 일지가 획득이 안되지?'라고 생각하며 잠시 헤멨던 기억이 납니다.(알고보니 1번이시더라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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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를 달리는 바울리. )


  사막에서 수면위로 반사되는 캐릭터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캐릭터 그래픽을 투명으로 하고 픽쳐를 그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메뉴 윈도우의 z값이 낮아서 픽쳐가 그 위를 덮어버렸습니다.(사소한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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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롯시린. )


  고개를 저어도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해당 선택지를 고르면 여기서 대화가 종료가 되어야 하는데 루프 중단처리가 되지 않았는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8. Ven조각 이ya기


  못다한 자잘한 감상이 산재해 있으나 이쯤에서 정리해보자면 Venya는 흔히 말하는 잘만든 것 같은데 남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뛰어난 비주얼과 아름다운 선율이 함께하나 엉성한 레벨디자인과 부족한 전달력이 아쉽습니다. 과거의 아방스 추천작 선발 방식인 운영자 선정 방식이나 각부분을 평가해서 총점을 내는 심사위원 심사 방식이었다면 백퍼센트 선정되었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근래에와서 남에게 재미있다고 추천하는 회원 투표 방식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 플레이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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