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쳐

<Venya>, 불친절한 베냐씨

by 애플이다 posted Sep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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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젼 완성작
베냐타이틀.png


<Venya>는 아름다운 게임입니다. 제작자분께서 직접 그리신 그래픽은 알만툴로 만들어진 게임 중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합니다. 꿈 속이라는 무대에 걸맞는 몽환적인 배경과 암시적이고 비밀스러운 스토리, 그리고 호불호가 꽤 갈렸지만 저한테는 그 BGM도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요점부터 말하자면, 플레이하기보다는 BJ 분들의 실황을 보는 것을 더 권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Venya>의 세계는 물론 아름답습니다, 이 풍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때에는 그것이 온전히 전해지지만, 직접 그 세계로 들어가 탐험을 한다고 하면 말이 달라집니다.

탐험, 게임 세계를 '탐험'한다는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게임입니다. 광활한 맵에, 설명 없는 진행과 어려운 퍼즐, 플레이어는 가끔씩 주어지는 적은 단서만 가지고 이것들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몇몇 게임은 너무 어려워서 제작자분이 따로 공략을 달아두셨을 정도지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적어도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 헤매는 과정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플레이한 목적은 미로나 퍼즐에서 막히기 위해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토리를 보고, 엔딩을 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지요. 그 어렵고 복잡한 퍼즐을 다 풀었을 때에는 물론 고통에 비례한 성취감도 느꼈지만, 처음부터 고통을 받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요.(하다못해 퍼즐 스킵 기능이라도 지원했다면...)

특히 처음 사막 마을로 갔을 때 이 점이 잘 드러났습니다. 서쪽 사막은 언제쯤 갈 수 있나요. 나는 지금부터 뭘 해야 하죠? 장님 미로는 대체 왜 풀어야 했던 겁니까? 이런 의문들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서쪽 사막은 상당히 넓었습니다. 탐험 게임이니 맵이 넓을 수야 있겠죠. 하지만 그 부작용인 같은 장소를 빙빙 돌면서 느끼는 지루함은 어쩔 수 없더군요. 많은 분들이 그 특유의 웅장한 BGM에 혹평을 하셨지만, 제 경우에는 그거라도 없었다면 도중에 게임을 껐을 것 같습니다. 노래 자체는 참 좋았으니까요. 기억나는 BGM이 그것밖에 없을 정도니 인상은 확실히 남기신 셈입니다.

차라리 탐험 게임이 아니라 여행 게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어떤 분은 이 게임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스토리와 퍼즐을 모두 제거해 버리고 단순한 워킹시뮬레이션만으로 만들었어도 베겜-베스트 게임, 네코 데브라는 사이트의 제도 중 하나입니다-이 될 수 있었을 게임' 이라고 말이죠.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중간의 퍼즐을 모두 없애고, 서쪽 사막으로 가는 데 필요한 제약도 없애고, 플레이어가 맵을 돌아다니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맵을 돌아다닐수록 얻는 정보가 많아져 스토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이 넓은 맵을 돌아다니게 만드는 게임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입니다. 넓은 맵과 불친절한 진행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어려운 퍼즐과 조사의 강제는 목 막힌 사람에게 건빵을 먹이는 격이었습니다. 일반 엔딩(False End)과 진엔딩을 나눈 것은 좋았으나, 게임 진행 권한을 조금만 더 플레이어에게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 좀 아쉬웠던 게임이었습니다.

요컨대 이 게임이 아쉽게 느껴졌던 이유는 플레이어에게 너무 불친절했던 것이었겠지요. 스토리의 경우, 꿈이라는 소재와 몽환적인 느낌을 살리고 플레이어에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주기 위해서 불친절이 허용될 수 있었습니다(너무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서마저 이 게임은 너무 불친절했습니다. <Venya>는 '신비로운 게임'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나. 그 높은 난이도 때문에 <어렵고 신비로운 게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슬픈 일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정말 신비로운 게임이었지만 동시에 정말 어렵고, 정말 고통스러웠던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재미있었냐고 하면... 또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