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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만들어 보자

by sudoxe posted Apr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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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종류의 스토리를 처음 쓰거나 구하시는 분들이 오해하기 쉬운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오해는 이렇습니다. 스토리는 글자라는 가장 단순한 매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그림/사운드/프로그래밍보다 접근하기도 쉽고, 만들어내기도 쉽다고들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듣기/말하기/쓰기는 다 배우지 않습니까? 

그러나 미술은 학원이나 대학교에 가야 하고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운드도 작곡이론 배워야지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한글을 초등학생 때 배우니까 스토리는 날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한글은 보통 4~7세 때 배웁니다. 그러다 보니 한글을 대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숙달이 필요한 매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립니다.

너무 익숙하니까요.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스토리의 기본기를 두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1. 어휘력

토익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고급단어라는 표현을 목마르게 부르짖습니다. 그런데 한국어에도 고급단어는 존재합니다.

당장 아무 준비 없이 스토리를 쓰기 시작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어휘력의 부족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토익 300점 맞는 사람에게 영어로 대하소설을 써보라고 해봅시다.

영국/미국/호주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한국어 어휘의 중요성은 모두들 간과하곤 합니다.

글자? 초등학생 때 배우잖아? 나도 얼마든지 술술 쓸 수 있어....  과연 그럴까요?


어휘력을 늘리는 방법은 우선 많은 독서를 하는 것입니다. 

폭넓게 읽을 시간이 없을 경우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결과물과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를 자기 것으로 흡수하면 됩니다.




2. 맞춤법과 문법


가장 단순하고 쉬운 것 같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루기 까다로운 매체가 글자입니다. 

한글 맞춤법과 국어 문법이 틀리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혼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만약에 인쇄소에 그림을 가져 가야 하는데 그림을 잘못 확대해서 다 깨진 그림을 들고 간다면 의뢰인이 가만 있지 않겠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무가치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됩니다.


왜 무가치하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매체는 전달하는 것이 존재 이유인데 맞춤법과 문법이 틀린 글에서 제대로 전달되는 심상은 오직 하나입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사람은 지적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아무리 거창한 심상을 전달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이 사람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군" 이라는 심상만을 머릿속에 떠올릴 뿐입니다

맞춤법과 문법이 엉망이면 불쌍히 여김을 받을지는 몰라도 "와 멋있다 따라하고 싶어" 라는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애써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후자의 반응을 원합니다.

그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맞춤법의 경우 맞춤법 검사기나 국립국어원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맞춤법과 달리 문법의 경우는 초등학생 때 배우는 실력을 가지고는 완벽하게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문법이 자꾸 틀리는 사람들에게 추천드리는 해결책은 문장을 짧게 끊어버리라는 것입니다.

문장을 길게 만연체로 쓰면서 문법을 정확히 지키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니 문장이 비문이라고 자꾸 지적받는 사람이라면 

짧고 간략한 문장들을 점점이 이어가며 작품을 이루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아방스에 오시는 분들은 어휘력과 맞춤법/문법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수 있습니다.

그럼 스토리는 어떻게 짜야 할까요?



1. 타겟을 정한다


누가 타겟인가? 어린이인가 청소년인가 어른인가? 

이것은 홍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설정입니다. 


"그냥 내 머릿속에 이런 게 떠올랐어요. 누가 읽든지 내 알바 아니고 나는 그냥 줄줄 말할래요."

아이디어 정리라면 이런 마인드로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마인드로 작품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입니다.


타겟에 따라 글을 작성하기 전 수집해야 되는 자료의 질과 양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팩션을 쓰고 싶은데, 읽는 대상이 100세 할머니냐 7세 유아냐에 따라

표현할 내용이 엄청나게 달라지게 됩니다.



타겟을 설정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의 나이가 어린데 성인을 타겟으로 잡았다면 그만큼 자료 수집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무슨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지 너도 모르는구나" 라는 반응을 얻고 싶지 않다면...

그냥 자기 나이대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사람을 타겟으로 잡는 것이 쉽습니다.







2. 스토리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모든 스토리는 "주체" 가 "무언가를 원할 때" 시작합니다.

방탈출 게임이라면 "주인공" 이 "방에서 나가기를 원할 때" 시작하겠죠. 

만약 주인공이 햄토리처럼 방 안에 쭈그려 앉아 버린다면 이야기는 앞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동기 부여에 실패했다는 평을 듣게 됩니다.

게임의 스토리이니만큼, 주인공을 움직여야 할 동기 부여에 실패하면 플레이어는 alt+f4 를 눌러 버리겠지요.



주인공이 무언가를 원해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협조자" 와 "적대자" 를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긴장과 갈등이 작품의 구성 요소입니다.

협조자와 적대자는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 줄어드는 타이머가 적대자일 수도 있고 주인공에게 남겨진 쪽지가 협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거 다 필요없어. 그냥 멋있는 장면 몇 개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그거 이어붙여서 작품을 만들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최악의 경우 스토리를 쓰다가 중도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많이 그래봤습니다.




이제 주체와 동기와 협조자와 적대자가 대충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그럼 스토리는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까요?





3. 크고 간략하게 끝까지 쓴 후 세밀하고 자세하게 덧붙인다.


우선 12개의 문장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표현해 봅니다.

각 문장에는 한 사건만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12개의 각 문장 사이에는 논리적 상관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1. 주인공이 깨어나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러 문이 있는 네모난 방 안에 갇혀 있다.

2.  그 사람들도 자신들이 왜 이 방에 갇혔는지는 모르고 있다.

3. 주인공과 사람들이 방에서 나가고 싶어한다.              

4.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나간다.

5. 다음 방에 함정이 있어서 먼저 나간 사람이 죽었다.

6. 죽은 사람 때문에 모두가 겁을 먹었다.

7. 겁먹은 사람들이 서로 먼저 나가보라며 싸우기 시작한다.

8. 사람들은 제비를 뽑아서 누가 나갈지 결정하기로 한다.

9. 방을 거치면서 한 사람씩 계속 죽어나간다.

10. 최후의 2인이 남았다.

11.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둘 중에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문 안으로 강제로 집어넣는다.

12. 약한 사람이 들어간 문은 2사람이 함께 열어야 열 수 있는 문이었고 유일한 출구였다.


(작성:sudoxe)




이렇게 각 문장마다 한 사건씩 기술하고 문장 사이에 논리적 관계가 있도록 짜면

사건과 사건 사이에 뜬금없는 전개가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배경 설정을 세밀하게 곁들여서 12문장을 60문장으로 늘립니다.




1. 주인공이 깨어나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러 문이 있는 네모난 방 안에 갇혀 있다. 사람들은 직업도 다양하고 성별과 체격도 다양햐다.


2.  그 사람들도 자신들이 왜 이 방에 갇혔는지는 모르고 있다. 모두가 기절했다가 깨보니 방에 갇혀있는 상황.


3. 주인공과 사람들이 방에서 나가고 싶어한다. 다들 방 밖에 나가야 할 절절한 이유가 있다.


4.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나간다. 각 방마다 문이 여러개 있고 문을 열면 다음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5. 여러 문 중에 고른 한 방에 함정이 있어서 제일 먼저 나간 사람이 죽었다.


6. 죽은 사람 때문에 모두가 죽을까봐 겁을 먹었다. 각 캐릭터의 성격별로 반응이 다르다.


7. 겁먹은 사람들이 서로 먼저 나가보라며 싸우기 시작한다.


8. 사람들은 제비를 뽑아서 누가 나갈지 결정하기로 한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한 사람씩 계속 제비에 뽑혀 다음 방으로 나간다.


9. 방을 거치면서 한 사람씩 계속 죽어나간다.


10. 모든 문을 열고 모든 방을 다 열어본 상태에서 1개의 문이 남았고 최후의 2인이 남았다.


11.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둘 중에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문 안으로 강제로 집어넣는다.


12. 약한 사람이 들어간 문은 2사람이 함께 열어야 열 수 있는 문이었고 유일한 출구였다.


(작성:sudoxe)



60문장으로 늘리려면 저런 식으로 살을 조금씩 붙여가며 자잘한 사건들을 더 끼워넣으면 되겠죠.

그런데 쓰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군요. 하필 왜 마지막 문이 유일한 출구였을까? 하고 질문할 경우 우연이라고 대답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이 경우 막연히 문이 여러개 있다고 설정하는 것보다는

방에 가둔 누군가, 즉 적대자가 갇힌 사람의 수를 계산하고 마지막 문에서 2명이 남도록 유도했다고 하면 좀 더 재미있겠죠.

그래서 마지막 문은 2명이 함께 열어야 열리게끔 되어 있고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집어넣고 문을 닫음으로서 자기는 영원히 갇히고 말았다고 하면 나름 주제도 전달되구요.


예시가 조잡할 수도 있지만... 

설정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주제가 설정을 변경시켜 가는 것입니다. 




만약에 제가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충격적이고 감각적/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데 진을 빼고 있었다면 이런 설정상의 흠을 찾아내기가 훨씬 힘들었을 것입니다.

만약 자극적인 장면 묘사에 치중하고 있었다면 일러스트와 프로그래밍이 들어간 상황에서 스토리의 흠을 발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요.

시간도 몇십배는 더 걸렸겠죠. 제가 저 12문장 쓰는데 10분도 안 걸렸는데 말이죠.



길게 글을 썼습니다. 3줄로 요약하자면



1. 맞춤법과 문법은 필수 기본기이다.

2. 주인공이 무언가를 원할 때 스토리가 시작된다.

3. 크고 간략하게 논리구조를 '끝까지' 써본 다음 세부 사건을 끼워넣어라.




글쓴이도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 게시판 보면 프롤로그를 쓰다 만 작품들이 많고. 대부분의 경우 가장 자극적이고 시각적인 부분을 세밀하게 묘사하다가 힘이 빠져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

필력은 구조를 짜고 계획하는 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스토리 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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