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사람도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정보가 실제 법률상 문제와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3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요소가 일반적인 상식,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표절로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과연 법적으로도 표절로 인정되는지 아닌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의 구성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게임을 실질적으로 기동시키는 '소스코드'
게임의 규칙, 진행방식 등 눈에 보이지는 않는 '아이디어'
게임에서 외적으로 나타나는 그래픽적인 '표현'
1. 소스코드의 표절은 명백한 표절이다.
이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소스코드의 경우 원작자가 암호화 등으로 이것의 유출을 막았는데도 억지로 뜯어서 사용하는 부정취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상업게임의 소스코드를 부정취득해 사용한 경우 영업기밀 침해 쪽으로 먼저 논의되며 이는 저작권법보다 더욱 중하게 다뤄진다고 합니다.
또한 오픈소스의 경우 그 자체로는 저작권 침해, 영업기밀 침해가 적용되지 않지만, 오픈소스를 개조해서 사용한 경우에는 앞서 말한 두 침해 문제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부정취득이 맞는지 아닌지의 문제를 제외하고, 소스코드 쪽으로 표절문제가 제기되었을경우 양 게임의 소스코드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때 완전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면 명백한 표절이 되겠지만, 프로그램 수행의 결과나 적용분야가 같더라도, 프로그램 자체의 구조에서 차이가 나타난다면 이는 동일한 프로그램, 표절로 인정될 수 없다는게 현 법원의 관점입니다.
즉 소스코드 표절문제에서의 쟁점은 '프로그램의 구조가 동일한가 아닌가' 가 되겠습니다.
2.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 특허의 영역이다.
제목 그대로, 게임의 규칙과 진행 방식 등 내재적이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 특허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아이디어가 특허로 구체적으로 등록이 되었고, 이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의 아이디어는 언뜻 보기엔 매우 독창적일지 몰라도,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이전에 다른 게임들에서 구현이 되었던 시스템적 요소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그 창작성이 인정받기 매우 힘들고, 따라서 게임의 규칙이나 진행방식같은게 특허로서 등록이 되고 보호받는것 역시 힘듭니다.
특허로 등록된 독자적인 기술의 침해가 인정된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이건 표절과는 다른 개념이지요(EZ2DJ VS 비트매니아).
따라서 게임의 규칙과 진행 방식이 똑같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법적으로 표절이 인정되진 않습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규칙과 진행방식이 똑같으니까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고, 알만툴 계열에서도 종종 이런 논란이 발생하는데("이거 ㅇㅇ 게임 베낀거 아닌가욧?" "ㅁㅁ게임이랑 하는게 완전 똑같네" 등등),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표절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3. 외적인 표현, 영상 컨텐츠에 표절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이 부분이 핵심이겠지요.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이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표절을 주장하는 경우가 사실상 가장 많고, 법적인 표절 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많이 논란이 되는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선 현 저작권법이 "이러이러한 것을 보호하겠다"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이 아니라, "이러이러한 것은 제외하겠다"라는 블랙리스트 방식임을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따라서 다음 3가지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이는 법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1) 합체의 원칙
아이디어와 표현이 서로 분리할 수가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을 경우를 말합니다. 아이디어는 앞서 말했듯이 보호를 받고 싶다면 특허 쪽에 등록을 해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창작성이 있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들어 '태권도'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했을경우, 유저 인터페이스나 게임의 배경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표현될수 있습니다만, 캐릭터가 취하는 자세나 의상은 어느 누가 게임을 만든다 하더라도 거의 동일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임이 인정되고,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게임은 아니지만 '밀어서 잠금해제'같은 경우에도, 드래그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어에 그 원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표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인정되며, 따라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2) 필수장면의 원칙
특정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표현이 전형적이거나 표준적인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들어 집 문을 열면 거실이 나온다는 표현, 자동차를 그릴때 바퀴를 4개로 그린다라는 표현, 서부풍을 배경으로 그릴때의 사막/선술집/총싸움 등의 표현, 상자를 열었는데 상자 내부가 보여진다 라는 표현 등은 매우 전형적이기 때문에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상자를 열었을때 상자 내부의 디자인이라면 저작권 보호 요소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사실상 표준의 원칙
처음 창작 당시에는 여러가지 표현 방법이 존재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특정 표현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경우 이 표현은 저작권 보호 요소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키보드도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여러가지 제작 기준이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쿼티 방식이 굳어지고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것은 저작권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은, 이러한 표준이 된 표현까지 보호하게 되면 제3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어 사회적인 비용이 쓸데없이 증가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마련된 원칙입니다.
4. 요약 겸 결론
이것저것 많이 썼고, 쓴 저도 꽤 혼동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알기쉽게 정리해봅시다.
(1) 소스코드를 그대로 베껴와서 썼거나 많은 부분이 일치하거나, 구조 자체가 일치하는 경우 => 표절 맞음
(2) 게임 규칙, 진행방식 등 아이디어가 일치하는 경우 => 표절 대상 아님
(3) 외적으로 보이는 표현이 전형적이거나, 사실상 표준이거나, 다른 표현방식이 없는 경우 => 표절 대상 아님
이렇게 보면 소스코드를 제외하면 게임이 법적으로 표절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실제로도 우리나라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게임은 많은데 실제 법적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별로 없고, 가더라도 표절로 인정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표절에 대한 기준이 엄청나게 엄격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 서비스하는 기간이 PC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질질 끌리는 소송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있지요. 그래서 모바일 쪽에 그렇게도 표절작들이 난무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적인 이야기이고, 표절은 도의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창작자로서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거나 형량이 낮다 하더라도 도덕적인 관점에서 큰 비난을 받는 행위들이 분명히 존재하듯이, 창작자가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고 표절을 일삼으면서 도의적인 비난까지 받지 않겠다고 하는것은 엄청나게 뻔뻔한 것이겠죠.
자신의 게임을 예술로 인정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예술을 훔쳐쓰지 않는 품격부터 갖추고 논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