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늘따라 브금이야기가 많이 보이네요.

작곡이론 같은건 거의 모릅니다만, 사실 작곡이 아니라도 누구나 음악가지고 놀 수는 있죠.

전 취미로 주말에는 밴드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하는 직장인 밴드같은거죠.

여태 꼬꼬마 시절때 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사람이 맨날 보던 사람만 반복해서 보다보니

가끔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어울려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쉼표없이 달리는 음악을 주로하는 중인데 나이는 자꾸 먹으니 이젠 체력딸려 못해먹겠고

최근에 이사를 한지라 같은 동네사는 술친구도 필요하고... (이게 주목적)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에서 돌아가고있는 밴드가 없나 좀 찾아봤습니다.

마침 슬슬 슬리퍼 끌고 마실나가듯 걸어갈 수 있는거리에 딱 있더군요.

30대 기타 한분. 20대 보컬. 20대 건반(처자) 이런 구성인데.

문제는 밴드의 엔진이자 구하기 너무 힘든 귀족 클래스인 드러머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일단 하기로 이야기만 해놓고 드러머느님이 올때까지 좀 대기를 탔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드디어 드러머느님이 연습실에 강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오오~~ 기쁜마음에 퇴근하자마자 대충 라면으로 저녁때우고 연습실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연습실에는 아주 젠틀한 인상의 백발의 노신사 한분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계시더라구요.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 안녕하십니까? 저기 혹시.. 드러..ㅁ...??"

노신사분 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그렇다고 대답하시더군요.

사실 변강쇠 같은 뽜와풀한 떡대 드러머가 합류하면 참 좋겠지만
그거슨 비보다 많은건 나이밖에 없는 제가 
김태희같은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것과 동급의 망상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 드럼스틱 있는분이면 되지 뭐. 정도 기대치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찾아 오실줄은 전혀 예상 못했네요 (...) 
사실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일단은 드럼 다루시는걸 한번 봐야겠기에 같이 합주를 해봤는데.
...
...
...
OTL...

굉장히 진진하게 임하시는데 비해 ...사실 조금 심하다 싶을만큼 잘 못다루시더군요.
3년간 학원에서 꾸준히 레슨받아오셨다는데
사실 젊은 친구들이 석달만 해도 쉬운곡은 그냥 하거든요.

이성은 
'죄송하지만 저희와 같이 하시긴 힘들것 같습니다.' 인데
...어디 입이 떨어지나요.

잠시 자리를 옮겨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 해봤는데 다 비슷한 생각이더라구요.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같이 삼겹살이나 구워먹으면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총대를 멜 분위기였는데,

막상 사람이 고기의 은총으로 배를 불리고 알콜이 한모금씩 들어가니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어차피 취미로 모인 사람끼리 누가 누구보고 같이할 수 있느니 못하느니 말하는것도 좀 웃긴것 같고,
...그냥 이런 유니크한 조합도 재미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20대부터~60대(+) 라니.
전국에서도 몹시 드문 조합아닐까 싶은데.

결국 다음주부터 계속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딴따라바닥 이야기 좀하다가
2차로 큰형님(?)께 맥주도 얻어먹고 기분좋게 집에 왔습니다.
이야기를 해볼 수록 참 젠틀하고 좋은 분이시더라구요.
저도 환갑 넘어서도 밴드생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뭐.. 다음주는 어떻게든 되겠죠.
걱정은 살짝 되지만.



Who's mindv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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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빈민. 착취당하는 B급 그래픽 디자이너 노동자. 

C급 밴드 베이시스트. D급 비주얼의 소유자.


퇴근후에 조금씩 만지작 거리고 있어요.

Comment '20'
  • profile
    하얀악어 2014.03.27 17:03

    멋지네요...
    실력이 부족해도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일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보다 지금 저도 밴드에 들어가서 배우려는데 드러머가 더 유닠하군요...
    건반을 배우려고했는데...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17:16

    금드럼 ㅣ 은베이스
    지나가다가 아무한테나 돌던지면 맞는건 기타
    이런말이 있습니다.
    건반은 흔할것 같지만 막상 구하려고하면 은근히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전 여태 건반이 구성에서 빠진 밴드만 해왔던지라.

    아무래도 드럼을 패드 두드리는거 말고 제대로된 연습을
    집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사람은 드므니까 귀한것도 당연하겠지요.

  • profile
    하얀악어 2014.03.27 21:13
    다르게 해석하면 건반이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라는거 일지도...ㅠ
    그래도 건반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면 제 음악정도는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건반을 선택한것에 후회란 없습니다:D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21:31
    그건 제가 막달리는 무식한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거구요.
    건반이 메인으로 나서는 곡이나 밴드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게임캐릭터 고르는것 처럼 뭘 선택해도 결국 조금씩은 다 후회해요(...)
  • profile
    하얀악어 2014.03.27 21:47

    예시가 너무 적절해서 한번에 알아들어버렸...읍읍

    거너를 골랐더니 격투가가 하고싶고

    엘프를 골랐더니 인간이 하고싶고

     

  • ?
    로에트하이 2014.03.27 17:11
    60대라니 엄청나군요
    그럼에도 원하는 일을 도전하시는 게 또 멋지네요

    어떻게든 잘 되길 바랍니다 :D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17:18
    저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60대가 되면 스타일까지 쩔어주는 나이스 노년이 되고 싶네요.
    (근데 지금 스타일부터 좀 심하게 많이 개선해야 할듯...;;;)
  • profile
    부초 2014.03.27 18:12
    노장느님이 드럼을 배우는 열정이 굉장히 대단하네요 :D
    조금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어울려 연주하길 응원해주고 싶습니다.ㅋㅋㅋ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19:49
    고마워요.
    사실 적당히 대충 할 생각이었는데
    양심껏 해야겠군요.
    반성합니다(...)
  • ?
    mindviewer님 축하합니다.^^ 2014.03.27 19:49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br />mindviewer님은 7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profile
    진솔새옷 2014.03.27 19:21

    저 장구 칠 줄 아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타격음을 장구로 녹음을 한다던가

    너의 뼈를 자진모리 장단으로 부러뜨려 주겠으어어엌! ...같은

    말 해놓고 나니 솔깃 하네요.
    녹음은 어차피 폰으로 하겠지만요. 큭.큭 (일부러 넣은 효과음)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19:48
    제 동생도 장구칠줄 아는데...
    대학 동아리 같은걸로다가 배워서.
    그땐 참 쓸떼없는짓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 혼자 밥먹는 아웃사이더였거든요. 킄킄킄 ...
    지금와서는 학교다닐때 혼자 놀지말고
    여러가질 해볼걸 하는 후회가 드네요.

    아, 근데 장구는 별로. 간지안남.
  • profile
    Andromeda 2014.03.27 20:09
    박치만 아니면 사물놀이는 할만합니다. :)
  • profile
    진솔새옷 2014.03.27 20:24
    현재 대중성이 없어서 그렇지, 마당놀이라는 걸 즐겨 보시면 풍물이 왜 그토록 대중적이었나 알 수 있습니다.
    풍물은 공연 음악이 아니라 놀이 음악이거든요.
    클럽음악(?) 같은 식으로요.
  • profile
    하얀악어 2014.03.27 21:49

    갑자기 장구로 일렉트로닉 치면서
    사람들이 한손을 들고 호응을 보내는 장면이 생각났네요.
    장구 비트에 비보잉 댄스를 추고...

    뭔가 안맞는 노래에 장구치려니 태고의 달인 같기도하고요.

    참고로 태고의 달인에서 클럽노래이던가? 목록에 영 안어울리는 노래가 있는거 보고 뿜었습니다.

  • profile
    mindviewer 2014.03.27 22:25

    거기까진 아니더라 퓨전팀은 제법 존재하지요.

    이제 밴드시작하시는분에게 이런 굇수집단 영상을 보여드리면 안되는
    일이긴 한데... 큭큭큭 (입문자는 용기및 자신감 하락. 경력자는 자괴감 대폭 상숭)


  • profile
    하얀악어 2014.03.27 22:50
    와우... 저도 저런 밴드가 되고싶어요ㅎㅎㅎ
    오히려 밴드에 푹 빠지게 되는 경우인데욬ㅋㅋㅋ
    전 여태까지 밴드하면 막 기타랑 드럼 혼자 시끄럽게 다 콰쾈아ㅗ와쾅 하면서
    관심 다 잡아먹고 건반이나 피아노 등은 기타랑 드럼 소리에 묻힌 밴드만
    봤거든요ㅋㅋㅋㅋ 저렇게 드럼이랑 기타가 밸런스있게 소리를 내는 밴드는
    처음봤어요!
  • ?
    Starbouund 2014.03.28 17:24

    우와 베이스치시는분이 낯이 익다했더니 그분이셨군요..

  • profile
    mindviewer 2014.03.28 17:27
    네, 그분이죠.
    실력이야 두말할것 없는데 다만 복장취향을 적응하기 힘든 그분이죠.
    그부분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되더군요ㅎㅎ
    뭐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까만은.
  • ?
    Starbouund 2014.03.28 17:31
    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찍은사진이 있던것같은데 삭제해버렸네요. 주차장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셨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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