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오늘따라 브금이야기가 많이 보이네요.

by mindviewer posted Ma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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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브금이야기가 많이 보이네요.

작곡이론 같은건 거의 모릅니다만, 사실 작곡이 아니라도 누구나 음악가지고 놀 수는 있죠.

전 취미로 주말에는 밴드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하는 직장인 밴드같은거죠.

여태 꼬꼬마 시절때 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사람이 맨날 보던 사람만 반복해서 보다보니

가끔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어울려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쉼표없이 달리는 음악을 주로하는 중인데 나이는 자꾸 먹으니 이젠 체력딸려 못해먹겠고

최근에 이사를 한지라 같은 동네사는 술친구도 필요하고... (이게 주목적)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에서 돌아가고있는 밴드가 없나 좀 찾아봤습니다.

마침 슬슬 슬리퍼 끌고 마실나가듯 걸어갈 수 있는거리에 딱 있더군요.

30대 기타 한분. 20대 보컬. 20대 건반(처자) 이런 구성인데.

문제는 밴드의 엔진이자 구하기 너무 힘든 귀족 클래스인 드러머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일단 하기로 이야기만 해놓고 드러머느님이 올때까지 좀 대기를 탔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드디어 드러머느님이 연습실에 강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오오~~ 기쁜마음에 퇴근하자마자 대충 라면으로 저녁때우고 연습실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연습실에는 아주 젠틀한 인상의 백발의 노신사 한분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계시더라구요.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 안녕하십니까? 저기 혹시.. 드러..ㅁ...??"

노신사분 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그렇다고 대답하시더군요.

사실 변강쇠 같은 뽜와풀한 떡대 드러머가 합류하면 참 좋겠지만
그거슨 비보다 많은건 나이밖에 없는 제가 
김태희같은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것과 동급의 망상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 드럼스틱 있는분이면 되지 뭐. 정도 기대치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찾아 오실줄은 전혀 예상 못했네요 (...) 
사실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일단은 드럼 다루시는걸 한번 봐야겠기에 같이 합주를 해봤는데.
...
...
...
OTL...

굉장히 진진하게 임하시는데 비해 ...사실 조금 심하다 싶을만큼 잘 못다루시더군요.
3년간 학원에서 꾸준히 레슨받아오셨다는데
사실 젊은 친구들이 석달만 해도 쉬운곡은 그냥 하거든요.

이성은 
'죄송하지만 저희와 같이 하시긴 힘들것 같습니다.' 인데
...어디 입이 떨어지나요.

잠시 자리를 옮겨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 해봤는데 다 비슷한 생각이더라구요.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같이 삼겹살이나 구워먹으면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총대를 멜 분위기였는데,

막상 사람이 고기의 은총으로 배를 불리고 알콜이 한모금씩 들어가니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어차피 취미로 모인 사람끼리 누가 누구보고 같이할 수 있느니 못하느니 말하는것도 좀 웃긴것 같고,
...그냥 이런 유니크한 조합도 재미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20대부터~60대(+) 라니.
전국에서도 몹시 드문 조합아닐까 싶은데.

결국 다음주부터 계속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딴따라바닥 이야기 좀하다가
2차로 큰형님(?)께 맥주도 얻어먹고 기분좋게 집에 왔습니다.
이야기를 해볼 수록 참 젠틀하고 좋은 분이시더라구요.
저도 환갑 넘어서도 밴드생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뭐.. 다음주는 어떻게든 되겠죠.
걱정은 살짝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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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빈민. 착취당하는 B급 그래픽 디자이너 노동자. 

C급 밴드 베이시스트. D급 비주얼의 소유자.


퇴근후에 조금씩 만지작 거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