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가물가물한 기억 속 엔딩도 보지 못한 게임들

by 에뎀이 posted Mar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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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내와 뒷심이 부족해서 게임이 한번 막히면 그대로 방치해두고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년 이상이나
진행을 하지 않고 게임을 방치해둬 버리는 성격이어서 엔딩까지 간 게임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것이 원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시원시원하게 막힘없이 진행되는
난이도 낮은 게임을 좋아하며 야리코미 요소는 늘 저에게 그림의 떡이었죠.
최근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들은 트로피라는 시스템이 있는 것 같은데 절대로 저에게는 의미가 없을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집에 쌓여있는 게임 소프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려니 (그러면서도 플레이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어릴 적에 플레이한 게임들도 비슷한 운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릴적 게임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볼겸 두서 없겠지만 그냥 나열해보겠습니다.



1. 키키랑 또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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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떠오르는 게임은 역시 이거. 대우 자동차였나요? (지금은 어째 이 회사이름을 들어보지 못하는데)
그곳에서 제작한 게임이었죠. 초등학생 저학년 컴퓨터 실습 시간에 선생님이 아직 독수리 타자도 잘 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컴퓨터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수업 중에 반드시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의 내용은 잘 기억 안나는데 2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 12별자리 돌들을 찾으려
애쓰며 즐겁게 플레이했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깔끔한 그래픽에 지금 플레이해봐도 소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게임은 반친구 모두 깨지 못했으니;; 아마 전갈자리의 돌을 찾지 못해서 다들 나가 떨어졌던 것 같아요.



2. 하데스의 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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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아주아주 마이너한 게임이어서 다들 잘 모르실거게요. 사실 저도 플레이해 본 적은 없습니다.
놀랍게도 키키랑 또로랑처럼 교육용 게임이랍니다. 그것도 논리 어드벤쳐 게임이라는군요.
지금 찾아보니 서울대학교의 철학, 논리학, 교육학 교수 및 해당 분야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3년에 걸쳐 개발했다고 합니다.

게임은 무조건 해롭다며 쉬쉬하는 높은 분들의 이론을 간단히 논파!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픽도 지금봐도 깔끔하군요. 아마 3D인 것 같은데 그 당시에 저 정도 그래픽이면 엄청난거죠.
어릴 적에 한 어린이 잡지에서 이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던 것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박혀있었는데
고등학교 논리 선생님이 어려운 논리에 대해서 쉽게 익힐 수 있게 해준다며 교육용 게임인 이 하데스의 진자를
보여주며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요즘에도 논리학 시간에 이 게임을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게임을 즉석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엑기스인 게임 내 논리적 오류를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셨습니다.
도박사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순환논증의 오류 등을 모두 이 게임으로 배웠죠.
(기억나는 것은 사실 얼마 없습니다.)
한번 플레이해보고 싶은데 찾아보니 15만원 ㅠ ㅠ ㅠ 비싼 게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비싸군요...
참고로 프리미엄이 붙어 저리 비싼게 아니라 원래 저렇게 비싼 몸이세요 ㅠ ㅠ ㅠ  




3. 나홀로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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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트너인 케빈은 다들 알고계시죠? ㅋㅋ 어릴 적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주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동생이 희희낙락하며 고르고골라 게임방의 게임들을 세트로 뭉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 cd를 하나 구입했었습니다.
안의 100개가 넘는 게임중 어떤 게임을 할까하며 리스트를 보던 중 이 영화로만 보던 나홀로 집에를 발견하여
호기심 만빵으로 플레이해봤는데 전 지금도 저 게임을 어떻게 클리어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트랙을 설치해도 잠시뿐, 이윽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두 도둑은 저 깜찍한 케빈을 벽의 못에 걸어두고 집의 돈을 털고
유유히 빠져나가 다음 집으로 향하더군요;; 버둥버둥대며 못에서 풀려나 다음 집에 트랙 설치하러 허겁지겁 달려가며
그 연속이었습니다. 저와 동생에게는 상처뿐인 게임이었어요 ㅠ ㅠ ㅠ




4. 전사 라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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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동생과 함께 재밌게 플레이했던 게임입니다. 어렸을 때는 이 그래픽을 다소 무서워했어요.
사실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지금도 좀 무서워요 ㄷㄷㄷ 샤샨족 전사인 라이안이 여행을 하며 적들을 물리친다는
왕도 게임이었는데 때려도 때려도 도저히 죽지 않는 적이 있어서 동생과 함께 이 게임을 방치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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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찾아보니 애니메이션도 있네요. 맙소사, 그 포니테일 공주님이 이렇게 예뻤다니!! 라이안도 게임내에서는
적발이었는데 여기서는 어두운 청발에 좀 더 순하고 귀여운 인상이 되었네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나봅니다.




5. 악튜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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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튜러스하면 게임 좀 했다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기억하고 계실겁니다. 일러스트가 좀 더 깔끔한걸 봐선 일본판인 것 같은데 뭐 어떻습니까.
방대한 세계관에 시대를 앞서간 캐릭터, 절대 믿음의 ost, 깨알같고 재미있는 개그의 서브 이벤트와 무엇보다
세세한 도트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으로 플레이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다만 조합마법은 그 당시의 제 머리로는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게임은 1장도 채 끝내지 못하고 접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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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cd를 잃어버렸거든요 ㅠ ㅠ ㅠ 


추측컨대 아마 아버지께서 잡동사니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다가 섞여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저 밝고 아기자기한 게임으로만 머릿 속에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네타를 찾아보고 멘붕했지요.
아니, 2장이 그렇고 그런 전개였단 말이야!? 하며 게임을 버린 아버지께 감사할 지경까지... 되진 못했습니다.

그때의 제 원한은 깊어요, 아버지.



6. 뿌요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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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게임 안 해본 학생은 간첩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게임이었죠.

저도 컴퓨터 학원에서 처음 이 게임을 접해보았는데 명성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중독성이었습니다.

친구들과 가볍게 시간 때우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ost가 지금 들어도 참 정겹고 손이 덜덜 떨립니다. (깨개갱하고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게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8.jpg
'저놈을 친구라고 믿었던 내가 바보였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무서운 기세로 위에 쌓여가는 폭탄을 서로에게 던지고 받는 이 잔혹한 게임으로 인하여

우리들은 그 어린 우정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처절하게 깨달았죠. ㅠ ㅠ ㅠ





아이고,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직도 여러가지로 남은 것 같지만 이만 줄여야겠군요.
여러분의 어릴적 기억 속의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