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 게시판을 보다 보면 엘프(elf)를 세계관 설정에 넣으신 분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그런 기획들에서 엘프는 보통 "금발에 흰피부, 키크고 늘씬하고 자연친화적인 --- " 이런 설정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엘프는 원래부터 이런 설정이었을까요?
elf 미국·영국 [elf]
(동화 등에 나오는, 귀가 뾰족하고 마술을 부리는) 요정
북유럽 동화 속에서 나오는 엘프의 원형은깊은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마술을 부리는 조그마한 요정의 모습입니다.
이것을 [반지의 제왕] 작가인 J.R.R 톨킨이"금발에 흰피부, 키가 크고 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 로 바꾸어서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시켰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이후 여러 게임의 세계관들을 결정하는 모체가 되면서
게임속의 엘프도 반지의 제왕 속의 엘프를 많이들 따라가게 된 것이죠.
예외를 보았다면 만화책 베르세르크 정도입니다.
베르세르크의 요정은 귀는 뾰족하지만 아주 작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설정이 요정의 기원이 된 북유럽 동화 속의 요정과 더 닮아있습니다.
엘프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다크 엘프 이야기도 해볼까요?
다크 엘프는 일본 소설가 미즈노 료의 소설 로도스도전기 속에 처음 등장한 설정입니다.
엘프와 닮았으나 좀 더 사악하고 피부색이 어두운 매력적인 존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오오니 아류작을 만드는 것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많이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가 유명한 소설가 몇 명이 만들어낸 설정을 단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톨킨도 엘프 설정을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북유럽 고전들을 읽었을 것입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은 수많은 재료에서 나오듯이
어떤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면 그 소설을 단순 차용하기보다는
그 소설가가 읽었을 수많은 원재료들을 떠올리며 섭렵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담
일본적인 것을 피할거야! 라는 모토를 단 게임/만화들을 보자면
오히려 더 일본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백귀야행을 기초로 포켓몬이 만들어졌으니
나는 한국 요괴들을 그러모아서 요괴대전을 만들어보겠다! 라는 느낌의 작품들이죠.
이런 작품들은 일본 요괴를 한국 요괴로 치환했을 뿐 기본적인 구도는 똑같습니다.
기모노를 한복으로 바꾸고 요괴 그림만 바꾸었을 뿐이죠.
일본 민화같은 그림체로 한복을 그려 내는데 열중할 시간에
구비문학대계라도 한번 읽어보면서, 우리 조상들은 무엇을 무서워했을까? 하는
좀더 깊이있는 사고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 점에서 영화 괴물은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환虎患 " "마마 " "전쟁 " 이 어우러진 한국인들은 무엇을 무서워해왔나 라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