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한국에서 게임개발자로 살아간다는것

by JACKY posted Feb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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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여러 게임회사들과 수십 수백가지의 게임들이 있습니다.
최근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되는 게임들도 개발되어서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을 정도로 게임을 우리 생활의 큰 일부이죠.

하지만 제가 6~7년정도 게임을 혼자서 만들면서 지나쳐온 시간들,
겪어온 경험들은 저에게 다른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몇년 전 게임등급위원회 (현 게임물관리위원회) 는
아마추어 게임개발자 사이트인 니오티의 운영자에게
사이트에 등재된 모든 인디게임을 심의받지 않으면
게시판을 폐쇄하고 게임을 삭제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수익성 전혀 없는 인디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심의료를 지불하고, 복잡한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니오티는 게임을 삭제했고,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 의 한 의원분의 도움으로
인디게임 자율심의제가 추진된것으로 알고있었는데

최근 게등위에서 말을 또다시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정부는 이런부분에선 제가생각하기엔 뿌리부터 썩어서
5천만 국민이 다 들고일어나기 전엔 정부는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해볼 생각도
안 할겁니다. 소수가 노력 해봐야 정부는 "한다." 라고 말만 해놓고 안 하거나
대충 얼버무리고 넘길테니까요.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도 정부지만 6~7 년쯤 혼자서 게임 만들어보면서 느끼는게
한국에서 게임개발자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레알 개판입니다.

여기저기서 거기서 거기인 시시껄렁한 게임들이나 만들어대니까
일반인들이 게임이 무슨 붕어빵마냥 간단하게 찍어내는건줄 알고
전 더럽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일반인들이 먼저 물어보는건
3D야? 온라인이야? 둘다 아니라고 하면 쓰레기라면서 눈길도 안 줍니다.

고3때 저를 놀리던 어떤 녀석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2D 싱글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저는 어떻게 하면 게임이 더 괜찮을지 고심하고
몇시간씩 책상앞에서 머리를 굴려 만든거지만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에 그저 휴지조각이 되어버립니다.
그들은 저의 생각에 대한 관심도 존중도 주지 않은채
왜 다른게임처럼 멋지게 못하냐면서 비난만 퍼붓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면 뭔가 좀 다를거라 생각했습니다만
대학교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비슷한 말로
저를 무시했습니다.

이정도면 사람들의 눈이 삐었다는 말밖엔 안 나옵니다.
그에 비해 제 눈엔 감동도 감성도 메세지도 없는,
그저 레벨업과 PVP밖에 없어보이는
온라인 게임들이 사람들에겐 몇십만원씩 지갑을 열어도
아깝지 않을 게임이라는게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더 어이없는건 온라인 게임엔 몇십만원씩 현질을 하면서
패키지 게임이 몇만원에 팔리는걸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단겁니다.
그런 이유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상점에서 볼수있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나름 개성있던 패키지 게임들은
더이상 볼수 없게되었습니다.

불법 복제와 외면 속에서 회사들이 모두 망했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가 게임산업이 경제 비중 1위지만
우리나라의 게임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팔리거나
잘해야 일본, 중국, 동아시아가 사정권입니다.
그만큼 개성도 없고 재미도 없단 소립니다.

그에비해 다른나라에서 만든 게임은 전세계에 배포되어서
수백만장을 팔고, 각 나라별 언어로 번역됩니다.
우리나라에 그런게임 없는걸로압니다.

GTA 5, LOL, 스타크래프는 미국인도 알고 한국인도 알고있지만
던전앤 파이터, 메이플 스토리는 한국인만 알고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보다 GDP 순위가 40위나 낮은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보다 게임은 더 잘 만듭니다. ( 세계 베스트셀러 96위 )
2013년에 집계된 세계 베스트셀러게임 100위 차트에
우리나라 게임은 단 한개도 없습니다.

거기에 프로 개발자로 취직해도 일은 더럽게 많이하고 월급은 그닥 안주고,
보장되는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대형 게임업계 이야기고
중소게임업계에선 프로젝트 잘 안되면 월급도 제대로 못 받습니다.

그래서 진짜 실력좀 있고 의지 있는사람들은 외국으로 날아가있고
가끔씩 유명 게임 해보고 스탭롤을 보면 한국인들 이름이 보입니다.
역수입이죠. 나라에서 대우가 이따위니까요.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데가 다 그렇더군요.

애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나가시는 스탭롤을 끝까지 보시기 바랍니다.
스토리와 기본 원화는 일본에서 만들지만
채색, 동화 등 많은 작업은 죄다, 한국인들이 만듭니다.

우리나라는 진짜 문화가 뭔지도 모르고 존중할 줄도 모릅니다.
그저 아이돌 보면서 오빠 누나 하면서 소리지르는 KPOP 은 문화라 생각하고,
만화나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러운 오타쿠이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씹덕이며
진짜 재미있는 게임을 하려는 사람은 트렌드를 모르는 멍청이거나
우리나라 게임을 하지 않기때문에 매국노인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게임은 평생 자급자족형정도밖에 안 될거고
거기에 신물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언젠간 시장이 붕괴할겁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한민국을 통째로 뒤집어 바꾸기전에
이 나라에서 뭔가를 만든다는건 보통 근성으로는 못해먹을 짓입니다.
저야 이제 좋든싫든 게임개발이 주전공이 되었습니다만
나중에 기회봐서 반드시 외국으로 갈 생각 중입니다.
돈도 많이주고, 근무환경도 좋고, 보장되는것도 많고
사람들의 인식도 더 좋으니까요.

길고 부정적인 글이지만
진짜 지금까지 게임제작자로 살아오면서 기쁘고 뿌듯한 순간도 가끔 있었지만
화가나고 증오스러운 순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점점 저와 여러분에게 현실이 닥쳐올겁니다.

Who's JACKY

profile

JACKY ( 더블제이 )

- 아방스 오래 활동했으나 지금은 안함. 예전에 더블제이로 활동.

- 현재 소프트웨어/AI 회사 정직원.

- 구인요청, 커미션, 질문 등 안 받음.

 

** 완성작

 

단독작전(Private Plans) - 중학교 축제 출품

스페이스 인베이더즈(Space Invaders) - 고등학교 축제 출품

 

** 제작중단

 

메탈 페이블 :: 숨겨진 힘

한때 열심히 개발했고 포트폴리오로도 사용했던 게임.

개발 재개계획 없음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