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댓글로 쓰려고 했는데 얘기가 길어져서 따로 써봅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상대방이 전혀 감사하지 않는 것 같다, 감사의 인사를 하지 않는다."


라는 일을 저도 숱하게 겪은 바가 있고 고민도 좀 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엄청 손해를 본 기분이 듭니다. 거래로 비유하자면 


"남을 돕는다" => 그 대가로 최소한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


이런 게 암묵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도덕적 규칙일텐데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이기적으로 타인의 선의를 이용해서 자기 득만 챙겨가는 사람들은 정말 숱하게 널려 있습니다.


도와준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지요. 


반대로, "내가 널 도와줬는데 왜 넌 나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가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역시도 사회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고, 이 경우는 오히려 타인의 선의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더 흔하게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누가 도와달랬냐, 니가 멋대로 도와준거 아니냐"는


반박으로 인해 친했던 사이도 갈라지고 관계가 무너지고 서로 등을 돌리고 그럽니다. 


선의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대가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사이에 더이상 선의가 이어지지 않는거지요.


"남을 돕는다"는 인식으로 시작한 선의의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게 많으면 상관없지만,


저는 제 경험상 지극히 기분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유지했다가는


제 멘탈에 하나도 좋을게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던거고요.





그래서 남을 돕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을 돕는다"는 인식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을 해보기로 했던겁니다.


예를들어, 제가 RPG VX ace의 도움말 중 스크립트 파트를 번역해서 배포를 했습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 자신의 일본어 실력과 스크립트 짜는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지, "스크립트를 못하는 타인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할때 거기에 답변해줄때도 그렇습니다.


답변을 주기위해 생각하고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몰랐거나 정립이 안되었던 부분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공부가 되기 때문에 답변을 해주는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를 위해서 도움을 준다"는 개념으로 답변을 해주진 않습니다.


그렇게 인식을 바꿔보니 멘탈적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자유로워지더군요. 


우선 "감사의 인사"라는 대가를 무의식중에라도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이것은 


"남을 도운" 행위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고, 이미 나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결과물을 얻었기 때문에 "감사의 인사"를 받든말든 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타인이 내 선의를 이용한다는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애당초 저한텐 이용당할 '선의'가 없었고,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에서 시작한 것이니까요. 







그냥 그런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한테 득이 될만한 소재가 전혀 없는 요청에는


절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도 됩니다만, 정말 그렇습니다. 전 그렇게 합니다.


다만 저는 그 '이득'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보고 있는거고요. 정 뭣하면


"나는 이 사람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답변을 해줬어, 나는 이 사람보다 똑똑하고 낫고 친절한 사람이야^^"


같은 정신적인 자기만족도 이런 '이득'으로 치기도 합니다. 


이런 소소한 심심풀이 멘탈 플러스도 제 하루하루의 삶에 향신료가 되는건 분명하니까요. 


설령 이런 인식을 밝힘으로서 굳이 감사하지 않아도 되는 호구로 인식된다 한들 뭐 어떻습니까. 


저는 그런 호구 행위를 통해 많은걸 얻고 있고,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남을 돕는다"는 인식에서 시작했을때보단 훨씬 더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Who's Omegaroid

profile

나를 죽이지 못하는 적들은

나를 강하게 해주는 친구다.

Comment '2'
  • ?
    돌치나 2014.01.23 22:43
    제 글에 대해서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져주시고, 또 이렇게 긴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메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선의가 오히려 악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인터넷상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상당히 많이 봐왔고 겪어왔기에 또 개인적이 이야기를 하자면 심각한 문제까지도 간 적이 있어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제기했던 문제에 "내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자"그게 또 하나의 좋은 답이 될 수 있겠지요.
    참 얄미운 사실이지만, 꼭 선의나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가 필연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

    저도 알고 있었던 하나의 사실이였는데, 어찌저찌 잊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선의"라면, 무조건적으로 고맙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던 저의 오만일수도 있었겠네요...
    '자신이 선의를 베푸는게 즐거운 사람인가?', '선의로부터 올 수 있는 의외의 악영향또한 자신이 짊어질 생각은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도 또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p.s. 게임 제작계라는 범주에서 시작되었던 이야기였지만, 사회생활이라는 범위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
    돌치나님 축하합니다.^^ 2014.01.23 22:43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
    돌치나님은 19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아방스 게시물 · 댓글 작성 규칙 (최근 수정일 2015.11.25) 17 file 완폐남™ 2012.07.17 41175
제작 스샷 요즘 만들고 있는 웹게임 file 맛난호빵 2014.01.24 877
잡담 진짜 오랜만이네요. 8 레몬 2014.01.24 547
잡담 '행복을 만드는 마법사'라는 게임,, 제 본보기가 되는 게임이군요( 추가 BGM ) 6 file 내손목아지 2014.01.24 988
잡담 이..이봐 4 file Andromeda 2014.01.24 614
잡담 저 아래 '잠깐 눈감았다 떴는데' 글을 읽으니 저도 떠오르는 일이 있네요 5 파치리스 2014.01.24 689
제작 영상 (진의 일기장)아방스 자료실은 위대합니다... 9 sudoxe 2014.01.24 890
잡담 하루동안 도트만 찍었네요 ㅎ... 15 명란젓 2014.01.23 553
잡담 그래서 전 남을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Omegaroid 2014.01.23 550
잡담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17 돌치나 2014.01.23 500
잡담 잠깐 눈감았다 떴는데 ,,; 17 내손목아지 2014.01.23 412
발표 포기가 아닙니다 내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7 이룩 2014.01.23 479
제작 영상 이번에는 휴식포인트라는 개념을 넣어봤습니다. 스리아씨 2014.01.23 538
제작 일지 마감일이나 지킬 수 있을까요? 4 file 이룩 2014.01.23 335
막장 ㄴr.는 ㄱr.끔 눙.물.이. 난.ㄷr... 8 명란젓 2014.01.23 769
잡담 묻답게에 '답변'하실때...(저격..인가요?) 8 명란젓 2014.01.23 356
제작 일지 렉과의 사투에서 패배했습니다... 9 sudoxe 2014.01.23 340
잡담 그러고보니 게임올릴때 2 file 스리아씨 2014.01.23 432
제작 일지 파트 1의 보스들을 다 만들었습니다! 24 file 정이:) 2014.01.22 635
설문 이놈의 개연성!!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21 돌치나 2014.01.22 468
잡담 요즘 사이트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아서 좋네여! 10 쌍쌍뱌 2014.01.22 61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 755 Next
/ 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