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스 칼럼

이거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 지 모르겠군요.


예전에 글쓰기 겟에 썼던것을 그대로 옮겨쓰는거라서 중복되는 내용이 많은데, 이건 좀 더 갈무리한 버전입니다.


참고로 글쓰기 겟엔 갖은 욕설과 음담패설이 잔뜩한... 원래 버전이 있습니다.


---


 예전엔 만들기가 주옥같았으나, 지금은 마우스만 끄적여도 어느 정도는 뚝딱 만들 수 있을만큼 발전한 게 게임제작입니다... 아닌가요? 하드코딩은 예외입니다.


 하여튼 넋두리를 좀 읊어보자면, 언젠가 사이먼 초와 같이 운영하던 서버에서 잡담을 나눴는데, 그 때 그 녀석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최고만 바라볼 뿐이지 니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용이 구리면 그냥 버림 ㅇㅋ? 그러니까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땜빵때우지 말고 다른 것도 좀 신경쓰라고"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싶어서 키보드를 굴려보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라 전 모니터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주사위돌리기 게임임! 이거 7시간이나 바쳐서 만듬!" 이라고 하며 보여줘도, 이미 주사위 게임은 여기저기 널려있는데다가, 자신이 만든 주사위 게임보다 발전된 버전들이 수두룩하니 그 게임은 묻히는 게 당연합니다.


 게임도 게임이라는 타이틀만 달았다고 전부 크게 성장하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이면에는 스타바운드라던가 FEZ, Deemo 등에 묻혀 보이지 않는 디펜스 위치즈, Bleed, 에.... 또 뭐가 있지? 암튼 그런것들도 있습니다. 진흙 속의 진주를 찾지 못하는 셈이지요.


 왜 사람들은 제작자(들)가 최선을 다하고 몇 달동안 고생해서 만든 작품인데도 어떤건 개무시하고 어떤건 불티나게 사는걸까요?


 제가 보기엔... 게임계에서는 잘 몰라도! 적어도 여기 알만툴계에서는, 제작자의 제작하는 실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개성적인 게임을 구상해내고, 그 개성에 맞는 음악과 그래픽, 스토리, 그리고 제작 실력에 맞춰서 그 완성도의 수위를 낮추면... 그것 자체로도 훌륭한 게임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Deemo같은 경우 결코 다른 게임에 비해서 시스템적으로 좋은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Deemo가 가진 브금과 로리의 매력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군요.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


 게임을 만들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옆집 점순이는 어떻고 친구 점득이가 점순이를 좋아한다던가 그래서 어제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는 안받고 옆집을 보고 있으니 어째 라면 끓는 냄새가 나고...아무튼 결국에 최종적으로 다가오는 감정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겨"라던가 "이 게임이 인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사람들,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은 단 두가지만 봅니다. 게임이 '최고'로 좋던가, 최고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재미'가 들어있던가. 절대 제작자분들의 노력이나 최선따위는 생각하지 않는게 플레이어입니다. 무료로 하던 돈내고 하던간에 플레이어가 왜 제작자의 노고를 생각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게 배꼽잡고 웃을 일이죠. 그리고 제작자분들의 그러한 노고는 게임 제작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 그렇다고 무시받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고로 잘만들었거나, 그 정도는 아니여도 재미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한 번 따라해보세요.



1. 리뷰와 실황을 보고 괜히 발끈하거나 자부심 가지지 말 것

 보통 제작자분들이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주로 비판이 들어간 리뷰나 실황을 보고 쓸 데 없이 발끈하는데, 그건 진짜 쓰레기 같은 짓입니다. 대개 리뷰, 실황을 하시는 분들은 게임을 많이 해봤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도 평가하거나 소감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이 어디어디가 구리고 어디어디는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들었나요? 그건 플레이어와 제작자간의 편차를 직접적으로 제시해주는 힌트가 됩니다. 안 그래도 말없는 플레이어들을 대변해서 그렇게 말해주는건데, 감사하긴 커녕 분노하진 말아야 할겁니다.


2. 리뷰와 실황을 보고 괜히 신경쓰지 말 것

 언제까지나 게임은 여러분이 만드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그냥 조언이나 타령을 조금 할 뿐이지, 절대 여러분의 게임에 손대지 않습니다. 누구누구가 재미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재미있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니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게임을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그냥 눈 딱 감고 게임을 낸 다음!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 게임의 애프터 서비스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엎질러진 물 주워담아봤자 사이다 되는 거 아닙니다.


3. 자기가 만족 못 할 게임을 만들지 말 것

 기대수치라는게 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도 그냥 만든 거랑 신경써서 만든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뚜렷하게 보입니다. 100등은 99등을 시기하고 2등은 1등을 시기하는법, 제작자로서 게임을 만들었으면 노력은 당연한거라 생각할 줄 알아야하고, 그 노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방법을 찾을 줄도 알아야합니다. 어느 방면에 있어서든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만족했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그 최고를 보여줄 수 있어야합니다.


4. 자부심은 양날의 검

 미친듯한 자부심은 게임을 망치고, 너무 게임에 대한 자신이 없어도 게임을 망칩니다. 적당한 자부심을 가졌을 때 여러분의 게임은 날개돋힌 듯 진전을 보일겁니다.


5. 제작의 재미가 없으면 괜히 억지로 만들지 말 것

 게임을 제작하는게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옵니다. 그 땐 억지로 만드려하지 마시고 글을 쓰거나 기타 잉여활동을 하면서 다른 시간을 보내세요. 재미 없을 때 게임 만들면, 그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그 순간만큼은 드럽게 재미없을겁니다. (게이안2의 동쪽 대륙부분)

 첨언으로, 게임을 제작하는게 엄청나게 좋아지는 순간도 언젠가는 옵니다. 약속 다 미루시고 그 때 게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최고실력이 그대로 묻히기 때문입니다.


6. 인기에 휘둘리지 말 것

 괜한 인기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면 그 뒤에 나오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망작입니다. 오직 여러분 자신만이 주관적인 시선으로 플레이어들과 어떻게 하면 교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면 인기를 더 얻을지를 생각하면 진짜 망합니다. 하지마세요. 하지마.


7. 내 게임만 하지 말 것

 남들이 만든 게임도 해보라는 소리였습니다. 자기가 만든 게임에는 아무리 잘만들어도 어딘가 모자란 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을 때우려면 제작자 자신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보통 남들이 만든 게임에 해답이 많습니다. 기사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도 기사가 구린가요? 세계수의 미궁에서 탱커 없으면 파티가 살아남기 힘들다죠! 그럼 예전의 기억을 되새겨봅시다. 기사가 필요했던 게임... 맞아! 세계수의 미궁을 참고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따올 건 따오고(판박이로 붙이진 말고) 모자란 건 고치는 것도 제작의 한 방법입니다.


8. 플레이어와의 소통을 항상 전제에 둘 것

 XAS 스크립트로 RPG 게임을 만들어서 완성작 게시판에 내놓는다고 칩시다. 근데 해보니까 튜토리얼이 없습니다! 이러면 제작자가 플레이어들을 개무시하는 꼴이 되는겁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진행에 힌트가 될만한 물건을 하나쯤은 붙여두는 것도 실력입니다.


9. 성취감이 없으면 왜 없는지 분명하게 따져볼 것

 게임을 만들었고 뭔가 보스전 같은 것을 한 2~3일 걸려서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 보스를 가지고 모의전투를 해봅니다. 전투가 끝났을때 확실히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들면 그 때 밀려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게 된다면 성취감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뭔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게 봅시다. 그리고 고칩시다. 다른 사람들도 부족하다고 볼 게 뻔하니까요. 불카노 레이저!


10. 자신을 담은 게임이 진정한 게임

 제곧내.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갔다면, 자신이 그 게임을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완성작이고 그 누가 폄하하고 구리다고 수백번을 지껄여도 당신에게는 우수작입니다.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계단을 한 단계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에요.

 그리고 그 계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할겁니다.



스크린샷도 없이 얘기만 종뇌 길어서 눈이 아프셨을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제가 제 게임을 반성한답시고 쓴 느낌이 강렬하군요.


게임 제작자로서 다들 힘내세요 촤하하

Comment '4'
  • profile
    Lamancha 2013.12.31 13:15
    정말 좋은 칼럼입니다. 복사해서 주변친구들에게 보여줘야겟네요 ㅎㅎ
  • profile
    2014.01.08 06:48
    조회수가 더 높아야 할 글인데 어째서!
  • ?
    미양 2014.01.08 13:27
    그냥 종뇌 웃을 뿐입니당 으하하!
  • ?
    맵만드는중.. 2014.02.16 09:08
    잘 읽고 갑니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   지 칼럼 게시판 이용 안내 6 습작 2012.07.09 14001
자 유 연 재 칼럼 1편 : 재미있는 게임이란 1 3 file JACKY 2014.02.16 1570
단   편 [번역] 베타한 RPG의 법칙 + 부록 6 Omegaroid 2014.02.16 1602
뮤직팩 리 뷰 RM VX ACE 뮤직팩 (DLC) 리뷰 - 4 (Survival Horror) 11 file 모쟁 2014.02.15 1422
게임실황넋두리 국산 게이ㅁ들을 실황해오면서 느낀 잡썰 15 9 file 2014.02.12 2481
뮤직팩 리 뷰 RM VX ACE 뮤직팩 (DLC) 리뷰 - 3 (DS&DS+ resource pack) 2 file 모쟁 2014.01.21 1594
단   편 질문올릴때 공지사항좀 숙지합시다. 21 file 스리아씨 2014.01.20 1255
뮤직팩 리 뷰 RM VX ACE 뮤직팩 (DLC) 리뷰 - 2 (Cinematic Soundtrack) 2 file 모쟁 2014.01.19 1435
뮤직팩 리 뷰 RM VX ACE 뮤직팩 (DLC) 리뷰 - 1 (Blackheart Power&The Nothing Battles) file 모쟁 2014.01.19 1671
게임실황넋두리 국산 게이ㅁ들을 실황해오면서 느낀 잡썰 14 7 file 2014.01.18 2921
단   편 Choco R2k Player 번역 기능(BETA)으로 기생조커(寄生ジョーカー)를 돌려보았다 2 file 습작 2014.01.05 2105
소재집둘러보기 소재집 둘러보기 - RPG Maker: DS+ Resource Pack file 습작 2014.01.01 2050
단   편 제작과 성취감의 상관관계와 노파심에서 하는 말 4 미양 2013.12.31 1560
단   편 Plicy로 스마트폰에서 Wolf RPG Editor 게임을 한다면? file 습작 2013.12.25 2469
단   편 한계란 벽은 그저 장애물에 불과하다. 7 판희 2013.12.23 1299
단   편 Clickteam Fusion 2.5와 Multimedia Fusion 2 비교 file 습작 2013.12.15 1354
소재집둘러보기 소재집 둘러보기 - RPG Maker: DS Resource Pack 3 file 습작 2013.12.14 2950
자 유 연 재 알만툴 게임 제작과 관련된 저작권 이야기-1 1 모쟁 2013.12.02 3007
소재집둘러보기 소재집 둘러보기 - RPG Maker: Samurai Resource Pack file 습작 2013.11.29 1875
단   편 MORT를 사용한 영미권 알만툴 게임 실행기 file 습작 2013.11.24 1831
게임실황넋두리 국산 게이ㅁ들을 실황해오면서 느낀 잡썰 13 4 file 2013.11.20 2357
단   편 RPG 만들기 2000 VALUE!+ 내용물을 살펴보자 3 file 모쟁 2013.11.15 276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