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글 주소 : http://etude87.tistory.com/74
0. 들어가며
샤덴 프로이데는 팀 이그노스트에서 4년간 많은 인원이 참여해서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10시간이 훌쩍 넘는 플레이타임에 자작
그래픽과 보이스 녹음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창작 사이트 혼돈과 어둠의 땅의 공식 연재 작품이며,
제13회 똥똥배 게임 제작 대회에서 시나리오 상과 사운드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방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통합판 이전의 전작들이 기대작에 선정되있습니다.(2013년 이르러 기대작 선정 방식이 투표제도로 변경되기 이전이라 가능했던 것이긴 합니다만, 사실 선정된 작품은 4화 뿐이지만 4화만 딸랑 올라온 채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는 생각에 나머지 작품들을 끌어올리고 깨진 링크의 이미지를 다시 찾아 수정하고, 소실된 파일 링크를 복구 했었지요.)
우수작 투표에 오르기도 했었고, 투표자로써 투표시 바로 댓글에 피드백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만, 댓글에 적기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며, 이런 많은 노력이 들어간 작품에겐 모든 엔딩을 플레이 한 상태에서 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렇게 투표가 종료되고 다소
시일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게시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리뷰의 윗머리에서 경고하고 있긴 합니다만, 다시 당부하건데 아직 끝까지 플레이 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게임 내용에 대한 누설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읽기를 중단하고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덴프로이데 배포 페이지 : http://avangs.info/1139711
* 팀 이그노스트 : http://cafe.naver.com/teamignost
1. 비주얼 노벨 풍 RPG
샤덴 프로이데는 비주얼 노벨 풍의 RPG입니다. 제작자의 말을 빌리자면 비주얼 노벨에 비중을 둔 RPG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이 작품이 독특한 성격을 지녀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사전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비주얼 노벨 자체는 텍스트 어드벤쳐부터 선택지가 없는 키네틱 노벨에 이르기 까지 시각화된 소설 장르를 일컫는 말이므로 게임의 하위에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주얼 노벨 중에서 게임의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있는 것이지 비주얼 노벨 자체가 하나의 게임 장르가 되지 않습니다.
( △ 샤덴 프로이데의 3가지 엔딩 )
이러한 측면에서 샤덴 프로이데가 RPG적인 요소를 제외한 가운데 텍스트 어드벤쳐 등의 게임성을 지닌 비주얼 노벨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네틱 노벨과는 달리 선택에 따른 분기가 있으나 일전에 리뷰했던 비주얼 노벨인 Project
Gaea(http://etude87.tistory.com/32)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분기를 위한 선택일 뿐 게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자체가 재미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리뷰에서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RPG 장르의 샤덴 프로이데를 살펴보고 이를 벗어나 비주얼 노벨 작품으로써의 샤덴 프로이데를 마저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2. RPG로써의 샤덴 프로이데
RPG라는 장르의 정의에 대해서 그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유명한 게임 리뷰어이신 껍질인간(http://deadly-dungeon.blogspot.kr/)님과 같이 자신의 명확한 정의가 서있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통상 시장으로 나오는 RPG라하면 대략 전투와 성장 요소를 지닌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았을때 샤덴 프로이데는 그다지 만족스런 작품이 아닙니다. 실시간 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만, 전반적인
전투는 전략적이지 않고 난이도 또한 낮은 가운데 레벨디자인이 엉망인편입니다.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는 자동전투만으로도 충분하고,
보스라 한들 독특한 공략까지는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힘으로 찍어누르는 식입니다. 여러 상태이상이 달린 기술이 존재합니다만,
거기서 거기인 터라 데미지 이외에는 크게 고려할만한 것이 아니며 캐릭터의 성장 역시 거의 정해져 있으므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기술마다 들어가 있는 보이스가 시청각적인 만족을 채워주긴 합니다만, 단조로운 전투에서 오는 피곤함을 해소해줄
정도는 아닙니다. 이 게임에서의 턴제 전투란 그저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자랑해서 캐릭터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일 뿐이므로 이걸
가지고 재미를 찾으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매 챕터마다 존재하는 두개의
필드에는 연관된 여러 자잘한 서브퀘스트가 존재하고 각 필드마다 보스몬스터가 존재합니다만, 하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뿐더러 단순한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멋모르고 처음 한 번 정도는 보스까지 진행해
보기도 하겠습니다만, 이 게임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를 알게되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버려집니다.(메인 시나리오 선상에서 벗어난
미니게임을 포함해서 전부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낮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스테이지 진행이 뒤로 돌아갈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닉콘과의 전투가 갑작스레 나타났을 때는 외통수에 몰려
아찔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기에 이벤트를 일시삭제처리해서 리스폰 되는 부분이 꺼려져 막아둔 것은 이해하나 가급적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간 중간에 액션 전투 방식의 미니게임이 존재합니다만 격자 이동 위에
얹어진 좁은 길목과 많은 적들, 답답한 공격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데다가 일부 함정은 시각적으로 판별할 수 없음에도 작동하고,
일부 스테이지는 과도한 쉐이크 효과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이니 이 게임 플레이 하는데 있어서 가장 괴로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매 챕터를 클리어 이후 그리고 엔딩을 본 이후까지 랭크를 매겨 플레이에 대한 점수를 보여주긴 합니다만,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어떠한 자극도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점수 산정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판단 근거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를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전혀 피드백이 되지 못합니다. 같은 툴을 사용해 제작된 일본의 기생조커(寄生ジョーカー)와 같은 작품이 플레이
끝에 다다라 각 항목별로 나눠 그 달성도를 보여주며 플레이어를 자극해서 재도전을 유도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메인시나리오의 진행만 최저기준으로 플레이 함에도 불구하고 S~A(6화는 D)를 받아 도무지 그 기준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수 보여주기는 단순한 쇼맨쉽에 지나지 않아 괜한 플레이 시간만 잡아먹는 요소일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부분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0에 수렴하다 못해 따로놀고 있으니 솔직히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샤덴 프로이데를 플레이 하고 나서 차라리 비주얼 노벨 엔진을 사용해서 비주얼 노벨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3. 비주얼 노벨로써의 샤덴 프로이데
샤덴 프로이데는 매력적인 소재와 화려한 그래픽, 비극적인 스토리를 통해서 극적인 연출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뻔한 스토리라인에
느린 템포, 작위적인 진행은 확실히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만 캐릭터 소설로써의 샤덴 프로이데는 주요 인물들이 버려짐 없이
적당한 비중을 가지고 각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울 수 있도록 공을 드렸기 때문에 상당히 괜찮았다고 봅니다. 최근 대세인
라이트 노벨로 나왔더라도 괜찮은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다만 1화통째를 프롤로그 수준으로 활용한데 있어서는 다소 불만족 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한때 판타지 소설 연재 사이트 CUG 자유연재에서 연재되다가 출판된 라이큐님의 부서진세계가 1권을 통째로 프롤로그로 사용한 바 있긴 했었습니다만, 하나의 작은 사건의 완결 형태를 띈 상태에서 반전을 통해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태였습니다. 샤덴에 비유하자면 이미 남작을 죽이고 추가 시나리오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형태로 마무리 지은 격인데, 1화가 끝나가는 수준이 되어서야 겨우 남작이라는 1차적인 적이 등장하는 형태이니 뻔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뿐더러 게임과 스토리에 대한 흥미를 잃기 충분한 시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대부분의 낙오자들은 여기서 1차 탈락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노벨 풍 알만툴 게임이 고려해야 할 사항(http://etude87.tistory.com/45)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태생적인 툴의 한계 또한 존재합니다. 대사중 자유로운 저장/불러오기가 안되, 스킵도 안되, 지나간 로그의 열람도 안되, 해상도도 낮아 등등을 해당 글에서 언급했었습니다만(물론 샤덴 프로이데에서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병렬처리되는 이벤트를 통해 0/+키를 눌러 저장을 호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텍스트 출력에 있어서 기본 제공하는 기능도 부족하고, 대사 출력 속도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없으며, 중간에 윈도우를 숨기고 일러를 감상할 수도 없고, 추가 입력을 통해서 단번에 텍스트를 출력할 수도 없습니다. 그 중 마지막 요소가 가장 큰 문제인데, 알만툴에서 대사에 딜레이를 넣어 출력 속도를 조절해 버리거나 한다면 제아무리 버튼을 많이 연타해도 꼬박 기다릴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터라 장문의 대사가 있는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컨데 책을 친구랑 같이 읽고 있는데 친구가 다 읽을 때 까지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이북리더에서 느린속도 자동 넘김 설정을 해놓은채로 읽는 듯한 답답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틈만나면 추가 진행을 하기 위해선 레벨업을 요구합니다. 전투가 있건 없건 중간 중간 무조건 레벨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레벨업을 완료하더라도 보스룸까지 가지 않으면 나오지도 못할 필드로(보스존 이전에 복귀 가능하다고 합니다.) 매번 나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스토리 넘어가는 속도도 짜증나 죽겠는데 중간에 흐름은 자꾸 끊기고 노가다를 해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독자가 스토리에 빠질만 하면 자꾸 건저내다보니 매 챕터의 엔딩에 와서는 너무 지쳐 넘어가지도 않는 스텝롤을 멍하니 보면서 플레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토리 진행과 상관없이 매번 중간에 돌아오는 마을과 스토리 진행과 상관없이 선택한 캐릭터로 하는 전투 등 게임 플레이가 시나리오랑 너무 겉도는 부분이 많아 통째로 빼렸으면 좋겠습니다.(이것이 차라리 비주얼 노벨 엔진을 사용해서 비주얼 노벨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이러한 고통이 가장 극심한 것이 또 하필이면
1화입니다. 게임에 대한 목표는 알 수 없고 전말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루한 플레이를 이어나가야 하는 1화인데
시작부터 [로고 > 프롤로그 > 또 로고 > 스탭소개 > 다시 프롤로그 > 오프닝 영상에서 또다시
스탭소개] 이러다 보니 1화를 마치고 다시 스텝롤을 볼 즈음에는 더이상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풀리지 않은 반트 에녹트의
장래희망 설문조사를 비롯해서 전체적으로 회상과 재탕이 너무 잦아 멋진 씬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배경에 흰글씨로 바로 띄워주는 부분들은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
수정되었으면 하고, 필기체로 지명이 적혀있는 주제에 어느 곳인지 하이라이트도 안해준채로 한박자 어긋나게 등장해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버리는 지도는 차라리 빼버렸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종합하자면 흐름을 끊지 않고 편히 읽게 냅뒀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읽는 것 마저 고욕이었습니다. 괜찮은 스토리를 게임이 망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 아쉬운 부분
( △ 엘릭서 버그 테스트 플레이 화면 : 살아있어도 산게 아닌 인생의 캐릭터 반트 에스테만. )
딱히 단점이랄 것도 없고 그저 아쉬운 몇가지 부분들로 첫째로 엘릭서 버그입니다. 전투이전에 엘릭서를 사용한채로 돌입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사망하더라도 자동 부활 가능하도록 되어는 있습니다만, 하나의 캐릭터만을 지닌채로 플레이 하는 경우 사망 후 바로
게임오버입니다. 사실 게임내에서 용병이 필요 없을 수준의 난이도인데 이 버그때문에 간간히 용병을 울며 겨자먹기로 고용한적이 몇개
구간 있습니다. 용병없이 혼자 시작하는 구간이 있어 문제지만 처음부터 용병을 주고 사망시 삭제되지 않도록 조치한다면 가볍게 방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게임 윈도우에 적힌 게임 제목이 Untitleld라는 점입니다. 즉 제목없음인데 팀 이그노스트의 다른 작품 타임리스2가 생각납니다. 같은 팀의 다른 작품에서도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참 미묘했습니다.(게임 압축에 사용된 모빌박스라는 프로그램이 원인이라고 하네요.)
5. 나가며
RPG와 비주얼 노벨을 접목시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희생된 부분이 너무 커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본연의 재미를 맛보기도 전에 관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직접 플레이하기가 싫어 엘카르디아를 라만차님께 부탁드려 실황으로 감상해 버린 저와 같이 이 작품 역시 고통받지 않고 즐기려면
실황으로 버스타는 수밖에 답이 없습니다. 54차 수정이 빛나는 동방 영강창을 본받아 다시 만들어 좋은 작품으로 재회할 수 있길
기대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