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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글 또 쓰기 싫었는데 결국 쓰네



Scene #프롤로그


 마흔이 될 때까지 기사의 직책으로 활동한 사람은 드물다. 난 그 드문 무리속에 속한 몇 안되는 기사들 중 하나이며, 기사가 되고나서는 항상 한 여자만을 지켜왔다.


 세실리아 하이든. 내가 이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였다. 하이든 백작과 그의 부인은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채 나에게 그녀를 맡기고는, 17년 전부터 별채로 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날의 그녀는, 18세로 혼기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상대를 찾기는 커녕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녀는 네 살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피아노를 잘 쳤기 때문에 보모가 그녀를 꽤 열심히 가르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래서 그녀의 방은 하루하루가 피아노 소리로 조용한 듯 시끄럽다.


 그리고 난 그녀를 지키던 사이 백발이 무성한 노인으로 변신해버렸다. 죽기 딱 좋은 나이다. 마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보모가 들어오며 말했다.


 "이반, 바이올린 켜볼 생각 없어요? 아가씨가 심심해하시던데."


 "허허허... 이렇게 늙은 노인에게 바이올린이라니."


 "나이는 상관 없어요. 어떻게든 아가씨가 기쁘면 그것으로 된거니까요. 그게 우리들의 존재 목적이에요... 설마 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조금 생각해봤지."


 "아가씨가 많이 슬퍼하실거에요... 여태까지 쌓인 정은 없어도."


 보모는 머뭇거리더니, 곧 밖에서 바이올린과 활, 그리고 책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건넸다.


 난 멍청하니 그것을 받아들었다.


 "일단 한 번 켜봐요. 책에 다 쓰여있으니까. 어차피 아무것도 안하면서 있는 것보다야 그 편이 좋지않겠어요? 바이올린을 켜는 편이요."


 "알았어."


 보모는 말없이 나가버렸다. 마흔이 넘는 나이에 바이올린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책을 펼치자 누군가가 괴발세발로 그려놓은 그림이 보였다. 난 그림을 보면서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활로 현을 켜보았다.


 굉장히 듣기싫은 소음이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그만 활을 놓쳐버렸고, 활은 땅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소리야!? 혹시 이반 네가 한거야?"


 세실리아가 문을 박차고 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실수였습니다."


 금발을 은하수처럼 늘어트린 세실리아가 내 방에 찾아왔다.


 "조심해서 잘해. 바이올린은 예민한 악기란 말야. 무식하게 검 휘두르듯이 마구 쓰면 안된다구."


 "명심하겠습니다 아가씨."


 세실리아는 금방 나가고 말았다. 활을 줍자마자 보모가 들어와서 바이올린을 또 켜볼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반, 집주인님들이 오셨어요."


 "매일 편지만 보내시더니..."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나가보죠 한 번."


 난 바이올린을 책상 위에 두고 보모와 함께 방을 나섰다.


 2층에서 대리석으로 만든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저택의 홀이 나타났다. 홀에는 하이든 부부가 와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주인님. 이게 몇년만입니까."


 "정확히 17년만이지. 내 딸은 어디있는가?"


 나보다도 더 늙고 살찐 하이든 백작은 세실리아를 찾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설렁설렁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저게 내 딸이라고?"


 "네 주인님."


 보모가 말하자마자 백작은 보모의 뺨을 때렸다. 세실리아는 놀란 표정이 되어 보모에게 달려갔다.


 "실망스럽군. 날 키워준 자네를 믿었는데."


 "며, 면목 없습니다 주인님..."


 "보모! 왜 그래! 왜 맞았어!? 이 사람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아가씨, 이분들은 아가씨의 부모님이십니다."


 당황한 세실리아는 하이든 부부를 바라봤다. 뚱뚱해진채 검은 양복을 입은 하이든 백작과, 백작보다는 덜 뚱뚱하지만 코르셋을 있는대로 조여놓은 하이든 부인. 둘을 바라보던 세실리아의 표정이 구려지는게 보였다.


 "에이 설마... 보모가 내 부모님은 엄청 멋있어서 항상 바쁘다고 하셨는걸. 절대 이런 사람들이 아니야. 그치 보모?"


 "아가씨, 사실입니다. 이분들이 아가씨의 부모님이세요."


 "보모의 말이 맞다. 우리가 네 부모다. 그동안 잘 지냈니?"


 "뭐하러 오셨어요? 한번도 온 적 없으시면서."


 "뭐? 우린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걱정이 되서 온거야! 웃어른을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지?"


 백작은 화를 냈다.


 "그래도 17년은 좀 과하군요. 무엇보다 상당히 뜬금없이 오셔서 저희 모두 당황했습니다."


 "여긴 내 집이야. 언제 오던지간에 그건 너희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저리 비켜, 그나저나 우리 방은 항상 잘 정돈해뒀겠지?"


 "매일 관리했습니다 주인님."


 홀의 중앙 복도에서 맨끝이 백작 부부의 방이었다. 방은 역시나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이거 하나는 잘했군."


 상당히 봐주기 역겨운 백작의 얼굴이 웃는 표정으로 변하자 눈이 찌푸려졌다. 백작 부부는 우릴 내보냈고, 우린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부때문에 세실리아도 보모도 상당히 놀란 표정이 되어 있었다.


 "뭐, 뭐, 뭐, 뭐, 뭐, 뭐야 대체... 보모, 많이 아파?"


 "아닙니다 아가씨. 한 번 피아노를 쳐보세요, 여태까지 쳐온 피아노 실력을 보여드리면 주인님께서 좋아하실거에요."


 "그럴까... 아니 그보다 저런 사람들이 내 부모라고? 아직도 안 믿겨져. 진짜야?"


 "네 아가씨. 단지 너무 바쁘셔서 여기까지 오실 수 없었을 뿐이랍니다."


 백작 부부가 살았던 곳은 바로 옆마을이었다. 보모의 말빨에 난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저건..."


 "아가씨~ 그래도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건 좋은거에요. 투정부리지 말기. 알겠죠? 자, 약속해요."


 "체..."


 유치하게 저게 뭐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세실리아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었다. 그들만의 세상을 난 모르겠다.


 "자 그럼, 이반 당신도 들어가세요."


 "아. 응."


 보모는 세실리아를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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