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メガ네, 량입니다. 안경하신가요.
잡썰 그 열두번째. 어지간히도 길어집니다.
뭐이리 신경쓸게 많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보다 나은 게임 제작을 위한 조언일 뿐
이거 다 지킨다고 무조건 우수한 게임 나오는거 아니고
이거 다 안지켜도 충분히 우수한 게임 나올 수 있지요
하지만 보편적으로 제발 한 번 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썰들을 풀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잡썰은 제가 떠드는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않아도
주제들만 놓고 봐도 그 자체로
게임 제작자로서 / 게임 제작 지망생으로서 생각해볼만한 썰일 겁니다.
뭐 안 그런 주제 있었겠냐마는
에잉 뭐, 잡썰이 길었네요. 그럼 본문으로 들어갑니다.
여전히, 문체 상 편의를 위해 반말로 작성합니다.
오히려 존댓말을 쓰면 사람을 돌려까는 꼬라지가 되놔서
이번 잡썰은... "심화 공부" 파트라고 해둘까요.
어째 좀 많이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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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플레이어가 조작 가능한 시간과 조작 불가능한 시간의 조절
관계있는 이전 잡썰 : 54번, 13번, 20번.
심화공부 그 첫 번째.
게임의 호흡을 조절하라는 말이다.
게임의 과정을 몇 가지의 구간으로 나눈다고 생각했을 때 - 여러 구간이 나오겠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고민하고, 조작을 가하여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는 구간이 있다.
즉, 플레이어가 조작하여 통과하는 구간.
Playable.
반면, 결정 버튼을 눌러가면서 텍스트를 진행해야하는 구간이 있다.
이런 구간은, 제작자가 지배하는 구간.
액션 게임도, 대전격투 게임도, 슈팅게임도, 노벨게임도, 시뮬레이션 게임도, 어드벤처 게임도 뭐든간에
이런 구간은 양쪽 다 존재한다.
뭐 스포츠/대전격투/슈팅게임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텍스트 읽는 구간은 아예 통째로 스킵 가능하게 하기도 하고,
노벨 게임의 경우엔 아예 텍스트가 주 정보이기에 스킵을 하더라도 전체 대화 로그를 다시 볼 수 있게 해둔다만,
뭐 지금건 좀 딴소리고
중점은 위에서 이야기한 두 구간 중, 후자.
제작자가 지배하는 구간의 '길이'(=시간) 이다.
제작자가 지배하고, 플레이어는 통제받는 구간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그 구간을 지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그 구간이 흥미도 없고 게임에의 몰입도 조차 낮은 상태라면, 그 길이만큼이 곧 지루함이 된다.
그렇기에 특히, 게임 초반부에 이러한 구간을 길게 잡는 경우
높은 확률로 망겜이 된다.
인디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스토리 보여주겠답시고 몇분이고 몇십분이고 계에에에속
플레이어를 결정버튼 셔틀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심지어 모든걸 텍스트만으로 처리하는 경우.
(이는 잡썰 4 中 20번에서도 언급했었다. NPC라도 좀 활용하라는 것.)
유독, 제작자 본인만이 본인의 세계에 빠진, 즉, '설정뽕에 취한' 경우 이게 또 두드러지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 그 설정들을 어떻게 보여주진 못하고, 글로 다 토해내야하니까...
게임 좀 하자,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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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게임은 I am Alive 라는 게임. 이 게임의 문제는...
57. 플레이어를 주인공 캐릭터와 동일시 시킬 것인가 / 별개로 떨어뜨릴 것인가
심화공부 그 두 번째.
1인칭, 주인공의 독백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있고
3인칭, 주인공의 내심까지는 다 보여주는지 어쩌는지 모르겠는 게임이 있다.
3인칭 말고 전지적 쓰는걸지도 모르겠다. 뭐 그건 일단 중요한게 아니다.
전자인 1인칭의 경우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에 싱크로시키고, 몰입, 일체화, 동일시하여 스토리를 직접 즐기는 맛
후자인 3인칭의 경우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하는 맛, 컨트롤하는 맛, 마리오네트, 인형극의 맛이다.
뭐 이 맛의 표현은 인칭간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접어두고...
언급하려는 문제는
어지간하면 한 인칭으로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 다 하지 마라. 섞어서 쓰지 마라. 정말 섞지 마라.
흔해빠진 양판소에서 이딴거 마구 남용하는데, 그걸 책으로 막 찍어내기까지 한다. 나무야 미안해
1-3인칭 혼용이라고들 한다. 어지간해선 잘 살리기 어렵다.
작가에서 책이라는 작품속 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로 가는, 시나 소설 형태로서도 어려운 작법이다.
하물며 제작자로부터 게임 속 캐릭터들이 보이는 상황 하 텍스트로 그걸 복잡하게 쓰면
플레이어는 혼란스러워지기만 한다.
1인칭 독백 스타일로 한창 몰입하다가, 겨우 플레이어가 주인공과 동일시 되려다가
3인칭 모드로 급 바뀌어선 주인공이 플레이어한테 말을 걸어온다. 어? 뭔 개소리야?
3인칭 스타일로 진행하면서 주인공과 조연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재미를 보다가,
갑자기 사토라레도 아닌데 마음의 소리가 보인다. 어? 이거 누가 하는 말이지?
니 마음속 생각따위 듣고싶지 않아 어차피 뻔한거
여담이지만 독백스타일을 중구난방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A의 독백으로 처리해오다가 뜬금없이 B의 독백으로 넘어가는 등의 경우.
이건 차후에 계속하도록 하고...
앞서 설명했지만
1인칭으로 진행하다가 3인칭으로 급변하는 건 손해가 크다. 주인공에의 몰입-동일시는 완전할 필요가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한방에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거는 '마법'이 풀리고, 게임의 재미가 급히 감소한다.
위에서 예제로 본 저 게임은 약간 예가 다르지만,
기본 움직임은 데드스페이스처럼 살짝 기울여져서 캐릭터 등짝을 보는 시점이지만
총을 들면 저렇게 바뀐다. 눈만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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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의 글을 하나하나 읽을 필요는 강아지는 귀엽다. 그러니 여성분들은 쓰라 안경.
58. 플레이어의 행동습성을 파악하면 추가 가능한 요소가 몇개나 더 나온다
심화공부 그 세 번째.
이를테면 어떤 마을에서-
촌장에게 말을 걸면 이벤트가 시작된다는 정보가 주어졌다고 치자.
(마을에 들어섰을 때, "촌장에게 말을 걸어보자" 라는 식의 대화가 존재했다는 가정)
그럼 그 마을에서
촌장에게 말 걸기 전에 모든 NPC와 마을 이곳 저곳 구석구석 마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집을 다 털고서
회수할 수 있는 것 모두 다 회수하고 나서 촌장에게 말 거는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마을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훈련장, 저기 저녀석한테 말을 걸면 훈련이 시작돼. 해보자!
라고 하는데 그냥 바로 다가가서 말거는게 아주 보통의 극히 평범한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지간히도 게임에 실망하지 않는 이상, 일단 최대한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알아보고
세이브가 자유라면 세이브도 해두고, 이것저것 조사할거 다 해본 후에서야 '저녀석'에게 말을 건다.
이런 플레이어의 습성을 제작자로서 이용해먹으면 어떤가.
구석에 히든 아이템 숨겨다 놓기 딱 좋지 않은가?
플레이어가 그걸 못 찾아도 스토리 진행상 상관없을 정도지만, 찾으면 분명 쓸모있을 아이템상자를 구석에 조금.
솔직히 뭐 별로 값비싼 아이템 넣어놓을 필요도 없다.
다만 이러이러한 곳에 제작자는 물건을 숨겨놨고,
플레이어는 그걸 찾았다! 라는 달성감과
그리고 보상을 주는거다. 물론 ㅁㅁ의 싸인 같은거면 힘빠지겠지만...
어릴 적 소풍에서, 보물찾기 하는 재미처럼.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은근히 게임의 퀄리티와 디테일에 영향을 준다.
또다른 예를 들자면,
과거의 용사들은,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서랍을 조사해서 돈을 빼오는게 당연시 되었었다.
그로 인해, 물건을 함부로 빼오면 그 집 주인이 달려와서 도둑놈이야! 라고 게임오버 주는게 이런 예다.
뭐 비록 지금은 그것마저 클리셰가 되었다마는.
이야기가 조금 많이 새었는데,
중점은
플레이어의 습성.
즉 '특정 상황'에서의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움직임을 예측하면
거기서 한 수 더 앞을 미리 선점, 예상 밖의 사태나 반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며
그러한 부분들이 게임의 세세한 퀄리티를 결정하게 되고
당연히 그 '특정 상황'이라는건 제작자가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섣불리 예단하고, 해석하고, 여기라면 이러겠지 하고 단정짓고 트릭을 짜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 못하기에, 습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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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플레이어는 주인공을 컨트롤하고, 제작자는 플레이어를 컨트롤한다.
더블 마리오네트다.
위의 심화 공부의 정리 그 1.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제작자는 반상을 차리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을 컨트롤시킨다. 즉, 플레이어를 컨트롤 한다.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플레이어의 조작 가/불가 구간을 조절하여 게임의 흐름을 조절하고, 호흡을 만들고, 긴장을 조절하고
플레이어를 주인공 캐릭터와 동화시킬지, 아니면 적당히 거리를 둔 구경꾼을 시킬지를 정하고
특정 상황을 부여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주인공캐릭터를 특정 형태로 조작)을 유발하고,
그 속에서 또 한 수 앞을 읽어서 또다른 상황을 부여한다.
자기 자신의 제작자로서의 플레이어 컨트롤 능력을 의심해본 적 있는가? 발컨은 아니었나? 신컨이었나?
플레이어가 완벽하게 자신의 컨트롤 하에 놓여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걸 보면, 기분 째지지 않는가?
그놈의 멘붕 말고
그럼 이제와서 다시금 묻자
반전이나 복선 등의 배치를 어떻게 했나?
아니면 그냥 대충 이런게 뭐 반전이겠지 싶나?
플레이어는 그 전개를 보면서, 그 때 어떻게 생각했을까?
제작자가 플레이어의 사고까지 철저하게 지배하여 자신의 컨트롤 영역에 두는 게임이 만들어진다면,
재미가 어떨까. 개인적으론 당연히, 굉장히 기대된다.
뭐 이런 소리 했다고 해서,
제작자를 컨트롤하는 게임이나, 플레이어가 제작자가 되는 게임이나, 제작자 물먹이는 게임, 게임 만드는 게임 같은거
안나올 법도 없지만.
(실제로 몇몇은 '시시기뭘' 수준으로 아이디어 정리 구상한 적도 있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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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자
정리 그 두 번째.
이것도 또 뻔한 소리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잡썰의 정리, 그리고, [잡썰 9 中 45번]에서
천재적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아닌, 치밀하고 계산적인 이야기를 생각하기에 나오는 말.
플레이어를 단순히 불특정다수만으로 생각하고 좋은 게임을 만드는건 쉽지 않다.
(대중적으로 재미있고 연령성별 가리지 않고 플레이해본 대다수에게 인정받는 좋은 게임이란거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타게팅'을 아주 간단하고 맥락만 빼서 말하는 것.
당신 게임을 어떤 사람들이 플레이할지를 생각해보라.
게임 배포는 어디에 할건가?
당신 게임에 흥미를 가장 많이 가질 사람들의 연령대, 성별은?
그 사람들의 게임 경력은 또 어느 정도 될 거 같나?
경우에 따라 다르고 또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소규모 제작 인디게임을 직접 찾아서 플레이할 정도의 플레이어"는 어떤 플레이어인가?
그럼 그런 사람들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 습성은 또 어떻게 될 거 같나?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본 적 있는가?
글쎄, 아마 드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게임'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도 바쁜게 현실이다. 이를 비판하는건 아니다.
자기 이야기가, 그래픽이, 작업물이, 게임이, 완성판이 나오는 것 자체. 신경쓸 것 안그래도 많다.
그러나 정말로 우수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제작자여
한 번 쯤은 당신의 그 게임에 몰입해있는 자신을 조금 끄집어 내서 생각해보자.
재밌는지, 어떤지,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뭐에 끌려서 다운로드하고, 뭐에 끌려서 플레이하고, 뭐에 끌려서 엔딩까지 볼 건지.
생각 다 끝났는가?
정말?
완벽한가?
안경녀까지 다 확실히 있는가?
그럼 다시 돌아가서 힘내자. 제작을 재개하는거다.
하라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