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스 칼럼

단   편
2013.10.17 18:27

당신의 툴을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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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당신의 툴을 탓하지 마라

1. 들어가며


  간혹 게임에 대한 평에 "게임 플레이가 불편하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빈번히 보이는 것의 예를 들자면 아래 같이 "이동이 느려서 답답하다", "대사가 너무 길다", "메뉴간 이동이 불편하다" 등이 있습니다.


2013_10_17_17_07_28_1.png


  이동이 느릴 경우 답답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그리고 "대사가 너무 길다"와 관련해서는 이미 "노벨 풍 알만툴 게임이 고려해야 할 사항"(http://avangs.info/1043504)을 통해서 한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 말할 것도 없는 부분입니다. "메뉴간 이동이 불편하다"도 메뉴의 애니메이션이 과도하게 들어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를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 내용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제작자로서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만약 해당 사안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았다면 제작자는 게임을 수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간혹 여기에 대해서 제작자가 이 게임은 "***로 제작했는데 이 툴에서는 xxx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ㅇㅇㅇ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를 제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는 답변을 하는경우가 있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이 툴로는 이게 한계다"라는 말이고 즉 "어쩔수 없다"소리입니다. 한단어로 말하자면 "툴탓"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 여기서는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2. 툴이 안맞으면 툴을 바꿔라

  매우 단순한 이야기 입니다만, 만약 반드시 넣고 싶은 기능이 있고 지금 사용하는 툴로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도리가 없는데 다른 툴을 사용하면 이를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면 다른 툴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툴 탓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을 줘야 했었을 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 버렸습니다. 부족한 기능으로 원하는 것을 구현해 보겠다고 낑낑거리면서 애썼는데 그간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렇게 해결되어 버립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그 툴만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그 툴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로인해 구현하지 못하는 기능은 반드시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 아닐 겁니다.

  물론 "B툴을 사용하고 싶지만 A툴 밖에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A를 통해서 이를 구현해야 한다" 등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최고의 선택은 툴을 바꾸는 것이지만 "툴을 바꾸면 됩니다"라고 쉽게 말하긴 힘듭니다.

  때문에 이럴때는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3. 능력이 안되면 넣질 마라

  XP 이전의 버전에서는 스크립트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이벤트로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일견 타당하게도 들리는 소리고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수련을 하듯 제한된 기능 속에서 원하는 모습의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이를 극복해낼 즈음에는 이미 엄청난 능력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능력이 된다면 굳이 툴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능력이 될 경우입니다.

  제한된 툴의 기능에 구현하고 싶은 A를 넣는데 능력이 안되어 부득불 플레이어의 B를 제한해서 재미가 아닌 불편함만을 야기시킨다면 그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지 해당 기능은 제거해야 합니다. B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A를 구현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입니다. A가 얼마나 그럴싸하게 구현이 되었든지 B를 제한한 시점부터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입니다. 오체 불만족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해 내는 재주가 있지 않은 이상 플레이에서의 불편함이 재미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조작을 방해하는 기능의 대걔가 겉치장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이 먼저인지 선후를 구분하지 못해 본말전도를 해버린 꼴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합니다만, 무리하게 이런 저런 기능을 넣어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다홍치마를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값이었을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능 넣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낼 능력이 없다면 넣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로 제작했는데 이 툴에서는 xxx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ㅇㅇㅇ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를 제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는 소리가 아닌 "ㅇㅇㅇ도 한 번 구현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거기까진 넣지 못했습니다."로 끝나야 합니다.



4. 나가며

  사실 누구나 "툴탓"을 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더라도 도구 탓을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를 감동시킬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툴 탓을 해선 안됩니다. 그것이 자기 위안에 필요한 변명은 될 수 있겠지만,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툴의 기능을 벗어난 수준을 구현하는 것이 능력이라면, 제한된 툴의 기능 내에서 좋은 게임을 제작하는 것 또한 능력입니다. 지금 혹시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차례입니다.

  이번 단편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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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profile
    류네 2013.10.17 18:29
    진정한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 ?
    이룩 2013.10.17 19:34
    우와 이 단편 제목이랑 류네님 말.. 명언
  • profile
    류네 2013.10.17 19:58
    부끄부끄
  • ?
    류네님 축하합니다.^^ 2013.10.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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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리아씨 2013.10.17 18:30
    솔직히, 툴마다 장단점이 있고.. 스크립트는 장식이 아니니까요.
  • profile
    2013.10.17 18:56
    툴 탓, 기간 탓, 롤 탓....... 뭐 자기 탓이죠.
  • profile
    클로시스 2013.10.18 16:55

    툴탓하는 사람들은 rpg2000 초기버젼으로 만들어진 해외 작품을 게임들을 보여주고 싶네요 스크립트 지원이 안됐던 시절에도 얼마나 괴물급 작품들이 많았는지.. 근성 부족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 ?
    클로시스님 축하합니다.^^ 2013.10.18 16:55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
    클로시스님은 18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
    제스터 2013.10.18 18:49
    일본만 가도 2K 장인들이 수두룩하죠.
    다만 툴을 쓸 땐 복잡할 수록 최대한 정리가 쉬운 툴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 profile
    2013.10.18 19:42
    좋은 칼럼입니다.
    다만 툴을 바꾸라는 조언은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이미 많이 만들어 놔서 다시 만들기 상당히 힘들거나 한 경우나
    A툴에서 B툴로 바꾸면 x기능은 쉽게 할 수 있지만 y기능이 마비된다던지 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캐리어가도 답이 없죠.
  • profile
    습작 2013.10.18 22:43
    이미 많이 만들어 놓아 툴을 바꾸기 힘들 지경이 올때까지 해당 툴이 만들고자하는 것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정말로 해당 기능 구현이 중요하다면 만들어 놓은 것들을 갈아 엎는 한이 있더라도 툴을 바꿔서라도 구현해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툴에선 이게 되고 저툴에선 저게 되는 경우라면 둘다되는 제3의 툴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만, 해당 경우가 없다면 두 기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함이 옳습니다. 그런데 제작자 능력의 한계는 있을지언정 툴/엔진을 바꿔서도 구현이 불가능한 경우는 드물지요.
  • profile
    Arata 2013.11.15 13:18
    그림쟁이로 비유하자면 "타블렛 탓하지말고 네 손을 탓해라"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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