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며칠 전 미국에 유학 가있는 친구에게 국제전화가 왔습니다.
그 친구도 어린 시절 저처럼 알만툴로 게임을 만들던 친구였죠.
그 친구는 일찌감치 포기헀지만...
지금 미국에 있는 집에서 직접 게임을 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데
게임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유튜브에서 요즘 유행하는 알만툴 게임들 방송실황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이러더군요.

"요즘 쯔꾸르 게임들은 왜 다 호러 밖에 없냐?"
"게이머 실력으로 깨는 부분은 없고, 어째 다 선택지 잘못고르면 죽이는 것 뿐이냐"

사실 제 친구는 알만툴은 중간에 포기했지만
비디오게임 쪽에선 나름 하드코어 게이머라서,
이러한 의문을 가질 정도의 게임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전의 아오오니 실황의 대히트와
그로 인해 국내 알만툴계에 불었던「아오오니」열풍,
그로 인한 호러게임의 붐.
호러장르의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난이도
(밸런싱과 맵배치 수고가 적은)에 대해 쭉 설명해줬습니다.

그리고 알만툴계와 인터넷 방송계와의 유착은
침체기였던 알만툴계에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제작자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히트를 쳐보고자
BJ들의 멘붕을 유발시키는「함정게임」제작을 많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소 하기 꺼려지는 말까지 했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해외 알만툴 작품들이 잘 한글화가 되는데
한글화 되는 작품이 너무「호러」장르에만 편향적이고
나이 어린 제작자들은「일본산」이라면 무조건 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대주의에 빠져
지금 한국 알만툴계는「일본호러」에 점령당한 상태라는 말을 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 알만툴계에 공포, 어둠, 살인, 기괴, 정신착란, 싸이코패스같은
부정적 소재들만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거의 청산유수처럼 있는대로 속마음을 다 털어놨습니다.
알만툴계에 대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인맥이 주위에 얼마나 되겠어요.

다 듣고 나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쯔꾸르계 완전 썩었네 ㅋㅋ 너도 이제 쯔꾸르 그만하고..."


썩었다는 표현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사실 10년간 활동한 창조도시가 친목질로 인해 괴멸직전에 이르렀을 때
아방스로「망명」을 오면서
현재 국내 알만툴계를 기준으로, 완전히「반대쪽」인간이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10년간 활동한 사이트의 무력화는 제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아방스에선 완전히「반친목」으로
항상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국내 알만툴계를 지배해 온,
「서로의 친목을 생각해 서로의 작품을 까지 않는 문화」에 반대하여
게임 평가에 열을 올리고, 작품이 엉망이면 악담을 서슴치 않고,
최저점수를 0점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건 창조도시 말기부터도 이런 리뷰를 썼었습니다.

또 알만툴 제작자들은「일본게임」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듣보보도 못한「일본 인디」게임들은 어떻게 귀신같이들 찾아서들 하는데
정작 지금 전세계를 휘어잡고 있는「미국게임」얘기는 너무나 한정적입니다.
기껏해야 GTA, 스타, 디아, 마인크 정도? 롤은 온라인게임이라 일단 예외로 해뒀습니다.

그래서 전 항상「일본게임」을 까고, 사람들에게「서양게임」을 추천했습니다.
"제발 서양 최신「메이저」게임 좀 합시다. GTA, 스타, 디아, 마인크 빼고 제발 다른 것좀요"
는 제 입버릇 수준이 됐죠.
특히 저는 FPS/TPS를 많이 추천했습니다.

국내 알만툴계가「좁은 집」에서만 이뤄지는 호러게임 위주로만 가고 있으니,
저는 제작자분들께 지금 국내 알만툴계에서「탈것」이 실종됐음을 늘 강조했습니다.
탈것은 보통 넓은 맵에서 사용이 되죠.





한국 알만툴계가

←←←←←←←←←←←←←←←←←←←←←←←←←←←←←←←←←←←

이만큼 이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에


저 한 명이라도


이쪽으로 걸어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쪽으로만 계속 걸어가면
반대쪽 제작세계는 배척되고, 유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 전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친목분위기를 와해시키는 미친X 취급을 받고 있을테고,
극단주의자로 여겨지고도 있을겁니다

제가 얼른 게임을 완성하여 우수작 신청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니꼬운 악담쟁이 평가자 Roam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기 위해서요.
제 게임 제가 만들고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게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아방스에서 해온 짓이 있으니 대체 얼마나 잘만드나 보자며 사람들의 기대치가 엄청나겠죠.
기대치가 조금이라도 못미치면 전 욕을 바가지로 먹을겁니다.


그래도 그 모든 걸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만툴을 10년을 해오면서
알만툴계는 이제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세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알만툴은 아직도 아마추어들이 2D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들기에 아주 매력적인 툴이고
반드시 한국에서도「미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쪽으로만 계속 걸어가면 그 미래는 절대로 밝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너무 힘듭니다.

지금 이 글도 사실 맥주한잔 하고 술기운에 쓰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엄청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속이 터질 것 같습니다

반대쪽 길을 걷는다는 게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거든요.


도와주실 분을 모집하는건 아니예요

그저 반대쪽으로 걸어갈 필요도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Who's Roam

?

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omment '8'
  • ?
    제스터 2013.10.05 07:25

    로암님이 이런 속사정이 있는줄 몰랐군요..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제생각엔 현재 상황을 바꾸려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인과관계를 볼 필요도 있을거 같아요.

    일본게임이 우수하다고 알려진건,
    우수한 일본게임을 인상깊게 한 사람들이 주로 번역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퀄리티가 뛰어난 작품들만 번역이 되었기 때문이고

    미국게임이 잘 안알려진건 역시 미국게임번역이 원활하지 않아서겠죠 ㅎ
    미국게임도 좋은 미국게임을 한글화한다면 인식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비록 나쁜면도 많지만 번역이 되면서 알만툴 인원이 활성화되었다는
    좋은면이 둘다 혼재한다는것도 있구요 ㅎ;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주변사람들이 눈살찌푸리거나 자기가 들어도 불쾌할만한 의견이라면

    상대방이 수렴하거나 발전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육박하더라구요.

    내가 듣기싫은 의견 남에게 준다고 좋은 발전이 이뤄지긴 힘들듯이..


    저도 멸망해가는 게임에 수차례 과격하지만 정확하다는 의견을 들은 사항들을 제시한적이 있지만,

    눈살찌푸리는 사람이 많고 오히려 의견을 내거나 동참하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ㅎㅎ

    다른 의견을 내려던 사람들에게 거칠게 말하면 다른 의견을 내려던 사람들이 겁먹고 사라지게 되더군요.


    제 생각엔 사람들이 눈살찌푸리고 스트레스 노이로제에 걸려 아방스를 떠나게 하는 의견이 아니라,

    칭찬과 비판, 격려를 섞어 장려해주는것이 옳다고 봅니다.


    저도 로암님 말씀 듣고 노이로제 스트레스 걸려서 아방스 떠날까 생각한 사람들중 한명입니다.

    좀더 돌려서 말해도 로암님 말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새겨들을 수 있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로암님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도, 개념있는 분이라는건 다들 아니까요.


    일단 아방스 사람들이 좋게 말해서 발전을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쓰는 분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ㅎㅎ;

    무개념이 많아진다면, 그땐 고려해봐야겠죠.


  • profile
    2013.10.05 07:40
    저처럼 칼럼 쓰시죠 :9

    썩었다? 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저는 뭔가 좀 다르네요
    일본게임에도 장점은 있고 재미가 있으니 그 스타일이 퍼진거라고 보고
    그 외의 서양 알만툴 게임은 투더문 외에는 아직 별로? Schuld요?ㅋㅋㅋ? 라서
    뭐튼저튼 서양게임만을 추천하기도 뭣하다보니...

    그래서 잡썰이 나오고요 :9
    근데 서양게임 중 알만툴로 만들어진 것들이 퍼질만한 채널이 있나요...?
    있으면 좀 알아보고 싶네요. 거기서 구할 수 있으면 좀 해보고싶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최근에 제가 했던 일본 알만툴 인디게임들은 방탈출, 호러, 공포. 이런거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번역은 그런거 위주지만...
    지금 제 댓글 보니까 저도 이미 사대주의에 빠져있는걸지도 모르겠네요.
  • profile
    클로시스 2013.10.05 10:14
    공포게임의 장소가 좁은곳이나 집에서 만들어 지는건 밀폐공간과 시야확보가 적기 때문에 이루어지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야가 확인 공간에선 공포가 아무레도 감소하기에..

    데드스페이스도 스테이지는 많지만 주로 좁은공간에서 적들이 출몰을하지요
    하지만 데습은.. 헤드셋까지 끼고 플레이했지만 무섭다..라곤 느끼지못해서 그놈의 액션이 문제!
  • profile
    정이:) 2013.10.05 11:02
    힘내세요 로암님!
    로암님이 옳은 길이라 생각하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뭐라해도 그건 옳은 길이예요:)

    로암님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지언정,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게 무서워서 행동으로 잘 실천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걸요..

    그런것 보면 로암님은 정말 용기 있습니다.

    게다가, 로암님이 없는 말을 막 지어내시지는 않으시니까요!
    많은 지적들을 보면서 저도 조금씩 배워갑니다.


    저도 옛날에는 한창 일본게임만 하다가,
    요즘에는 서양게임을 시작했는데,

    그런데 확실히 서양게임이, 일본게임보다 뛰어난 점이 많더라구요..


    목표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게임을 만드는 거인만큼,
    서양쪽 게임들을 많이 접해봐야겠어요!:)

    로암님도 힘들어도 포기하시면 안됩니당!!>_<
  • profile
    JACKY 2013.10.05 13:46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저도 여차저차하다보니 7년차인데, 확실히 알만툴계 게임들 보면 호러라던가 이런게 좋 많고
    그나마 그 호러게임도 진짜 무섭다기 보다는 그냥 유저를 엿먹인다는 느낌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 ?
    그랑데 2013.10.05 14:04
    인디 특성인지는 몰라도 만드는 쪽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고
    하는 쪽은 자기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게임을 찾죠.
    양쪽다 배려가 필요하지만 국내 알만툴 게임은 제작쪽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 profile
    파치리스 2013.10.05 14:27

    저래서 내가 지금 작업하는 게임에 첨가된 호러 요소들을 90% 이상 날려버렸습니다. 처음 알만툴로 작업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호러 장르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으나 지금은 호러게임만 천지삐까리

  • ?
    둥글수염 2013.10.06 21:55
    뭔가 소통이 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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