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제 갑자기 쓰러졌었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버님께서 당분간 컴퓨터를 하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추석부터 사실 열이 있었는데 7월 초 귀국이후 매일마다 눈만뜨면 게임만 만들고 지냈습니다.  
일주일전쯤 열이 가장 심했는데 습작님의 조언대로 한 이틀 푹 자고났더니 거의다 나은것같아서 미열상태로 그냥 계속 작업을 했더니 이렇게 된것같습니다.  게임을 완성시켜야겠다는 일념이 제 몸을 이렇게 망쳐놓을줄 몰랐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언제나, 있는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새로운것을, 더 나은것을 향해 나아가길 원했습니다.  그런 천성때문에 처음 알피지메이커를 알았을때 기본 그래픽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그래픽을 만들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고, 그렇게 끝없이 만족하지못하고 나아가, 지금에 이르러 제가 현재 가진 모든 기술들을 얻게된 것 같습니다.  저는 반드시 얻어야했고, 예술계를 지향하지않는 가정아래서, 혼자서 끝없이 연구하고 만들었습니다.  상업게임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그에 전혀 비견되지않는 작품들을 만들어놓고 그에 만족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분개했었습니다.  저는, 저의 열정이, 이 열망이 좋은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욕망이 저를 망쳐놓았습니다.  안그래도 아픈눈이 컴퓨터 화면만 보면 훨씬 아픕니다.  내려가던 열이 컴퓨터 화면만 보면 올라가고,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아파옵니다.  정신또한 온전하지 않습니다.  어떤것을 해도 이전처럼 즐겁지가 않고, 어떤것을 해내도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끝없이 새것만을 원합니다.
컴퓨터를 보지않은동안, 몸이 나아지는것을 느끼며 깨달았습니다.  이 지식욕과 지금까지 얻은 기술들이 나의 욕구는 채워주겠으나, 목숨을 부지시켜주지는 못한다는것을 말입니다.  
저는 지금껏 환상을 향해 달려왔던겁니다.
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농사와 미술.  세상 모든사람들이 농사만 짓는다고 가정합니다.  음식이 나오겠고, 굶어죽을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단어만 바꾸어, 세상 모든사람들이 미술만 한다고 가정합시다.  모두들 그림만 그려요.  음식이없어 굶어 죽습니다.
게임은 미술쪽입니다.  사실은 없어도 살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데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것..  저는 그러한, 환상을 향한 일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가지로 혼란스럽습니다.  아무리 그림을 그리고 그래픽을 만들고 음악을 만들고 게임을 구축해도, 혼자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진척이 느려서 너무 답답해서, 여럿이 나눠했다면 금방이었을 것을, 나의사람을 구하지못한 서러움을 이기기위해, 아파도 힘들어도 싫어도 끝없이 버티고, 지금까지 만들어왔는데, 나는, 왜 그랬던거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목숨을다해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내가해온 모든것들은, 도대체 뭐였을까?
며칠 요양을 하려고 합니다.  만들어야한다는 압박도 잊고, 미래에 대한 압박도 잊고, 컴퓨터 치워버리고 며칠 조용히, 쉬어야겠습니다.
차라리 철없던 고등학생시절이 정신과 몸의 건강은 훨씬더 좋았습니다.
지금 제 몸상태는 아주 좋지않습니다.
게임은 반드시 완성할것입니다.  한번 결심한바는 반드시 지키고싶습니다.  하지만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젠 바깥의 사람들과, 실제의 생활을 더 중시하려고합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때문에, 이런 환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는것을, 머리뿐만 아니라 몸소 느낍니다.  
건강을 되찾고나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히계세요!

Who's 조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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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쟁이 Ssaumjangy
작가: 조석진 Author: Seokjin Cho
developing kids game

official website: http://www.seokjin.xo.st
game develop site: http://www.seokjin49.xo.st
facebook develop status site: http://www.facebook.com/seokjingame
Comment '15'
  • ?
    제스터 2013.10.05 03:49
    혼을 다해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게되죠.
    지나치게 작업하여 과로로 사망한 프로들도 많으니까요. 몸조리 잘하시고 돌아오세요~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1
    감사합니다 ㅎㅎ
  • ?
    Roam 2013.10.05 04:15

    이미 사람을 구할 욕구가 사라지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람을 구할 욕구가 아주 강하셨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도중에 구하셨을 겁니다.
    작가주의적 역량이 쌓이셨다고 해야할까요.
    사실 저도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조석진님만큼 ALL도트를 찍으실만큼은 아니지만
    일러스트같은건 잘 못 그리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혼자 다 그리고 있어요
    저도 요즘 슬럼프예요.
    요즘 게임제작 말고도 여러가지로 지쳐서 집에서까지 가끔 술을 먹는데
    요 한달째 아예 제작을 못했어요ㅋㅋㅋ 자신감이 떨어지려 해서 큰일입니다.

    전 자신감이 떨어질 때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고칩니다.

    "과거에 나보다 정말 엄청 도트 잘 찍고, 스토리 끝장나고,
    기획/시스템 초초대박인 게임들의 (예를들면 달XX야기3 같은거?)
    소개글들을 보며 늘 주눅들었는데, 그것들은 결국 출시되지 못했고,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이젠 내가 게임을 출시만 하면, 내 게임이 그것들을 이기는 것이다."

    "국산 알만툴 완성작, 진짜 제대로 된 건 1년에 한 손에 꼽을까말까 수준으로 나온다.
    그만큼 국산 알만툴계의 계보가 얕다.
    내가 완성만 해내면, 국산 알만툴계에 아주 큰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나면 반드시 완성해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듭니다.
    몸 조리 잘하시고 쉬세요.

  • profile
    2013.10.05 07:47

    [요 한달째 아예 제작을 못했어요ㅋㅋㅋ]

    -> 롤을 끊으세요...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3
    감사합니다 ㅎㅎ. 예전에는 그런것들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별로 가치가 없는것같아요. 그냥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해주고 기억해줬으면 만족일것같아요. 이모저모 화이팅 ㅎㅎ
  • profile
    2013.10.05 07:50
    현재 진행하시는 제작이 특정 기한이라던지 본인의 일정 상 최종기일 등이 있는 제작이신가요,
    그게 아닌 이상... 좀 더 건강을 우선시 해도 좋지요. 그렇다기보다 보통은 건강이 우선이지요.
    조금은 더 느긋하게 만든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오직 자신의 사명감만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제작을 하게 만든다면
    그 사명감이랑 교섭을 하게 해주세요. 조석진님이 지치셨다면 뭐 대신 저라도.

    하..하라 제작 같은거 보시면 안됩니다 하라 건강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5
    갑자기 몸이 망가진걸 깨닫고 한순간에 지금까지 굳혀온 가치관이 싹 바뀌는것같은 경험을 했어요 ㅋㅋㅋ 역시... 현실이 가장 중요해요. 건강하고 봐야겠어요. ㅎㅎ
  • profile
    습작 2013.10.05 09:29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건강이 최고죠. 빠르게 쾌유하시길 빕니다.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6
    항상 고마워요 ㅎㅎ 이번에 컴퓨터가 사람에게 얼마나 해를 주는지 정말 제대로 깨달은것같아요 ㅎㅎ
  • profile
    JACKY 2013.10.05 13:32
    뭘 해도 몸이 먼저죠. 푹 쉬고오세요.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8
    항상 고마워. 앞으로 하루에 컴퓨터는 2시간 이상 안하려고 생각중이야. ㅋㅋ
  • ?
    TheEK 2013.10.06 01:30
    몸조리 잘 하시고 쾌유를 빕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9
    감사합니다 ㅎㅎ 제 몸이 좀더 튼튼했으면 전자파로 쓰러질일도 없었을테고 평생 허황된것에 온힘을 쏟았을수도 있죠 ㅋㅋ 다행일 수도 있겠어요. ㅎㅎ
  • ?
    둥글수염 2013.10.06 21:56
    정신병자라뇨...그렇지 않습니다
  • profile
    조석진 2013.10.08 15:09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ㅜ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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