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량님 칼럼을 보며 [캐릭터과시] 가 떠오릅니다.

by Roam posted Sep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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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설정을 위한 작품인가, 작품을 위한 설정인가

「그 본인 설정 통째로 꺼내서 그걸 보여주기 위한 게임 만들지 말라고.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서, 설정 말고 게임을 먼저 생각하라고.」

량님의「국산 게이ㅁ들을 실황해오면서 느낀 잡썰 10」칼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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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9번 오류를 범하는 제작자들의 경우
크게 [캐릭터 과시] [배경설정 과시] 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가 헤아리기엔 거의 90% 정도는 [캐릭터 과시]로 편중됩니다.

10% 정도 [배경설정 과시]의 오류를 범하는 게임으로는 대표적으로 창세기전 시리즈가 있죠.
(그와 동시에 [캐릭터 과시]의 오류까지 함께 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전 시리즈는 다들 명작이다 명작이다 말은 해도, 막상 플레이 시작하면 중단하기 쉽상이죠.)


[캐릭터 과시]란 캐릭터의 종류, 성격, 과거사, 고민극복, 커플링을 보여주는데 치중하기 위해
게임플레이와 진행템포가 무너짐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당연히 대부분 일본게임들이 [캐릭터 과시]의 오류를 범합니다

[캐릭터 과시]는 다시 《캐릭터 섞어찌게》《캐릭터 개인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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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섞어찌게》

말 그대로 1개의 게임 안에 이것저것 다양한 캐릭터들을 섞는 걸 추구하는 것이죠.


▶이 캐릭터는 펜싱용 검을 들고 있으니, 다른 캐릭터는「대검」이나「카타나」를 들고 나와야 하고

▶주인공이 성격이 밝으니 반드시 매우 어두운 친구가 한 명 따라야 하고,

▶이 해군장교는 성격이 사납고 패도적이니, 동료 해군장교는 반드시 유약하고 물을 무서워해야 하고,

▶게임에 게이가 한명쯤 필요하니 위나라의 원로 무장인 장합을 게이로 만들고

▶게임에 반드시 여자 밝히는 할아버지가 한 명 들어가야 하고
ㄴ그러므로 할아버지가 여캐 성희롱하는 이벤트가 반드시 게임에 들어가야 하고

▶어떤 여자동료는 반드시 정박아에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언어장애인이어야 하고,

▶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사투리를 써야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요리를 못해야 하고
 ㄴ이 여캐의 요리실력을 게이머들에게 알려야하니 단체식사 이벤트가 게임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동물귀와 동물꼬리를 달고 있어야 하고
 ㄴ이 여캐의 출신성분이 필요하니 게임에 반수인(半獸人) 종족무리를 반드시 등장시켜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껄렁한 탱탑 + 청바지차림이지만, 반드시 한번 여성스런 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ㄴ드레스 입는 이벤트가 필요하므로 무도회를 게임에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원래 긴 생머리인데 반드시 한번 숏컷을 해야 하고
 ㄴ그러므로 게임에 반드시 적의 흉검에 긴 생머리가 잘려나가는 이벤트가 등장해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메이드여야 하고
 ㄴ그러므로 게임에 반드시 부호의 저택에 방문하는 이벤트가 등장해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권법고수여야 하고
 ㄴ그러므로 게임에 반드시 수련장에서 주먹으로 목인을 치며 땀흘리는 장면이 등장해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보석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려야 하고,
 ㄴ그러므로 게임에 반드시 보석상을 방문하는 이벤트가 등장해야 하고

▶또다른 여자동료는 반드시 댄스플로어에 올라가 봉춤실력을 뽐내야 하고,
 ㄴ그러므로 게임에 반드시 클럽에 방문하는 이벤트가 등장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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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섞어찌게」를 추구하다보니
스토리는 개연성이 무너지고, 분위기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세계관을 무시하고, 사건진행을 무시하고,
한마디로「설득력」이란게 떨어져서
결국 청소년층을 넘어가면 공감하기 어려운 스토리로 변질되고 말죠.

또, 캐릭터의 성격을 자꾸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캐릭터들은「잡담」이 엄청나게 길어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게임의 템포도 엄청나게 늘어지게 되죠.

제작자는 자기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늘 사랑스럽고 귀여울 것이니,
걔네들이 수다떠는 모습도 늘 사랑스럽고 귀엽죠.
그런데 그 게임을 즐기는 모든 게이머들이 그 캐릭터들에게 매료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게임 속 사건의 진행과 결말을 서둘러 알고 싶은 사람들은
캐릭터들이 수다떠는 장면을 수십 분간을 보고 있어야 할 때
정말 끔찍할 정도의 지루함을 느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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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개인사》

대표적으로 옛날 만화 세일러문을 보면
1화에 1명씩 동료들 개인사와 고민→고민극복의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XX화 - 세일러 머큐리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세일러 마스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세일러 쥬피터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세일러 비너스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그 유명했던 바람의 검심도 마찬가지죠

XX화 - 사노스케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야히꼬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메구미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XX화 - 사이토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악당도 빼놓을 수 없죠)
XX화 - 아오시의 개인사와 고민 + 극복 (악당도 빼놓을 수 없죠)
.
.
.

요즘 작품인「원나블헌」같은 건 말할 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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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만화라는 매체라면 할만한 방식입니다.
분량늘려먹기로도 좋고요.
어차피 독자는 지겨우면 책장을 빠르게 넘기거나, 아예 그 부분을 안 보면 되니까요.


근데 게임에서 이렇게《캐릭터 개인사》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게임은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없습니다.
게임은 특정 부분을 안 보고 멋대로 건너뛸 수 없습니다.
반드시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해서 넘겨야만 합니다.
.................................

넵「파이널판타지13」이 뭔 배짱으로 이 똘갱이짓을 하다가 지겹다고 개같이 까인 것이죠.
뭐 게임 자체가 워낙에 못 만들기도 했지만...

위에서도 이미 썼지만, 제작자는 자기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늘 사랑스럽고 귀여울 것이니,
걔네들이 수다떠는 모습도 늘 사랑스럽고 귀엽죠.
그런데 그 게임을 즐기는 모든 게이머들이 그 캐릭터들에게 매료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게임 속 사건의 진행과 결말을 서둘러 알고 싶은 사람들은
캐릭터들의 개인사와 고민극복 과정을 수십분간 보고 있어야 할 때
정말 끔찍할 정도의 지루함을 느낄겁니다


현재 엘더스크롤 V 스카이림과 함께 가장 유명한 미국의 RPG이자
올해의 게임상도 많이 받은「매스이펙트」시리즈도
캐릭터들이 많고,《캐릭터 개인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매스이펙트 시리즈의 그것들은 전부「서브퀘스트」들입니다. 안해도 되는 것들이죠.
《캐릭터 개인사》를 게이머에게 결코 강요를 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이 《캐릭터 개인사》를 게임에서 강요하는 건
일본인들은 게임에서「만화」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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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캐릭터 과시」야말로 당금의 일본게임의 몰락의 이유 중 하나이며
「캐릭터 과시」의 대명사가 바로 반다이남코게임즈의「테일즈 오브 ㅇㅇㅇ」시리즈입니다.
그래서 제가「테일즈 오브 ㅇㅇㅇ」시리즈를 매우 싫어합니다.

PC쪽에서는....음...「팔콤 게임」들이 있군요.
팔콤 게임들은 옛날엔 안 그랬었는데...





Who's R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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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