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내일 하고프지 않은데 말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이 빌어먹을 눈두덩은 왜 이렇게도 무거운지, 이 내 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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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환상세계
제 일 중장 ::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4 일부!
2013.07.09 ; 하늘바라KSND ; 하늘섬 환상세계
푸른색 도화지에 하얀 물감 얹은 칫솔 몇 번 털어낸 듯 점점이 구름들이 박혀 있는 하늘. 그런 아름다운 하늘을 닮고자 했지만 조금 삔트가 어긋나버려 색다른 푸르름을 띄는 산을 덮은 숲. 그 숲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직전 야트막하게 누워있는, 누런 살을 드러낸 공터. 그 위에 도합 세 사람이 있었다. 그 중에서 둘은 따뜻한 봄 기운을 이글이글 뜨겁게 으르렁으르렁 달구고 있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반대로 좀 떨어진 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외롭시니도 묵묵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서잡놈들이 하여간 말이 많아. 옛날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우리보고 굳은 주류라고 쫑알쫑알, 기득권이니 뭐시니 쫑알쫑알하더니. 뭐, 좋아. 그렇게 지 입 지가 놀리는 거 뭐라 할 생각 없어. 근데 말이야, 그렇게 입을 나불대던 놈들이 지들 세상을 맞이하니까 살 판 나서는 혹세무민, 곡학아세, 가렴주구, 부정적 성어라면 다 갖다 붙혀도 부족한 지금 모습이 안 보이나봐? 적어도 하늘의 섭리를 아는 자라면 마땅히 그를 따라야지. 그러나 그 섭리 자체를 자신들이 지어내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가진 네놈들이니, 하긴."
"뭐라 재잘거리는 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군. 우리가 뭘 어쨌다는 거지? 결국 동인들도 섭리를 인간이 지어낸다는 것에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 지 모르겠군. 자신들이 쌓아올린 권세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며 우리를 이단취급하던, 그리고 정말로 그 크기로써 이미 우리가 더 우수한 이론임이 증명되었음을 들은 체도 안하던 놈들이니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러셔? 그렇게나 우수하고 올바르신 분이면 어디 네놈이 가지고 있다던 열쇠 쪼가리를 줘 보시든지."
"네년에게 줄 것 같으냐, 어리석군."
라뮐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고개를 좌우로 쩔래쩔래 흔들었다. 아무래도 벌써 몸을 풀 때가 온 듯 싶었다. 떠났던 시점보다 제법 미래로 와서 이런 싸움 같은 거 좀 뜨문뜨문 할 줄 알았는데. 십 년이 지나도 여전한 세상이었다. 그래, 서잡놈들인 것 알게 된 순간부터 좋게 갈 생각은 애초에 포기했어야 했다. 괜히 대화를 시도한 자신이 바보였던 거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난 지금 그 조각이 매우 필요해서 말이야."
라뮐의 손에서 빛이 났다. 일순 커지던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지더니, 취향인지 손잡이엔 장미 문양이 뒹굴고 있는 천으로 감겨있었고 그 위로 칼날을 쭉 따라가다보면 혈조를 끝으로 빼쪽하게 마무리된 흔한 짤막한 칼을 남겼다. 남자는 그 칼을 훑어보더니 씌익 웃고는 손을 가슴 앞으로 쭉 펴냈다. 이윽고 그의 손에서도 라뮐의 것과 비슷한 빛이 아른아른 하더니 제법 길다란 칼이 나왔다, 그때까지 지루하게 자신의 칼을 요리조리 뜯어보던 라뮐은 하품을 찍했다.
"다 끝냈지?"
라뮐과 남자가 서로를 보며 거리를 벌리고 섰다. 때마침 바람이 그들 사이를 휘몰았다. 서로는 서로를 향해 은빛 반짝이는 쇠덩이를 치켜 들었다. 바람마저 입을 닫자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한편 그간의 대화와 지금의 대치 상활을 토대로 엉뚱하게 굴러간 일에 대해 상인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저 살벌한 분위기 한 복판에 가서 등장!을 외친 뒤에 뭐라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싸우는 법도 모르고 현재 상활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로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라뮐에게 도움이 되고 자시느이 신상에도 도움이 되지 싶었다.
"하. 난 정말이지 사려 깊은 남자라니까."
상황은 아직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며 그 자리에 서서 칼을 들고 있을 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 끌기에 먼저 질린 것인지, 라뮐이 먼저 침묵을 깼다.
"나는 라뮐 온리세. 동족 마지막 등불이다. 이게 무슨 의민지 알지?"
"나는 뉴분 라이메카. 이명은…. 꼭 말해야만 하는 건가…."
"멍청이. 아무리 개념 없는 서잡놈들이라 해도 그렇지, 대전 규칙과 그 의미 조차!"
"아---, 설치는 개새끼다. 만족했는 지 모르겠군."
"멋졐! 누가 지었는 지 몰라도 진짜 잘 지었네. 딱 어울린다."
"으, 젠장. 와라! 내 이명을 듣고 웃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일 거다."
"하아. 시간상으로 10년이 좀 넘은 시점에 왔다지만, 벌서 다들 내 이명을 잊은 건가. 촌구석이라 인지도가 떨어진 건가?"
그들의 알 수 없는 대화가 끝나자, 중심에서부터 빛이 퍼져나갔다. 서로는 서로에게 향한 칼을 더 세게 잡았다. 탐색을 먼저 머치고 움직인 것은 남자쪽이었다. 기묘한 미소를 띄며 잡아먹을 듯 달려들며 오른쪽 어깨 너머로 칼을 크게 넘겼다가 소녀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칼은 땅을 쳤다. 소녀는 그곳에 없었다. 남자의 칼이 움직이는 동시에 칼의 궤도 아래로 들어간 소녀는 몸을 돌려 남자의 오른쪽 아래 등을 찔렀다. 남자는 몸을 반대쪽으로 더 틀어 피했다. 목표를 잃은 라뮐의 칼은 끝도 없이 앞을 향했다. 남자는 빙글 돌여 칼을 오른쪽 위로 돌려 기다렸다는 듯 반격했다. 앗, 생각할 틈도 없이 오른쪽 다리에 힘을 빼고 넘어져 굴렀다. 구르고 나니 입이 까끌해 침을 뱉었지만 아직 입이 까끌했다. 남자가 땅에 누운 모양새를 한 소녀를 향해 아가와 같은 무지막자한 일격을 날리려 들었다. 식은 땀이 죽 몸을 적셨다. 몇 년 실전을 안하다 보니 감이 생각보다 무뎌졌다, 젠징, 으에엣! 소녀가 지렁이처럼 몸을 굽혔다 남자의 배에 발을 들이 밀었다. 남자가 저 뒤로 밀렸다. 그 틈을 타 일어나 원래 자세를 취했다.
'후. 입만 요란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실력이 좋네. 쿠. 좀 더 긴장해야겠네.'
다시 대치상태가 되었다. 이번에 남자는 제체 없이 달려들었다. 큰 동작으로 왼쪽 뒤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치는 검. 소녀는 궤적 아래로 들어갔다. 소녀의 앞을 향해 일직선으로 편 팔이 굽혀졌다. 남자는 으악하고, 칼날의 건천을 따라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소녀가 옆으로 나오자 남자가 앞으로 휘청했다. 남자는 칼을 지팡이 삼아 볼품없이 허리를 숙였다. 고통은 꼭 불에 데이는 그 느낌이었다. 마치 숯덩이를 배속에 집어 넣은 듯, 끊임없이 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속을 가득 채운 외부의 물질이 화악 빠져나갔다.
"쿠욱-."
그 고통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라뮐은 하나뿐인 그의 지지대를 발로 차 저 멀리로 날려버렸다. 힌 순간에 지지기반을 잃은 남자는 앞으로 꼬꾸라졌다. 원한 서린 눈에도 라뮐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칼만 보며 무시할 뿐이었다. 그 자세 그대로 라뮐은 입만 열었다.
"이제 그만두지? 넌 내 상대가 안돼. 웬만하면 동인으로서 하늘이 내린 목숨을 사람 멋대로 앗고 싶지 않은데, 어때. 열쇠 쪼가리를 줄 마음이 생겼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래도 멍청이가 그 까짓 조각이 자기 목숨보다 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서인들이란!
"후. 어쩔 수 없지."
라뮐이 하늘 높이로 칼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