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퀴즈/퍼즐이 작위적이지 않으려면 설득력이 있어야죠

by Roam posted Jul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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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다가

뜬금없이 존재이유를 알 수 없는

퀴즈나 퍼즐이 나오면

어이가 없습니다.

재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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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반.png

예)

나는 지금 호러게임 중이다.
앞에 굳게 닫힌 문이 있다.
이 문을 열고 싶다.

주변에 3개의 상자들이 있다.
이걸 밀어서 빨간점이 그려진 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닫힌 문이 열릴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대충 보기에 푸쉬푸쉬 퍼즐같이 생겼잖나.

왜 문을 열려면 푸쉬푸쉬를 해야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진행하려면 푸쉬푸쉬 퍼즐을 풀어야 한다고 제작자가 정해놨으니까
어쩔 수 없이 푸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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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jpg

왜??

아니 왜????

문은 보통 열쇠나 좌물쇠로 잠그는 거 아니었나????

대체 왜 이 따위로 복잡한 짓을 해야만 문이 열리는데???

상자는 왜 반드시 밀어야만 하는데?

들어서 나르거나, 잡아당기면 안되나???

이 집에 사는 사람은 화장실갈때도 이렇게 상자 밀어다가 문 열고 가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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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푸쉬푸쉬 퍼즐을 넣고싶다면
설정을 뒷받침하여 설득력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예)

학생:선생님! 이 배를 타면 여길 나갈 수 있겠어요!
교수:.....안되겠는데.
학생:왜요?
교수:봐. 배가 너무 밑으로 가라앉아있어. 이대로는 운행이 힘들어.
학생:그럼 여기 배 위에 있는 상자들을 밖으로 떨어뜨려 무게를 줄여보죠!
교수:그러자꾸나. 저기 사다리 쪽엔 난간이 없으니 그 쪽으로 떨어뜨리자꾸나.

(상자 하나 들어봄)

학생:어우, 이거 표면에 기름칠을 해놨놔봐요. 손잡이도 없고, 미끌거려서 들리지가 않는데요...
교수:그럼 밀어서 떨어뜨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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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푸쉬푸쉬의「존재이유」가 합당하고
「존재이유」가 합당하니 게이머도 푸쉬푸쉬 퍼즐을 풀어야 하는 당위성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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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jpg

예)

나는 지금 호러게임 중이다.
앞에 굳게 닫힌 문이 있다.
이 문을 열고 싶다.

문에는 조그맣게 삼각형이 하나 그려져있다.
그리고 숫자「6, 8, □」이 써져있다.
그리고 번호입력버튼이 장치되어 있다.
빈칸의 숫자를 알아내야 문이 열리는 것 같다.

딱 보니 답은「10」이다.
이건 피타고라스의 정리다.
그냥 대충 보기에 삼각형 그려져있고, 6, 8 써있으면,
딱 피타고라스의 정리인거 감이 오잖나.

왜 문을 열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풀어야 하는지 나도 모른다.
진행하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풀어야 한다고 제작자가 정해놨으니까
어쩔 수 없이 푸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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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2.jpg

왜??

아니 왜????

평범한 문에다가 왜 삼각형을 그려놓고 숫자를 써놨는데???

제작자는 자기 방 문에다가 삼각형 그려놓고 6, 8 써놓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나?

이거 문 닫은 사람은 왜 비밀번호를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해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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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에 퀴즈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게이머를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퀴즈를 넣고싶다면
설정을 뒷받침하여 설득력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예)

사전설정)

소경등 박사는 미치광이 수학자다.
소경등 박사는 늘「삼각형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그가 평소에 지니고 있는 모든 소지품이 삼각형 형태다.
어디서 구한건지, 심지어 휴대폰까지 삼각형이다.
박사의 조교들은 그의 생일 때 삼각형 케잌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는 지나가다가 사각형 물품이 보이면,
커다란 톱칼을 꺼내 둘로 갈라놓고 이내 삼각형 두 개로 만든다.
그러한 기행때문에 경찰에 연행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학생:여기가 소경등 박사 방이예요. 분명히 공식이 담긴 메모장이 있을 거예요.
교수:세상에...방 안이 온통 삼각형 투성이군. 봐, 침대까지 삼각형이야.
학생:역시 소문대로 미치광이네요.
교수:아! 여기 닫힌 문이 있다! 이 안에 메모장이 있을거야!
학생:비밀번호 잠금장치군요...
학생:그런데 왜「6, 8」까지는 입력돼있는 걸까요?
교수:공식이 담긴 메모장을 가져가려다가 경찰이 너무 빨리 들이닥쳐서 서둘러 도망갔겠지.
학생:어쨌든 우리에겐 잘된 일이네요. 하나만 맞추면 되니...
교수:마지막 번호가 뭘까...
학생:음...
교수:비밀번호라면 분명 그의 평소습관과 뭔가 관련된 숫자일거야. 뭐 아는 거 없어?
학생:평소 습관이요? 습관이라...음.... 머리속에 삼각형밖에 들어있지 않은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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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게이머들에게「6, 8」이란 힌트가 주어진 이유가 합당하고,
피타고라스 정리의「존재이유」도 합당합니다.
소경등 박사의 삶이 삼각형과 연관이 깊다는 설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경등 박사의 방의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도
삼각형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공식인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설정해놔도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Who's R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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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