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진엔딩」이란 단어 자체부터가「진짜」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럼 반대로 결국 나머지 엔딩들은「가짜」라고 봐도 제작자 입장에서 별로 이론을 달게 없을겁니다.

노멀엔딩은 노멀하게 진행하면 보게 되는 엔딩이고
진엔등은 분명 거기서「특별한 노력」을 더 해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게이머들은 과연 모두 다 그「특별한 노력」이란 걸 들이고 싶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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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하드코어 게이머」입니다.
하는 것을 넘어 만드는 경지에 이르면,
게임에 대해 분석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당연하겠죠.
그래서 자신의 관점에만 빠져있으면「하드코어함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버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악마의 안구」의 난이도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할 줄은 미쳐 몰랐습니다.
저번 설 명절에 17세 여고생인 사촌동생에게 시켜봤더니,
전투는 고사하고 길찾기부터 헤맸으며,
「NPC와 말을 걸어 정보를 얻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RPG의 메커니즘조차 모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럼, 제작자들은 과연 그런 사람들을「게임을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권리가 있을까요?

결론지어 말씀드리자면, 세상에「하드코어 게이머」의 숫자는 매우 적습니다.
어떤 게임이든 1회차만 겨우겨우 힘들게 깨는 게이머들도 부지기수로 많고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1회차 이상은 안하는, 게임회전률이 높은 사람들도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어떤 게임을 즐겨도 엔딩까지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설령 게임제작자라 하더라도, 즐기는 것에 있어「분석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남의 제작품은 깊게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알만툴의 현실은 정말 비참하죠.
99.9%가 무료배포 게임이니
게이머들에겐 어떻게든 돈값만큼은 즐기고야 말겠다는「본전심리」조차도 없기 때문에
하다가 막히면 그냥 PC에서 지워버리면 땡이고,
알만툴로는 그래픽/사운드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게임을 엔딩까지 봐주는 것만으로도 제작자는 큰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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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하드코어 게이머」도 게이머고,
제 사촌여동생같은「노멀게이머」도 게이머입니다.
둘다 똑같은 게이머입니다.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만「진짜경험」을 시키고,
노멀게이머에겐「가짜경험」을 시키는 것은
노멀게이머들을 무시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며,
노멀게이머들이「가짜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분기탱천하여
「진짜경험」을 하기 위해 자신이 제작한 게임에 더욱 열심히 파고들거란 생각은
일종의 오만이고 착각입니다.
요즘처럼 수많은 플랫폼으로 수많은 게임들이 쏟아지는 게임 과잉공급 시대엔
그냥 다른 게임으로 떠나버리면 그만입니다.

「마왕 여자친구 만들긔 -마이너스-」에서 일반적인 플레이로 제일 보기 쉬운 엔딩은「엔딩2」입니다.
아주 평범하고, 별 인상이 없는 엔딩이죠. 한마디로「가짜경험」입니다.
2회차든, 3회차든 해서라도 스토리의 배후관건들이 담겨있는「진엔딩」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저 1회차만 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평범하고, 별 인상이 없는「엔딩2」가
「마왕 여자친구 만들긔 -마이너스-」에 대한 감상의 전부가 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겐「마왕 여자친구 만들긔 -마이너스-」에 대한 감상은
"아주 평범하고, 별 인상이 없었다"가 됩니다.
제작자가 아무리「여러분이 보신 건 가짜엔딩입니다. 진짜엔딩은 따로 있어요」라고 외쳐도
더 즐기느냐 안 즐기느냐의 칼자루를 쥔 갑(甲)은 게이머이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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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 여러 개인 게임이라면, 준비된 엔딩들 모두가「진짜엔딩」이어야 합니다.
그 외에 제작자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게이머에게 더 노력을 요구하고 싶으면,
「진짜엔딩」에다가「+@」를 준비하면 됩니다.

「진엔딩」이 1개만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에서「가짜경험」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매우 불쾌한 사실을 의미하며
자신의 게임을 마케팅함에 있어 전혀 이점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마케팅상으로 해악을 끼치는 요소죠.
「진짜경험」을 하기 위한 루트를 조심조심 골라서 찾아다닐 생각을 하면,
다운로드 받기도 전부터 피곤해지기 때문입니다.

Who's Roam

?

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omment '6'
  • ?
    구름인간 2013.06.19 23:01
    옳은 말씀이십니다.
    읽다보니 동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 ?
    페렐 2013.06.19 23:45
    저도 그래서 되도록이면 메인스토리에서의 자유도를 최대한 억제하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분기가 확 갈려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플레이되거나 다른 엔딩으로 빠지는 그런 선택요소를 많이 주지 않아요.
    대신 서브스토리에 자유도를 주는 방식으로 캐쥬얼 플레이어들고 하드 플레이어 양 쪽 다 만족시키려고 합니다.
  • profile
    sudoxe 2013.06.19 23:51
    필연성을 해치지 않는 멀티 엔딩은 아주 어렵더군요.
  • profile
    sudoxe 2013.06.19 23:55
    제가 구상중인 차기작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바이오쇼크" 이야기를 하면서,
    그 게임 속에서 선한 행위/악한 행위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데 그와 비슷한 점이
    있는것 같다고 하더군요.
    즉 멀티엔딩도 주제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써먹을 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라지만 본인은 실패, 어렵더군요 형식으로 주제 전달하기)
  • ?
    둥글수염 2013.06.20 01:40

    즉 엔딩이 여러개 인 것은 괜찮지만 그중에 영양가 없는 엔딩이 섞여 있다면 NG라는 말씀이신가요.
    클라이막스를 거친 이후의 보상이 허무맹랑하면 독이 된다는?...

  • ?
    Roam 2013.06.20 09:52
    일반적인 플레이(변태플레이 말고)로 가장 쉽게 보게 되는 엔딩이
    「가짜경험」이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진짜경험을 암시하는 떡밥」수준에 그쳐서도 안됩니다.

    일반적인 플레이로 가장 쉽게 보게 되는 엔딩도「진짜경험」이어야 하고,
    여러가지 파고들기를 통해 어렵게 보는 엔딩도「진짜경험」이어야 합니다.
    다만 여러가지 파고들기를 통해 어렵게 보는 엔딩은「진짜경험 + @」가 되면 좋겠죠.

    가장 설명하기 좋은 예가 DLC입니다.
    DLC란게 나온지도 이미 수년이 흘렀지만,
    DLC를 구입한 사람이든,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든, 엔딩은 똑같은 걸 봅니다.
    DLC로 엔딩의 후일담이나, 주변인물의 사이드스토리같은게 나오는 경우는 많지만
    (이런게 +@라고 할 수 있죠)
    DLC를 통해 엔딩자체가 바뀌거나, 결여된 엔딩을 채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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