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서프라이시아 게임성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신 분이 계시네요

by Roam posted Jun 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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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회원분이 네이버 쪽지를 제게 보내셨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ㅡㅡ;;

사실 언젠가 서프라이시아에 대한 말을 하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너무 오래 전에 한 게임이라 이제 잘 기억도 안 납니다.
전 서프라이시아를 총 3번을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다 중간에 접었습니다. 최고로 많이 해본게 8시간정도 됐던 것 같네요.

 

 

초반엔 전형적인 90년대 한국만화 스타일의 주인공들 - 닝구와 서낀이 보여주는 유머,

제작자의 등장, 뚫훍아저씨의 등장 등,

B급게임 테이스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B급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B급 엔터테인먼트는 흥미 본위의 전개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 관건이며,
유쾌, 상쾌, 통쾌함을 줘야하는데...


 

서프라이시아는 아쉽게도 유머와 게임성이 분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서프라이시아에 등장하는 B급 유머는 재미가 있었지만,
정작 게임은 길이가 상당한 미로 던전과,「랜덤 인카운터」방식으로 커다란 부담감을 줬고,
「성인식」부분만 플레이타임상으로 거의 3시간이 걸리는
매우 느린 전개로 진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B급의 장점을 살리질 못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닝구가 성인식 막바지에서「녹색광물」을 발견하고,
마을은 습격(?)을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마을을 떠나는데, 뜬금없이「녹색광물의 조사」라는 목적이 은근슬쩍 덧붙여지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닝구의 현재입장과 상관도 없는 광물인데,
다음 스토리 전개를 위해 작위적으로 목적을 끼워넣은 거죠.


 

서프라이시아는 1,2,3부로 나뉘어져 만들어졌는데, 제가 그만 둔게 2부였습니다.
이 때쯤 동료들이 둘로 갈라진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파트를 "모두" 플레이해야 하는데...
2013년 현재는 물론 2008년 당시의 트렌드에서도 한참 벗어나는,
1994년작「파이널판타지6」에서나 나오는 방식이었죠.

예를 들어 닝구쪽으로 먼저 플레이를 하면 마지막에 서낀네랑 합류합니다.
서낀네와 무사히 합류한다는 엔딩를 이미 아는 상태에서, 또다시 서낀쪽 플레이를 해야한다니 너무 지겨웠죠.

 


1부, 2부까지는 이야기가「B급 위주, AAA급 간간히 등장」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가는데
그런 와중에 게임성은 계속 AAA급 부담을 심어주기 때문에,
B급 이야기 진행파트에서는 기대감도 떨어지고 너무 많이 지겨웠습니다.
아마 제가 플레이해보지 않은 3부에 가서나 이야기도 완전히 AAA급이 되겠죠.

 


가뜩이나 느린 이야기 전개에「랜덤 인카운터」까지 더해지며 플레이타임은 포퐁처럼 늘어나는데
흡인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준비된 콘텐츠의 양은 더할나위없이 많은 게임인데
구성적인 면에서 너무 좋지 않아서, 도저히 플레이를 끝까지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 알만툴계에서 이미 신화적인 게임이 되었고

많은 찬사가 쏟아졌지만
찬사와는 상관없이, 정작 이 게임을 에디트 안 쓰고 엔딩까지 본 사람이 국내에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한 300명? 그것도 많은 것 같고,

한 100명 정도는 엔딩을 봤으려나요?

Who's R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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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