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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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썼던 글이

 

어젯 밤 자기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재밌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2010년 당시엔 강호에 몸담았던 시절이라

 

글이 상스럽고, 비난적이었습니다.

 

더욱 간결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일본게임을 깐 것은 한 점 후회가 없으나

 

당시의 태도가 늘 마음 속 회한으로 자리잡아 있네요


━━━━━━━━━━━━━━━━━━━━━━━━━━━━━━━━━━━━━━━━━━━━━━

 

 

< 일본게임이 난이도를 높이는 10가지 방법 >

 

 


1.적들의 피통과 데미지를 높임


난이도를 높이면 적들은 더욱 영리해지는 대신 더욱 튼튼해진다.
늘어난 적의 피통으로 인해 플레이타임은 아무 영양가도 없이 길어지고
게이머는 자신의 컨트롤 실력과는 상관없이 템빨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혹은 무식하게 강해진 적의 공격력으로, 주인공은 전단계 난이도보다 더 적은 가격횟수로 누워버린다.
이 방법은 서양게임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일본게임은 이게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적이 패턴화 된 채 피통과 공격력만 올라간다. 일본게임에 AI란게 있기는 한가?
이타가키 흉님의 닌가 시리즈만 빼면 뭐 다들 움직이는 시체들이나 다름이 없다

 

 
2.들고다닐 수 있는 아이템 개수를 제한시킴.


소지할 수 있는 물약의 개수를 3개 정도로 제한시켜,
더는 얻거나 구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게이머의 물약이 어느샌가 범람해버려,
템빨로 게임을 다 깰 것 같은 걱정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하다.


 

3.랜덤 인카운터


JRPG를 망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이머는 전투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전투에 계속 시달리며 통행을 방해받고, 피통과 템을 소모한다.
실질적으로는 '난이도'를 조절한다고 표현 할 수도 없으나
게이머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허덕거리는 피통을 보며
'불편하다, 오래걸린다'를 무의식적으로 '어렵다'라고 잘못 인식하게 된다.
게이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플레이타임은 계속 쓸데없이 길어진다.


 

4.선택분기를 여러 개 배치


요상한 선택분기들을 여러가지 만들어 미칠듯한 경우의 수를 제시한다.
물론 첫 플레이시에 선택에 따라 게임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경고나 안내따윈 없다.
아무거나 되는대로 막 골랐다간 페널티를 받거나, 영락없이 '배드엔딩'이 뜨고 만다.
한마디로 개헛수고. 공략집이 없을 경우 게임을 열댓번은 더 말아먹을 것이다.
일본게임들이 서양RPG처럼 선택분기를 뭘 찍든 여러가지 루트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닥치고 선형구조라 선택분기 한 번 잘못 고르면 미래는 없다.

 

 
5.기간 한정 이벤트를 만듦


JRPG는 단지 서브이벤트를 즐기려는 것에도 괴팍한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
특정 마을을 지나고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 서브이벤트,
특정 이벤트를 거치고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 서브이벤트,
물론 사전에 경고나 안내같은 건 없다.
그냥 넘어가면 끝이다. 꼬우면 게임을 다시 시작하든지, 최근데이터를 로드하여 똑같은 부분을 되풀이하든지.
난 이것이 일본게임의 '공략집 시장'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젭알빠들은 이게 젭알의 전통이니 터치하지 말라고 개지롤을 떤다.

 

 
6.워프형 던전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미로를 남들보다 빨리 풀 수 있겠지만,
워프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는 워프형 던전엔 GG를 쳐야 할 것이다.
오직 개발사만이 알고 있는 잔인한 스위치놀음은,
미로를 뚫는 공간지각능력이나 퍼즐을 푸는 슬기로움과는 상관없이 닥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개발사가 돈 안들이고 플레이타임 늘리기 제일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서양에선 이런 요소를 필러(Filler)라고 부른다.
특히 워프형 던전은 벽이나 장식 문양마저 존마다 죄다 똑같이 생긴 경우가 많아 개같다.

 

 
7.세이브포인트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게이머가 세이브할 수 있는 장소를 한정시킨다.
게임오버되면 그동안 노가다를 몇 시간을 했나, 던전을 얼만큼 진행했냐에 상관없이
최근 세이브포인트에서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
과거에 액션게임에서 주인공이 한 번 죽으면 주인공을 스테이지 첫 부분으로 다시 되돌려보내던
독사같은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게이머는 진행분량이 아까워서 세이브포인트 만날때까지 맘대로 게임도 종료를 못 시킨다.
졸려 죽겠는데, 갑자기 외출약속이 생겼는데, 게임이나 쳐잡고 있어야 한다니.

 

 
8.컨트롤을 제한함


지난 날 유명했던 마계촌의 지롤같은 점프부터,
최근의 바이오하자드5의 무빙샷 제한까지,
시장의 트렌드는 무시한 채 부조리한 컨트롤의 제한으로 게이머가 조종하는 주인공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컨트롤상의 핸디캡으로 난이도 역시 부조리하게 높아진다.
개발사들 딴엔 '규칙'이랍시고 그러는 거겠지만
쓸만한 적AI나 레벨디자인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으니
쓸데없는 제약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걸로 밖에 안 보인다.
같은 고향게임인 슈퍼마리오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없는 것 같다.

 

 
9.피할 수 없는 함정을 만듦


1회차 플레이시에 도저히 예측불가한 함정요소로,
주인공에게 데미지를 입히거나 아예 주인공을 죽여버린다.
갑자기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거나, 땅속에서 예고도 없이 적이 튀어나오거나 한다.
특히 옛날 고전게임들을 보면 자비심이 없는 레벨디자인이 상당히 많다.
주인공이 가시바닥을 건너가기 위해 전방으로 점프를 뛰면
그 순간 하늘에서 새 같은게 갑자기 날아들어 주인공을 때려 이내 가시바닥에 빠뜨려 죽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10.나까마를 쳐죽임


소중히 렙업시켜 온 나까마를 스토리상으로 갑자기 쳐죽여, 게이머의 투자를 공염불로 만든다.
꼭 쳐죽이는것 뿐만 아니라, 특정이벤트에 의해 잠시 파티에서 이탈하거나, 스토리상 배신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나까마에 투자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해당 나까마가 죽어나간 이후의 게임 난이도는 높아질 것이다.
불안한 사람은 결국 공략자료를 보며 마지막 전투의 파티가 어떤 캐릭으로 구성되는지를
울며겨자먹기로 스포일링까지 감수하며 확인하게 된다.

 

 

위 10가지 난이도 상승 방법들을 3가지 특징으로 축약할 수 있다.


①공략집이 없으면 존니 처절해진다.
②게이머의 컨트롤능력이나 전술능력이 좋든, 딸리든에 상관없이 똑같은 정도로 어려워진다.

③위생요인에 의한 방법이다.

 

 

Who's Roam

?

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omment '20'
  • ?
    미루 2013.05.30 09:48

    나까마 => 동료 ( 왜 갑자기 일본어를 쓰신거지... )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아요.

  • ?
    Roam 2013.05.30 09:50

    제가 당시에

    일빠본진에서 어그로를 끌기위해 썼던 글이라

    그들이 좋아하는 일본만화에서 맨날 나오는 나까마드립을 쳤던 것입니다.

    참 부끄러운 기억이죠

    근데 당시에 끌려는 어그로는 안 끌리고 오히려 동감을 많이 해줘서 머쓱했음ㅡㅡ;;;

  • ?
    미루 2013.05.30 21:29
    아하......ㄷㅁㄷ;;
  • profile
    2013.05.30 11:03
    뭔가 여러모로 날이 얼기설기 서있네요 ㅋㅋㅋ
    지금은 제련도가 더 높아지신거 같지만 글에선 독기같은게 보여서 왠지 재밌습니닼ㅋㅋ

    바람직한 방법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도 되네요
  • ?
    량님 축하합니다.^^ 2013.05.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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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2013.05.30 11:03
    너임마 너 요즘 나한테 왜이리 저격질이니...
  • ?
    Roam 2013.05.30 15:15

    제가 지금은 팔콤까라고 자칭하고 다니지만
    전 사실 팔콤빠였습니다.
    그래서 2002년인가 2003년인가 그 쯤에 영웅전설4를 했었는데요


    알쳄하고 매드람 주력으로 키우다가



    개털려서



    당시에 글을 남길 때 그 기억을 되살렸었죠



    사실「적」이란 개념이 등장하는 게임에서 가장 이상적인 난이도 조절의 방법은
    역시「인간다운 AI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운 AI를 구현해내면, 적들이 매번 플레이때마다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에
    몇 회차를 해도 쉽게 질리지가 않습니다.

    지능이 낮은 적은 당황과 머뭇거림이 많아 쉽게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지능이 높은 적은 주인공이 매너리즘에 빠진 플레이를 하면 적이 주인공의 패턴을 학습하여

    주인공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게임중엔
    위에서 언급했던 닌자가이덴 시리즈 정도만 좋은 AI를 갖고 있는 것 같네요
    (사실 닌가도 2편까지만 좋고...3에서 프로듀서 바뀌고 게임 말아먹었죠...)

    AI란 게 일반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쉽게 홍보가 가능한 요소가 아니다보니
    많은 개발사들이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FPS의 경우 고개 빼꼼히 내밀고→총쏘고→숨고→고개빼꼼→총질→숨고의 반복이고
    분대전술이나 접근전을 시도해오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액션게임의 경우에도 그냥 적이 나한테 접근해서 공격 하거나
    원거리에서 활쏴대거나 하는 정도가 다죠
    가끔 피하거나 방어하는 적이 있어도「정해진 시간」에 하도록 되어있다보니....


    그래서 제가 아방스에서도「헤일로」나「스프린터셀 컨빅션」같은 게임들을 거듭 추천하는 이유가
    보기 드물게 좋은 AI를 가진 게임들이라서 그렇습니다.

  • profile
    2013.05.30 16:50

    이를테면



    5186799C3F27820026

    이런거 말씀하시는 거겠죠 (joke)
  • ?
    량님 축하합니다.^^ 2013.05.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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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2013.05.30 16:50
    야 너임마 너 진짜 저격 좀 그만...
  • ?
    Roam 2013.05.30 18:58
    ㅋㅋㅋ ID소프트의 레이지(RAGE)네요.
    사실 AI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건 그다지 인간답지도 않고,
    플레이하기에는 무뇌AI보다 더욱 짜증이 납니다.

    짤방 보아하니 주인공은 노출된 공간에 서서 스코프로 겨누고 있기 때문에
    엄폐물에 숨어있는 적이 더욱 유리한 상황인데
    수류탄 하나 던지지 않고 저런식으로 숨었다빼꼼만 반복하는 건 전혀 인간적이지 않습니다ㅡㅡ;;

    예전에「킬존」이라고, 크로스헤어를 적한테 갖다대면 적이 무조건 숨거나 피하기 위해 이동하는
    좀 해괴한 AI의 게임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크로스헤어를 겨누며 싸우면 적이 귀신같이 숨으니 AI가 좋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완전히 엄폐된 원거리에서 저격총으로 겨눠도 그걸 알고 귀신같이 숨어버리는 말이 안되는 AI였고
    적에게 아무리 가까이 접근해도 크로스헤어만 갖다대면 적이 싸울 생각을 안하고 일단 피하기 때문에
    결국 그 AI의 맹점을 이용해 접근칼질로 다 썰고 다닐 수 있는 게임이었죠ㅡㅡ;;
  • ?
    Roam 2013.05.30 19:28
    여기 유튜브에 마침 킬존2 접근칼질 영상이 있네요 ㅋㅋㅋ
    http://youtu.be/WKDJ4dYqbL4
  • ?
    모쟁 2013.05.30 17:47
    여러모로 공감되는군요
    저도 많이 지양하려고 하는 부분입니다.
  • ?
    Roam 2013.05.30 18:59
    올ㅋ 굳겜 만드시겠네요
  • ?
    페렐 2013.05.30 19:16
    저기에 하나만 더 추가합시다!
    레벨이 올라갈 수록 다음 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경험치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여버리는거.
  • ?
    Roam 2013.05.30 22:26
    지금 막 생각이 난 건데
    캐릭터간의 설정상의 친분관계를 게임성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있었네요.

    KOF 시리즈는 캐릭터간의 상성으로
    같은 팀원간에 멤버교체가 이뤄질 때
    설정상의 친분에 따라 파워게이지가 추가되거나 삭제되고
    「지원공격」을 해주거나 안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KOF99 부터는 캐릭터 상성이 사라졌고요.

    비교적 최근작품인 전장의 발큐리아에서도
    설정상 친분관계가 안 좋은 캐릭터들끼리 같이 전선에서 싸우면
    능력치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죠.

    이런 요소들은 그냥 미쳤던 거죠 ^ ^
  • profile
    파치리스 2013.05.30 23:29

    내가 지금 만들고있는건 저 10가지중 하나도 해당되는게 없네. 굳이따지면 아이템 제한 알만툴 기본 99개인거...

  • profile
    JACKY 2013.05.30 23:41
    2. 들고다닐 수 있는 아이템 개수를 제한시킴.

    메페는 기본아이템제한이 999999 개지만 일부 아이템은 제한이 따로 들어간다죠..

    5.기간 한정 이벤트를 만듦

    메페는 시간 개념이 있어서 한정이벤트 넣기가 참 좋죠.
    단 시간안에 못하면 다시 할수 있는 방향쪽으로 갈 생각.
  • ?
    chaeringus 2013.05.31 19:05
    사람의 AI가 애매하긴 할거 같은데 현실적으로 온라인으로 진짜 사람이랑 할수 있으니 노력에 비해서 무의미까지 할것같구 난이도 조절은 첫번째가 가장 단순하고 당연한 난이도 조절이라고 생각드네요
  • ?
    시옷청룡 2013.07.10 13:28
    그렇고 보니 그렇네요... 점점 RPG를 하면 할수록 질리는 이유가.. 저기에 있었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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