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The Black Parade-영생을 얻다(2)

by Mimesis posted Mar 28,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분류 판타지

 방부 처리를 한 후에는 내 몸에 붕대를 둘둘 감았다. 보기 싫고 흉측한 살덩어리들과 그 살덩어리들을 이은 실밥 자국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얼굴까지 둘둘 감아놓으니 그럭저럭 사람 같아 보이기는 했다.

 나는 무엇일까?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인공적인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살로 만들어져 있었고 감정도 있고 생각도 할 수 있다. 흠. 복잡하군. 내 존재에 대한 고민은 뒤로 넘겨두자.

 어쨌든 산뜻하게(?) 단장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도서실로 향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역사서였다.

 사람들은 현재를 제 2시대라고 부른다. 까마득히 먼 옛날인 제 1시대와 제 2시대의 구분은 바로 성마전쟁이라는,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의 생존을 걸고 싸운 거대한 전쟁이라고 한다. 성마전쟁은 4대 차원관문에서 네 마왕의 출현으로 시작해 모든 차원관문의 봉인으로 막을 내렸다.

 마계와 이 땅이 한번 연결된 후, 이 세상에는 마력이라는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마계의 기운인 마력은 성마전쟁 당시 엄청난 기세로 유출되었는데 차원관문이 봉인되어 마력 유입이 중지된 2시대가 한참 지나고서도 남아있는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성마전쟁 당시에는 마력이 정말 무지무지하게 짙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뭐 그건 그렇고. 성마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은 인류군 총사령관 율리안 아트레이드 라는 사람이었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라고 하는데, 원래 용병군의 대장이었다고 한다.

 성마전쟁을 마친 후 그는 엘프, 드워프를 포함한 최초의 대제국인 고제국을 세우고 황제가 되었다. 그 때가 인류의 황금기였다고 한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언어가 바로 고제국에서 사용되던 고대어이기도 하다.
 
 그런 좋은 시절은 잠깐, 황제 사후 2대, 3대가 무능한 행태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각 지방에 영주로 자리 잡은 성마전쟁 당시의 장군들은 각자 칭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쟁이 생기고 전쟁이 늘어갔다. 인간들에게 질린 이종족들은 각자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500년이 지난 것이 바로 지금이라고 한다.

현재 대륙에 있는 것은 모두 2제국 3왕국 2공국 그리고 교국 아이고 복잡도 하다.

 2제국은 동제국과 서제국으로 둘 다 내부적으로 대략 4개의 공국이 연합한 형태였다. 모두 고제국의 후계자를 자처하고는 있지만 글쎄…….

 3왕국은 성마전쟁 당시 명장의 혈통이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곳으로 명궁(名弓) 히에미스 시렌의 히에미스 왕국, 검왕(劍王)세오덴과 그 부인 아린 알비의 세오덴-티-알비 왕국(어지간히 공처가였나 보다. 나라 이름에 부인 이름까지 들어간 것을 보면.), 기사왕(騎士王)칼레오 에르반의 칼레오 왕국이었다.

 2독립 공국은 엘프들의 거대한 숲에 의해 대륙과 막혀있는 에피우스 공국, 그리고 동쪽의 거대장벽을 지키는 니케아 공국이 있었다/

 대략 대륙은 이 정도였다. 아참 교국이 있었지. 신과 황제를 숭배하는-보통 황제교라고 부르는-교단은 고제국의 수도에 남아 전인류의 정신적 지주를 자처하고 있다.

 물론 나는 예내들한테 들키면 그저 끝장이다. 보통 그냥 언데드에도 이를 가는데 하물며 살아있고 생각하는 시체라니?

 이 정도가 이 세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랄까. 그렇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나는 은신처에서 책을 읽고 마법을 연습하고 아주 가끔 가다 몸을 둘러싼 붕대를 갈았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전혀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법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마법 실력을 늘어서 4클레스 급이 되었지만 마력의 량은 항상 그대로였다.

“심장에 고리가 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량이 대폭 늘어난다고 했는데……. 내가 언데드라서 그런가? 이상하네?”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음? 뭐지. 다크 애로우 타깃 온, 런칭!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던 것은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화살에 적중했다. 어랍쇼 근데 토끼거니 했는데 무려 여자아이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어라라라라라? 사람이잖아?”

 스승이 죽은 이후로 사람을 못 본 지 오래되었던 나이기에 처음 든 생각은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모습을 보니 커다란 가죽 가방에는 향기로운 풀들이 가득하고 한 손에 조그마한 낫을 쥔 걸 보니 아마 약초꾼인 것 같은데?

“다크 애로우를 머리에 맞아서 기절한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한다. 나를 봤을 텐데.”

 나는 고민에 빠졌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소녀의 온 몸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마 맹수에게 쫓기다 길을 잃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승이 고심해서 선택한 이 은신처까지 올 리 없지. 이쪽은 짐승들도 잘 안 다니는 동네인걸.

아 근데 진짜 얘를 어떻게 한다?

 우선 나는 은신처로 질질 끌고 와서 소녀의 옷을 벗겼다. 결코(?) 이상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서였다. 뭐 스승의 약품 중에는 재생력을 높여주는 물약도 있었으니까. 나는 물약을 챱챱 손에 펴바른 후 소녀의 온 몸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다시 말하지만 치료를 위해서였다. 흠흠

 어느 정도 처치를 끝내자 정신이 들었는지 소녀는 살풋이 눈을 떴다.

“으음, 여긴 어디.”

“아. 안녕하세요.”

소녀는 기묘한 묘정으로 마주 인사하려다가 자신이 알몸인 것을 꺠달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잠시 후

“그러니까 치료하기 위해서였다고요?”

“응 그렇다니까.”

“정말이죠?”

“정말이야.”

“이상한 곳 만진 건 아니죠?”

“이상한 곳이 어딘데?”

“모...몰라도 되요.”

“그건 그렇고 이봐.”

“왜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낫을 집어던지는 법이 어딧어? 보통 사람이라면 죽었다고 이거.”

“흥, 죽어도 싸요.”

“뭐라고라고라.”
 
“그나저나 당신. 왜 고대어를 쓰는 거죠?”

“응? 이게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 아닌가?”

“절.대 아니에요. 보통은 제국어를 쓴다고요. 당신 뭐 500년 전의 사람이라도 되요?”

“아 난 몰랐지.”

“아니 그보다 당신 낫을 배에 정통으로 맞았는데 어떻게 안 죽고 태연하게 나하고 말을 하는 거죠?”

“음, 그냥 조금 사정이 있어.”

소녀는 대체 무슨 얼어죽을 사정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흥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옷 줘요. 가게.”

 오오 대담하군, 니 사정따윈 알 바 아니라 이건가. 뭐 좋은 일이다만. 근데 아직 난 볼일이 안 끝났거든.

“음 그게, 말했지만 나에겐 좀 기묘한 사정이 있거든, 그래서 너를 못 보내주겠어.”

“뭐라고요? 그래서, 옷을 못 주겠다는 건가요?”

“물론 알몸으로 숲을 헤메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어. 사실 내가 죽이긴 그래도 짐승이 대신해 준다면 딱히 사양하고 싶지 않거든.”
“하. 기가 막혀서. 누가 그딴 멍청한 짓을 할 껏 같아요?”

"물론 안 하리라 믿어. 진짜 그러면 나도 곤란하거든. 어쩄든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결정할 동안까지만 어떻게 좀 지내보자. 아. 그러고보니 요즘 세상에선 제국어라는 말을 쓴다고 했지? 나에게 그걸 가르쳐 줘 보는 건 어때?"


그렇게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Who's Mimesis

profile

무역게임 Merchant Story 제작중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