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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제 전투 밸런스의 쌍방성에 관하여

by 미양 posted May 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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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글쓰고는 있지만 조회수가 낮아서 글이 재미 없다는 것을 알게된 미양입니다.


 그나저나 토론겟엔 아방스 홈페이지 관련 글만 올라와서, 이런 글을 올려도 될 지 걱정됩니당 ㅠㅠ


 에, 주변지식이 거의 희박한 제가 이런 게시판에 토론이랍시고 뭔가 글을 쓰게 됬는데, 그래도 이런 건 좀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이렇게 키보드를 잡습니다(?).


 본론으로, 이 글의 목적은 턴제 전투 시스템의 밸런스에 관한 것입니다.


 흔한 RPG에서의 턴제 전투라고 하면, 플레이어가 스킬이나 공격, 방어, 아이템의 사용, 비사용 여부를 입력시킨 뒤, 모든 입력이 끝났을 경우, 그에 따른 적의 반응을 화면에 출력시키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하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고, 액션 게임에 비해 더 전략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플레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턴제 전투의 문제점은, 아무래도 지겨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턴제 전투는 그 특성상 예전에 봤거나 듣보잡 같은 몬스터가 계속해서 나오면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 지 플레이어가 쉽게 외워버립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똑같은 몬스터가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그건 진짜 끔찍할 정도로 지겨워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몬스터의 종류만을 증식시켜 매 전투마다 다른 몬스터와 상대하게 하면, 플레이어는 전투의 진행에 막막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Z나 계속 누르면서 오직 평타만으로 전투가 끝나길 기다립니다.


 크로노 트리거나 뭐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전투가 일어나면 사이드뷰던 프론트뷰던 뭐던간에 잠깐 화면이 검어지고 전투 페이즈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승리하면, 전리품이나 경험치, 골드, 기타 잡스러운거 막 뜬 다음 배경으로 돌아옵니다. 전투에서 쓰이는 BGM은 보스전이 아닌 이상 그냥 무난하게 똑같은 것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뭔가 좀 전투스럽고 막 그렇습니다. 처음 들으면 '우와... 쩐당...' 이렇게 생각하지만 나중에 가면 그냥 '브금 1'이 됩니다. 이 BGM(이하 브금)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이 브금이 들림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이제 전투한다'라는 사고를 하게 됩니다. 윗 문단에 말한 것과 연계하자면 플레이어의 다음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Z키 장전!'


'아 C8 딸피인데 큰일남'


 전투의 단일적인 면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미리 피로해질 수 밖에 없고, 괜히 보스급의 어려운 녀석을 넣었다간 '이 맵에서 사는 저 보스급 몬스터는 잡몹들을 왜 먹어치우지 않을까'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을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전 '게임 이름을 안 정했당 RPG 1,2'를 만들면서 이러한 고민에 시달려야했고, 밸런스를 맞춘다는 게 생각외로 무지막지하게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1편에선 말아먹었고요.


 제 프로필 사진부터 짐작하셨겠지만 전 상당히 아트러스의 하드한 난이도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무조건 어렵게 만드는 습관이 있었고, 플레이어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해 게임의 난이도를 조금씩 낮춰가면서 작업합니다. (퍼즐 제외. 머리가 나쁨) 제 게임 제작 방식은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로부터 '야 이 사악한 녀석아 이걸 어케 깸'이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고, '어려우니까 은근히 도전하게 되서 매력적이다'라는 다소 마조스러운(?) 품평을 받기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잡소리였습니다.


 대충 길게 끄적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짧네요... 아무튼 이것으로 인해 턴제 전투에 어떤 쌍방성이 있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전투 빈도가 많음 + 다양하지만 쉬운 몬스터 = 몬스터 이름만 보고 Z 연타

 2. 전투 빈도가 적음 + 다양하지만 쉬운 몬스터 =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음

 3. 전투 빈도가 많음 + 흔하지만 어려운 몬스터 = 진행 불가

 4. 전투 빈도가 적음 + 흔하지만 어려운 몬스터 = 저의 사례


 몬스터가 어려울 경우 전투를 진행할 때마다 플레이어가 긴장하게 됩니다. 뭐 하나 잘못 건드리면 게임 오버 쉽게 보니까요. 이렇게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식의 전투는 은근히 지겨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유명 게임에서도 이런 방식을 선호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턴제의 장점을 활용한 것이죠.


 4번 전투방식을 예로 들겠습니다. 400의 체력을 가진 몬스터가 있습니다. 이 몬스터가 한 대 때리면 파티원은 3/4정도의 체력이 닳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몬스터가 누굴 때릴지도 모르고, 파티원 전부에게 공격 커맨드를 시킨다고 해서 몬스터가 한 턴에 죽는것도 아닙니다. 끽해봤자 300쯤 닳을 겁니다. 몬스터는 두 대를 때리거나 연속타를 칠 수 있습니다. 이 때 탱커가 전체 방어 주문을 걸어서, 파티원의 방어력을 크게 높여줍니다. 마법사같은 딜러가 방어력을 믿고 딜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3~4턴이면 전투가 끝납니다. 하지만 온리 평타만을 시켜서 2턴만에 끝내고 한 명을 저세상으로 보냈다가 다시 붙잡아올 수도 있는 겁니다. 플레이어는 이 분기점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것이고, 3~4턴의 전투를 선호하게 됩니다. 그리고 3~4턴의 전투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없을지 골똘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를 어떻게 요리할 지는 플레이어의 몫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개발자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강제적인 패턴을 강요당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게임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고, 재밌으라고 게임하는건데 전투가 이렇게 지겨우니 안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1,2,3번 전투방식도 그렇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습니다. 전투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있다면 아무리 지겨워도 미래를 향한 결과를 바라보며 노력할 수 있는 일입니다. 주인공이 4000골드를 빌렸는데 갚지 못했고, 그 때 우연히 몬스터가 50골드를 준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몬스터 토벌을 하게 된다는 것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글을 두서없이 썼더니 제가 써도 몰라보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아무튼... 이 밸런스에 관해서 얘기를 좀 나누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저 같은 경우 4번 전투방식이 좋았고 그것이 좋은 이유를 말했습니다. 순수하게 장면을 바꿔서 싸우는 턴제 게임에서 어떤 밸런스로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단점은 무엇이 있을지, 밸런스에 둔감한 제게 의견을 공유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