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 얘기좀 들어주시겠어요?

by Luxmea posted Nov 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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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luxmea입니다

두서없이 이런 제목의 글을쓰는건 제가 스스로 너무 답답해서입니다.

자유게시판의 분위기를 가라앉힐것같아 죄송하긴 하지만,

여러분들이라도 제 얘기를 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친구들한테는 잘 얘기하지않습니다..)

꾸짖지마시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길답니다..

 

아시는분도 꽤 많으시겠지만 저는 93년생이고 7살때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저희집 형편은 가난한동네에서도 가장 못사는 수준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작은집 하나 전세냈으나 돈도 밀리고, 그마저도 어떻게

돈보다는 정에 호소해서 유지하고있는정도였죠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중독자'니 '알코올'이라니 하는말을 많이들어봤고 또 민감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키는 평범하고 덩치도 작은편이시지만

힘이 장사셔서 마흔의 나이에도 한번 날뛰시면 아무도 막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술에 떡이되서 집에서 엄마와 저 동생을 괴롭혔습니다

(계단에서 굴러서 머리가 찢어진 저에게 빗자루를 던지기도 했지요)

초등학교 취학전 저에게 아버지는 공포의대상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천사라면 아버지는 악마였습니다.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렇게 자란 저였는지 어쩌다보니 초등학교 내내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3학년즈음부턴 학원등에서 아이들과 자주 얘기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때 그 대인기피증때문에 초등학교시절은

6학년때까지 거의 말을 안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버지는 이제 술을 완전히 끊으셨습니다.

그러니까 고1때까지, 거의 8년간을 술을 전혀 입도안대셨죠

상황의 심각함을 아셨는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그저 저희들에게 미안해하셨습니다. 저희도 새출발할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무렵 저를 심각하게 괴롭혔던것은 게임중독이었습니다

친구들 없이 혼자서 놀다보니 생긴 아주 좋지못한 버릇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린나이에 중독된만큼 끊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 게임중독은 저를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버지의 폭력은 예전처럼 심했던것도아니었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공포의대상이었고

가끔 한번 폭력을 휘두르시면 전 그저 당하고있었고 동생과 엄마는 공포에 떨고있었을뿐입니다

컴퓨터중독인 저를 가만히 두고보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전적으로 저에게 잘못이 있다며 저를 매번 혼내셨고

동생과 싸우기라도하면 무조건 절 먼저 처벌하셨습니다(이것은 주관이아닌 철저한 객관입니다

동생은 한번정도 욕먹고 한대도 맞지도 않았을 때에 저는 수백번 욕먹고 수십번 맞았습니다)

이러한것은 제 인생을 위축시키기는 했지만 힘들게하지는 않았습니다.

초등학교시절 3학년때부터 아버지는 술을 안드셨는데

그때 하루일과에 아버지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새벽 4시에 나가셔서

저녁 11시에 들어오시고

고작 4시간 주무셨습니다

그리고 매일 공장에 나가서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힘든일을 하셨지요

그때 같이 일을하셨던건 큰아버지셨습니다

큰아버지역시 일을 열심히하셔서 아버지 못지않게  일을 많이하셨습니다

거기에 큰엄마까지 오셔서 도와주셨죠

(사실 저희 엄마도 일을 한적있다고 했으나 전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그 일을 관두고 컴퓨터 강사를 지금까지 하고계십니다)

공장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큰아버지는 돈을 많이벌었고, 아버지는 허리가 굽어가고 점점 약해져갔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허리굽히지 않는, 어떠한 힘을가진사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않는

그런 강한 아버지가 큰아버지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깨달았을 즈음 이미 아버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버지 역시도 피해자였다는걸요

현재 큰아버지는 모든 재산을 합치면 100억가까이 갖고계신 부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20년간 누구보다 힘들게 일한 댓가로 1억6천만원을 주셨지요

큰아버지 당신보다도 더 많이 일을 하신 아버지이신데

아버지는 가장 독한담배로 건강만을 악화시키며 그렇게 힘들게 살아갔습니다

분출할 스트레스를 어쩌면 은근 저에게 노출시켰는지도 모르지만

가끔씩 자다말고 눈뜰때 아버지가 차가운손으로,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쓰다듬고 계셨을때는 처음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이라는것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 술이 웬수였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것을 알았을즈음은 이미 중학교 3학년때였습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일을 계속하셨고, 순종적이었던 큰아버지에대한 태도와는다르게

원래 아버지의 성격대로 반항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내 나이가 50인데, 새끼새끼하고. 그렇게 무시를해?"
라고도 하시고

"인제 저 쌍노무새끼가 나한테 당한거 지 어무이한테 화풀이한다."

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버틸수 있었을까요.

아버지는 말하셨습니다. :

"내가 버티는건 오직 너하나뿐이다 아들아. 제발 네 친척형보다 좋은대학에 가다오"

라고도 하셨지요

그당시까지 저는 머리가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유식한편이었고

얼핏보기에는 잠재력이 대단해보였기에 집안은 물론이고 아버지가 큰 기대를하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친척형이 저보다는 머리좋은 사실을 알고있었습니다

내가 범재라면 친척형은 천재에 가까웠습니다

비록 인문계고 바닥에서 1년만에 연대가는것에 실패해 군대로 가버렸지만,

수리가형 9->1등급으로 간 엄청난 기염을 토해낸게 사실 친척형이었거든요

곧잘 2학년때까지 저에게 아버지는 서울대학을 가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다못해 연고대라도 좋으니 가달라구요.

아버지는 갑자기 술을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생긴 직업병중 하나인 불면증을 어떻게 하고자 잠시 술을 드셨을뿐이지요

그때는 20년동안 큰아버지와 같이 하신 일을 접고 놀기 시작하셨을 즈음이지요

노는것도 노는게아니라고, 아버지의 집에 계실때 표정은 더욱 쓸쓸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눈에띄는 술병.

항상

"이젠 더이상 술취해서 너희 괴롭히지않아. 걱정마"

라고하셨지만

가끔씩 이성을 잃어 저희들을 괴롭히셨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엄마를 때리려고할때면 이제는 다 큰 제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힘이장사였던 아버지는, 너무나도 약해져있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지독한 게임중독이었고, 아버지의 폭행을 가만 못보고있던 우리들은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병명 알코올중독>정신과에서 치료가능한 병명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겉으로보기에라도, 그럭저럭 잘 사는듯 보이는 우리집이지만

내 공부를 위해 억지로 빚을 냈다는것은 이미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았다니 나는 분명한 죄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10년간을요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2학년 2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내신부터, 반에서 30등하던 성적을 단숨에 5등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전교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어디선가 이미 내신은 안되니까 포기하고 모의고사를 하라는말을 들었을땐

그것도 해보겠다 하는 심정으로 모의고사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만만치않았습니다.

학교에 공부1시간도 안하고도 모의고사를 330점 넘기는 아이가 있기에,

(수업시간에 매일 잡니다)

그게 더 만만하다는 착각을 했으나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것만큼은 쉽지 않았기에 더욱 오기가 발동해서 공부했습니다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처음으로 즐거움을 넘어선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3학년에 올라왔을때, 담임은 지난 사설모의고사 기준으로 제가 8등이란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은근 저에게 기대를 하고있다며, 언젠가는 반에서 1등을 탈환하라고도 했지요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우리반에선 1등이라고하면

학기초 내내 1등했던(현재 내신으로는 1등)그 아이가아닌, 제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으로 눌렀다는거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배치표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제 성적으로 연대는 최하위과에 맞춰가면 추가합격으로 할수있는정도

ㅡ즉 불가능했습니다

정시가 힘들다는게 이런소리였구나ㅡ하고 깨달은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그무렵 아방스를 하기시작했고, 여기 사람들이 너무 좋아졌지요

그리고 저는 어떻게든 연대에 들어가기위해 죽어라 공부하고,

가끔 한두번은 성적이 잘나오면 충분히 들어갈만한 성적까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솔찍히 갈만한 확률은 5분의 1도 안되보였습니다.

그렇게 뽀록뜨는게 수능때도 뜰까요? 아니요 실력을 올려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수능은 한달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재수할형편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두가지가 절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참다못해 어제 담임한테 상담을 신청했지요

담임은 고집이 셌지만 이야기는 잘들어줬던 전담임과달리

고집은 센데 앞뒤역시 꽉막혀서 말하기를

"신경쓰지말고 공부나해라~"
라고했습니다

눈물이 울컥 쏟아졌습니다

평소에 눈물 잘 안보이는 저인데,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뭘질질짜나 부모나 니나 다 남이다 신경쓰지마라"

담임은 제 상황을 알지못했지만 알려고도 하지않았습니다

 

...

오늘따라 학교가기가 싫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