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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집으로 겨우겨우 끌고 들어와서, 굉장해보이는 옷들 중 그나마 양호해보이는 옷을 골라 입히기로 했다. 한여름이니, 간단한 형태의 민소매옷과, 엄청나게 짧은 길이의 바지(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속옷을... 입혔고, 어느정도 옷매무새를 맞춰주자 긴 금발과 어느정도 잘 어울려주는 것 같았다.


 사태가 진정되고, 난 세카이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이재철. 하아가 아니라 이재철! 나이는 34. 알았어?"


 "세에-상에. 와카리마시- 아니아니, 알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아닌데."


 "그럼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어어떻게? 어떻게요?"


 뭔가 쓸데없는 어미를 반복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자잘한 오류려니 했다.


 "좋을대로 부르던가."


 "그럼- 어- 음- 어어어어어어----- 어! 선생님으로 하죠!"


 "....."


 많이 망가진 것 같았다. 난 일단 이 망할 세카이를 소파에 앉혀놓고,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당근과 고기를 꺼내는데, 갑작스레 뒤에서 누군가 내 목을 조여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 초-초크 슬램---!"


 "야, 농담 아니니까 그만- 으악!"


 "살아있음을 느끼세요 선생님!"


 세카이였다. 그녀는 내 목을 팔로 조인 채로 내동댕이 치더니, 승리의 자세(?) 같은 포즈를 취했다. 하마터면 테이블에 뒷목을 부딪히며 내 인생의 끝을 고할 뻔 했으나, 다행히도 살짝 스치며 넘어졌기에 살 수 있었다.


 "죽을뻔 했잖아!"


 "어때요? 주마등이 스쳤나요? 재밌죠?"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그만둬- 으억!"


 "플라잉- 크로스 라인!!!"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내게 뛰어들어버리는 그녀의 팔에 다시 맞아 넘어진다. 1세대치고는 40kg밖에 안되는 중량이지만,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위협적이다.


 "지금은 장난칠 시간이 아니잖아..."


 "네? 아침 11시면 충분히 뛰고 놀기 좋은 시간입니DA!"


 "저녁 7시야..."


 "어...어음.... 그런가----요오?"


 귀 주변으로 스파크가 튄다. 난 다시 일어나서 당근과 고기를 도마 위에 놓았다.


 "저 요리 잘함미다!"


 "절대 사양이거든? 가서 TV나 보고 있어."


 "제육볶음에 된장을 조금만 넣으면 더 맛있대요!"


 "아니, 가라고. 가, 가, 가. 좀 가!"


 난 세카이의 몸을 안방쪽으로 돌려, 툭툭 치며 그녀를 보내버렸다. 내게 이런 호의는 엄청나게 불편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부엌에는 기름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메뉴는 제육볶음이었는데, 세카이가 이걸 어떻게 알아맞춘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번에도 고춧가루를 엄청나게 넣는 바람에 매운내가 풍겼으나,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대충대충 휘저었다.


 "선생님은 요리 엄청 잘하시네요!"


 "뭐야. 언제 온건데!?"


 "냄새가 좋아서. 왔는데요!"


 "귀찮구만..."


 "저도 주실건가요오?"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배에서 꾸르륵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내게 한건지,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난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전문적으로 만들어졌을까.


 "밥을 먹으면 충전이라도 되나?"


 "충전? 사람은 먹어야 사는거 아닌가요?"


 "사람이 아니잖아. 넌."


 "아닌데! 저 사람이거든요! 사람이니까 이렇게 웃을수도 있고오- 웃, 웃을수도 있고오-"


 약간 칙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웃어보이는 그녀였다.


 "이렇게 눈물도 나고! 껴안아줄수도 있다고요!"


 "야, 오지마, 오지- 마악!"


 껴안는답시고 다가오는게 날 쳐버린다. 하마터면 요리하던걸 다 망칠뻔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접시하고 수저 좀 테이블에 놔."


 "헤-"


 싱글벙글 웃어가면서 접시를 놓는데, 그마저도 엄청나게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도 뭘 떨어트리거나 깨먹지는 않았고, 난 제육볶음을 접시에 덜어 세카이와 마주보며 앉았다.


 "으음... 먹자."


 아니 그냥 신경이 안쓰일수가 없었다. 10대 여자애 로봇과 식사를 한다니. 로봇과! 그것도 엄청 평범했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다니...


 "먹으면 그게 전기로 바뀌는건가?"


 "변기에 앉아서 싸야죠. 저도 어른이니까 혼자서 쌀 수 있거든요?"


 "돌겠네 진짜..."


 밥먹다가 미간을 잡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보통의 안드로이드라면 자기가 로봇이라는걸 의식할텐데, 대체 뭘까. 세카이형이라서 다른건가? 회사에 전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회사가 망해버린게 참 골때렸다.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난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세카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세카이형 안드로이드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고, 단지 인간형 안드로이드 단종에 대한 기사만이 페이지를 채울 뿐이었다.


 페어리코프스, 회사 이름으로 검색해볼까 싶어 검색해보면, 여전히 결과는 안좋았다. 정보가 전무한 안드로이드라니,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또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잠깐 만나자. ]


 여자친구였다. 괜히 긴장되서, 난 소파에서 일어나 두손으로 전화를 들었다. 근 이주일정도를 얼굴도 맞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전화를 하니 반가웠으나 오랜만에 전화를 건 그녀의 목소리는 무뚝뚝했다.


 "왜 그래 유진아. 안좋은 일 있어?"


 [ 아니다, 그냥 말할게. 너 잘렸다면서. ]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


 [ 며칠 전부터 사장 트위터 보니까 알겠더라. 원래는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냥 해도 좋을 것 같아. ]


 "무슨 얘긴데?"


 [ 사실 나, 한달 전부터 만나는 사람 있어. 무역회사 부장인데, 아마도 결혼...할 것 같아서. ]


 일방적인 이별 통보였다. 그 뒤에도 그녀는 뭐라뭐라 말을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 미안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사랑이 식은 것 같아... 끊을게. 뭐라고 말 좀 해봐. ]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 ..... ]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우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식었다니. 사랑이 식었던가? 애당초 내가 이 여자를 사랑은 했을까싶기도 했다.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 끊을게."


 [ 자, 잠깐만, 재철- ]


 일방적으로 차였으니, 일방적으로 끊었다.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듯 고요해졌다. 소파에 앉아 TV를 봤지만, 별 감흥도 없었고 내용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게 멍청하니 앉아 조용히 TV를 보고 있는데, 세카이가 정적을 깼다.


 "무슨 일- 일 있어요?"


 "별 일 없는데."


 "표정보니까 일 있는 것 같은데요! 저한테도 알려줄 수 있어요?"


 "딱히... 알려주고 싶진 않다."


 "아쉽네요-. 그나저나 TV 보는 것 같지도 않고, 정말 괜찮으세요오?"


 "어, 많이 괜찮아. 신경쓰지마."


 "화장실에 휴지 있죠오?"


 "응? 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게 음...."


 쭈뼛쭈뼛거리는게 아무래도 그거 같았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쏜살같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니 뭐 저런 기능을 넣어놓은거람.


 핸드폰을 열어보니 미안하다는 문자만 3통이 와있었다. 괜히 나 자신이 비참해져서 눈물이 났다. 에이 망할, 오늘은 진짜로 무슨 날인가보다. 창문 밖을 보니, 번쩍이며 벼락이 쳤다. 5초 정도 지나면 콰르릉하는 소리가 들린다.


 "후-."


 좋은 남자려나, 그 부장이라는 사람은. 그녀는 꽤 소녀감성이라 너무 막 대하면 곤란한데.


 "휴지 엄청 빡빡하네요! 응? 뭐야, 우세요?"


 "울긴 누가 울어? 잠깐 이리 와봐."


 세카이는 내게 가까이 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에- 우는구만! 왜 울-울어요?"


 "안운다니까... 뒤로 돌아봐."


 내 눈가로 그녀의 손이 닿았다. 진짜 사람 손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서 살짝 놀라고 말았다.


 "뒤로 돌라고 했지 내 얼굴 만지랬냐..."


 "헤헤."


 난 디버그 리모콘을 꺼내 세카이에 입력된 날짜와 시간을 바꿔주었다. 겸사겸사 변수들도 몇가지는 초기화시키려했지만, 그건 이상하게 듣지를 않았다.


 "왜 갑자기 졸릴까요오- 하-암."


 "로봇도 잠을 자냐?"


 "로봇이라니요... 전 사람이라니-까아아아아...."


 바로 자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 사람이겠지."


 난 그녀를 소파에 뉘인채로 전선을 꽂아줬다. 하지만, 전력은 이미 완전히 충전된 상태였다. 식사를 통해 전력을 채우는, 듣도보도못한 기능이었다. 모든 세카이들이 이렇다면, 어쩌면, 몇몇 기체들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활동중인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또 전화가 울렸다. 부품을 사다준 문정원이었다.


 [ 수리는 끝났냐? ]


 "어, 근데 기억단자가 몇개 안맞는다?"


 [ 세카이형이니까. 걔네들은 저장방식이 좀 많이 특이하거든. ]


 "하아?"


 [ 다른 안드로이드들처럼 카메라에 들어온 화상을 변환해서 기억장치에 저장하는건 똑같지만, 중간에 경유하는 곳이 좀 많아야 말이지. ]


 "뭐, 그러면 나쁜 감정이라던가 그런걸 반영한다는건가?"


 [ 그렇다고 보면 됨미다. 옷은 잘 맞냐? ]


 "소름끼칠정도로 잘맞는다. 딸내미가 뭐라 안하든?"


 { 그런 옷을 왜 아직도 갖고 있냐더라. ]


 "여하튼, 너무 사람같아서 문제야. 고치고 싶어도 별 정보도 없고."


 [ 대부분 국가에서 강제 리콜조치됬대. 회사도 그것때문에 망해버렸고. 야심차게 준비한 안드로이드인데, 도덕성이니 인격이니 하는걸로 문제가 되어버리니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거지. ]


 "그럼 난 레어템을 가진거구만."


 [ 아무도 안사는 레어템이라는게 문제지. 정말 인간처럼 생긴 안드로이드들은 이제 희귀하니까, 네 안드로이드가 사람 취급 받으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뭐 문제는 없냐? ]


 "몇몇 변수가 접근불가능, 게다가 말도 더듬고, 스파크도 조금 튀고... 나한테 레슬링 기술 걸고. 그 정도?"


 [ 허허. 별 문제 없구만. 성격을 활발함으로 해놨나보지. 말 더듬는건 심해지면 정말로 큰 문제지만, 그게 아니면 천천히 해결될거야. 메인보드가 중추회로하고 제대로 연결됬는지 확인해봐. ]


 "그래... 점검을 좀 해봐야겠다."


 [ 여친이랑은 잘 되가냐? ]


 "오늘 차였습니다... 끊어 새꺄."


 비웃음인지 그냥 웃음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중추회로 문제는 나중에 확인하기로하고, 난 양말만 벗은 뒤 침대로 들어가버렸다.


 뭘 한것같지도 않은데 11시다. 보통같았으면 지각이 두려워 빨리 자려고 했을테지만, 이제 지각이고 뭐고 없었기에 조금은 느긋해지기로 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질 않았기에, 휴대폰으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


 .....


 .......


 "이 따위로 일해서 뭘 하겠나? 응?"


 똑.


 "안드로이드 개발 회사에서 일했다고요? 여기보단 다른 곳이 어울리실 것 같은데..."


 똑똑똑.


 "사람 안구해요. 죄송합니다."


 똑똑똑똑똑.


 "무역회사 부장인데, 너보다는 돈도 많이벌고, 능력도 좋아. 특히 밤만 되면-"


 선생님-


 더러운 꿈을 꾸다가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하아... 뭐야."


 "무, 무서워서요오... 소파에 혼자 두고 가시는게 어딨어요오..."


 세카이였다. 소파에 쓰는 베개를 들고 꾀죄죄해진 머리로, 정말 어린애처럼 문을 연채 서있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침대로 기어들어왔다.


 "같이 자도 되죠오?"


 "그래 뭐. 자라. 뭔 상관이겠어..."


 "냄새 좋다아- 냄새-"


 기분이 미묘해졌다. 홀애비냄새를 좋아하는 안드로이드라니...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잠들려고했지만, 앞으로의 일들이 너무 걱정되어 잠들기가 어려웠다. 세카이는 벌써 새근새근 숨소리까지 내가며 자고 있었으나, 내가 다시 잠들기까진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별다른 꿈도 꾸지 않은채, 아침을 맞이하자 옆에 있어야 할 녀석이 안보였다. 부엌에 가보자 요리를 하는 세카이가 보였다.


 "하-! 너무 늦게 일어난 거 아닌가요? 일을 안한다고 해도 일찍 일어나시는게 좋-좋다구요!"


 "아 그러세요. 무서워서 남의 침대로 들어오는것도 좋은건가?"


 "그, 그건..."


 "뭘 만드는거야?"


 가스레인지 가까이 가보자,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집에 김치가 없을텐데 어디서 김치를 가져온걸까.


 "김치가 어디서 생긴거야?"


 "편의점에서요!"


 "뭐?"


 "일해서 받아왔어요! 청소랑, 진열이랑, 무거운것도 옮겨드리고~"


 10살짜리에게 일을 시키는 못된 놈으로 낙인찍힐 것 같았다. 아 제기랄. 일찍 일어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그래... 다음부터는 이걸로 그냥 사."


 난 신용카드를 그녀의 호주머니에 넣어줬다. 똑같은 계좌의 신용카드를 두 개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잠깐 가만히 있어봐."


 "네? 네? 네----에에에-----"


 잠시 전원을 끄고, 목뒤를 열어젖히자 중추회로가 나타났다. 중추회로는 메인보드와 안전하게 연결되어있었고, 괜히 껐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를 다시 기동시켰다.


 "세-카이! 무슨 짓을 하신거죠오!?"


 "아무런 일도 안했어."


 "하여튼... 식사준비가 끝났으니까 자리에 앉, 앉으세요!"


 더듬는 현상이 이상하게도 사라지지 않아서 걱정이 됬지만, 스파크가 튀거나 연기가 나는 일은 없으니 상관없을 것 같다. 난 의자에 앉아 그녀가 내오는 찌개와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만, 요리가 기가 막히게 맛이 없었다.


 "왜 이렇게 싱거워?"


 "네? 전 맛있는데요오~?"


 "못살겠다. 다음부턴 소금이라도 더 넣어봐. 괜히 일해서 사온건데 아깝잖아."


 "네에..."


 맹물과 다름없는 김치찌개를 해결하고, 적당히 씻은 나는 곧바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당분간 쉴까 싶었으나 쉬는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너무나도 슬픈 회사원 체질이었다.


 집 근처에 몇개의 빈자리가 있었고, 전화를 하자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준비된 이력서를 들고 집을 나서려하자 세카이가 나를 막았다.


 "어, 어디 가세요?"


 "일자리 면접간다. 왜?"


 "저, 저, 저, 저---는 뭘 해야하--죠?"


 "청소나 할래? 귀찮은 것 같으면 따라오고. 어차피 청소는 해야돼."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더니, 신발을 찾는 그녀였다. 문정원이 보내준 소포를 확인해보자 양말과 신발이 있었다. 철두철미한 자식...


 분홍색의 양말과 신발을 신기자, 사람과 똑같아져버렸다. 이음새도 없어보였고, 표정과 동작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길 잃지 말고 따라와. 넌 자동항법장치도 없잖아?"


 "사람이니까, 당연하잖아요?"


 유독 '사람'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그녀였다. 왜 자기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몇몇 변수는 건드릴수도 없고... 이상한 안드로이드임에는 틀림없었다.


 집을 나오자마자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더위속을 걷고 있는데, 세카이가 말을 걸어왔다.


 "선생, 생니임-"


 "왜."


 "저게 뭐에요?"


 세카이는 바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다를 모른다니. 비는 동작까지 구현했으면서 바다를 모르게 해놨단 말인가?


 "바다."


 "바다?"


 "소금물이 엄청 많은거라고 보면 돼."


 "우와... 사람들이 만든거에요?"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기 있었던거야."


 "우와아아아아...."


 "두고간다? 빨리 와."


 그렇게 가려는데, 갑자기 내 옷자락을 붙잡더니 세카이가 말했다.


 "저, 저기 가봐도 돼요? 가보, 보, 보고--- 싶어요."


 "가서 헤엄이라도 치게?"


 "네!"


 하아... 정말 골때리는 녀석이다. 소금과 물에 엄청나게 약하거늘, 바다에 들어가겠다니.


 "다른건 다 해주겠는데 그건 안돼. 절대로."


 "히잉..."


 또 울먹대는 표정이다. 세카이는 지금껏 내가 만나고, 기획했던 안드로이드들 중에서 너무나도 우울한 표정이 많았다. 로봇이라면 동정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사람에게 기쁨을 줘야하는거 아닌가? 난 이 안드로이드를 신선하게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됬다.


 "빨리 가자. 면접 늦겠다."


 "네, 네, 네, 네네네네에..."


 면접을 보는 곳은 바다가 잘 보이는 청음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안드로이드 천국이었다.


---


// G-STAR 갔을때의 부산을 떠올리면서 쓰고 있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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