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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선택입니다.

by Roam posted Apr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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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선택입니다.

 

호러 장르는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게임시장에서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며 지금은 거의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두 개 남은 메이저 브랜드인 데드스페이스, 레지던트 이블은
호러요소를 줄이고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을 최대한 가미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호러틱을 원했던 초기 시리즈 팬들한테 아직도 욕을 먹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액션스타일로「개조」하지 않으면 판매량이 안나오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개발사로써는 어쩔 수 없는 결정입니다.

 

실제로 액션성이 낮고 여전히 어드벤처 스타일을 취하는 사일런트힐, 어둠속에 나홀로, 사이렌, 령 시리즈는
판매량의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브랜드를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에 이르러
언제 시리즈 공식중단을 발표해도 이상할 게 없으며,
데드스페이스와 함게 차세대 호러게임으로 기대를 모았던 컨뎀드도 2편만에 시리즈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고,
암네시아같은 건 우리나라에 한글패치가 나왔으니까 약간 이름이 탔을 뿐이지,
원래 전세계적으론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마이너 게임입니다

 

미국에서는「좀비」가 여전히 무량한 떡밥을 낳는 소재 중 하나지만
정작「호러」라는 장르는 어드벤처처럼 점차 다른 장르에 흡수되면서 사라져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피어, 레프트 4 데드, 바이오쇼크, 메트로2033, 다크니스같은 게임들이
「호러」를 흡수한 대표적인 타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러」가 FPS나 TPS 장르에 흡수되어가는 이유는, 짧게 삽입될 경우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수 시간의 플레이타임 내내 호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이제 세상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즉, 호러라는 장르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힘든 현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며,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여러 사람들에게 엔딩까지 즐겨질 확률이 낮은 현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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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호러」를 선택했다는 것?

 

그건 내 게임이 전하는 메세지가,
반드시 호러란 장르를 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 메세지는 다른 장르가 아닌,
반드시 호러라는 매개를 통해야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메세지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호러를 선택하여 비록 잃는 게 많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만들 수 있는 메세지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 정도까지 철저히 준비된 기획이 아니라면
호러라는 장르는 그냥 남들보다 불리함만 안고 시작하는 장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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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힘든 일을 기피하고 지름길로만 가려는 얄팍함에 의한 선택이겠죠.

 

< 쉽게 구조쌓기 >
호러는 전통적인 모험물에 비해

게임완성을 위해 필요한 세계관/사회관 구성의 과정을 비교적 간략화 할 수 있는 장르이다보니,
쉽게 발을 들일 수 있고, 아주 즉흥적인 컨셉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겠죠.

 

▶ 결과적으로 알맹이 없는 게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 쉽게 맵배치하기 >

호러는 보통 폐쇄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매우 정적인 진행방식으로 게임이 이뤄지다보니
딸랑 집 한채 맵배치하고도 게임으로써의「요건」이 완성됩니다.

 

▶ 결과적으로 플레이타임 내내 똑같은 배경만 들여다보고 있게 되니,
 2회차는 커녕 1회차 하기도 싫은 게임이 됩니다.


< 쉽게 충격주기 >

어두운 조명 깔아놓고, 갑툭튀 연출, 무서운 그림 보여주기만 하면 가슴이 철렁해지니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기가 매우 쉽습니다.

 

▶ 결과적으로 게이머에겐 두려움, 불안함, 막연함, 징그러움, 소름끼침같은 부정적 에너지만 계속 쌓여가고,
 한도초과에 이르면 게임을 접게 됩니다.


< 쉽게 플레이타임 늘리기 >

추리/탐구 요소는 별 수고없이 스위치와 아이템만 갖고 너무나도 쉽게 플레이타임을 주구장창 늘려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러와 추리물 모두 비교적 한정된 공간안에서 미지의 요소를 찾아나간다는 목적이 서로 부합하기 때문에
호러란 장르는 추리/탐구 요소를 끼워넣기가 참 쉽습니다.

 

▶ 결과적으로 게이머는 버라이어티 없고 시행착오만 많이 겪어야하는 플레이방식에
 짜증과 싫증만 가증됩니다.


< 쉽게 유명세 누리기 >

아프리카TV 게임방송계에선 멘붕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BJ들이 인기가 많고
BJ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멘붕시킬 수 있는 게임이 호러이기 때문에
BJ들이 방송의 인기를 위해 호러게임을 많이 찾고, 제작자들은 BJ들 방송을 이용해 유명세를 누리기 쉽습니다.

 

▶ 그 멘붕당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건 참 재밌지만, 만약 직접 겪게 되면 그건 과연 재미있을까요?

Who's R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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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